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대작 가족 모시기 현대판 음서제 백태

금수저 물고 태어나 취직까지 쾌속직진

[일요시사 사회2팀] 박호민 기자 = 장기 경기 불황에 국민 모두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다. 일단 취업시장에 뛰어들면 녹록치 않은 벽에 부딪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치권도 이를 아는 모양새다. 쉽지 않은 취업시장에서 자신의 친인척이 홀로 헤매는 것이 못내 가슴 아팠나 보다. 취업청탁이라는 형태로 ‘친인척 사랑’을 표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가족사랑(?) 시비에 휘말린 정치인들을 확인했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딸 취업청탁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수위가 점점 높아져서다. 최근 고용 절벽의 상황에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바로 합격통지
특혜취업 시비
 
지난 2013년 9월 윤 의원의 딸 윤모씨는 LG디스플레이 변호사 채용 부문에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윤 의원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해 “(딸이) 지원했는데 실력이 되는 아이면 들여다봐 달라”고 말한 사실이 지난 13일 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문제는 윤 의원의 지역구인 파주에는 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공장이 있어 회사 측이 윤 의원의 전화를 취업청탁 전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선 재계 관계자는 “유력 인사의 자녀가 이력서를 썼다는 사실만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데 해당 유력인사가 직접 자녀의 지원 사실을 알려줄 경우 사실상 취업청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윤 의원을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윤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17일 현안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표가 딸의 특혜채용 의혹에 휘말린 윤 의원에 대한 직권조사를 당 윤리심판원에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역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은 “윤후덕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본인이 반성하고 사죄했지만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해 징계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윤 의원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커뮤니티를 통해 “저의 딸 채용 의혹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제 딸은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모두 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청년실업 110만명 비정규직 600만명
정치인-기업 위험한 취업거래 도마
 
윤 의원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던 여당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져 머쓱한 상황을 맞았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아들 특혜취업 의혹에 휩싸인 것. 청년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한 법조인 572명은 정부법무공단에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아들인 로스쿨 출신 김모씨 채용 당시의 서류심사 및 면접평가 자료 등을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들은 정부법무공단이 2013년 9월 채용 공고를 낼 때 지원자격으로 ‘법조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라고 공지했다가 불과 두 달 만에 “2010년 1월 1일부터 2012년 3월 1일 사이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법률 사무에 종사한 법조경력자”로 변경해 김씨를 채용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즉, 김모씨 채용을 위해 채용 전형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들은 또한 “변호사 경력이 있고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을 제쳐놓고, 재판연구원 근무기간이 끝나지 않은 김씨를 채용해 100일이나 지나서야 근무를 시작하도록 한 것은 특혜를 줬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들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아울러 “김씨의 아버지인 국회의원이 당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이었던 손범규 전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으며, “채용후 1년3개월 동안 16건만 수임시켜 판사 임용을 준비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없으면 만들고

높으면 낮추고
 
김 의원은 현재 이 같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태원 의원은 18일 “만약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아들 취업을 위해 채용요건 완화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건 공단에서 충분히 거기에 대해서 그렇게 제도를 바꿔야 될 사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부분은 공단에서 충분히 밝혀지리라 생각된다”며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항”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새누리당은 조사결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에서 김 의원 취업특혜 의혹과 관련된 오해가 해소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19일 김태원 의원으로부터 소명서를 제출받고 자체 진상 조사에 본격 돌입했다. 김 의원 관련 사안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번주 내로 발표될 전망이다.
 
야당 거물인 문희상 의원도 지난해 처남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작년 12월 문의원의 처남이 문 의원과 부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판결문이 공개되면서 처남 취업청탁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판결문을 살펴보면 문 위원장이 대한항공의 회장(조양호 회장)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던 처남의 취업을 부탁했고, 고교 선후배 사이인 대한항공 회장은 미국의 브리지 웨어하우스 유한회사 대표에게 다시 취업을 부탁했다. 또, 2012년쯤까지 컨설턴트로 74만 7000달러(약 8억원)를 지급받은 김씨는 회사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등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문희상 의원은 이같은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하면서 마무리하려 했다.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문희상 의원은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지난 2004년쯤 미국에서 직업이 없던 처남의 취업을 간접적으로 대한항공 측에 부탁한 사실이 있다”면서 “이유를 막론하고 가족의 송사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대단히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는 문 의원의 사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보수 시민단체인 한계레청년단이 검찰에 이와 같은 사실과 관련 제3자뇌물공여죄로 문 의원을 고발하면서 사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취업청탁의 경우 사법처리가 어렵지만 제3자뇌물공여죄의 경우 처벌이 가능해 수사 결과에 따라 문 의원은 사법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6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재무팀 그리고 한진의 법무팀을 압수수색했다. 7월에는 조회장의 최측근인 한진해운 석태수 사장, 한진 서용원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문 의원에 대한 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은 처남이 받은 억대 연봉을 두고 회사측에 컨설턴트를 해주고 받은 정당한 임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수사 결과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자녀합격 위해
채용기준 바꿔?
 
문 의원이 처남 취업청탁과 관련해 곤혹스러웠을 당시 여당의 거물 정치인인 김무성 당대표는 문 의원에 대한 비난을 자제할 것을 당내에 주문했다. 이를 두고 김 대표가 딸 특별 채용 의혹에 관한 이슈가 부각될까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2014년 8월 김 대표의 딸인 김현경씨의 수원대 디자인학부 조교수 채용(2013년)을 두고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한국일보>가 참여연대로부터 받은 자료를 검토해본 결과 지난해 8월 김 교수가 실제로 수원대가 공고한 지원 자격을 충족했는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지원 당시 김 교수는 박사과정 수료 상태(2011년 3월 수료)여서 석사학위 소지자에 해당됐는데, ‘석사학위 소지자는 교육 또는 연구(산업체) 경력 4년 이상인 분만 지원 가능’이라는 자격 요건이 명시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김 교수는 2009년 2학기부터 2013년 1학기까지 상명대와 수원대 등에서 시간강사를 했지만, ‘시간강사의 교육경력은 50%만 인정한다’는 수원대의 교원경력 환산율표에 따라 김 교수의 교육경력은 2년에 불과했다.
 
연구경력 또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원대는 석사학위 취득자는 연구경력 2년, 박사과정 수료자는 해당 기간의 70%를 인정해 주는데, 김 교수의 총 연구경력은 3년4개월(석사 2년, 박사과정 1년 4개월)이다. 때문에 김 교수는 교육경력 4년도, 연구경력 4년도 못 채운 셈이라고 보도했다.
 
넌지시 전화 한통에 OK!
쿨하게 문자 한통에 OK!
 
이에 대해 수원대 측은 해당 공고문의 문구는 ‘연구경력과 교육경력의 합산’을 뜻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해석의 문제인데, 통상적으로 연구와 교육을 합해서 4년 이상이면 지원자격을 충족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건은 참여연대의 고발로 검찰 수사까지 확대됐지만 지난해 11월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마무리 됐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도 과거 자녀 취업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배 의원의 취업청탁은 이마트의 내부문건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알려졌다. <한겨레>가 입수한 이마트의 ‘외부추천 입사자 현황’(2008년 작성) 문서를 보면, 1999∼2005년 구학서 신세계 회장의 추천을 받아 입사한 7명의 경력 직원과 2003∼2006년 신세계그룹 계열사 간부들의 추천을 받아 입사한 24명의 신입 직원 이름과 직급, 출신학교 및 ‘특이사항’이 나와 있다.
 
자료에 따르면 배 의원이 당시 해운대 구청장이었던 2005년 배 의원의 딸 배모씨는 특이사항란에 아버지는 배덕광 해운대구청장, 추천자란에는 노태욱 당시 신세계건설 부사장을 기재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이른바 ‘뒷배경’이 든든한 인사들만 취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배 의원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딸은) 전혀 어떤 추천 없이 공채로 입사했다. (신세계 복합쇼핑몰 건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친인척도 청탁

여기저기 특채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지인의 아들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 새누리당 김 의원은 국회 본회의 중 지역구 인사 아들의 ‘국방과학연구소’ 취업 청탁 문자를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민주당 김진표 전 의원도 같은 해 자신의 지역구 유지 아들이 한전 자회사 시험에 응시했다는 사실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문자로 알리면서 취업청탁 논란에 시달렸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대판 음서제’ 대책은?
“고관 자녀들 취업현황 공개해야”
 
윤후덕 의원과 김태원 의원이 자녀 특혜취업 의혹에 나란히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고위공직자 자녀의 취업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20일 성명을 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고위공직자들은 현대판 음서제를 만들고 있다”며 “고위층 부모의 청탁과 알아서 해 주는 특별한 배려의 결과로 인해 일거리를 찾는 고단함을 겪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계층이 생겨버린 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변회 성명서 내고 주장
공직자 윤리법 개정에 주목
 
서울변회는 “법조인 선발과 양성의 문제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투명한 입학 과정과 고액의 등록금, 나아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자의 취업 특혜 의혹까지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변회는 이와 관련해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 고위공직자 가족의 취업현황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직계존비속이나 배우자가 대기업, 공공기관, 대형로펌 등에 취업하는 경우 현황을 공개해 국민의 눈으로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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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