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 주인 없는 기업들 흑역사

동네북도 아니고…‘서럽다 서러워∼’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주인없는 기업에 바람 잘날 없다. 크고 작은 비리가 끊임없이 터지기 때문이다. 주인없는 기업들의 특징은 낙하산 인사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성과 주인의식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가 비리 복마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대형 스캔들이 터졌다. 2조원의 적자 피해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서 발생한 사건을 두고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의 한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기업이야?
사기업이야?
 
대우조선해양이 과거 2조원대의 손실을 숨긴 혐의가 드러나면서 업계에서는 전 경영진과 정치권 그리고 금융 당국의 과도한 인사 개입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0년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대우조선해양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현재까지 회사에 쏟은 돈은 2조4000억원 규모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끊임없이 낙하산 인사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정계는 물론 금융당국의 인사 로비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는 통계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매일경제>가 지난 21일 한국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된 이래 대우조선해양의 전현직 사외이사 30명의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현직 사외이사 30명의 출신을 분석해보면 관료와 교수, 금융인 출신이 각각 6명으로 가장 많았다.
 

기업인(5명)과 법조인(2명), 언론인(2명), 정치인(2명), 시민단체(1명)이 뒤를 잇는다. 교수 출신 6명 중 조선 전문가는 김형태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 1명에 불과했다. 안병훈(KAIST), 김지홍(KDI), 신광식(KDI) 전 사외이사는 경제학 박사이고 송희준 전 사외이사는 정부3.0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책학 박사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2006∼2012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을 이끈 남상태 전 사장 취임 이후 이 같은 기조가 강해졌다고 평가한다. 지난 2008년에는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감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보낸 감사실장을 해고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어두운 민낯을 드러냈다. 당시 산업은행에서 리스크관리본부장을 거친 신대식씨가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실장으로 갔으나, 대우조선해양은 회사 경영진의 감사위원회나 이사회 의결 없이 대표이사 전결로 감사실을 폐지하고 신대식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해고했다.
 
정권만 바뀌면 압박…비리 찾아 ‘탈탈’
반복되는 사정칼날 “이젠 익숙해졌다”
 
신대식씨는 징계위원회 회부와 함께 검찰의 고발까지 당했지만 이후 무죄를 받으면서 정치적 희생양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신대식씨는 2011년 ‘이재오 낙하산’에 의해 해고를 당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다. 이 일을 계기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했지만 잡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CFO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영진들이 대우조선해양 직원 및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연임에 성공한 남상태 전 사장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씨에게 1000달러짜리 수표 묶음을 제공한 의혹을 받기도 했다. 남 전 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남 전 사장은 세 번째 연임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에는 남상태 전 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재호 전 사장(2012∼2015년)이 대우조선해양을 이끌었다.
 
고재호 전 사장은 임기가 끝난 후 연임과 관련 산업은행과 대립각을 세우며 강력한 뒷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고 전 사장은 연임에 실패하면서 대규모 부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고재호 전 사장에 이어 정성립 사장이 우여곡절 끝에 대우해양조선을 이끌게 되면서 과거 2조원 가량의 손실을 계상하지 않은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이 집권한 2006∼2015년은 대우조선해양에게 흑역사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측이 이들을 상대로 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서다. 2조원 가량의 손실은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대우조선을 이끌던 시기에 계상되지 않은 손실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들을 향한 사정 칼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
 
임기없는 사장
입맛따라 교체
 
1981년 정부출자로 창립된 KT는 2002년 5월 민영화되면서 각종 구설에 올랐다. KT는 민영화된 후 네 명의 최고경영자(CEO)가 거쳐 갔다. 비교적 무난한 리더로 평가받는 이용경 전 사장(2002년 8월∼2005년 8월)은 민영화된 회사의 첫 번째 CEO가 됐지만 연임에는 실패했다. 이어 2005년 두 번째 CEO로 기록된 남중수 전 사장은 노무현 정권을 거쳐 이명박 정권까지 사장직을 역임했다. 그는 2008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2007년 주주총회를 앞당겨 실시해 연임 건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남 전 사장은 ‘무리한 연임’이라는 비판과 이명박 정권의 사정 칼날을 동시에 받아야했다. 결국 남 전 사장은 납품업체로부터 납품업체 선정 및 인사 청탁과 함께 현금 3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2억7000만원 등을 받으면서 불명예스럽게 사장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권 교체에 따른 찍어내기 수사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강행한 남 전 사장에 대한 의도적인 사정의 칼날 아니냐는 것이다. 후임 이석채 전 회장(2009년 회장 영전)도 남 전 사장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정작 본인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명박 인사로 분류되는 이석채 전 회장은 취임 전 LG전자와 SK C&C 사외이사로 있었기 때문에 사장 후보로 응모할 자격이 없었다.  KT 정관에 ‘최근 2년 이내에 KT 경쟁업체와 공정거래법상 동일기업군에 속하는 업체에 임원으로 있던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정관을 개정하는 작업을 거쳐 회장직에 올랐다. 이석채 사장은 취임 후 회장으로 영전함과 동시에 낙하산 인사로 측근들을 고위직에 앉혀 구설에 올랐다. 이 전 회장 체제에서의 고위직 낙하산 인사는 40여명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툭하면 정치권 입김…낙하산이 좌지우지
전문성 없는 경영진 “주인의식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KT 사장에 오르기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이 전 회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마구잡이식 낙하산 인사로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이 전 회장은 구설을 몰고 다녔다. 2011년 9월 무궁화 2호와 3호를 각각 40억 4000만원과 5억 3000만원에 매각한 것을 두고 불법매각 논란이 일었다.
 
당시 KT측은 위성을 매각한 것을 두고 수명이 다했다고 설명했지만 품질보증기간이 10년 넘게 남은 사실이 드러났다. 유승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직접 비용만 총 4500억 원 이상 투자한 무궁화위성 2호, 3호를 1% 수준인 45억원에 매각해 고철값도 안 되는 헐값에 국가적 자산을 매각했다”며 “특히, 3호는 설계수명 12년 종료 직후인 2011년 9월에 매각해 잔존 연료와 기기성능 모든 면에서 무궁화위성 2호 보다 훨씬 더 많은 가격을 받아야 타당하다”라고 말하며 불법매각의혹을 제기했다.
 
 
이 외에도 이 전 회장은 △KT 사옥 헐값 매각 △친인척 회사 과다투자 및 고가인수 △비자금을 조성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이 전 회장도 전임 사장의 전철을 밟았다. 이 전 회장이 사임과 동시에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의 고발을 당한 것. 현재 이 전 회장과 관련된 재판은 진행 중이다. KT 내부에서는 이 전 회장의 임기를 두고 잃어버린 5년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현재는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황창규 회장이 KT를 이끌고 있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로 전환한 포스코도 다른 주인없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새정부 출범때마다 외풍에 시달려야 했다. 포스코의 잔혹사는 초대 회장인 고 박태준 명예회장부터 시작됐다. 이후 회장직에 오로느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 등도 임기를 마지지 못하고 회장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정권교체 하면

회사 죽어난다
 
박 명예회장은 1992년 문민정부 출범과 동시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으로 회장직을 박탈당하고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당했다. 이어 포스코 수장에 오른 황경로 전 회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회장직에 오른지 6개월 만에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야 했다.
 
정명식 전 회장은 1년 만에, 유상부 전 회장과 이구택 전 회장도 중간에 회사를 떠나야 했다. 유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됐고, 이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세청장에게 로비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자진 사퇴했다.
 
이어 7대 회장으로 선임된 정준양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세청의 포스코 수사 등이 본격화되면서 자진 사퇴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정 전 회장은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015년 3월까지 남아 있었다. 정 전 회장은 이명박 라인으로 전해진다. 그는 2008년 12월 포스코건설 사장에 오른 뒤 불과 석 달 만에 포스코 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정 전 회장이 이명박 정권의 당시 최고 실세로 평가받던 영포라인의 힘으로 포스코 회장직에 오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그의 운명도 정권이 바뀌면서 전임 회장과 같은 길을 걷게 됐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자진 사퇴하는 형식으로 회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정 전 회장이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면서 박근혜 정부의 사정 칼날을 받아야 했다. 우선 포스코의 악화된 재무구조와 부진한 경영실적이 정 전 회장의 약점으로 부각됐다. 결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되면서 정 전 회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현재까지도 정 전회장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동화 전 포스코 부회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의 칼바람은 지난해 8대 회장에 올라 올해 집권 2년차를 맞은 권오준 회장에게는 악재다. 포스코의 잔혹사가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관들이 수시로 회사를 방문해 서류를 보고, 언론에 부정적으로 오르내리는 상황은 권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002년 공기업에서 민영화가 된 KT&G는 다른 주인없는 기업과는 다른 양상이다. 민영화 이후 현재까지 내부인사가 사장까지 오르면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KT&G에도 박근혜 사정 칼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민영진 KT&G 사장이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김석우)는 민 사장이 지난 2010년 사장에 취임한 뒤 자회사를 통해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민 사장 등 KT&G 임직원과 주변인 계좌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KT&G 역사상 첫 불명예 퇴진이 나올 수도 있어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사정 칼날이 KT&G까지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복되는 잔혹사
비리백화점 오명
 
민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2010년 2월 KT&G 사장으로 취임해 한 차례 연임하고 현재까지 KT&G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민 사장은 부동산 개발 용역비를 과다 지급해 회사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았었다. 일각에서는 주인없는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외풍이 적은 KT&G에도 낙하산 인사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풍’ 포스코 내부 분위기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그룹 차원의 종합적인 쇄신안을 발표했다. 최근 검찰의 포스코 수사로 어수선해진 회사 분위기를 추스르고자 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지난 15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지난 5월 비상경영쇄신위원회 발족 이후 내외부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마련한 5대 경영쇄신안을 설명했다.
 
권 회장은 쇄신안 발표에 앞서 “최근 회사를 둘러싸고 국민과 투자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고  사과하고 “현재의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다시는 유사한 사례가 발행하지 않기 위해서 근본적이고 강력한 쇄신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날 권 회장이 직접 발표한 5대 경영쇄신안은 ▲사업포트폴리오의 내실있는 재편성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명확화 ▲인적 경쟁력 제고와 공정인사 구현 ▲거래관행의 투명하고 시장지향적 개선 ▲윤리경영을 회사운영의 최우선순위로 정착 등이다. 
 
권 회장은 시종일관 비장한 표정이었으며 “과거의 자만과 안이함을 버리고 창업하는 자세로 돌아가 스스로 채찍질하고 변화시켜 창립 50주년을 맞는 2018년까지는 또 다른 반세기를 시작하는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포스코는 5대 경영쇄신안을 강력하게 실천하기 위해 전 계열사의 임원진을 소수 정예화해 조직효율을 높이고 경영정상화시까지 임원들의 급여 일부를 반납함으로써 경영진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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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