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 장병의 다리와 맞바꾼 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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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5.08.13 16: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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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의도적이고 불법적인 도발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전날(12일),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서부전선 DMZ 목함지뢰 도발사건과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 답변 과정에서 한 말이다. 구체적 대응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적의 지뢰 도발에 대비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실시한 것은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대응으로 행동으로 분명하게 보여드리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우선 조치로 2개소에서 했는데 (방송 장소를) 전면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국어사전을 펴고 '혹독하다'의 뜻을 찾아보면 '성질이나 하는 짓이 몹시 모질고 악하다'라고 표기하고 있다. 한 장관이 '성질이나 하는 짓이 모질고 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택한 것은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너무 직설적이긴 하지만, 군 수뇌부는 이번 지뢰폭발 사고로 소중한 두 장병의 다리와 확성기를 맞바꿨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우리 군에게 직접적인 인명피해를 입혔지만, 우리 군은 북한을 향해 확성기만 틀 수밖에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실제 대북 확성기 방송이 구체적으로 북한에 어느 정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일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심리적 전술'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보다는 원점을 타격하는 것이야말로 강력한 군사적 응징이라는 게 중론일 뿐이다.

한 장관은 경계 실패를 묻는 국방위원의 지적에 "전술적 수준에서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 상황은 책임을 운운하기보다는 전방 장병들이 적 도발에 대비하는 태세를 강화하고 임무수행을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게 우선 책무"라는 말까지 했다. 물론,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 억제토록 하는 것이야말로 싸우지 않고도 승리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문제는 군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지휘보고 체계의 실종과 발빠른 대응력의 부재였다.

사고 발생 직후 신속한 보고체계 속에 인근 북한 초소에 포격 등 보복공격할 수도 있었다. 군은 아쉽게도 사고현장을 수습하기에 바빴고, 이렇다할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전작권의 부재, 확전의 부담 등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겠으나 이번 조치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자국 병사가 적군이 설치해 놓은 지뢰에 하반신 일부가 훼손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나 군은 물론, 대통령도 사고와 관련해 일절 언급조차 없었다. 심지어 언론을 상대로 엠바로(보도 유예)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다음날인 5일,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로 추정되는 장치로 인명피해가 있었음을 보고했다고 했으나 역시 NSC(국가안전보장회의)는 소집되지 않았고 나흘이나 지난 8일에서야 열렸다. 게다가 통일부는 9일과 10일, 북측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다음날 북한을 방문했던 이희호 여사에게도 이 사건을 통보하지 않았다. 북한 정부의 초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3박4일 일정 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지 못한 것도 이 사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근혜정부에 '지나간 과거로부터 미래를 준비하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온고지신의 지혜를 요구하는 게 무리일까? 매번 잊을만 하면 터지는 반복적인 사고에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고 있다.

우리 군 장병들 하반신 일부를 앗아간 북한의 목함지뢰 사건이 더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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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