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vs 안상수 앙숙대결 내막

"고개 숙이느니 행정 마비 시키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일개 창원시장이!” “정신이 나가도 분수가 있지!” 지난달 홍준표 경남지사가 예고도 없이 도청 기자실을 찾아와 안상수 창원시장을 겨냥해 쏟아낸 막말들이다. 도지사가 기자들을 모아놓고 도 소속 특정 지자체장을 겨냥해 막말을 쏟아낸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두 사람 사이엔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그 내막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2년 동안 참고 참았다. (중략) 정치놀음 하지 말고 창원시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지, 일개 창원시장이 되지도 않을 광역시 가지고 그런 식으로 관권을 동원해서. (중략) 행정 내용도 모르면서 사사건건 시비 걸고 상급기관을 무시하고 정신이 나가도 분수가 있지.”

견원지간

지난달 22일 홍준표 경남지사는 한마디 예고도 없이 불쑥 도청 기자실에 찾아와 안상수 창원시장을 겨냥해 위와 같은 막말들을 쏟아냈다. 이날 홍 지사의 이례적인 격정토로는 그간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정치권에선 이미 유명한 앙숙관계인 두 사람은 의외로 닮은 구석이 많다. 두 사람은 모두 스타검사 출신이다. 홍 지사는 슬롯머신사건 수사로 유명세를 탔고 노태우정부 시절 정권의 실세인 박철언 전 장관을 구속시키기도 했다. 홍 지사보다 7기수 선배인 안 시장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담당검사로 유명하다. 

안 시장은 정권의 압박에도 결국 진실을 파헤쳤고 이 사건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다. 이후 두 사람은 15대 총선에서 나란히 정계에 입문해 18대까지 내리 4선을 했다. 두 사람 모두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당대표를 거쳤고,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경남에서 지자체장으로 재기에 성공한 것까지 똑같다. 


이쯤 되면 친할 법도 한데 이상한 일이다. 법조계는 사법시험 기수에 따라 위계질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데 홍 지사는 안 시장보다 7기수나 아래면서도 안 시장에게 제대로 선배대접을 하지 않았고, 안 시장도 홍 지사를 버릇없는 후배쯤으로 여기며 서로 무시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고향이 경남이라는 공통점까지 있었지만 정치 입문 후 각종 현안마다 사사건건 부딪혔다. 특히 지난 2010년 당대표 경선을 치루는 과정에서는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당시 홍 지사가 “개 짖는 소리가 너무 크다”며 이웃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사실을 폭로하며 안 시장을 향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홍 지사는 “자기 지역구 옆집 사람과도 개소리 때문에 화합 못 하는 분이 어떻게 당내 화합, 국민 통합을 하겠냐”며 안 시장을 비판했다.

안 시장이 대표로 당선된 이후에도 안 시장이 측근을 당대변인으로 임명하려 하자 최고위원이던 홍 지사가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등 두 사람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는 안 시장이 “지난 2012년엔 내가 경남지사보궐선거를 양보했으니 이번엔 홍 지사가 양보할 차례”라며 홍 지사에게 도지사 공천을 양보할 것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홍 지사가 “도지사는 나눠먹기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발끈하는 일도 있었다.

"우린 남이다" 경남-창원 불안한 동거
두 사람 자존심 대결에 주민들만 피해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 모두 각각 경남지사와 창원시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긴 했지만 두 사람의 대립은 어쩌면 예고된 것이었다. 홍 지사 측은 마산 성매매 집결지 폐지, 마산 명품 야시장 조성사업, 마산 로봇랜드 조성사업 등 경남도가 마산 살리기 차원에서 추진한 사업이 번번이 창원시의 방해로 중단됐다고 주장한다. 마산로봇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과 국가 산단 구조고도화 사업, 글로벌테마파크 사업도 창원시가 도와주기는커녕 훼방만 놓는 바람에 창원시의 도움 없이 경남도가 독자적으로 추진해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 시장이 창원시의 광역시 승격까지 추진하자 홍 지사의 속은 그야말로 뒤집어졌다. 창원은 경남의 핵심 산업도시다. 창원이 광역시로 빠져나가면 경남은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는 신세다.

일각에선 안 시장이 자신보다 사시기수가 7기수나 아래인 홍 지사의 지휘를 받는 게 싫어 광역시 승격에 목을 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광역시 승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창원시가 관권을 동원해 서명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홍 지사는 안 시장이 시정에는 힘을 쏟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비판한다.

급기야 홍 지사는 안 시장이 각종 현안마다 딴지를 걸고 있다며 마산 로봇랜드 조성사업에서 손을 떼고 앞으로 창원시와는 공동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까지 했다. 홍 지사는 “가출하려는 자식에게 생활비 대주는 부모는 없다”며 광역시 승격을 추진하는 창원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로봇랜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일대 114만 8000㎡에 7000억원(국비 560억, 도비 1000억, 시비 1100억, 민간자본 4340억)을 들여 조성될 예정이다. 당초에는 2014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현재까지 국비와 지방비만 744억원이 들어갔다. 경남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국책사업이 고작 두 개인 간의 감정싸움 때문에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안 시장은 지난 25일엔 난데없이 대권에 출마할 의향이 있다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안 시장은 그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정치무대에 복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2년 후에 치러질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경선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 시장은 “중앙정치 할 때 지방정치가 이렇게 제약이 많고 권한이 없는 줄 몰랐다”며 “재정, 인사권 등에서 중앙의 통제를 심하게 받는 지금의 지방자치는 반쪽자치다. 내가 경선에 참여해 광역시 승격을 주장하면 새누리당 대선공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안 시장은 “경선 참여 선언이 아니고 경선에 나가고 싶다는 희망을 말했을 뿐”이라며 해명했지만 발언 자체를 아예 부인하지는 않았다.

주민이 볼모?

경남도는 창원시의 상급기관이고 창원시는 경남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대표도시다. 최근  경남도와 갈등을 빚어온 안 시장이 책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하면서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섰지만 남은 임기동안 두 사람이 제대로 화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두 사람이 사사건건 대립하니 경남도민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한 야권 정치인은 “두 사람이 개인적 자존심 싸움을 벌이기 위해 경남을 볼모로 삼고 있는 상황”이라며 “도민들을 우롱하는 행태이고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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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