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전쟁 ‘사생결단’ 신동빈 액션플랜

장남 사방이 적…차남 승기 잡았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롯데가의 경영권 전쟁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무게추가 신동빈 회장에게로 조금씩 쏠리는 양상이다. 정서적인 부분부터 경영권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게 될 우호 지분 향방까지 현재 경영권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확인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롯데홀딩스의 임원 6명과 차남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려다 역풍을 맞아 역으로 해임돼 한국으로 돌아온 뒤부터 말이다.

위축되는 동주
활발해진 동빈
 
당초 신 총괄 회장이 신 회장을 해임하려는 것은 경영권을 되찾아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넘기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도 이 같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 신 회장이 그동안 경영권과 관련해 과욕을 부렸다며 신 회장에게 넘어간 경영권을 되찾아 오기위해 연일 발언의 수위를 높여갔다.
 
당시 구도는 ‘동주 VS 동빈’ 대결에서 신 총괄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라 신동주 전 부사장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으로 돌아온 초반까지도 신 전 부회장의 발언이 먹혀드는 모습이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한국에 돌아오고 난 이틀 뒤인 29일 한국에 도착했는데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지을 만큼 여유가 있었다. 그의 여유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상황은 신 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우선 한국 롯데에서의 지지가 분위기를 바꿨다. 한국의 경영진들이 일제히 신 회장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37개 개열사 사장단은 4일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회의를 열고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은 “롯데그룹을 이끌어갈 리더로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준 신 회장이 (후계 구도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형제의 난’ 결론?…한쪽으로 기울어
지분부터 정서까지 차남에게 힘실려
 
게다가 한국 롯데의 노조마저 신 회장을 지지하면서 한국에서의 신 회장의 입지는 공고해졌다.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동조합 협의회는 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회의를 열고 최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에 무한한 지지와 신뢰를 보낸다”고 밝혔다. 강석윤 롯데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롯데 그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논란을 신속히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 능력과 자질조차 검증되지 않은 자와 그를 통해 부당하게 그룹에 침투하려는 소수의 추종세력들이 불미스러운 수단 방법으로 그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들의 행태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장은 “80여개의 계열사와 10만 직원을 안정적, 성공적으로 이끄는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하나가 돼 조속히 경영을 정상화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일본 쪽 사정도 신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 사장단들이 성명서를 발표한 날 롯데홀딩스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도 신 회장 체제의 롯데를 지지했다.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의 사장이라 의미가 컸다.
 

롯데홀딩스 위에 광윤사가 있지만 우호지분 확보에 따라 광윤사의 지배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롯데홀딩스 사장의 지지에는 큰 의미가 부여됐다. 쓰쿠다 회장은 “롯데그룹은 상품 개발이나 상호 판매 등을 한일 공동으로 해야 한다”며 “신동빈 회장이 그런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힘이냐
경영능력이냐
 
그는 또 “저는 신동빈 회장과 한 몸이 돼 (한일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일 분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쓰쿠다 사장은 “신동빈 회장은 법과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기업 운영을 신조로 생각하는 분”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올 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된 것에 대해서는 “기업 통치의 법치와 원칙에 입각한 것이다. 저희가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자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일 양국에서 신 회장을 지지하려는 분위기가 무르익던 시기, 신 전 부회장의 행보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그는 당초 계획한 출국 일정을 미루고 칩거에 들어갔다. 한일 양국의 지지 입장이 신 전 부회장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한일 양국의 일사분란 한 ‘신동빈 지지’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형제의 난 이후 이미지가 급락하고 있다”면서 “경영진이나 노조 입장에서는 오너 일가가 경영권 다툼을 빠른 시일 내 끝내고 경영을 정상화 시키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신 회장에게 경영권이 돌아가는 것이 신 전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에게 경영권이 돌아가는 것보다 향후 분란의 소지가 더 적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격호 총괄 회장의 건강 이상 징후가 한일 경영진들의 신 회장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신 총괄 회장이 신 회장을 평소에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신 회장의 경영권을 되찾아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 측은 이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화되면서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은 신 회장 측에게 한동안 불리하게 작용했다. 아들이 아버지의 치부를 드러내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영상 속 신 총괄회장의 모습에서 그의 건강에 이상 징후가 곳곳에 포착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어눌한 말투와 말이 꼬이는 모습 그리고 논리에 맞지 않은 말을 하는 모습이 종종 노출된 것. 특히, 신 전 부회장 측이 공개한 내용이라 전후 사정을 알 수 없어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은 한층 강화됐다.
 
쓰쿠다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 오셨을 때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셔서 면담을 했다”며 “처음에는 굉장히 침착하셨고 아주 문제없이 대화를 나눴지만 대화를 나누는 도중 의아한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질문을 하신다든지, 말씀드린 걸 다시 말씀하신다든지, 저는 일본 담당인데 한국 담당으로 헷갈리기도 했다”며 “생각해 보면 93세이니까 자연스러운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 같은 목격담은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롯데 계열사의 한 사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중에 알려진 신 총괄회장 건강에 대한 소문들은 사실이 맞다”며 “수년 전부터 본인이 직접 자른 임원들을 찾거나 부르는 경우도 많다”고 전하면서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했다.
 
한국롯데 주축
지지세력 늘어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자 우호지분 확보 경쟁도 신 회장에게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아버지 신 총괄회장 및 가족들의 지분과 자신의 지분을 합치고 나머지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되찾아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오너일가의 지분이 신 총괄회장의 지분을 제외하고는 지배구조상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윤사나 일본 롯데홀딩스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많지 않다. 결국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우호지분 확보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 신 총괄 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설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신 회장 쪽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우호지분의 향방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왔다. 지주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 신 총괄회장과 롯데 창업 초기부터 함께해온 멤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 악화설이 중론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주들도 신 회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란 분석이 서서히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초반 우세 신동주
뒷심 부족에 고전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한국말 구사능력 차이도 둘에 대한 평가를 갈라 놓았다. 신 전 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눌한 한국말을 구사하거나 일본어로 인터뷰해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어냈다. 신 전 회장 측은 신 전 회장이 그동안 일본에서 나고 자라고 일본 롯데에서만 경영을 해왔다고 해명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는 데는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또한, 한국에 입국한 이후 줄곧 동생 신동빈 회장을 깎아내리는 폭로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도 국민 정서상 반감을 샀다. 신 전 부회장은 귀국 후 “신동빈 회장의 왜곡된 정보로 내가 (일본롯데에서) 영구 추방됐다”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한테 맞아서 아버지를 안 본다” “아버지가 신 회장을 교도소에 보내려고 했다” 등을 폭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신 전 부회장이 귀국 후 했던 행보는 자충수가 돼 자신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일까지 여론전에 펼치다가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서자 칩거 중이다.
 
 
반면 신 회장은 한국에 귀국한 이후 줄곧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말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또한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것을 택했다. 그는 한국에 온 이후 형제의 난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회사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입국한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제2롯데월드 현장을 방문하며 회사 내부의 혼란을 잠재우는 모습이었으며, 지난 5일에는 계열사 사장들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현안 챙기기에 들어갔다.
 
신격호 총괄회장
건강이상 징후도
 
업계 관계자는 “귀국 후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행보가 판이하게 갈리면서 신 회장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 전 부회장은 귀국 후 분란을 만드는 모습을 보이는 데 반해 신 회장은 ‘형제의 난’ 이후 발생한 회사의 분란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설명했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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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