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직 국회의원 실종 미스터리 추적

정신병원 탈출…그리고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16대 국회의원 C씨의 행방이 반 년째 오리무중이다. 핸드폰을 3개나 사용했지만 몇 개월째 꺼진 상태. 지인들은 그가 어디 있는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반면 C씨 가족은 그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C씨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감금당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C씨는 어디에 있는 걸까.
 
 
C씨는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 소속 16대 국회의원이었다. 자민련 비례대표 2번으로 공천받을 만큼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신임을 받았다. 지인 K씨는 “C씨 행방이 오리무중 했을 때, 김 총재의 부인이 돌아가셨다”며 “당시 옛 자민련 의원 모두가 조문을 왔지만, C씨만 오지 않아 김 총재가 굉장히 서운해했다”고 말했다.
 
김종필 측근
재입성 노려
 
C씨는 17대 총선 때도 비례대표로 출마했으나 재선에는 실패했다. 이후 각종 협·단체의 회장직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 국제 스포츠 단체인 A연맹의 수장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 김종필 총재가 설립한 운정회의 발기인 중 한사람이다. 
 
C씨는 기업인이다. 연 매출 420억원대 정도 되는 중소기업 M사를 설립한 회장이다. C씨는 M사를 1980년 설립해 섬유와 자수기 생산 및 무역 사업 등을 했다. 지난 2008년에는 사명을 바꾸면서 축산물 수입 판매 및 유통과 부동산 임대 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10층 가량 되는 빌딩과 강남구 역삼동에 100여평에 달하는 저택도 소유하고 있다.
 

C씨는 뇌경색을 앓았다. 몇 년 전 처음으로 뇌경색을 앓아 다리를 절기는 했지만, 곧장 회복해 자전거도 탈 만큼 건강하게 지냈다. C씨는 201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허벅지 근육을 보여줄 만큼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이후 건강이 급속히 안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과정 C씨와 가족들을 둘러싸고 석연치 않은 상황들이 전개됐다. 
 
C씨는 A연맹 회장으로서 잦은 해외 출장을 소화했다. 해외 일정을 소화할 만큼 건강이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도쿄올림픽 개막 50주년’을 맞이해 도쿄에도 초청받아 갔다. 당시 C씨와 함께 도쿄에 초청받아 갔던 L씨는 “그곳에서 처음 만난 분이었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며 “2박 3일간 같이 다니면서 아픈 기색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게 C씨의 마지막 해외 출장이었다. C씨는 귀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일본 출장 마치고 12월 갑자기 ‘증발’
미국 갔다더니…회사·자택 머문 기록
 
C씨의 휴대폰은 총 3대다. 이들 휴대폰 전원이 다 꺼져 있었다.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K씨는 거의 일주일 동안 핸드폰이 꺼져 있는 C씨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K씨는 C씨가 믿고 의지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이 때문에 C씨가 가진 핸드폰 중에는 K씨 자녀 명의로 된 것도 있다. 
 
K씨는 일주일 뒤 운전기사 Y씨에게 C씨의 행방을 물었다. 당시 Y씨는 “회장님(C씨)은 지난주 월요일에 I호텔에서 점심을 드신 후 미국 출장을 갔다”고 말했다. 평소 C씨는 매일같이 I호텔에서 점심을 하며, 그곳 헬스클럽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지난 10년 가까이 C씨를 알면서 평소와 다른 이런 상황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K씨도 평소 C씨와 I호텔을 다녔다. K씨는 C씨가 미국 출장을 가기 전 ‘정말 I호텔에서 점심을 했는지’ CCTV를 통해 확인해 봤다. 그 결과 C씨는 그날 I호텔에 오지 않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을 수상히 여긴 K씨는 자녀 명의로 만든 C씨 핸드폰을 위치 추적했다. 확인 결과 C씨는 최근까지 한국에 있었다. 성수동에 있는 회사와 역삼동 자택에 머문 기록이 나왔다. K씨는 이 사실을 평소 C씨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한 형사에게 알렸다. 이 형사도 이런 점을 수상히 여겨 C씨의 자택과 회사를 다니며,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봤다.
 
이 형사는 “당시 수사를 한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회장님(C씨)을 알고 지낸 입장으로서, 가족과 지인에게 회장님 근황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C씨가 몸이 좋지 않아 조용한 곳에서 요양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정했는데…”
돌연 연락두절
 
그로부터 얼마 뒤 C씨는 갑자기 K씨에게 연락해 I호텔에서 보자고 한다. C씨는 그동안 이야기를 K씨에게 풀어놨다. 그는 “순간 딱 쓰러졌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눈을 뜨니깐 병원에 있었다. 하지만 ‘병원치곤 이상하구나’ 싶어 도망치려 했는데, 수의한테 붙잡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C씨는 다시 입원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지난 12월부터 지금까지 C씨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C씨의 절친한 대학 동창도 병문안을 다녀온 이후 그와 연락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대학 동창은 “병원에 입원했을 때 C는 자기가 ‘퇴원한다’며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C씨의 가족은 ‘병원에서 요양 중’이라며,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C씨와 가족들 간 사이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C씨는 두 아들과 부인 등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 몇 년째 C씨는 부인과 별거하고 있다. 두 아들과도 많이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C씨의 책임도 있다. 그는 젊은 시절 복잡한 여자관계로 가족들의 신뢰를 잃었다. C씨는 바람기 때문에 부인은 우울증을 앓았고, 두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다.  
 
정신과 치료와 입퇴원 반복
지인에 “강제로 갇혀” 귀띔
 
C씨도 가족들을 불신한 계기는 있었다. C씨도 여느 돈 많은 국회의원과 자산가처럼 비자금 금고가 있다. 수백억원의 비자금이 쌓여있는 이 금고의 존재를 아는 것은 그의 부인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금고에 있던 돈다발이 없어졌다. C씨는 이를 의심해 부인에게 따졌다. 하지만 부인은 이 돈을 신고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부인의 이런 요구는 C씨에게 충격이었다. 또 부인은 역삼동 자택을 자기명의로 변경해 달라는 등 재산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C씨는 두 아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장남은 평소 그의 어머니를 지지했으며, 차남은 잦은 사업 실패로 신뢰를 잊었다. 특히 차남의 경우 특정 사건의 계기로 완전히 부자 관계가 틀어졌다고 한다.
 

이들 가족은 각각 따로 살고 있다. 두 아들과 부인은 각각 도곡동 타워펠리스에 사는 것으로 전해진다. C씨만 역삼동 자택에 혼자 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C씨 지인들은 평소 그가 ‘마음 둘 곳이 없었다’고 입 모아 말했다.
 
지인들은 C씨와 반년째 연락이 안 되자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라며 걱정한다. 그렇다고 지인들은 가족들이 알려주지 않은 병원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C씨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입원한 게 아니냐는 점이다. C씨가 없어지면서 일어난 상황을 보면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3대의 휴대폰
모두 수신불가
 
맨 처음 C씨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왜 굳이 해외출장을 갔다고 속여야 했는지 의문이다. 당사자가 아프면 보호자들이 통상적으로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약 2주 동안 핸드폰을 꺼두고 연락 두절로 만든 것은 석연치 않아 보인다. 더 나아가 운전기사 Y씨까지 구체적으로 K씨를 속였는지 의문이다. Y씨는 이 사실이 거짓말인 것으로 들통나자 K씨에게 사과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C씨가 퇴원했을 당시 처방받은 약도 석연치 않다. 총 15개의 약을 처방받았는데, 그중 6개가 정신과 약물이었다. 정신과 약물 중에는 정신분열증과 조울증 등 항정신병에 투여하는 약물도 포함돼 있었다.

한 신경 전문의는 “뇌경색 같은 신경과 진료에 정신과 약도 많이 쓰인다”며 “환자의 상태마다 다르므로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신경 전문의는 “지나친 약물 복용은 멀쩡한 사람도 환자로 만들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C씨가 퇴원한 직후 그를 본 지인들은 하나 같이 “정신이 흐릿해 보이고, 건강 상태가 상당히 나빠 보였다”고 말했다.
 
운전기사 Y씨의 퇴사도 무척 이상하다. Y씨는 C씨가 16대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운전기사로 일하며 그를 가장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Y씨는 그만두기 직전까지도 C씨를 보지 못했다. 그는 C씨 대신 회사를 운영하는 장남에게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장남은 회사 사정이 어렵고, 현재 아버지가 병상에 있어 더 이상 이곳에서 운전기사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Y씨는 퇴사 전 마지막 C씨를 뵙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남은 이미 5개월 전 아버지에게 “Y씨가 퇴사했다”고 말해, 굳이 인사할 필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Y씨는 마지막까지 C씨를 보지 못했다. C씨를 13년간 모셨는데도, 그의 아들은 인사조차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가혹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이에 대해 Y씨는 “작년에 회장님(C씨)을 뵌 게 마지막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고,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다”며 언급을 피했다.
 
앞뒤 맞지 않는 수상한 가족
형사가 행방 쫓자 “요양 중”
 
C씨는 2005년부터 국제 스포츠 단체인 A연맹 회장이다. 2013년 3연임에 성공하면서 현재까지 회장직을 맡고 있다. A연맹은 아시아 41개국의 회원사를 두고 있을 만큼 국제적인 단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C씨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7개월째 회장직이 공석이다. 이에 대해 운동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내년에 올림픽 등 각종 국제 행사가 많은데, 아시아 사이클 관련 중요사항 심의 및 결정하는 수장이 수개월째 공석인 것은 좋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A연맹 측은 이런 우려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현재 사무처장이 모든 일을 대행하고 있어서다. 기자는 C씨 행방을 묻기 위해 사무처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통화하지 못했다. 다만 A연맹 직원은 “현재 회장님이 건강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밝혔다. 반면 C씨가 섭립한 M사에 C씨 근황을 묻자 통화한 한 부장은 “회장님(C씨)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인 걸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M사 부사장을 맡은 장남도 미심쩍다. C씨는 여전히 직원들과 지인들 사이에서 M사 회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씨의 행방이 끊기는 기간 M사의 회장이 바뀌었다. 등기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표이사가 지난 5월 장남으로 바뀐 것이다. C씨는 같은 달 사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C씨 장남은 “사업을 하다보니 대표이사를 변경했다. 은행 업무를 할 때 매번 병상에 있는 아버지(C씨)에게 도장이나 사인 받기가 힘들어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지난해부터 치매 기운이 있었다. 그래서 아주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아니면 이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남은 C씨가 앞으로 회사 경영에 복귀하거나 대외적 활동은 하기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 문제로  
가정서 고립
 
C씨는 평소 자기관리가 철저했다. 이미 뇌경색으로 건강이 무너진 경험을 한 탓이다. 지인들은 한동안 그의 건강을 의심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그가 한물간 전 국회의원이라고 말하지만, C씨 마음속은 언제나 야망에 불탔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시 국회에 입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동안 쉬지 않고 활동한 그의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기부도 많이 했다. 그런 C씨가 갑자기 치매에 걸려, 세상과 단절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다고 한다. 가족은 C씨 지인에게 입원한 병원도 알려주지 않는다. C씨는 어디에 있는 걸까.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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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