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재벌가’ 골육상쟁 흑역사

돈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재계에 물고 물리는 골육상쟁이 시작됐다. 롯데가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재계에서는 ‘피보다 진한 것이 돈(경영권)’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거에도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다툼이 끊이지 않아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골육상쟁’의 흑역사를 정리했다.

지난달 말 재계를 뒤흔든 사건이 터졌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전격 해임된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려다 역풍을 맞고 해임당한 사실까지 추가로 알려지면서 가족간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열렸다.

'형님-아우 전쟁' 형제끼리 한판 

재계에서는 그동안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평가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부각되면서 형제의 난이 본격화 되는 모습이다. 현재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등이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동주·동빈 형제의 난은 ‘반동빈VS동빈’ 구도로 확대됐다. 

재계 1위 삼성가도 형제의 난으로 몸살을 앓았다. 2012년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남긴 유산을 두고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CJ그룹) 회장과 3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간 법정 다툼을 벌였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주식을 아버지 이 초대 회장의 유산으로 받았는데 이 가운데 알려지지 않은 차명 주식을 이 회장이 가져갔다며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맹희 회장은 1심에서 패한 뒤 극적으로 화해를 하며 서둘러 왕자의 난을 수습했다.

 

두산그룹은 삼성보다 더 비참한 골육상쟁을 벌였다. 두산그룹의 창업주 고 박두병 초대회장의 차남인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은 두산그룹 총수까지 올랐지만 2005년 가족회의에서 3남 박용성 전 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면서 ‘갈등의 씨앗’이 발아했다.


박용오 전 회장은 자신을 회장직에서 내린 것이 형 박용곤 회장(당시)과 박용만 부회장의 계획 하에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비자금 폭로전을 벌였다. 진흙탕 싸움을 벌인 대가는 컸다. 박용오 전 회장과 용성 전 회장 그리고 용만 회장까지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일을 계기로 박용오 전 회장은 두산그룹내 모든 지위를 잃고 가문으로부터 제적당했다. 후에 박용오 회장은 자살을 한다. 유서에서 그는 성지건설의 경영난을 자살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가문에서 제적 당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박용오 회장이 왕자의 난 이후 불행한 결말을 맞이했다.

주요 그룹 대부분 오너일가 경영 다툼
선대 유산 두고 가족간 소송전도 불사 

대성그룹도 돈 앞에서 형제끼리 이빨을 드러냈다. 고 김수근 명예그룹 회장이 2001년 타계할 당시 마지막 유언은 3형제간의 우애였지만 자식들은 유지를 받들지 못했다. 김 명예 회장은 장남 김영대 회장에게는 대성그룹을, 차남 김영민 회장에게는 서울도시가스를, 3남 김영훈 회장에게는 대구도시가스를 넘겨줘 경영권 분쟁을 대비했지만 형제의 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 명예회장이 타계한 후 3형제는 남은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다툼을 벌인 것도 모자라 어머니의 유산과 회사의 상호 등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며 재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진그룹도 골육상쟁의 흑역사가 있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전 회장이 2002년 작고한 뒤 남겨진 유산을 두고 형제간 치열한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조 전 회장은 유언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형제들은 재산 다툼을 벌였다.
 
재산을 두고 의견이 갈렸던 4형제(양호, 남호, 수호(2006년 사망), 정호)가 법정 다툼까지 가면서 세간의 눈살을 찌푸린 것. 결국 재산과 관련된 여러 소송 끝에 2011년 법원의 화해 권고를 받아들여 형제의 난은 마무리 됐지만 씁쓸한 재계의 단면을 드러냈다.

한화그룹 역시 창업주의 유언이 없어 형제의 난이 일어난 경우다. 1981년 고 김종희 창업주가 작고하면서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지만 승연-호연 형제의 공동경영 체제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1992년 회사가 나뉘는 과정에서 경영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에 들어갔다. 동생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형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상대로 재산권 분할 소송을 제기한 것. 이후 3년이 넘는 소송을 벌이다가 양측이 극적 화해를 하면서 한화가의 형제의 난은 끝이 났다.
 
금호그룹의 형제의 난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형제 경영을 해오던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를 계기로 형제의 난이 발발했다. 대우건설 인수후 회사의 경영난이 계속되자 2009년 넷째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을 키우겠다며 분리경영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양 측은 소송전으로 확대되면서 현재까지 소송을 벌이고 있다.
 

효성도 형제간 갈등을 드러냈다. 효성의 둘째 아들 조현문 변호사는 2011년까지 효성 부회장을 역임하다 회사를 떠나면서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형인 조현문 회장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오너 2·3세 많을수록 십중팔구 서로 ‘멱살잡이’
형제 3명 이상 집안서 거의 예외없이 ‘물고뜯어’
 
한라그룹은 왕자의 난 당시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며 눈총을 사기도 했다.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이 1997년 장남승계 원칙을 깨고 차남 정몽원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장남 정몽국 씨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정 회장 취임 후 1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그룹이 경영난에 빠지자 계열사 지분을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몽국 씨의 지분도 처분한다. 이일을 계기로 몽국씨가 정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형제의 난이 발발했다. 결국 2009년 대법원이 정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몽국 씨는 한라그룹 경영권에서 멀어졌다.

   
현대차 그룹 내에서 2000년 발생한 왕자의 난은 골육상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장남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측근을 인사 조치하면서 왕자의 난은 시작됐다. 당시 현대차 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살아있었지만 고령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왕자의 난을 막지 못했다. 왕자의 난 이후 갈등 끝에 현대가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등으로 나눠졌다. 정몽헌 회장은 후에 2003년 대북송금, 비자금 사건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다 투신해 자살했다.
 
'배다른 게 죄' 이복형제 불화
 
샘표의 경우는 좀 더 살벌하다. 이복형제 간의 다툼으로 총수일가가 경영권을 뺏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형제의 난은 박승복 회장이 1997년 박진선 현 샘표 사장에게 넘겨주면서 시작됐다. 박 회장의 이복동생 박승재 전 사장이 반발한 것. 이후 박 회장을 비롯한 이복형제 일가가 우리투자증권의 사모펀드(PEF)에 지분 24.1%를 넘기면서 샘표그룹은 한동안 경영권 방어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대한전선그룹도 이복 형제의 난을 겪었다. 대한전선그룹은 설경동 창업주가 둘째 부인의 자녀 고 설원량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면서 이복형제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가족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태광그룹 역시 이복형제 간의 유산지급 소송에 휘말려 있으며 현재 진행중이다.
 
파라다이스도 이복형제들이 갈등의 불씨가 됐다. 파라다이스 전락원 창업주는 전처 사이에 1남1녀, 재혼후 만난 둘째 부인 사이에 한명의 딸이 있다. 이후 전 창업주가 타계한 뒤 유산을 놓고 이복형제들간 법정 소송전을 치렀다.
 
“돈 너무 좋아” 부모-자녀 소송
 
동아제약은 이복형제의 다툼이 부모자녀 간의 다툼으로 확대된 경우다. 강신호 회장이 첫 번째 부인 자식을 배제하고 재혼한 3·4남을 중심으로 승계작업에 들어가자 장남 강문석 회장이 반기를 들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녹십자는 ‘모자의 난’이 일어났다. 고 허영섭 회장의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은 허 회장이 타계하면서 ‘장남의 상속을 배제한다’라는 유언을 남김에 따라 유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되자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허 전 사장은 어머니 정인애씨를 상대로 유언장이 거짓으로 작성됐다며 유언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모자간 피말리는 소송전을 벌였다.
 

오양수산은 부모자녀간 갈등이 끝에 경쟁사로 넘어가는 비극을 맞았다. 고 김성수 회장이 2007년 작고한 뒤 상속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장남의 갈등이 터졌다. 갈등 끝에 어머니와 가족들이 김 회장의 소유 오양수산 지분을 경쟁사인 사조산업에 넘기면서 오양수산은 사조산업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남보다 더해” 친인척도 적
 
대림그룹의 경우 배다른 삼촌과 조카 등이 이른바 ‘숙질의 난’을 일으켰다. 대림통상의 이재우 회장과 그의 조카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이 경영권을 두고 맞붙었다. 현대가는 2000년 발생한 왕자의 난 이후 시숙의 난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3년 고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후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는 현정은 회장(정 회장 부인)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를 두고 맞붙은 것. 현 회장은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간신히 경영권을 방어하면서 시숙의 난을 정리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너 분쟁 없는 기업은?
 
모든 기업이 골육상쟁의 역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SK, LG, 신세계, 부영, OCI 등의 기업은 현재까지 친족간 큰 문제없이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다.
 

SK의 경우 최태원을 주축으로 한 형제경영으로 친족간 별다른 다툼 없이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LG그룹의 경우는 큰 분쟁없이 계열분리에 성공해 성공적인 가족경영 사례로 꼽힌다. LG그룹은 2004년 LG그룹과 GS그룹으로 나눠졌으며, 이후 LG그룹은 LG그룹과 LS그룹으로 계열분리에 성공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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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