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정권-롯데그룹, 인연과 악연 풀스토리

"박정희 때부터 밀어줬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롯데그룹(이하 롯데)이 오너일가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으로 연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롯데의 수상한 성장과정도 새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가 재계순위 5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대 정권의 수상한 특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롯데는 정치권과의 유착을 통해 현재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일까? 역대 정권과 묘한 인연을 맺어온 롯데가의 성장과정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재계순위 5위 롯데그룹(이하 롯데) 오너일가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신동주·신동빈 형제와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벌이는 다툼은 마치 ‘한일 합작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이처럼 롯데가 연일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되면서 롯데의 수상한 성장과정도 새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가 재계순위 5위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결탁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과 결탁?
이상한 한일합작

이미 일본에서 롯데를 연매출 700억엔 규모의 종합과자회사로 키워냈던 신격호 회장이 한국에 진출한 결정적인 계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신 회장은 한일협정을 맺을 당시 일본 내 정치권 인맥을 활용해 대화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공개된 한일회담 외교문서에서는 신격호란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이 일을 계기로 롯데는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고 각종 사업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973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관광진흥정책 이후 신 회장의 국내 투자는 더욱 본격화된다.

당시 박정희정부는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신 회장에게 반도호텔을 인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던 반도호텔은 서울에서 가장 대표적인 호텔이었음에도 해외 국빈급 인사 영접과 국제행사를 주최하기에는 시설이 매우 열악했다.

급성장 때마다 정치권과 묘한 관계
박정희정권때 명동 상권 장악 시작

박 전 대통령은 관광 사업을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호텔 산업부터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반도호텔을 정부 주도 아래 민영화 시키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반도호텔을 매입할 수 있는 기업을 찾기가 어려웠고 결국 신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호텔롯데 건설은 일사천리로 이뤄졌으며 각종 지원이 뒤따랐다. 게다가 신 회장은 외국인자본도입법의 혜택을 받아 부동산취득세와 재산세, 소득세, 법인세 등을 대폭 면제받았다.

신 회장은 한국 국적자였지만 일본에서 10년 이상 거주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국내법은 외국인이 49%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게 돼 있었는데 호텔롯데의 투자금은 100% 일본 롯데에서 나온 자본이었다. 박정희정부는 동일인인 신격호와 시게미쓰(신격호 회장의 일본이름)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황당한 편법을 묵인해주기도 했다.

편법 동원
정부의 밀어주기

또 당시 서울시는 강북 억제책으로 강북 지역에서의 백화점 건립을 금지하고 있었으나 정부는 롯데백화점을 롯데쇼핑센터라고 이름 붙여 건립을 허가해준다. 박정희정부는 당시 롯데제과 껌에서 쇳가루가 검출돼 제조 정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이마저도 눈 감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박정희정부의 롯데 사랑은 유별났다. 박정희정부에서 롯데는 현재 명동과 을지로 일대에 조성되어 있는 롯데타운의 기틀을 닦았고, 평화건설과 삼강, 호남석유화학 인수 및 롯데쇼핑 설립 등으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 

롯데는 전두환정부 하에서도 각종 특혜를 받았다. 1970년대 서울시 도시계획을 총괄했던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저서 내용에 따르면 당시 롯데월드 건설에 모든 공공기관이 총동원됐다. 손 교수는 저서에서 “모든 관련기관이 발 벗고 지원하고 모든 문서가 초고속으로 처리됐다”며 “롯데월드는 우리나라 건축 역사에서 구청, 소방서, 시 본청, 건설부, 상공부, 재무부, 관세청 등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모두 나서 적극적으로 지원한 전무후무한 예로 남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또 롯데가 롯데월드를 건립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친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롯데는 전두환정권 시절 현재 제2롯데월드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이른바 5공 청문회에서는 신 회장이 전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통해 해당 토지 매입을 성사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롯데는 전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1980년대 외형을 급팽창시켰다. 1980년에는 롯데쇼핑을 설립해서 롯데그룹은 유통서비스 산업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김영삼정권에서도 롯데와 관련한 각종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이자 소통령으로 불렸던 김현철씨는 당시 롯데물산 김웅세 전 사장의 사위였다. 김 전 사장은 신격호 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직접 추천을 의뢰해 영입한 인사로 알려줬다. 김 전 사장은 1990년 롯데물산 사장에 취임한 뒤 1991년부터 롯데월드 사장을 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2년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하자 롯데는 김 전 사장을 통해 본격적인 로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해 출간한 회고록에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실려있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990년 3월 신 회장이 찾아와 잠실 롯데월드를 100층으로 지으려 하는데 못 짓게 한다면서 항의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은 김영삼정권이 들어서면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다음 정권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제2롯데월드는 롯데의 숙원사업이자 골칫덩이였다. 1990년대 초에는 부동산 규제 강화로 비업무용 토지였던 제2롯데월드 부지를 강제 매각하게 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는 김영삼정권 시절이었던 1993년 소송에서 승리해 해당 부지를 지킬 수 있었다. 해당 소송 결과와 관련해서도 김현철씨가 롯데물산 사장의 사위라는 점에서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됐었다.

롯데는 제2롯데월드 외에도 김현철씨의 장인인 김 전 사장을 통해 담배인삼공사 인수를 시도하다 불발되자 대신 주요 역전사업권을 독식하며 그룹을 계속 키워나갔다. 롯데는 또 1997년 2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과 롯데호텔을 나란히 세웠는데 당시 세금특혜의혹과 건축허가 과정에서의 특혜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편 의도된 것은 아니겠지만 롯데의 정치권 혼맥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롯데호텔 맹경호 상무의 딸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인 박주신씨가 결혼을 하기도 했다.

정치권 혼맥
노골적인 로비

롯데의 로비는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도 계속됐다. 제2롯데월드 건설은 신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다. 노태우정부와 김영삼정부에서 그 시도가 번번이 좌절됐지만 롯데는 포기하지 않았다. 김대중정부 들어서는 신 회장이 직접 당시 총리에게 부탁했을 정도다. 하지만 총리의 검토 지시를 받은 국방장관이 “만약 추진하겠다면 장군들도 옷을 벗겠다”며 사표를 들고 와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제2롯데월드 사업은 노무현정부 때도 다시 추진됐지만 역시 국방부와 공군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롯데는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부산 롯데타운 신축 허가, 맥주시장 진출 등 각종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경유착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롯데는 이명박정부 시절 정부 주관 행사를 대부분 독점하다시피 했고, 46개였던 계열사는 79개까지 늘어났다.


박원순 시장 아들 롯데임원 자녀와 결혼
이명박정부 시절 정부 주관 행사 독점

이명박 전 대통령은 롯데의 16년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의 인허가까지 내줬다. 당시 호텔롯데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였다. 이 전 대통령이 제2롯데월드 카드를 들고 나오자 역시 군은 반발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들과는 달리 단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에서 열린 민관합동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국방장관에게 “제2롯데월드 문제를 오래 끌지 말고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제2롯데월드 건설 반대에 앞장섰던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임기를 6개월이나 앞두고 교체됐다. 당연히 이명박정부가 롯데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청와대 측은 “의심암귀(疑心暗鬼·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모든 걸 의심스럽게 보게 된다는 뜻)”라며 의혹제기를 일축했다.


이명박정부의 제2롯데월드 인허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제2롯데월드에서 공군 성남기지(서울공항)는 불과 5km 거리다. 무려 555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 비행 항로를 막아서고 있는 것이다.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이 직을 걸고 제2롯데월드를 반대해왔던 이유다.

제2롯데월드
국가적 재앙?

공군 출신의 한 전문가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정부가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을 3도 변경하는 조건으로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해줬지만 위험 요소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악천후와 기체 결함, 조종 미숙 등으로 비행조정이 약간만 안 돼도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문가는 또 “만약 전시나 비상상황에서 비행할 때는 적의 공격을 피해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데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는 치명적인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놀라운 점은 롯데가 이처럼 역대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특혜 시비를 겪었음에도 단 한 번도 법의 심판을 받은 적은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롯데에 대한 사정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롯데는 사정 칼날을 잘 피해나갔다. 지난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창립된 롯데는 어느새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롯데는 정치권과의 유착을 통해 현재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일까?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