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전쟁 ‘사생결단’ 신동빈 액션플랜

장남 사방이 적…차남 승기 잡았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롯데가의 경영권 전쟁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무게추가 신동빈 회장에게로 조금씩 쏠리는 양상이다. 정서적인 부분부터 경영권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게 될 우호 지분 향방까지 현재 경영권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확인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롯데홀딩스의 임원 6명과 차남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려다 역풍을 맞아 역으로 해임돼 한국으로 돌아온 뒤부터 말이다.

위축되는 동주
활발해진 동빈
 
당초 신 총괄 회장이 신 회장을 해임하려는 것은 경영권을 되찾아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넘기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도 이 같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 신 회장이 그동안 경영권과 관련해 과욕을 부렸다며 신 회장에게 넘어간 경영권을 되찾아 오기위해 연일 발언의 수위를 높여갔다.
 
당시 구도는 ‘동주 VS 동빈’ 대결에서 신 총괄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라 신동주 전 부사장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으로 돌아온 초반까지도 신 전 부회장의 발언이 먹혀드는 모습이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한국에 돌아오고 난 이틀 뒤인 29일 한국에 도착했는데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지을 만큼 여유가 있었다. 그의 여유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상황은 신 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우선 한국 롯데에서의 지지가 분위기를 바꿨다. 한국의 경영진들이 일제히 신 회장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37개 개열사 사장단은 4일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회의를 열고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은 “롯데그룹을 이끌어갈 리더로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준 신 회장이 (후계 구도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형제의 난’ 결론?…한쪽으로 기울어
지분부터 정서까지 차남에게 힘실려
 
게다가 한국 롯데의 노조마저 신 회장을 지지하면서 한국에서의 신 회장의 입지는 공고해졌다.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동조합 협의회는 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회의를 열고 최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에 무한한 지지와 신뢰를 보낸다”고 밝혔다. 강석윤 롯데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롯데 그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논란을 신속히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 능력과 자질조차 검증되지 않은 자와 그를 통해 부당하게 그룹에 침투하려는 소수의 추종세력들이 불미스러운 수단 방법으로 그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들의 행태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장은 “80여개의 계열사와 10만 직원을 안정적, 성공적으로 이끄는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하나가 돼 조속히 경영을 정상화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일본 쪽 사정도 신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 사장단들이 성명서를 발표한 날 롯데홀딩스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도 신 회장 체제의 롯데를 지지했다.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의 사장이라 의미가 컸다.
 

롯데홀딩스 위에 광윤사가 있지만 우호지분 확보에 따라 광윤사의 지배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롯데홀딩스 사장의 지지에는 큰 의미가 부여됐다. 쓰쿠다 회장은 “롯데그룹은 상품 개발이나 상호 판매 등을 한일 공동으로 해야 한다”며 “신동빈 회장이 그런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힘이냐
경영능력이냐
 
그는 또 “저는 신동빈 회장과 한 몸이 돼 (한일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일 분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쓰쿠다 사장은 “신동빈 회장은 법과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기업 운영을 신조로 생각하는 분”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올 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된 것에 대해서는 “기업 통치의 법치와 원칙에 입각한 것이다. 저희가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자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일 양국에서 신 회장을 지지하려는 분위기가 무르익던 시기, 신 전 부회장의 행보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그는 당초 계획한 출국 일정을 미루고 칩거에 들어갔다. 한일 양국의 지지 입장이 신 전 부회장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한일 양국의 일사분란 한 ‘신동빈 지지’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형제의 난 이후 이미지가 급락하고 있다”면서 “경영진이나 노조 입장에서는 오너 일가가 경영권 다툼을 빠른 시일 내 끝내고 경영을 정상화 시키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신 회장에게 경영권이 돌아가는 것이 신 전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에게 경영권이 돌아가는 것보다 향후 분란의 소지가 더 적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격호 총괄 회장의 건강 이상 징후가 한일 경영진들의 신 회장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신 총괄 회장이 신 회장을 평소에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신 회장의 경영권을 되찾아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 측은 이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화되면서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은 신 회장 측에게 한동안 불리하게 작용했다. 아들이 아버지의 치부를 드러내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영상 속 신 총괄회장의 모습에서 그의 건강에 이상 징후가 곳곳에 포착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어눌한 말투와 말이 꼬이는 모습 그리고 논리에 맞지 않은 말을 하는 모습이 종종 노출된 것. 특히, 신 전 부회장 측이 공개한 내용이라 전후 사정을 알 수 없어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은 한층 강화됐다.
 
쓰쿠다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 오셨을 때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셔서 면담을 했다”며 “처음에는 굉장히 침착하셨고 아주 문제없이 대화를 나눴지만 대화를 나누는 도중 의아한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질문을 하신다든지, 말씀드린 걸 다시 말씀하신다든지, 저는 일본 담당인데 한국 담당으로 헷갈리기도 했다”며 “생각해 보면 93세이니까 자연스러운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 같은 목격담은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롯데 계열사의 한 사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중에 알려진 신 총괄회장 건강에 대한 소문들은 사실이 맞다”며 “수년 전부터 본인이 직접 자른 임원들을 찾거나 부르는 경우도 많다”고 전하면서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했다.
 
한국롯데 주축
지지세력 늘어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자 우호지분 확보 경쟁도 신 회장에게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아버지 신 총괄회장 및 가족들의 지분과 자신의 지분을 합치고 나머지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되찾아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오너일가의 지분이 신 총괄회장의 지분을 제외하고는 지배구조상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윤사나 일본 롯데홀딩스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많지 않다. 결국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우호지분 확보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 신 총괄 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설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신 회장 쪽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우호지분의 향방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왔다. 지주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 신 총괄회장과 롯데 창업 초기부터 함께해온 멤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 악화설이 중론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주들도 신 회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란 분석이 서서히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초반 우세 신동주
뒷심 부족에 고전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한국말 구사능력 차이도 둘에 대한 평가를 갈라 놓았다. 신 전 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눌한 한국말을 구사하거나 일본어로 인터뷰해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어냈다. 신 전 회장 측은 신 전 회장이 그동안 일본에서 나고 자라고 일본 롯데에서만 경영을 해왔다고 해명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는 데는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또한, 한국에 입국한 이후 줄곧 동생 신동빈 회장을 깎아내리는 폭로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도 국민 정서상 반감을 샀다. 신 전 부회장은 귀국 후 “신동빈 회장의 왜곡된 정보로 내가 (일본롯데에서) 영구 추방됐다”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한테 맞아서 아버지를 안 본다” “아버지가 신 회장을 교도소에 보내려고 했다” 등을 폭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신 전 부회장이 귀국 후 했던 행보는 자충수가 돼 자신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일까지 여론전에 펼치다가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서자 칩거 중이다.
 
 
반면 신 회장은 한국에 귀국한 이후 줄곧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말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또한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것을 택했다. 그는 한국에 온 이후 형제의 난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회사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입국한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제2롯데월드 현장을 방문하며 회사 내부의 혼란을 잠재우는 모습이었으며, 지난 5일에는 계열사 사장들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현안 챙기기에 들어갔다.
 
신격호 총괄회장
건강이상 징후도
 
업계 관계자는 “귀국 후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행보가 판이하게 갈리면서 신 회장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 전 부회장은 귀국 후 분란을 만드는 모습을 보이는 데 반해 신 회장은 ‘형제의 난’ 이후 발생한 회사의 분란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설명했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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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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