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대작 가족 모시기 현대판 음서제 백태

금수저 물고 태어나 취직까지 쾌속직진

[일요시사 사회2팀] 박호민 기자 = 장기 경기 불황에 국민 모두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다. 일단 취업시장에 뛰어들면 녹록치 않은 벽에 부딪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치권도 이를 아는 모양새다. 쉽지 않은 취업시장에서 자신의 친인척이 홀로 헤매는 것이 못내 가슴 아팠나 보다. 취업청탁이라는 형태로 ‘친인척 사랑’을 표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가족사랑(?) 시비에 휘말린 정치인들을 확인했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딸 취업청탁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수위가 점점 높아져서다. 최근 고용 절벽의 상황에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바로 합격통지
특혜취업 시비
 
지난 2013년 9월 윤 의원의 딸 윤모씨는 LG디스플레이 변호사 채용 부문에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윤 의원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해 “(딸이) 지원했는데 실력이 되는 아이면 들여다봐 달라”고 말한 사실이 지난 13일 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문제는 윤 의원의 지역구인 파주에는 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공장이 있어 회사 측이 윤 의원의 전화를 취업청탁 전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선 재계 관계자는 “유력 인사의 자녀가 이력서를 썼다는 사실만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데 해당 유력인사가 직접 자녀의 지원 사실을 알려줄 경우 사실상 취업청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윤 의원을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윤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17일 현안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표가 딸의 특혜채용 의혹에 휘말린 윤 의원에 대한 직권조사를 당 윤리심판원에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역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은 “윤후덕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본인이 반성하고 사죄했지만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해 징계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윤 의원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커뮤니티를 통해 “저의 딸 채용 의혹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제 딸은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모두 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청년실업 110만명 비정규직 600만명
정치인-기업 위험한 취업거래 도마
 
윤 의원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던 여당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져 머쓱한 상황을 맞았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아들 특혜취업 의혹에 휩싸인 것. 청년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한 법조인 572명은 정부법무공단에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아들인 로스쿨 출신 김모씨 채용 당시의 서류심사 및 면접평가 자료 등을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들은 정부법무공단이 2013년 9월 채용 공고를 낼 때 지원자격으로 ‘법조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라고 공지했다가 불과 두 달 만에 “2010년 1월 1일부터 2012년 3월 1일 사이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법률 사무에 종사한 법조경력자”로 변경해 김씨를 채용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즉, 김모씨 채용을 위해 채용 전형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들은 또한 “변호사 경력이 있고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을 제쳐놓고, 재판연구원 근무기간이 끝나지 않은 김씨를 채용해 100일이나 지나서야 근무를 시작하도록 한 것은 특혜를 줬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들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아울러 “김씨의 아버지인 국회의원이 당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이었던 손범규 전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으며, “채용후 1년3개월 동안 16건만 수임시켜 판사 임용을 준비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없으면 만들고

높으면 낮추고
 
김 의원은 현재 이 같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태원 의원은 18일 “만약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아들 취업을 위해 채용요건 완화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건 공단에서 충분히 거기에 대해서 그렇게 제도를 바꿔야 될 사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부분은 공단에서 충분히 밝혀지리라 생각된다”며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항”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새누리당은 조사결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에서 김 의원 취업특혜 의혹과 관련된 오해가 해소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19일 김태원 의원으로부터 소명서를 제출받고 자체 진상 조사에 본격 돌입했다. 김 의원 관련 사안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번주 내로 발표될 전망이다.
 
야당 거물인 문희상 의원도 지난해 처남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작년 12월 문의원의 처남이 문 의원과 부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판결문이 공개되면서 처남 취업청탁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판결문을 살펴보면 문 위원장이 대한항공의 회장(조양호 회장)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던 처남의 취업을 부탁했고, 고교 선후배 사이인 대한항공 회장은 미국의 브리지 웨어하우스 유한회사 대표에게 다시 취업을 부탁했다. 또, 2012년쯤까지 컨설턴트로 74만 7000달러(약 8억원)를 지급받은 김씨는 회사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등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문희상 의원은 이같은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하면서 마무리하려 했다.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문희상 의원은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지난 2004년쯤 미국에서 직업이 없던 처남의 취업을 간접적으로 대한항공 측에 부탁한 사실이 있다”면서 “이유를 막론하고 가족의 송사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대단히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는 문 의원의 사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보수 시민단체인 한계레청년단이 검찰에 이와 같은 사실과 관련 제3자뇌물공여죄로 문 의원을 고발하면서 사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취업청탁의 경우 사법처리가 어렵지만 제3자뇌물공여죄의 경우 처벌이 가능해 수사 결과에 따라 문 의원은 사법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6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재무팀 그리고 한진의 법무팀을 압수수색했다. 7월에는 조회장의 최측근인 한진해운 석태수 사장, 한진 서용원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문 의원에 대한 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은 처남이 받은 억대 연봉을 두고 회사측에 컨설턴트를 해주고 받은 정당한 임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수사 결과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자녀합격 위해
채용기준 바꿔?
 
문 의원이 처남 취업청탁과 관련해 곤혹스러웠을 당시 여당의 거물 정치인인 김무성 당대표는 문 의원에 대한 비난을 자제할 것을 당내에 주문했다. 이를 두고 김 대표가 딸 특별 채용 의혹에 관한 이슈가 부각될까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2014년 8월 김 대표의 딸인 김현경씨의 수원대 디자인학부 조교수 채용(2013년)을 두고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한국일보>가 참여연대로부터 받은 자료를 검토해본 결과 지난해 8월 김 교수가 실제로 수원대가 공고한 지원 자격을 충족했는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지원 당시 김 교수는 박사과정 수료 상태(2011년 3월 수료)여서 석사학위 소지자에 해당됐는데, ‘석사학위 소지자는 교육 또는 연구(산업체) 경력 4년 이상인 분만 지원 가능’이라는 자격 요건이 명시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김 교수는 2009년 2학기부터 2013년 1학기까지 상명대와 수원대 등에서 시간강사를 했지만, ‘시간강사의 교육경력은 50%만 인정한다’는 수원대의 교원경력 환산율표에 따라 김 교수의 교육경력은 2년에 불과했다.
 
연구경력 또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원대는 석사학위 취득자는 연구경력 2년, 박사과정 수료자는 해당 기간의 70%를 인정해 주는데, 김 교수의 총 연구경력은 3년4개월(석사 2년, 박사과정 1년 4개월)이다. 때문에 김 교수는 교육경력 4년도, 연구경력 4년도 못 채운 셈이라고 보도했다.
 
넌지시 전화 한통에 OK!
쿨하게 문자 한통에 OK!
 
이에 대해 수원대 측은 해당 공고문의 문구는 ‘연구경력과 교육경력의 합산’을 뜻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해석의 문제인데, 통상적으로 연구와 교육을 합해서 4년 이상이면 지원자격을 충족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건은 참여연대의 고발로 검찰 수사까지 확대됐지만 지난해 11월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마무리 됐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도 과거 자녀 취업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배 의원의 취업청탁은 이마트의 내부문건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알려졌다. <한겨레>가 입수한 이마트의 ‘외부추천 입사자 현황’(2008년 작성) 문서를 보면, 1999∼2005년 구학서 신세계 회장의 추천을 받아 입사한 7명의 경력 직원과 2003∼2006년 신세계그룹 계열사 간부들의 추천을 받아 입사한 24명의 신입 직원 이름과 직급, 출신학교 및 ‘특이사항’이 나와 있다.
 
자료에 따르면 배 의원이 당시 해운대 구청장이었던 2005년 배 의원의 딸 배모씨는 특이사항란에 아버지는 배덕광 해운대구청장, 추천자란에는 노태욱 당시 신세계건설 부사장을 기재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이른바 ‘뒷배경’이 든든한 인사들만 취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배 의원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딸은) 전혀 어떤 추천 없이 공채로 입사했다. (신세계 복합쇼핑몰 건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친인척도 청탁

여기저기 특채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지인의 아들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 새누리당 김 의원은 국회 본회의 중 지역구 인사 아들의 ‘국방과학연구소’ 취업 청탁 문자를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민주당 김진표 전 의원도 같은 해 자신의 지역구 유지 아들이 한전 자회사 시험에 응시했다는 사실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문자로 알리면서 취업청탁 논란에 시달렸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대판 음서제’ 대책은?
“고관 자녀들 취업현황 공개해야”
 
윤후덕 의원과 김태원 의원이 자녀 특혜취업 의혹에 나란히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고위공직자 자녀의 취업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20일 성명을 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고위공직자들은 현대판 음서제를 만들고 있다”며 “고위층 부모의 청탁과 알아서 해 주는 특별한 배려의 결과로 인해 일거리를 찾는 고단함을 겪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계층이 생겨버린 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변회 성명서 내고 주장
공직자 윤리법 개정에 주목
 
서울변회는 “법조인 선발과 양성의 문제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투명한 입학 과정과 고액의 등록금, 나아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자의 취업 특혜 의혹까지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변회는 이와 관련해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 고위공직자 가족의 취업현황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직계존비속이나 배우자가 대기업, 공공기관, 대형로펌 등에 취업하는 경우 현황을 공개해 국민의 눈으로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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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