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대작 가족 모시기 현대판 음서제 백태

금수저 물고 태어나 취직까지 쾌속직진

[일요시사 사회2팀] 박호민 기자 = 장기 경기 불황에 국민 모두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다. 일단 취업시장에 뛰어들면 녹록치 않은 벽에 부딪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치권도 이를 아는 모양새다. 쉽지 않은 취업시장에서 자신의 친인척이 홀로 헤매는 것이 못내 가슴 아팠나 보다. 취업청탁이라는 형태로 ‘친인척 사랑’을 표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가족사랑(?) 시비에 휘말린 정치인들을 확인했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딸 취업청탁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수위가 점점 높아져서다. 최근 고용 절벽의 상황에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바로 합격통지
특혜취업 시비
 
지난 2013년 9월 윤 의원의 딸 윤모씨는 LG디스플레이 변호사 채용 부문에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윤 의원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해 “(딸이) 지원했는데 실력이 되는 아이면 들여다봐 달라”고 말한 사실이 지난 13일 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문제는 윤 의원의 지역구인 파주에는 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공장이 있어 회사 측이 윤 의원의 전화를 취업청탁 전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선 재계 관계자는 “유력 인사의 자녀가 이력서를 썼다는 사실만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데 해당 유력인사가 직접 자녀의 지원 사실을 알려줄 경우 사실상 취업청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윤 의원을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윤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17일 현안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표가 딸의 특혜채용 의혹에 휘말린 윤 의원에 대한 직권조사를 당 윤리심판원에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역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은 “윤후덕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본인이 반성하고 사죄했지만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해 징계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윤 의원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커뮤니티를 통해 “저의 딸 채용 의혹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제 딸은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모두 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청년실업 110만명 비정규직 600만명
정치인-기업 위험한 취업거래 도마
 
윤 의원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던 여당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져 머쓱한 상황을 맞았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아들 특혜취업 의혹에 휩싸인 것. 청년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한 법조인 572명은 정부법무공단에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아들인 로스쿨 출신 김모씨 채용 당시의 서류심사 및 면접평가 자료 등을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들은 정부법무공단이 2013년 9월 채용 공고를 낼 때 지원자격으로 ‘법조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라고 공지했다가 불과 두 달 만에 “2010년 1월 1일부터 2012년 3월 1일 사이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법률 사무에 종사한 법조경력자”로 변경해 김씨를 채용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즉, 김모씨 채용을 위해 채용 전형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들은 또한 “변호사 경력이 있고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을 제쳐놓고, 재판연구원 근무기간이 끝나지 않은 김씨를 채용해 100일이나 지나서야 근무를 시작하도록 한 것은 특혜를 줬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들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아울러 “김씨의 아버지인 국회의원이 당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이었던 손범규 전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으며, “채용후 1년3개월 동안 16건만 수임시켜 판사 임용을 준비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없으면 만들고

높으면 낮추고
 
김 의원은 현재 이 같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태원 의원은 18일 “만약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아들 취업을 위해 채용요건 완화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건 공단에서 충분히 거기에 대해서 그렇게 제도를 바꿔야 될 사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부분은 공단에서 충분히 밝혀지리라 생각된다”며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항”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새누리당은 조사결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에서 김 의원 취업특혜 의혹과 관련된 오해가 해소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19일 김태원 의원으로부터 소명서를 제출받고 자체 진상 조사에 본격 돌입했다. 김 의원 관련 사안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번주 내로 발표될 전망이다.
 
야당 거물인 문희상 의원도 지난해 처남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작년 12월 문의원의 처남이 문 의원과 부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판결문이 공개되면서 처남 취업청탁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판결문을 살펴보면 문 위원장이 대한항공의 회장(조양호 회장)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던 처남의 취업을 부탁했고, 고교 선후배 사이인 대한항공 회장은 미국의 브리지 웨어하우스 유한회사 대표에게 다시 취업을 부탁했다. 또, 2012년쯤까지 컨설턴트로 74만 7000달러(약 8억원)를 지급받은 김씨는 회사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등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문희상 의원은 이같은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하면서 마무리하려 했다.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문희상 의원은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지난 2004년쯤 미국에서 직업이 없던 처남의 취업을 간접적으로 대한항공 측에 부탁한 사실이 있다”면서 “이유를 막론하고 가족의 송사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대단히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는 문 의원의 사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보수 시민단체인 한계레청년단이 검찰에 이와 같은 사실과 관련 제3자뇌물공여죄로 문 의원을 고발하면서 사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취업청탁의 경우 사법처리가 어렵지만 제3자뇌물공여죄의 경우 처벌이 가능해 수사 결과에 따라 문 의원은 사법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6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재무팀 그리고 한진의 법무팀을 압수수색했다. 7월에는 조회장의 최측근인 한진해운 석태수 사장, 한진 서용원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문 의원에 대한 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은 처남이 받은 억대 연봉을 두고 회사측에 컨설턴트를 해주고 받은 정당한 임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수사 결과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자녀합격 위해
채용기준 바꿔?
 
문 의원이 처남 취업청탁과 관련해 곤혹스러웠을 당시 여당의 거물 정치인인 김무성 당대표는 문 의원에 대한 비난을 자제할 것을 당내에 주문했다. 이를 두고 김 대표가 딸 특별 채용 의혹에 관한 이슈가 부각될까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2014년 8월 김 대표의 딸인 김현경씨의 수원대 디자인학부 조교수 채용(2013년)을 두고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한국일보>가 참여연대로부터 받은 자료를 검토해본 결과 지난해 8월 김 교수가 실제로 수원대가 공고한 지원 자격을 충족했는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지원 당시 김 교수는 박사과정 수료 상태(2011년 3월 수료)여서 석사학위 소지자에 해당됐는데, ‘석사학위 소지자는 교육 또는 연구(산업체) 경력 4년 이상인 분만 지원 가능’이라는 자격 요건이 명시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김 교수는 2009년 2학기부터 2013년 1학기까지 상명대와 수원대 등에서 시간강사를 했지만, ‘시간강사의 교육경력은 50%만 인정한다’는 수원대의 교원경력 환산율표에 따라 김 교수의 교육경력은 2년에 불과했다.
 
연구경력 또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원대는 석사학위 취득자는 연구경력 2년, 박사과정 수료자는 해당 기간의 70%를 인정해 주는데, 김 교수의 총 연구경력은 3년4개월(석사 2년, 박사과정 1년 4개월)이다. 때문에 김 교수는 교육경력 4년도, 연구경력 4년도 못 채운 셈이라고 보도했다.
 
넌지시 전화 한통에 OK!
쿨하게 문자 한통에 OK!
 
이에 대해 수원대 측은 해당 공고문의 문구는 ‘연구경력과 교육경력의 합산’을 뜻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해석의 문제인데, 통상적으로 연구와 교육을 합해서 4년 이상이면 지원자격을 충족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건은 참여연대의 고발로 검찰 수사까지 확대됐지만 지난해 11월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마무리 됐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도 과거 자녀 취업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배 의원의 취업청탁은 이마트의 내부문건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알려졌다. <한겨레>가 입수한 이마트의 ‘외부추천 입사자 현황’(2008년 작성) 문서를 보면, 1999∼2005년 구학서 신세계 회장의 추천을 받아 입사한 7명의 경력 직원과 2003∼2006년 신세계그룹 계열사 간부들의 추천을 받아 입사한 24명의 신입 직원 이름과 직급, 출신학교 및 ‘특이사항’이 나와 있다.
 
자료에 따르면 배 의원이 당시 해운대 구청장이었던 2005년 배 의원의 딸 배모씨는 특이사항란에 아버지는 배덕광 해운대구청장, 추천자란에는 노태욱 당시 신세계건설 부사장을 기재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이른바 ‘뒷배경’이 든든한 인사들만 취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배 의원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딸은) 전혀 어떤 추천 없이 공채로 입사했다. (신세계 복합쇼핑몰 건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친인척도 청탁

여기저기 특채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지인의 아들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 새누리당 김 의원은 국회 본회의 중 지역구 인사 아들의 ‘국방과학연구소’ 취업 청탁 문자를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민주당 김진표 전 의원도 같은 해 자신의 지역구 유지 아들이 한전 자회사 시험에 응시했다는 사실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문자로 알리면서 취업청탁 논란에 시달렸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대판 음서제’ 대책은?
“고관 자녀들 취업현황 공개해야”
 
윤후덕 의원과 김태원 의원이 자녀 특혜취업 의혹에 나란히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고위공직자 자녀의 취업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20일 성명을 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고위공직자들은 현대판 음서제를 만들고 있다”며 “고위층 부모의 청탁과 알아서 해 주는 특별한 배려의 결과로 인해 일거리를 찾는 고단함을 겪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계층이 생겨버린 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변회 성명서 내고 주장
공직자 윤리법 개정에 주목
 
서울변회는 “법조인 선발과 양성의 문제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투명한 입학 과정과 고액의 등록금, 나아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자의 취업 특혜 의혹까지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변회는 이와 관련해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 고위공직자 가족의 취업현황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직계존비속이나 배우자가 대기업, 공공기관, 대형로펌 등에 취업하는 경우 현황을 공개해 국민의 눈으로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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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