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사법부와의 전쟁 막전막후

"야당탄압 더 이상 못 참아!"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사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새정치연합은 한명숙 전 총리의 대법원 유죄판결을 계기로 대대적인 사법개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당장 대법원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고법원 설치’에도 딴지를 걸고 나설 태세다. 새정치연합과 사법부의 피할 수 없는 일전이 시작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한명숙 전 총리의 대법원 유죄판결을 ‘신공안탄압’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사법개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기존 야당탄압저지대책위원회를 신공안탄압저지대책위원회로 전환시켰다. 박근혜정부의 공안 탄압에 한층 더 강도 높은 대응을 하기 위함이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한 2심을 확정했다.

정치 탄압?

그러나 새정치연합 측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한만호 전 한신건설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었고, 뇌물을 수표로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대법원 선고 직후 “검찰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같은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사법의 민주화와 정치적 독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며 “대법관 임명절차의 민주화, 또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새정치연합은 지난 21일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구체적인 대응방안도 모색했다.

새정치연합이 사법부에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대법원의 역점사업인 상고법원 설치에도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상고법원이란 상고심을 담당하는 법원으로, 대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승복하지 못한 채 3심까지 가는 소송이 늘어나면서 대법원의 업무가 과중해져 상고심을 별도로 다룰 상고법원이 필요하다고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고법원에 대해 “이번 판결이 나온 배경 중 하나가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결여라는 지적이 있다”며 “그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데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내 친노 강경파 진영에서는 상고법원 설치 반대를 아예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정치연합은 당초 상고법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전제로 전향적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고법원 관련 법안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168명 의원들이 서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전 총리 판결 이후에는 새정치연합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사실상 상고법원 설치 절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치 외에도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프로젝트에 새정치연합이 태클을 걸어오지는 않을까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사법부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딴지'
검찰의 찍어내기, 또 한 번 작동할까?

새정치연합은 법원을 압박하기 위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청문회도 추진하기로 했다. 신계륜 의원이 주도한 강기훈 사건 청문회 요구서에 이미 118명의 의원들이 서명을 마친 상태다. 강기훈 사건은 경찰의 증거조작으로 징역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한 피해자가 23년 만인 지난 2015년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다. 청문회가 진행된다면 사법부로서는 부끄러운 치부가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 민감한 문제다.

새정치연합은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는 카드도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2011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에서도 대법관 등 장관급 법조인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는 권고안 입법화가 논의됐었다. 하지만 대법원과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입법화되지 못했던 사안이다. 또 새정치연합에서는 강력한 전관예우방지법을 신설해 대법관 등 장관급 법조인의 프리미엄을 원천적으로 없애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판·검사의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청을 설치하는 방안도 재논의 될 수 있다. 특별수사청 설치 역시 지난 2011년 사개특위에서 논의됐던 문제다. 당시 법조계는 “판·검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특정한 신분을 수사대상으로 삼는 기구를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력 반발했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사안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이 적극적으로 경찰 편을 들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공세에 사법부가 호락호락 당하기만 할지는 미지수다. 일례로 지난 18대 국회 때 사개특위에서 사법부 개혁에 가장 앞장섰던 새누리당 주성영 전 의원은 난데없는 성매매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고, 그 여파로 19대국회 진출에도 실패했다. 주 전 의원의 성매매 의혹은 지난 2013년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주 전 의원은 이에 대해 검찰의 정치 공작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주 전 의원이 강도 높은 사법부 개혁에 나서자 검찰이 찍어내기를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새정치연합이 사법부에 전면전을 선포한 만큼 사법부 역시 이와 같은 방법으로 대응을 해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새정치연합에는 한 전 총리 외에도 11명의 국회의원이 검찰 조사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공식석상에서 이들 11명 외에도 “야당의원 10명 정도가 수사선상에 (추가로)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고 새누리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여론의 흐름도 새정치연합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실제 검찰의 표적 수사라고 하더라도 일부 의원들의 경우는 증거가 확실한 만큼 이들을 감싸고도는 것은 당 지지율에 무조건 마이너스라는 지적이다. 당 내부에서도 사법부와의 전면전 선포가 자칫 앞으로 줄줄이 남아 있는 소속 의원들에 대한 판결에 압박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당장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싸늘하다. 한 전 총리 사건은 새정치연합이 사법부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다.

제 식구 감싸기?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한 전 총리의 입감을 배웅하고, 한 전 총리가 마지막까지 백합과 성경책을 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데 대해서는 진보성향 커뮤니티에서조차 온갖 조롱이 쏟아졌다. 소수 의견을 냈던 대법관 5명 역시 한 전 총리가 3억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전원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공안 탄압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사법부와의 무모한 전면전이 자칫 내년 총선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검찰의 수사를 공안탄압이라고 규정하려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근거를 내놔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며 “사법부에 대한 개혁이 정치보복으로 비춰져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여지도 있다”고 경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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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