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아닌데…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멈춘 이유

“장사도 안되는데 누구 좋으라고?”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지하철역사에서 인근상가로 이어지는 출구에는 이용객의 이동 편의 제공 및 상가활성화를 위해 에스컬레이터가 운행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서울지하철 1호선부터 9호선까지 에스컬레이터 운행 여부를 조사한 결과, 외부업체가 운영·관리하는 5곳의 에스컬레이터가 잠정·전면 중단된 채 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객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가 서울지하철(1∼9호선) 420개 구간의 에스컬레이터 운행 여부를 조사한 결과, 5개역(가양역, 불광역, 신림역, 월곡역, 이수역)의 인근상가 연결 출구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가 잠정·전면 중단 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에스컬레이터의 관리·운영 업체가 지하철(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메트로9) 측이 아닌 인근상가 측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민원 폭발

인근상가 연결 출구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의 상·하행 양측 모두 운행이 중단된 곳은 월곡역 1번 출구(코업스타클래스)와 이수역 9번 출구(자이아파트), 가양역 10번 출구(SK그레이스힐)다. 코업스타클래스, 자이아파트, SK그레이스힐의 주상복합아파트 측은 에스컬레이터의 관리·운영·보수로 인한 관리비 지출이 부당하다는 입주민 및 상주입점자의 불만에 에스컬레이터를 더 이상 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하철 6호선 월곡역 1번 출구의 에스컬레이터 입·출입로 벽보에는 ‘운행 및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점검 및 고장수리 중’이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코업스타클래스가 연결 출구 개통으로 시범운행을 실시한 이래 단 한 차례도 에스컬레이터를 작동시키지 않았다는 이용객들의 주장이다.

<위키트리>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월, 서울도시철도가 코업스타클래스 시행사(대한토지신탁, 코업피엠씨)에 월곡역 1번 출구 연결통로 및 에스컬레이터의 관리·운영·보수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건설사인 대한토지신탁이 코업스타클래스 시공을 마친 지난 2011년, 코업피엠씨에 월곡역 1번 출구와 관련된 의무사항을 인계하는 과정에서 코업피엠씨가 인수거절 의사를 밝혔다. 코업스타클래스 입주민 및 상주입점자가 관리비 부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자 코업피엠씨가 서울도시철도에 에스컬레이터 운영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이학규 월곡역장은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의 불편이 많아 서울도시철도에서 수억원의 교체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에스컬레이터를 운행하려고 했다”며 “코업스타클래스의 사유지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업피엠씨가 서울도시철도에 사유지를 기부채납해야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서울도시철도와 코업스타클래스 시행사 간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하철 7호선 이수역 9번 출구의 에스컬레이터도 지난 6월24일부로 운행이 중단됐다. 자이아파트 측이 ‘입주민과 상가입점자가 에스컬레이터 사용 전기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명목을 내세워 잠정 중단 운영에 돌입한 것이다. 자이아파트는 교통약자를 위해 설치된 9번 출구의 엘리베이터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부분 운행(주말 미운행)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는 자이아파트와 체결한 계약서의 ‘서울도시철도의 사전 승인 없이 임의로 폐쇄하거나 다른 용도로 변경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주장하며 자이아파트를 상대로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다.

외부업체 운영·관리 대부분 운행 중단
이용객들 편의 무시…무용지물로 전락

자이아파트는 이수역 9번 출구 에스컬레이터의 중단 안내문에 ‘지하철을 이용한 외부인은 가능한 사용을 자제해 주길 당부’ 문구를 포함했다가 교통약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수역 측도 이용객들의 불만에 해당 에스컬레이터 입·출입로 벽보에 ‘관련 문의는 이수자이로’라는 벽보를 부착했다가 이용객들의 불만을 샀다.

가양역 10번 출구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도 끊임없는 민원이 제기됨에도 운행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 9호선 관계자는 “SK그레이스힐 상가의 경영 문제로 인한 잠정 중단으로 재개 시일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7번 출구에는 르네상스쇼핑몰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르네상스쇼핑몰이 이 에스컬레이터의 운행을 평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부분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신림역 인근은 하루 평균 14만명의 유동인구가 몰리는 상권으로 이용객들의 입·출입이 잦은 7번 출구의 에스컬레이터가 상시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르네상스쇼핑몰 관계자를 직접 만나 상시 운영에 대해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매출 하락을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관리 및 보수에 대한 책임을 서울메트로가 맡겠다고 했음에도 에스컬레이터 운영에 따른 전기료가 부담된 모양이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6호선 불광역 NC백화점 출구는 상행 에스컬레이터만 부분 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광역 사거리에서 대조불광시장 삼거리 방향의 지하철 출구인 6·7번 출구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지 않아 인근 거주 교통약자들이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다.
 

불광역 인근 거주자 유현서(32)씨는 “계단이 아닌 중단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갈 때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며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하행 에스컬레이터가 부분 운행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책임 회피

에너지 절약 대책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도시철도도 공덕역 10번 출구의 1구간 에스컬레이터(27·28호기)를 2013년 7월부터 중단 운영 중이다. 효창공원역, 문정역의 에스컬레이터 설치공사가 10개월 이상 지체되고 있어 이용객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서울지하철 420개 구간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서울메트로(1∼4호선) 498대, 서울도시철도(5∼8호선) 1078대, 메트로9(개화역∼신논현역 9호선) 459대로 총 2035대(3월 기준)다. 서울매트로는 ‘이동편의시설 확충 종합계획’이 완료되는 2018년까지 에스컬레이터 102대와 엘리베이터 88대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도시철도도 2016년까지 에스컬레이터 44대와 엘리베이터 10대를 완공할 계획을 밝혔다.

<evernuri@ilyosisa.co.kr>

 

<표> 외부관리 출구 에스컬레이터 운행여부 현황

구분 역사명 출구번호 운행여부
2호선 신림 7
5ㆍ9ㆍ공항철도 김포공항 4 O
5호선 오목교 7 O
2ㆍ5호선 충정로 7 O
2ㆍ6호선 합정 8-1, 9, 10 O
2ㆍ6호선 신당 11 O
6호선 월곡 1 X
2ㆍ7호선 건대입구 4 O
4ㆍ7호선 이수(총신대입구) 9 X
1ㆍ7호선 가산디지털단지 2, 3 O
2ㆍ8호선 잠실 10, 11 O
9호선 가양 10 X
2ㆍ9호선 당산 10 O
9호선 신논현 3 O
7호선 강남구청 3, 3-1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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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