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기명투표의 비밀

어렵게 이룬 노사화합 알고 보니…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자동차 노조는 강성노조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파란이 일어났다. 지난달 열린 르노삼성자동차 임단협에서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이뤄내면서 ‘임금협상의 모범사례’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투표가 기명투표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달 22일 완성차업체 최초로 무분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놀라운 사실은 르노삼성 노동조합원 93%가 임금협상안에 찬성했다는 점이다.

임단협 모범사례? 

르노삼성 측은 결과에 만족했다.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은 “대타협을 이뤄준 모든 임직원에게 감사하며 후회 없는 결정이라는 것을 모든 직원이 함께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번 르노삼성의 임금협상 결과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장관은 르노삼성 부산 공장을 방문해 “르노삼성의 노사합의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특히,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호봉제 폐지에 대해 언급하며 협상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르노삼성 노동조합원 93%가 합의한 내용을 살펴보면 ▲호봉제 폐지를 통한 인사제도 개편 ▲임금피크제 및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도입 ▲기본급 2.3% 인상(평균 4만2000원) ▲생산성 격려금 지급 ▲통상임금 자율합의 ▲대타협 격려금 700만원 등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번 결과를 두고 내부(노동자) 사이에서 뒷말이 나온다. 노동자들이 꺼리는 호봉제 폐지와 임금피크제 등이 담긴 합의안이 90%를 넘기는 표차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한국GM이 60%를 넘기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특히, 르노삼성의 협상안이 한국GM의 협상안(▲기본급 8만3000원 인상 ▲격려금 650만원 ▲성과급 400만원)보다 불리하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협상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하면서 의외라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투표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비밀 투표방식이 아닌 기명투표 방식으로 노동조합원의 의견이 제대로 나올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 르노삼성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 기명식 투표용지가 사용됐다. 이 투표용지는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및 통상임금 개별동의서 ▲사번과 성명 ▲날인란 등으로 구성됐다.

르노삼성의 노동자 A씨는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됐는데, 어떻게 조합원이 투표를 제대로 할 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호봉제 폐지와 같은 문제는 노동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기명투표로 진행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까지 임금협상안 최종 찬반 투표는 무기명투표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호봉제 폐지 불구 임협 93%나 찬성
이름 쓰고 하니…사내에 불만 가득
 
최근 르노삼성 임금 수준이 높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이번 임금협상안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르노삼성 노동자 B씨는 GM대우 협상안에 비해 르노삼성의 협상안이 불리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르노삼성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위기가 있다. 이런 이유로 노조가 임금협상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의 인건비가 높다는 분위기는 최근 들어 강화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르노그룹에 따르면 상두빌, 두에, 플랭 등 르노그룹이 가동 중인 프랑스 내 승용차 공장 3곳의 인건비 평균을 100(유로화 기준)으로 가정했을 때 부산공장의 인건비는 2015년 1월 기준 106이었다. 2013년 7월 81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급증세다. 이 같은 배경에는 유로화 약세가 작용했다. 이 기간 유로화 대비 원화가치가 20% 상승하면서 르노삼성의 인건비가 급증하는 모양새가 됐다.
 
 
A씨는 이와 관련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노동자에게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르노삼성의 인건비 상승은 환율적인 측면이 크다”며 “이런 논리라면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임금을 올려 줄 것을 회사 쪽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협상이 마무리되고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소문까지 돌기도 했다. 노동위원장이 임금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만 전하고 잠적했다는 설이 퍼진 것. 르노삼성 노조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 C씨는 “위원장이 교통사고로 한동안 출근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노조 측은 기명투표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대답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함구했다. 이후 노조 측에서 알려준 번호로 임금협상을 진행한 당사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노조 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절차상 문제없다”
 
르노삼성 측은 이번 협상에서 기명투표가 실시된 점을 두고 절차 상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르노삼성 측 관계자는 “노동법 상 문제가 없는 투표였다”면서 “과반이 넘지 못하면 회사측에서 투표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비밀기명투표’인 셈”이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완성차 임금협상 현황
 
완성차 5개사 중 3개사가 지난달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임금협상만 남겨두게 됐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 노사 상견례 이후 임단협 교섭을 매주 2차례 실시해오고 있다. 그러나 올해 교섭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분기 판매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노사간 의견차가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6.1% 감소한 1조750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3.8% 하락한 1조7904억원을 기록했다.
 
아차도 올 2분기 영업이익이 6507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1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은 임금체계와 수당체계, 통상임금 문제, 임금피크제 적용, 정년 65세 연장,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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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