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황금분할’ 노리는 금배지들

발붙일 땅 찾아 두리번두리번 “어디 없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정가의 최대 관심사는 선거구가 어떤 형태로 통·폐합 되느냐다. 의원들로선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야 할 것 없이 비례대표 초선의원들은 선거구가 어떤 형태로 쪼개질지 몰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생명 연장 여부를 결정짓는 선거구 황금분할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의원들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취재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오는 선거구 재획정 소식에 여·야 의원들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인구수가 기준에 미달되는 지역 의원들은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시한부 인생을 사는 꼴”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통·폐합이 예상되는 지역이 농어촌에 편중되고 있다며 해당 지역 의원들은 “지역 대표성을 보장해 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구 재획정
인구 초과 지역

반면 분구(分區)가 예상되는 선거구도 있다. 인구가 기준 상한선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은 통·폐합이 예상되는 지역과 달리 주로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들은 비례대표들 사이에선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다면 향후 정치인생을 책임져줄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들 입장에선 선택할 수 있는 지역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들이 선거구 분구를 기대하는 이유에는 재선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내포돼 있다. 지역기반이 약한 관계로 어디로 출마할지 결정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이념적 지역색은 차치하더라도 이미 대부분 지역들을 여·야 중진의원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최근 정가에서 불고 있는 ‘정치신인을 발굴하자’는 것도 갈수록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기 힘든 현실 상황의 발로라고 정치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즉 정치신인이 발을 들일만한 땅이 없다는 것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지난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가 지역구 출마에 도전한 사례는 전체 64명의 비례대표 중 34명, 비율로 따지면 53.1%의 비례대표가 지역구 출마에 도전했다. 그 중 재선에 성공한 이는 단 6명에 불과하다. 도전자 중 17.6%만이 19대 국회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떨어진 이들은 ‘선당후사’했다가 ‘토사구팽’ 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높은 벽이 존재함에도 19대 국회에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비례대표의 수가 지난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이례적이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67.7%(전체 62명 중 42명)를 기록했던 비례대표의 지역구 출마 비율이 18대 들어서는 53.1%(전체 64명 중 34명)로 감소했다가 19대 들어 76.8%(전체 56명 중 43명)로 급상승했다. 나머지 13명의 비례대표 또한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수치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차기 총선 출마를 계획하는 비례대표의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가는 기존의 ‘관행’에 최근의 ‘선거구 분구’라는 요인까지 더해진 결과로 보고 있다.

지역구 분구
기회의 땅?

‘초선 비례대표, 재선 지역구’는 정가의 대표 공식이다. 비례대표제는 일찍이 소수자 배려와 전문성 확보, 소선거구제로 인해 발생되는 사표 문제 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정치 입문을 위한 등용문으로 전락했다는 의견이 많다. 여권에서는 ‘비례대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례대표제’는 정당지지 투표를 통해 얻은 표를 비율로 환산해 각 정당에 배분, 정당에서 미리 정해놓은 순번에 따라 국회에 입성하는 제도다. 따라서 몇 번째 순번을 받을 수 있는지가 국회 입성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권력실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별한 지역활동 없이 국회에 입성하다보니 ‘특권’을 누렸다는 인식도 정가 저변에 깔려있다.

국회에 입성하고 나서도 비례대표들은 온전히 의정활동에 매진하기 힘들다. 직능 전문성을 살려 의정활동을 해도 당장 다음 총선에 어디로 출마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국회의원 4년 동안 전반기 2년은 의정활동에 치중하고, 나머지 2년 동안은 지역에 매진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때문에 여·야는 제도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최소 3년 이상 해당 지역에서 거주한 후보자에게 가점을 주는 ‘지역기여도 평가’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고됐다.

도입 이유는 김무성표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가 시행될 경우 무분별한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인즉 당은 해당 지역에서 최소 3년 이상 거주한 후보자에게 가점을 주는 대신 그렇지 않은 후보자에게는 감점을 준다는 것이다.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라고 새누리당은 설명한다.

비례대표 자생 길은 딱 하나 ‘지역구’
18대 비례대표 중 단 6명 생존, 17.6%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비례대표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비례대표의 경우 출마를 준비하는 지역에 3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기존 의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국민들의 요구와는 달리 기득권을 공고히 만드는 제도라고 보고 있다. 정치신인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비례대표로 재선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안도 제기되고 있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현실적으로 의정활동을 잘하는 비례대표에 한해 재선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측에서도 “비례대표의 의정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비례대표 재선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비례대표로 특권을 누렸으니 지역구 출마는 취약지역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법적 제한은 없다. 과거 정치자금으로 인한 비리가 횡횡했기에 각 정당은 17대 국회 이후 당헌·당규에 비례대표 연임 제한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다. 당헌·당규를 보면 여·야 모두 “비례대표는 원칙적으로 정치신인을 공천한다”고 나와 있다. 해석상 연임금지로 보인다.
 


관행이 굳어지기 전 비례대표 다선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김종인 전 의원은 여·야를 통틀어 비례대표로만 4선을 했다. 새누리당 최병렬 상임고문(12·14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한명숙 전 대표(16·19대), 김한길 전 대표(15·16대) 등도 비례대표를 두 차례 이상 지냈다.

여·야 막론
출마 러시

따라서 총선에 불출마하지 않는 이상 비례대표에게는 지역 출마가 유일한 답이다. 선거구 분구는 비례대표의 지역 출마를 끌어들이는 흡인요인으로 꼽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10월30일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최대 3배까지 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며 인구 편차가 2배를 넘지 않게 개정하라는 입법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일정 기준 이상의 인구수를 보유한 지역은 선거구가 분구될 예정이다. 법정 인구 상한선이 27만명 수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비례대표들의 대거 유입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는 의원들의 소식을 정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분구가 예상되는 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비례대표들을 정당별로 2명씩 꼽으면 다음과 같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최근 인천 연수구에 지역사무실을 열고 분구가 예상되는 송도 출마를 선언했다. 연수구는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4차례 당선된 지역으로 정치경력을 따지면 민 의원이 불리한 상황이지만, 연수구에서 송도가 독자 선거구로 분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민 의원 측은 “선거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송도에서 20대 총선 출마 준비를 할 것”이라며 “지역구에서 많은 분을 찾아뵙고 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일찌감치 출마 지역을 선정했다. 지난 6월11일 기자회견을 연 이 의원은 “여의도에서 3년간 배우고 느낀 것이 있는데 혹시 국회에서 더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전 중구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분구 예상 지역에 출마 선언 이어져…
선거구 제출시한 10·13, 핵폭탄 뇌관


대전 중구는 6선을 지낸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곳이다. 때문에 이 의원 같은 초선 의원이 노려봄직한 몇 안 되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또한 대전 내에서도 인구 기준 상한선을 초과하는 몇 안 되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 입장에서는 선거구 분구가 이루어진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 최초의 여성 지역구의원이 될 수 있을지 지역언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측에서도 지역 출마를 고려하는 비례대표들이 많다. 그중 육사 출신의 백군기 의원은 경기 용인갑 출마가 예상된다.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 의원이 수순대로 공천을 받는다면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과의 대결이 예상된다. 선거구 한 곳이 신설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지역구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강서 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도 20대 총선에 도전한다. 강서구는 서울 지역 내에서 몇 안 되는 분구 예상 지역이다. 강서 병이 새로 신설된다면 의석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속 의원 5명 중 심상정 대표를 제외한 4명이 비례대표인 정의당 또한 분구가 예상되는 지역에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박원석 의원은 인구가 초과된 경기 수원시에 선거사무소를 개소하고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박 의원은 정의당 수원시 지역위원장을 역임하고 지역활동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조건만남’을 검색하는 모습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을 빚은 일이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의원 측은 즉시 보도자료를 통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오늘 본회의장에서 회의에 집중하지 않고, 부주의한 행동을 한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룰 없는 게임
언제 정해지나?


20대 총선을 7개월여 남긴 상황에서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출마를 선언한 비례대표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야권의 한 비례대표의원의 보좌관은 “지역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막연하다”며 “선거구가 분구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권의 비례대표의원 보좌관 역시 “룰 없는 게임을 하는 느낌”이라고 현 상황을 비유했다. 이들이 불확실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을 찾더라도 공천이라는 돌발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구 획정위는 획정기준 제출시한인 10월13일까지 마감시한을 지킨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체 기준 수립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이다. 과연 획정된 선거구가 비례대표들의 정치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개특위 정문헌 여당 간사 사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소속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 8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선거구획정의 이해 당사자가 됐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시한 1개월 남겨두고 파행?

이에 일각에서는 힘주어 출범한 정개특위가 유야무야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7일 있었던 회의가 끝난 후 “권역별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얘기를 나눴는데 난관에 봉착한 상태로 풀리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어려움을 토로한 지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해 정가에서는 ‘야당과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진 것 아니냐’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 의원의 사의 표명에 대해 “(정 의원이) 정개특위 운영을 계속해왔던 책임자이기 때문에 업무파악능력이 가장 충분한 의원”이라며 “간사로서 계속 해주길 바라지만 제척 대상이 되는 경우에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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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