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우후죽순' 위원회 실태

하나라도 제대로 하랑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요 이슈가 생길 때마다 당내 특별위원회를 잇따라 출범시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막상 특위를 출범시키고서는 제대로 활동도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들어 새정치연합이 출범시킨 특위는 어느새 30개에 달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한반도평화안전보장특별위원회(위원장 박지원)가 지난달 26일 첫 회의를 열고 화려하게 출범했다. 이로써 새정치연합이 19대국회 들어 출범시킨 특위는 어느새 30개에 달한다.

위원장 나눠먹기?

새정치연합은 주요 이슈가 생길 때마다 당내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잇따라 출범시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막상 특위를 출범시키고는 제대로 활동도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특위를 출범시키는 빈도수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지난달에만 한반도평화안전보장특위와 재벌개혁특위(위원장 박영선),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별위(위원장 추미애) 등 무려 3개의 특위를 출범시켰다. 새정치연합에서는 19대국회 들어 이미 30개에 달하는 특위를 출범시켰지만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우원식)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할 만한 특위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불필요한 기존 특위를 해체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특위는 이슈가 종료되고 나면 회의 한번 개최하지 않는 ‘유령특위’로 전락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큰 관심을 끌며 출범했던 국민정보지키기특위(위원장 안철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보지키기특위는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마무리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보지키기특위는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사실이 밝혀지자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야심차게 출범했다. 컴퓨터 보안 전문가인 안철수 의원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특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정보지키기특위는 끝내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특위는 국정원이 2013년 7월에서 8월 사이 내국인 컴퓨터를 대상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거나 설치를 시도한 주소(IP) 3개를 확보했으나 해킹 의심 정황일 뿐 IP의 최종 사용자와 위치 등 구체적인 해킹 내용에 대해선 답을 내놓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정쟁만 부추긴 국민정보지키기위는 이름을 ‘카더라위원회’로 바꿔야 한다”며 안 의원을 조롱했다. 위원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혹을 끝까지 파헤쳐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마지막 발표 이후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은 위원회가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자 이미 출구전략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 터질 때마다 특위 만들고 방치
한 달에 세 개나? 특위 30개 난립

이외에도 출범 당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우리 당 집권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던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위원장 정세균·강철규)도 아직까진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친박권력형비리게이트대책위원회(위원장 전병헌), MB정부해외자원개발국부유출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노영민), 주한미군탄저균비밀반입사건 대책위원회(위원장 심재권) 등도 사실상 개점 휴업 중이다.

또 특위가 우후죽순 만들어지다 보니 일부 특위는 서로 역할이 겹쳐 난감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만들어진 한반도평화안전보장특위와 기존 남북관계발전 및 통일위원회(위원장 이인영)의 경우 뭐가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통합특위(위원장 추미애)와 지역분권정당추진단(단장 김부겸), 지역균형발전특위(주승용)도 상당 부분 역할이 겹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어떤 이슈가 터지면 계획도 없이 무작정 특위부터 만들고 호들갑을 떨다가 이슈가 잠잠해지면 만들어놓은 특위에 대해서는 위원장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는 구조”라며 “처음부터 어떤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슈에 편승해보려는 꼼수는 아니었는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우후죽순 만들어놓은 특위들이 기존 전략기구들과도 역할이 겹치면서 당의 비효율성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특위를 출범시키면 적든 많든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으니 예산 낭비도 우려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에 필요 없는 어플들을 잔뜩 깔아놓으면 휴대폰도 느려지고 전력소모도 커지지 않나? 지금 새정치연합의 상황이 이와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 같은 행태는 새누리당도 별반 다를 것은 없지만 새정치연합은 특위 위원장 자리를 계파 달래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실제로 당내 비노계의 반발이 심해지자 문 대표는 비주류계의 핵심인 박지원 의원과 박영선 의원 등을 잇따라 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누리당보다 새정치연합의 특위가 좀 더 난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특위 활동이 사실상 종료돼도 특위를 해체할 수도 없다. 이렇게 특위를 남발하다보니 당내 인사들조차 새정치연합에 특위가 몇 개나 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또 중요한 것은 이제 새정치연합이 진짜 필요한 특위를 만든다고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3개의 특위가 출범했지만 언론의 관심도는 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신뢰도 추락

일각에선 새정치연합이 우후죽순 각종 위원회를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위원회 면면을 보면 다소 중복된 것들이 있긴 하지만 전혀 필요 없는 위원회를 만든 것이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제대로 성실히 활동해 성과를 내면 좋을 텐데 여론의 관심이 떠나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마치 국감 때 각종 문제 사안을 지적해놓고도 국감이 끝나면 그 사안이 수정됐는지 신경도 쓰지 않는 것과 똑같은 행태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슈가 터질 때마다 특위를 만들고 흐지부지 끝내는 일이 반복될수록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비록 당내 기구지만 특위 설립에 좀 더 신중해야 하고 한 번 특위를 만들었으면 끝까지 성실하게 활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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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