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직 국회의원 실종 미스터리 추적

정신병원 탈출…그리고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16대 국회의원 C씨의 행방이 반 년째 오리무중이다. 핸드폰을 3개나 사용했지만 몇 개월째 꺼진 상태. 지인들은 그가 어디 있는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반면 C씨 가족은 그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C씨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감금당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C씨는 어디에 있는 걸까.
 
 
C씨는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 소속 16대 국회의원이었다. 자민련 비례대표 2번으로 공천받을 만큼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신임을 받았다. 지인 K씨는 “C씨 행방이 오리무중 했을 때, 김 총재의 부인이 돌아가셨다”며 “당시 옛 자민련 의원 모두가 조문을 왔지만, C씨만 오지 않아 김 총재가 굉장히 서운해했다”고 말했다.
 
김종필 측근
재입성 노려
 
C씨는 17대 총선 때도 비례대표로 출마했으나 재선에는 실패했다. 이후 각종 협·단체의 회장직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 국제 스포츠 단체인 A연맹의 수장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 김종필 총재가 설립한 운정회의 발기인 중 한사람이다. 
 
C씨는 기업인이다. 연 매출 420억원대 정도 되는 중소기업 M사를 설립한 회장이다. C씨는 M사를 1980년 설립해 섬유와 자수기 생산 및 무역 사업 등을 했다. 지난 2008년에는 사명을 바꾸면서 축산물 수입 판매 및 유통과 부동산 임대 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10층 가량 되는 빌딩과 강남구 역삼동에 100여평에 달하는 저택도 소유하고 있다.
 

C씨는 뇌경색을 앓았다. 몇 년 전 처음으로 뇌경색을 앓아 다리를 절기는 했지만, 곧장 회복해 자전거도 탈 만큼 건강하게 지냈다. C씨는 201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허벅지 근육을 보여줄 만큼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이후 건강이 급속히 안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과정 C씨와 가족들을 둘러싸고 석연치 않은 상황들이 전개됐다. 
 
C씨는 A연맹 회장으로서 잦은 해외 출장을 소화했다. 해외 일정을 소화할 만큼 건강이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도쿄올림픽 개막 50주년’을 맞이해 도쿄에도 초청받아 갔다. 당시 C씨와 함께 도쿄에 초청받아 갔던 L씨는 “그곳에서 처음 만난 분이었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며 “2박 3일간 같이 다니면서 아픈 기색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게 C씨의 마지막 해외 출장이었다. C씨는 귀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일본 출장 마치고 12월 갑자기 ‘증발’
미국 갔다더니…회사·자택 머문 기록
 
C씨의 휴대폰은 총 3대다. 이들 휴대폰 전원이 다 꺼져 있었다.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K씨는 거의 일주일 동안 핸드폰이 꺼져 있는 C씨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K씨는 C씨가 믿고 의지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이 때문에 C씨가 가진 핸드폰 중에는 K씨 자녀 명의로 된 것도 있다. 
 
K씨는 일주일 뒤 운전기사 Y씨에게 C씨의 행방을 물었다. 당시 Y씨는 “회장님(C씨)은 지난주 월요일에 I호텔에서 점심을 드신 후 미국 출장을 갔다”고 말했다. 평소 C씨는 매일같이 I호텔에서 점심을 하며, 그곳 헬스클럽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지난 10년 가까이 C씨를 알면서 평소와 다른 이런 상황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K씨도 평소 C씨와 I호텔을 다녔다. K씨는 C씨가 미국 출장을 가기 전 ‘정말 I호텔에서 점심을 했는지’ CCTV를 통해 확인해 봤다. 그 결과 C씨는 그날 I호텔에 오지 않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을 수상히 여긴 K씨는 자녀 명의로 만든 C씨 핸드폰을 위치 추적했다. 확인 결과 C씨는 최근까지 한국에 있었다. 성수동에 있는 회사와 역삼동 자택에 머문 기록이 나왔다. K씨는 이 사실을 평소 C씨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한 형사에게 알렸다. 이 형사도 이런 점을 수상히 여겨 C씨의 자택과 회사를 다니며,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봤다.
 
이 형사는 “당시 수사를 한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회장님(C씨)을 알고 지낸 입장으로서, 가족과 지인에게 회장님 근황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C씨가 몸이 좋지 않아 조용한 곳에서 요양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정했는데…”
돌연 연락두절
 
그로부터 얼마 뒤 C씨는 갑자기 K씨에게 연락해 I호텔에서 보자고 한다. C씨는 그동안 이야기를 K씨에게 풀어놨다. 그는 “순간 딱 쓰러졌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눈을 뜨니깐 병원에 있었다. 하지만 ‘병원치곤 이상하구나’ 싶어 도망치려 했는데, 수의한테 붙잡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C씨는 다시 입원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지난 12월부터 지금까지 C씨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C씨의 절친한 대학 동창도 병문안을 다녀온 이후 그와 연락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대학 동창은 “병원에 입원했을 때 C는 자기가 ‘퇴원한다’며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C씨의 가족은 ‘병원에서 요양 중’이라며,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C씨와 가족들 간 사이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C씨는 두 아들과 부인 등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 몇 년째 C씨는 부인과 별거하고 있다. 두 아들과도 많이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C씨의 책임도 있다. 그는 젊은 시절 복잡한 여자관계로 가족들의 신뢰를 잃었다. C씨는 바람기 때문에 부인은 우울증을 앓았고, 두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다.  
 
정신과 치료와 입퇴원 반복
지인에 “강제로 갇혀” 귀띔
 
C씨도 가족들을 불신한 계기는 있었다. C씨도 여느 돈 많은 국회의원과 자산가처럼 비자금 금고가 있다. 수백억원의 비자금이 쌓여있는 이 금고의 존재를 아는 것은 그의 부인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금고에 있던 돈다발이 없어졌다. C씨는 이를 의심해 부인에게 따졌다. 하지만 부인은 이 돈을 신고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부인의 이런 요구는 C씨에게 충격이었다. 또 부인은 역삼동 자택을 자기명의로 변경해 달라는 등 재산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C씨는 두 아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장남은 평소 그의 어머니를 지지했으며, 차남은 잦은 사업 실패로 신뢰를 잊었다. 특히 차남의 경우 특정 사건의 계기로 완전히 부자 관계가 틀어졌다고 한다.
 

이들 가족은 각각 따로 살고 있다. 두 아들과 부인은 각각 도곡동 타워펠리스에 사는 것으로 전해진다. C씨만 역삼동 자택에 혼자 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C씨 지인들은 평소 그가 ‘마음 둘 곳이 없었다’고 입 모아 말했다.
 
지인들은 C씨와 반년째 연락이 안 되자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라며 걱정한다. 그렇다고 지인들은 가족들이 알려주지 않은 병원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C씨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입원한 게 아니냐는 점이다. C씨가 없어지면서 일어난 상황을 보면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3대의 휴대폰
모두 수신불가
 
맨 처음 C씨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왜 굳이 해외출장을 갔다고 속여야 했는지 의문이다. 당사자가 아프면 보호자들이 통상적으로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약 2주 동안 핸드폰을 꺼두고 연락 두절로 만든 것은 석연치 않아 보인다. 더 나아가 운전기사 Y씨까지 구체적으로 K씨를 속였는지 의문이다. Y씨는 이 사실이 거짓말인 것으로 들통나자 K씨에게 사과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C씨가 퇴원했을 당시 처방받은 약도 석연치 않다. 총 15개의 약을 처방받았는데, 그중 6개가 정신과 약물이었다. 정신과 약물 중에는 정신분열증과 조울증 등 항정신병에 투여하는 약물도 포함돼 있었다.

한 신경 전문의는 “뇌경색 같은 신경과 진료에 정신과 약도 많이 쓰인다”며 “환자의 상태마다 다르므로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신경 전문의는 “지나친 약물 복용은 멀쩡한 사람도 환자로 만들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C씨가 퇴원한 직후 그를 본 지인들은 하나 같이 “정신이 흐릿해 보이고, 건강 상태가 상당히 나빠 보였다”고 말했다.
 
운전기사 Y씨의 퇴사도 무척 이상하다. Y씨는 C씨가 16대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운전기사로 일하며 그를 가장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Y씨는 그만두기 직전까지도 C씨를 보지 못했다. 그는 C씨 대신 회사를 운영하는 장남에게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장남은 회사 사정이 어렵고, 현재 아버지가 병상에 있어 더 이상 이곳에서 운전기사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Y씨는 퇴사 전 마지막 C씨를 뵙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남은 이미 5개월 전 아버지에게 “Y씨가 퇴사했다”고 말해, 굳이 인사할 필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Y씨는 마지막까지 C씨를 보지 못했다. C씨를 13년간 모셨는데도, 그의 아들은 인사조차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가혹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이에 대해 Y씨는 “작년에 회장님(C씨)을 뵌 게 마지막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고,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다”며 언급을 피했다.
 
앞뒤 맞지 않는 수상한 가족
형사가 행방 쫓자 “요양 중”
 
C씨는 2005년부터 국제 스포츠 단체인 A연맹 회장이다. 2013년 3연임에 성공하면서 현재까지 회장직을 맡고 있다. A연맹은 아시아 41개국의 회원사를 두고 있을 만큼 국제적인 단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C씨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7개월째 회장직이 공석이다. 이에 대해 운동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내년에 올림픽 등 각종 국제 행사가 많은데, 아시아 사이클 관련 중요사항 심의 및 결정하는 수장이 수개월째 공석인 것은 좋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A연맹 측은 이런 우려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현재 사무처장이 모든 일을 대행하고 있어서다. 기자는 C씨 행방을 묻기 위해 사무처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통화하지 못했다. 다만 A연맹 직원은 “현재 회장님이 건강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밝혔다. 반면 C씨가 섭립한 M사에 C씨 근황을 묻자 통화한 한 부장은 “회장님(C씨)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인 걸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M사 부사장을 맡은 장남도 미심쩍다. C씨는 여전히 직원들과 지인들 사이에서 M사 회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씨의 행방이 끊기는 기간 M사의 회장이 바뀌었다. 등기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표이사가 지난 5월 장남으로 바뀐 것이다. C씨는 같은 달 사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C씨 장남은 “사업을 하다보니 대표이사를 변경했다. 은행 업무를 할 때 매번 병상에 있는 아버지(C씨)에게 도장이나 사인 받기가 힘들어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지난해부터 치매 기운이 있었다. 그래서 아주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아니면 이 상황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남은 C씨가 앞으로 회사 경영에 복귀하거나 대외적 활동은 하기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 문제로  
가정서 고립
 
C씨는 평소 자기관리가 철저했다. 이미 뇌경색으로 건강이 무너진 경험을 한 탓이다. 지인들은 한동안 그의 건강을 의심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그가 한물간 전 국회의원이라고 말하지만, C씨 마음속은 언제나 야망에 불탔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시 국회에 입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동안 쉬지 않고 활동한 그의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기부도 많이 했다. 그런 C씨가 갑자기 치매에 걸려, 세상과 단절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다고 한다. 가족은 C씨 지인에게 입원한 병원도 알려주지 않는다. C씨는 어디에 있는 걸까.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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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