선거구 ‘황금분할’ 노리는 금배지들

발붙일 땅 찾아 두리번두리번 “어디 없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정가의 최대 관심사는 선거구가 어떤 형태로 통·폐합 되느냐다. 의원들로선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야 할 것 없이 비례대표 초선의원들은 선거구가 어떤 형태로 쪼개질지 몰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생명 연장 여부를 결정짓는 선거구 황금분할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의원들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취재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오는 선거구 재획정 소식에 여·야 의원들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인구수가 기준에 미달되는 지역 의원들은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시한부 인생을 사는 꼴”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통·폐합이 예상되는 지역이 농어촌에 편중되고 있다며 해당 지역 의원들은 “지역 대표성을 보장해 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구 재획정
인구 초과 지역

반면 분구(分區)가 예상되는 선거구도 있다. 인구가 기준 상한선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은 통·폐합이 예상되는 지역과 달리 주로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들은 비례대표들 사이에선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다면 향후 정치인생을 책임져줄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들 입장에선 선택할 수 있는 지역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들이 선거구 분구를 기대하는 이유에는 재선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내포돼 있다. 지역기반이 약한 관계로 어디로 출마할지 결정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이념적 지역색은 차치하더라도 이미 대부분 지역들을 여·야 중진의원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최근 정가에서 불고 있는 ‘정치신인을 발굴하자’는 것도 갈수록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기 힘든 현실 상황의 발로라고 정치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즉 정치신인이 발을 들일만한 땅이 없다는 것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지난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가 지역구 출마에 도전한 사례는 전체 64명의 비례대표 중 34명, 비율로 따지면 53.1%의 비례대표가 지역구 출마에 도전했다. 그 중 재선에 성공한 이는 단 6명에 불과하다. 도전자 중 17.6%만이 19대 국회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떨어진 이들은 ‘선당후사’했다가 ‘토사구팽’ 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높은 벽이 존재함에도 19대 국회에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비례대표의 수가 지난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이례적이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67.7%(전체 62명 중 42명)를 기록했던 비례대표의 지역구 출마 비율이 18대 들어서는 53.1%(전체 64명 중 34명)로 감소했다가 19대 들어 76.8%(전체 56명 중 43명)로 급상승했다. 나머지 13명의 비례대표 또한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수치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차기 총선 출마를 계획하는 비례대표의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가는 기존의 ‘관행’에 최근의 ‘선거구 분구’라는 요인까지 더해진 결과로 보고 있다.

지역구 분구
기회의 땅?

‘초선 비례대표, 재선 지역구’는 정가의 대표 공식이다. 비례대표제는 일찍이 소수자 배려와 전문성 확보, 소선거구제로 인해 발생되는 사표 문제 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정치 입문을 위한 등용문으로 전락했다는 의견이 많다. 여권에서는 ‘비례대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례대표제’는 정당지지 투표를 통해 얻은 표를 비율로 환산해 각 정당에 배분, 정당에서 미리 정해놓은 순번에 따라 국회에 입성하는 제도다. 따라서 몇 번째 순번을 받을 수 있는지가 국회 입성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권력실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별한 지역활동 없이 국회에 입성하다보니 ‘특권’을 누렸다는 인식도 정가 저변에 깔려있다.

국회에 입성하고 나서도 비례대표들은 온전히 의정활동에 매진하기 힘들다. 직능 전문성을 살려 의정활동을 해도 당장 다음 총선에 어디로 출마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국회의원 4년 동안 전반기 2년은 의정활동에 치중하고, 나머지 2년 동안은 지역에 매진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때문에 여·야는 제도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최소 3년 이상 해당 지역에서 거주한 후보자에게 가점을 주는 ‘지역기여도 평가’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고됐다.

도입 이유는 김무성표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가 시행될 경우 무분별한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인즉 당은 해당 지역에서 최소 3년 이상 거주한 후보자에게 가점을 주는 대신 그렇지 않은 후보자에게는 감점을 준다는 것이다.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라고 새누리당은 설명한다.

비례대표 자생 길은 딱 하나 ‘지역구’
18대 비례대표 중 단 6명 생존, 17.6%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비례대표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비례대표의 경우 출마를 준비하는 지역에 3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기존 의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국민들의 요구와는 달리 기득권을 공고히 만드는 제도라고 보고 있다. 정치신인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비례대표로 재선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안도 제기되고 있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현실적으로 의정활동을 잘하는 비례대표에 한해 재선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측에서도 “비례대표의 의정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비례대표 재선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비례대표로 특권을 누렸으니 지역구 출마는 취약지역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법적 제한은 없다. 과거 정치자금으로 인한 비리가 횡횡했기에 각 정당은 17대 국회 이후 당헌·당규에 비례대표 연임 제한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다. 당헌·당규를 보면 여·야 모두 “비례대표는 원칙적으로 정치신인을 공천한다”고 나와 있다. 해석상 연임금지로 보인다.
 


관행이 굳어지기 전 비례대표 다선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김종인 전 의원은 여·야를 통틀어 비례대표로만 4선을 했다. 새누리당 최병렬 상임고문(12·14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한명숙 전 대표(16·19대), 김한길 전 대표(15·16대) 등도 비례대표를 두 차례 이상 지냈다.

여·야 막론
출마 러시

따라서 총선에 불출마하지 않는 이상 비례대표에게는 지역 출마가 유일한 답이다. 선거구 분구는 비례대표의 지역 출마를 끌어들이는 흡인요인으로 꼽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10월30일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최대 3배까지 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며 인구 편차가 2배를 넘지 않게 개정하라는 입법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일정 기준 이상의 인구수를 보유한 지역은 선거구가 분구될 예정이다. 법정 인구 상한선이 27만명 수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비례대표들의 대거 유입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는 의원들의 소식을 정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분구가 예상되는 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비례대표들을 정당별로 2명씩 꼽으면 다음과 같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최근 인천 연수구에 지역사무실을 열고 분구가 예상되는 송도 출마를 선언했다. 연수구는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4차례 당선된 지역으로 정치경력을 따지면 민 의원이 불리한 상황이지만, 연수구에서 송도가 독자 선거구로 분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민 의원 측은 “선거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송도에서 20대 총선 출마 준비를 할 것”이라며 “지역구에서 많은 분을 찾아뵙고 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일찌감치 출마 지역을 선정했다. 지난 6월11일 기자회견을 연 이 의원은 “여의도에서 3년간 배우고 느낀 것이 있는데 혹시 국회에서 더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전 중구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분구 예상 지역에 출마 선언 이어져…
선거구 제출시한 10·13, 핵폭탄 뇌관


대전 중구는 6선을 지낸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곳이다. 때문에 이 의원 같은 초선 의원이 노려봄직한 몇 안 되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또한 대전 내에서도 인구 기준 상한선을 초과하는 몇 안 되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 입장에서는 선거구 분구가 이루어진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 최초의 여성 지역구의원이 될 수 있을지 지역언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측에서도 지역 출마를 고려하는 비례대표들이 많다. 그중 육사 출신의 백군기 의원은 경기 용인갑 출마가 예상된다.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 의원이 수순대로 공천을 받는다면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과의 대결이 예상된다. 선거구 한 곳이 신설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지역구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강서 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도 20대 총선에 도전한다. 강서구는 서울 지역 내에서 몇 안 되는 분구 예상 지역이다. 강서 병이 새로 신설된다면 의석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속 의원 5명 중 심상정 대표를 제외한 4명이 비례대표인 정의당 또한 분구가 예상되는 지역에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박원석 의원은 인구가 초과된 경기 수원시에 선거사무소를 개소하고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박 의원은 정의당 수원시 지역위원장을 역임하고 지역활동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조건만남’을 검색하는 모습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을 빚은 일이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의원 측은 즉시 보도자료를 통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오늘 본회의장에서 회의에 집중하지 않고, 부주의한 행동을 한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룰 없는 게임
언제 정해지나?


20대 총선을 7개월여 남긴 상황에서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출마를 선언한 비례대표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야권의 한 비례대표의원의 보좌관은 “지역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막연하다”며 “선거구가 분구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권의 비례대표의원 보좌관 역시 “룰 없는 게임을 하는 느낌”이라고 현 상황을 비유했다. 이들이 불확실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을 찾더라도 공천이라는 돌발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구 획정위는 획정기준 제출시한인 10월13일까지 마감시한을 지킨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체 기준 수립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이다. 과연 획정된 선거구가 비례대표들의 정치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개특위 정문헌 여당 간사 사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소속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 8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선거구획정의 이해 당사자가 됐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시한 1개월 남겨두고 파행?

이에 일각에서는 힘주어 출범한 정개특위가 유야무야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7일 있었던 회의가 끝난 후 “권역별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얘기를 나눴는데 난관에 봉착한 상태로 풀리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어려움을 토로한 지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해 정가에서는 ‘야당과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진 것 아니냐’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 의원의 사의 표명에 대해 “(정 의원이) 정개특위 운영을 계속해왔던 책임자이기 때문에 업무파악능력이 가장 충분한 의원”이라며 “간사로서 계속 해주길 바라지만 제척 대상이 되는 경우에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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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