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진 코미팜 회장, 왜 사퇴 번복했나?

자사주 매입 위한 잘 짜여진 각본?

[일요시사 경제2팀] 강경식 기자 = 모든 암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기적의 항암제가 있다. 코미녹스라고 불리는 이 항암제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양용진 회장의 지휘 아래 코미팜에서 개발되고 있다. 현재 각국에서 2상 임상실험을 진행중이며 얼마 후 호주에서 시판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만간 글로벌 제약회사로 등극할 것만 같던 코미팜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은 최근 일이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코미팜을 이끌어 왔던 양용진 대표이사가 지난 달 27일,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코미팜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공교롭게도 폭발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양 회장의 사퇴가 번복돼 경영진과 일부주주에게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불공정거래 혐의마저 덮어씌워졌다.

코미팜은 동물의약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지난 1972년 한국미생물연구소로 설립된 이후 2001년 코스닥에 등록됐고, 2004년에는 사명을 코미팜으로 변경했다. 30년간 동물의약품 전문기업으로 내실을 다지던 코미팜은 2000년대 초반 독성물질로 알려진 ‘비소’ 성분을 이용한 암성 통증 치료제 ‘코미녹스’의 개발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코미팜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코미녹스의 개발은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다. 코미팜은 현재 대부분의 암에 적용될 수 있는 비마약성 암성통증치료제인 코미녹스를 호주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임상실험을 통해 안전성 확보를 통한 최종 판매허가를 받는 것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코미팜이 최근 설립된 오송생명과학단지내 새 공장에서 코미녹스의 양산 체계를 갖추려고 했던 것은 코미녹스의 판매가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적의 신약 개발이 목전이라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코미팜으로 몰려들었다. 수 차례 액면분할과 추가상장을 통해 5000만주 이상 유통되고 있는 코미팜의 주식은 결국 지난 5월 코미녹스 출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당 3만735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시가총액은 1조9800억원까지 기록했었다.

그러나 이후 지난 5월 <일요시사>에 보도된 동물의약품 불량공정에 대한 내부고발과 임직원의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및 연이은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자 보름 사이에 코미팜의 주가는 만원 이상 떨어졌다. 그리고 이후 7월까지 특별한 상황이 없었던 코미팜의 주가는 2만8000원에서 2만3000원 사이를 유지하며 천천히 하락했다.
 


이 기간에도 코미팜의 일간 거래량은 100만주를 넘어서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는 코미팜 주주들의 충성도가 높다고 판단했다. 주당 가격이 1만원 이상 떨어졌음에도 기존 투자자들의 이탈이 크지 않았다는 것은 코미팜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가 크다는 것이다.

코미팜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장기투자자들은 “양용진 회장이 보여준 인격과 성품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끌어당겨 장기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코미팜 투자자들이 양 회장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줬던 예는 더 있다.

지난 2007년 주가조작혐의를 받고 있던 양 회장의 수사가 1년 넘게 지지부진하자, 빠른 수사종결을 위해 코미팜 주주 45명은 자발적으로 뭉쳐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던 일화가 있을 만큼 대표이사와 투자자를 넘어선 돈독한 관계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들의 돈독한 관계가 일반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30년 이상 코미팜을 이끌어오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양 회장은 지난 7월 말 공시에 하루 앞서 일부 주주에게 ‘자신의 사임’이라는 회사의 부정적인 중요정보를 제공했고, 결국 폭락으로 이어져 피해자들을 대거 발생시켰다.

더불어 양 회장은 향후 투자계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의 사퇴시점을 되짚어 보면 의혹은 더욱 불거진다. 일부 투자자를 통해 충격적인 정보를 스스로 유출시키고 하락한 주가에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려던 것은 아닐까? 양 회장이 불과 하루만에 사퇴를 번복했기에 그 목적에 대해 의심은 증폭되고 있다. 공식적인 양 회장의 사퇴 발표가 나오기 하루 전날인 지난 달 27일로 돌아가본다.

스스로 의혹을 키우는 회장님

코미팜은 지난 2010년부터 자사 홈페이지에 ‘주주님께 드리는 글’을 게시해왔다. 양 회장은 이 곳에서 회사와 관련된 루머나 진행 중인 신약개발 소식을 주주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해왔다. 코미팜 홈페이지에 마련된 ‘주주님께 드리는 글’ 게시판은 수많은 주주들을 전부 직접 만나기가 어려운 양 회장의 입장에서 투자자와 사업자간의 신뢰를 쌓기 위해 만든 소통의 창구인 것이다.


‘주주님께 드리는 글’을 순서대로 읽어 보면 코미녹스와 관련된 소송과정과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회사와 양 회장의 입장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는 주주들이 모인 온라인 토론방에서 코미팜의 악재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며 투자자들의 양 회장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 달 27일에도 여느 때와 같이 주주들에게 알리는 글이 게시됐다. 주요 내용은 ‘호주정부에 제출할 '코미녹스 공급(판매) 허가승인 신청 준비'가 당초의 계획보다 2개월 정도 늦게 됐다’는 것이었다.
 

이어 2번 항목에서는 “오송공장 가동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 6월말에 해외에서 전문가들이 방한해 cGMP(미국 FDA가 인정하는 의약품의 제조 및 품질관리 준수사항) 사전실사도 실시했고 현재 추가적인 보완작업을 하고 있습니다”라며 코미녹스의 생산을 맡을 오송공장이 문제 없이 준비되고 있음을 알린 것이다.

코미팜 측이 투자자들에게 오송공장의 cGMP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이렇게 해석된다. 코미팜은 1번 항목에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을 먼저 전했다. 그러나 선진GMP로 불리는 cGMP의 승인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그보다 승인이 수월한 국내 GMP인 KGMP승인은 당연하기 때문에 출시가 목전인 코미녹스의 생산 체계가 완성단계에 임박했다는 것이다.

코미녹스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투자자들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만족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호주일정이 계획보다 늦어진다는 것에 대한 불만은 조금씩 나왔지만, 결국 코미녹스가 출시되기만 하면 코미팜의 주식은 폭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코미팜 투자자들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나오지는 않았지만, ‘양 회장이 다음 날 사퇴하려 하니 주주들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루머가 인터넷 투자게시판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주주들 사이에서는 양 회장의 사퇴설에 대해 진위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게시물을 올린 해당 투자자가 장기간 코미팜에 투자해왔다는 점, 수년째 활발한 활동을 하며 코미팜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점 등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양 회장의 사퇴설이 진실이라는 쪽으로 쏠렸다. 주식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코미팜 사측을 통해 양 회장의 사퇴설은 근거없는 헛소문이라며 여론을 뒤집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한번 떨어지기 시작한 주가는 멈출 줄 몰랐다. 결국 27일 코미팜의 주가는 2만500원까지 떨어졌다.

전날까지 50만주도 안되던 거래량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장기투자자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여론을 뒤집으려 하는 투자자들과 양 회장을 직접 찾아가서 설득하려는 사람들, 하락하기 시작한 주가를 보고 달려든 공매도까지 숨가쁘게 돌아간 하루였다. 그러나 이는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7월28일 격전의 날이 밝았다.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던 정오 무렵, 코미팜 홈페이지의 주주님께 드리는 글에는 양 회장의 사임의 변이 게시됐다. 양 회장은 자신이 20대부터 뛰어들었던 사업과정에서 받았던 외압들과 각종 혐의에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제가 겪은 시련을 알리면서 희망을 주어야겠다는 신념으로 굽히지 않았던 그간의 삶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어 코미녹스의 주성분인 비소 성분에 대해 식약처가 ‘제조판매 수입허가 또는 품목허가가 제한되는 의약품’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식약처는 신약개발을 막아 왔다”라고 코미녹스 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오송공장의 KGMP승인 신청에 대해 “한국식약처는 제조품목허가가 없어 KGMP 신청도 못 받겠다”라며 “얼마 전에 식약처가 오송공장 KGMP승인 신청도 받을 수 없다는 통보했다”라고 성토했다.

결국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코미녹스 개발을 식약처의 규제가 막고 있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제 개인의 명예를 걸고 규제혁파에 앞장설 것이며 주가에 연연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외에 나가 상주하면서 신약개발에 매진하겠다는 각오에서 결정했다”며 자신의 사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의혹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전날 까지만 해도 코미팜 측은 “오송공장의 정상가동에 차질이 없다”고 주주들에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반면 양 회장은 ‘사임의 변’에서 식약처에서 오송공장의 KGMP 승인 신청조차 받지 않겠다는 통보를 ‘얼마 전’에 알게 됐다고 했다.

양 회장의 얼마 전이라던 표현이 모호하지만, 전날 밝혔던 사측의 공식적인 설명에 앞서 오송공장 정상가동에 차질이 생겼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결국 양 회장과 코미팜은 하루 사이에 올린 게시물에서 주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됐다.

의심을 가중시키는 부분은 또 있다. 코미팜은 거짓말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하자 양 회장이 작성한 ‘사임의 변’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는 코미팜의 일반적인 행보와 어긋나는 부분이다. ‘주주님께 드리는 글’ 게시판이 코미팜 홈페이지에 마련되기 이전까지 코미팜은 팍스넷을 통해 소통해 왔다. 현재 코미팜 홈페이지에서는 지난 2010년 팍스넷을 통해 게시하던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옮겨다 놓았다. 이런 코미팜이 거짓말 의혹을 받고 있는 ‘사임의 변’만 삭제한 것이다.

자사주 매입 위한 작전?

양 회장의 사퇴가 공식 발표되자 코미팜의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날 2만500원으로 마감했던 종가는 결국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1만4350원까지 떨어졌고 이후 3일간의 평균 거래량은 500만주 이상으로 늘어났다. 일부 주주들은 “양 회장의 사퇴로 반토막이 났다. 전 재산을 날려 한강물에 빠져 죽어버리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양 회장의 사퇴가 만들어낸 참사였다. 지난 6월15일부로 주가상하한제가 30%로 확대된 이후라서 코미팜 주주들의 피해는 더욱 컸다. 
 

상황이 악화되자 코미팜 투자자 50여명은 양 회장을 직접 찾아갔다. 몇 시간에 걸친 길고 긴 설득 끝에 양 회장은 자신의 사퇴를 번복했다. 추락한 주가는 회복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은 양 회장을 설득한 것에 대해 만족해하는 듯 보였다. 숨 가쁘게 흘러간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기서 의혹은 불거지기 시작했다. 전날 폭락의 도화선이 된 사퇴설의 출처가 어딘지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7일 투자 게시판에서 양 회장의 사퇴 소식을 올려서 주주들을 선동한 투자자와 양 회장의 관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코미팜의 대표이사로 재직중인 양 회장의 사퇴 소식은 회사의 중요한 정보다. 하한가를 기록하며 주가를 요동치게 만들만큼 파급력이 큰 중요 정보가 어떤 경로로 투자자에게 들어가게 됐는지에 대해 코미팜 주가 하락의 피해자들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상황이 안정되어 가던 30일 양 회장의 사퇴설을 유포한 투자자가 입을 열었다.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 놓았다. 자신은 양 회장으로부터 공식발표가 있기 전날인 27일 “사퇴할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즉, 해당 투자자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하루 전날 이미 양 회장이 직접 보낸 메시지를 통해 사퇴한다는 것 알았다는 것이다. 결국 회사의 중요정보가 대표이사로부터 투자자에게 유출된 것이다. 더욱이 해당 투자자는 양 회장의 사퇴를 인터넷 투자 게시판을 통해 공론화시켰고 주가의 흐름에 커다란 영향을 줬다.

이는 명백하게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금융감독원은 ‘회사와 관련된 중요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회사 내부자가 해당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용하도록 하는 행위’를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로 보고 불공정거래로 규정하고 있다.

당장 주식이 폭락하자 해당 투자자에 대한 의혹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양 회장의 사임에 대한 정보를 특정 개인투자자가 알게 된 것으로 모자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유출시켰고, 이로 인한 급격한 주가 하락이 발생해 다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현재 해당 투자자는 “(양 회장) 사퇴일로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 전혀 없다”며 “떳떳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투자자가 ‘개인적인 결정’이라던 양 회장의 사퇴 정보를 당사자와 직접 공유할 수준의 관계를 맺고 있고, 거기서 얻은 게시물을 인터넷 공간에 게시한 것으로 인해 주식 변동을 유발시킨 부분은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 의심스러운 부분은 이번 사태에 앞서 양 회장과 해당 투자자간의 정보거래가 더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양 회장이 코미팜의 주가가 고점에 오르기 직전까지 많은 수의 자사주를 매각했다”라며 “코미녹스의 출시가 임박한 시점에서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을 위해 고의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금융감독원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코미팜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지난 4월 이후 코미팜은 수차례에 걸쳐 임직원의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및 BW 발행이 이뤄져 수십만주를 추가 상장했고, 공교롭게도 양 회장은 고점을 향해 달려가던 지난 5월21일까지 37만5000주, 131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이에 대해 양 회장은 “대출금 상환과 대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 대주주의 자사주 매각을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휘청거리는 코미팜

한편 코미팜의 주가 폭락 사태를 지켜보던 거래소가 움직였다. 지난 주 거래소는 코미팜 측에 금번 사태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불공정거래 의혹이 생길만한 정황이 포착됐고,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으니 이에 대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주주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코미팜 관계자는 “많은 장기투자자들이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입은 일부 주주들은 양 회장과 문자를 주고받은 주주와 양 회장의 관계에 의문을 품고 있으며,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1조2000억원 선을 유지하던 코미팜의 시가총액은 양 회장의 사퇴설이 나온 시점부터 번복되는 과정을 거치며 7640억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커다란 문제는 아직까지도 양 회장과 코미팜의 투자자보호가 허술하다는 것이다. 사퇴가 번복된 이후 코미팜이 게시한 ‘주주님께 드리는 글’에서는 양 회장의 사퇴가 “개인의 명예를 걸고 규제혁파에 앞장서기 위하여 결정했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에게 정직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보다 개인의 명예가 앞서서 벌인 일탈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양 회장은 자신의 사퇴에 대해 공시나 주주님께 드리는 글이 아닌 투자자 개인에게 먼저 정보를 제공했다. 스스로가 상장기업의 대표이사로서의 책임을 져버리는 행위를 했고, 코미팜 주가 하락을 불러일으킨 불공정거래를 유발시킨 장본인이다. 그럼에도 사과와 해명에는 입을 다물고만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번 사태로 인해 코미팜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이사면서 회장이 투자자들을 보호하지는 않고, 오히려 직접 나서서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코미팜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다면, 향후 코미녹스 사업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코미팜으로서는 코미녹스를 생산해야할 오송공장이 KGMP 인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회사 사정도 녹록치 않다. 수년째 코미팜의 동물의약품 매출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자산의 부채비율 또한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총 자산 1238억원의 코미팜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코미녹스 개발사업에만 75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주총에서 양 회장은 코미녹스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보다 더 많은 투자가 진행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코미녹스의 성패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코미녹스로 사업의 초점이 맞춰졌으나 시판은 난항을 겪어왔다. 힘든 상황에서 그나마 코미팜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동물의약품 사업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오송공장에 대한 투자 규모가 늘면서 결국 지난해에는 -22억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동물의약품의 실적 개선도 필요하다. 계속해서 제자리라면 코미녹스에 대한 투자가 무리였다는 꼬리표도 붙을 상황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양 회장은 자신에 대한 따가운 눈초리도 견뎌야 한다. 양 회장은 불공정 거래 혐의 외에도 사퇴 번복 이후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투자자들을 위축시켰다.

현재 코미팜 주식의 30% 이상을 보유한 양 회장이 사퇴 번복을 선언한 자리에서 “신약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급여를 받지 않겠다”라며 “매달 주식을 팔아 생활비로 쓰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주주들은 “코미팜은 코미녹스의 출시가 몇 달 남지 않았다는데, 양 회장은 당장 몇 달도 먹고 살 돈이 모자라서 주식을 팔겠다는 것이냐”라며 불만을 표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제 코미팜은 코미녹스를 호주 정부로부터 ‘항암작용을 하는 비마약성 암성통증치료제 공급(판매)허가승인’을 받는 데 집중하고 있다. 코미팜의 주장대로라면 예정보다는 조금 늦어졌지만 몇 개월 내에 호주에서의 판매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뢰와 명예를 회복할 반전의 카드는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더불어 코미팜과 양 회장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코미녹스는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출시돼야만 한다. 회장님 한마디에 요동치는 주식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암에 걸릴 지경”이라며 한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lieben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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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음성군청-살처분 업체
짬짜미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연못이 흙탕물로 변하기까지 미꾸라지 한 마리면 충분했다. 사람들은 물을 맑게 만드는 대신 더 많은 미꾸라지를 연못에 밀어 넣었다. 이제 연못은 바닥을 볼 수 없는 진흙탕으로 변해 버렸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긴급’이라는 두 글자의 힘은 엄청났다. 촌각을 다투는 일일수록 담당자의 재량권은 커지게 마련이다. 일단 진행하고 추후에 상황을 수습하는 게 용인이 되는 일도 많이 있다. 시간 단위로 수십㎞까지 확산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문제가 대표적이다. 확산 방지 죽여서 처리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살처분 명령)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종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역학조사·정밀검사 결과나 임상증상이 있는 가축의 소유자에게 살처분을 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1종 가축전염병은 우역, 우폐역, 구제역, 돼지열병,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등이다. 제1종 가축전염병은 치사율이 높고 백신으로도 감염 확산을 막기 어려우며 전파 속도가 빨라서 바이러스 숙주 자체를 죽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 ‘예방적 살처분’이라고 해서 가축전염병 매개체와 직접 접촉했거나 접촉했다고 의심되는 경우 그 장소를 중심으로 확산하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지역의 가축 소유자에게도 지체없이 살처분을 명할 수 있다. 실제 지자체에 가축전염병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진단부터 살처분까지 길게 잡아도 이틀을 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년가량 가축 살처분 일을 해온 업계 관계자는 “산란계(알을 낳는 닭) 6만 마리 정도는 퇴비화 작업까지 하룻밤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살처분한 가축을 땅에 묻는 대신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무상으로 나눠준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자루에 동물을 잡아 넣고 탄산가스를 주입해 처리한다. 살처분한 동물로 퇴비를 만드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된다. 살처분에 참여한 업체는 바이러스 확산 문제 때문에 1~2주는 일을 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긴급’ 이유로 입찰 없어 최저가 낙찰 안 하고 왜? 문제는 감염된 가축을 살처분하는 일을 맡을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가축전염병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업체에 연락을 돌린다. 연락을 받은 업체가 견적서를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공무원이 업체를 선정한다. 지자체에서 용역 사업을 진행할 때 거치는 공고, 입찰, 평가, 선정 등의 절차가 전부 생략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5조(수의 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 제1항 제2호에 의한 조치다. 시행령에 따르면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긴급복구가 필요한 재난 등 행정안전부령에 따른 재난 복구 등의 경우’ 수의 계약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돼있다. 더 큰 문제는 절차의 불투명성 외에도 업체를 평가하는 잣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떤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는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살처분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지자체에서는 업체 상황을 훤히 알고 있다. 기계는 몇 대가 있는지, 인력은 몇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지, 과거에 일은 어떻게 했는지…. 일종의 데이터베이스가 갖춰져 있다. 업무 능력이 비슷하다는 전제라면 비교할 건 가격뿐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최저가 낙찰이 어느 정도 지켜졌다. 다른 지역에서 AI나 ASF가 발생해 살처분했다면 그 단가에 맞춰 견적을 넣거나 공무원하고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풍토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손에 다 달렸다 문제가 제기된 곳은 충북 음성군. 음성군청에서 다른 업체와 비교해 1마리당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곳을 선정한다거나 살처분 업무 경력이 적은 곳을 고르는 등 석연치 않은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잣대나 투명한 절차까지는 아니어도 업계에 통용되는 규칙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그런 규칙이 다 깨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부터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음성군청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AI 등이 발생했을 때 살처분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가격이 가장 낮은 곳을 선정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음성군청 관계자의 답변과 달리 지난해 11~12월 음성에서 AI가 발생했을 당시 살처분 업체 최저가 낙찰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7일 한 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해 살처분이 이뤄졌다. 당시 살처분을 맡은 업체는 A사다. 업계 관계자는 “A사는 당시 1마리당 가격을 3500원에 (견적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사는 담당 공무원에게 구두로 1마리당 2000원에 일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살처분 일을 맡은 건 A사였다. A사와 B사의 1마리당 단가 차이가 1500원에 달했지만 더 비싼 곳이 맡은 것이다. 당시 폐사한 오리 수는 5만7000여마리라고 한다. 전체 가격으로 따지면 8500여만원 차이다. 지난해 12월30일 닭 농장에서 AI가 발생했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재현됐다. 당시 일을 따낸 업체는 C사로, 1마리당 가격으로 2800원을 적어냈다. B사도 1마리당 가격을 1900원 견적으로 내 음성군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1마리당 가격이 900원 비싼 C사가 낙점됐다. 싸게 해도 안 줬다 당시 폐사한 닭 수는 4만3000여 마리로 전체로 보면 3800여만원 차이다. B사 관계자는 “심지어 C사는 원래 인력 업체다. 우리가 살처분 업무할 때 사람이 필요하면 C사에 연락해 공급받았다. 등기부등본에도 C사의 업종은 인력 공급업으로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B사는 살처분한 가축을 퇴비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은 업체다. C사와 비교해 살처분 업무 능력에 있어서 밀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음성군청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11월7일에 AI가 발생했을 때는 업체 3곳에만 전화했고 그중 A사의 가격이 가장 낮았다”고 해명했다. 12월30일 상황을 묻자 “B사가 견적을 늦게 냈다”고 답했다. B사는 음성군청 관계자의 해명에 반박했다. B사 관계자는 “11월7일 우리가 AI 발생 소식을 알고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해 단가를 말했다. 그런데도 1500원이나 비싼 A사에 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성군청 공무원이 B사에 연락하진 않았지만 상황을 알자마자 단가를 제시했는데 무시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2월30일 AI가 터졌을 때는 C사 관계자와 군청에 함께 있었다”며 “나란히 서서 이야기하는데 (단가가 더 비싼) C사가 일을 따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1900원보다) 더 싸게 일을 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가 입수한 당시 통화 녹음에서 음성군청 관계자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B사 직원을 응대했다. 이미 업체가 정해졌다는 음성군청 관계자의 말에 B사 직원이 “(해당 업체의) 단가가 더 싼가 보죠?”라고 물었을 때도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통화 내용대로라면 가격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업체 선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기준도 잣대도 불명확 퇴직 공무원 연결고리? B사 관계자는 “보통 의심 신고가 들어온 뒤 역학조사를 거쳐 실제 살처분에 돌입하는 건 다음 날부터다. 아무리 급해도 업체 간 가격을 비교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살처분 업체들이 퇴직 공무원을 영입하면서부터”라고 주장했다. 지자체에서 동물방역 등을 담당했던 공무원이 퇴직한 후 관련 업체에 취업하면서 이른바 업계에 ‘전관예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A사의 경우 충북도청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분, 경기도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분을 영입한 이후 비싼 단가에도 일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음성군청 관계자도 충북도청에서 2023년까지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D씨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D씨는 와의 통화에서 “A사에 정식으로 소속돼있는 것은 아니다. 영업 일을 하고 있다”면서 “단가 같은 얘기는 다른 사람이 안다. 내가 그분께 말해 전화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씨는 경기도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사람의 이름을 언급했다. 적어도 두 사람이 A사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것이다. 음성군청 관계자는 살처분 업체를 선정하는 데 학연이나 지연 등 인맥이 영향을 미치는지 묻자 “그런 건 없다”면서도 “견적서만 내는 것보다 (군청에) 찾아와서 일은 어떻게 하겠다, 뒤처리는 이렇게 하겠다 등 설명해주는 업체를 더 선호하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최소한의 기준은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체 선정 과정에 공무원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큰 만큼 일정 정도의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만? 다른 데는? B사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업계가 망가져 버렸습니다. 이대로 두면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지금껏 누구도 말하지 못했고 기사도 제대로 나지 않은 이유는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밥줄이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그만큼 공무원이 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하다는 방증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