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 주인 없는 기업들 흑역사

동네북도 아니고…‘서럽다 서러워∼’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주인없는 기업에 바람 잘날 없다. 크고 작은 비리가 끊임없이 터지기 때문이다. 주인없는 기업들의 특징은 낙하산 인사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성과 주인의식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가 비리 복마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대형 스캔들이 터졌다. 2조원의 적자 피해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서 발생한 사건을 두고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의 한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기업이야?
사기업이야?
 
대우조선해양이 과거 2조원대의 손실을 숨긴 혐의가 드러나면서 업계에서는 전 경영진과 정치권 그리고 금융 당국의 과도한 인사 개입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0년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대우조선해양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현재까지 회사에 쏟은 돈은 2조4000억원 규모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끊임없이 낙하산 인사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정계는 물론 금융당국의 인사 로비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는 통계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매일경제>가 지난 21일 한국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된 이래 대우조선해양의 전현직 사외이사 30명의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현직 사외이사 30명의 출신을 분석해보면 관료와 교수, 금융인 출신이 각각 6명으로 가장 많았다.
 

기업인(5명)과 법조인(2명), 언론인(2명), 정치인(2명), 시민단체(1명)이 뒤를 잇는다. 교수 출신 6명 중 조선 전문가는 김형태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 1명에 불과했다. 안병훈(KAIST), 김지홍(KDI), 신광식(KDI) 전 사외이사는 경제학 박사이고 송희준 전 사외이사는 정부3.0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책학 박사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2006∼2012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을 이끈 남상태 전 사장 취임 이후 이 같은 기조가 강해졌다고 평가한다. 지난 2008년에는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감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보낸 감사실장을 해고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어두운 민낯을 드러냈다. 당시 산업은행에서 리스크관리본부장을 거친 신대식씨가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실장으로 갔으나, 대우조선해양은 회사 경영진의 감사위원회나 이사회 의결 없이 대표이사 전결로 감사실을 폐지하고 신대식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해고했다.
 
정권만 바뀌면 압박…비리 찾아 ‘탈탈’
반복되는 사정칼날 “이젠 익숙해졌다”
 
신대식씨는 징계위원회 회부와 함께 검찰의 고발까지 당했지만 이후 무죄를 받으면서 정치적 희생양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신대식씨는 2011년 ‘이재오 낙하산’에 의해 해고를 당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다. 이 일을 계기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했지만 잡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CFO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영진들이 대우조선해양 직원 및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연임에 성공한 남상태 전 사장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씨에게 1000달러짜리 수표 묶음을 제공한 의혹을 받기도 했다. 남 전 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남 전 사장은 세 번째 연임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에는 남상태 전 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재호 전 사장(2012∼2015년)이 대우조선해양을 이끌었다.
 
고재호 전 사장은 임기가 끝난 후 연임과 관련 산업은행과 대립각을 세우며 강력한 뒷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고 전 사장은 연임에 실패하면서 대규모 부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고재호 전 사장에 이어 정성립 사장이 우여곡절 끝에 대우해양조선을 이끌게 되면서 과거 2조원 가량의 손실을 계상하지 않은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이 집권한 2006∼2015년은 대우조선해양에게 흑역사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측이 이들을 상대로 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서다. 2조원 가량의 손실은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대우조선을 이끌던 시기에 계상되지 않은 손실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들을 향한 사정 칼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
 
임기없는 사장
입맛따라 교체
 
1981년 정부출자로 창립된 KT는 2002년 5월 민영화되면서 각종 구설에 올랐다. KT는 민영화된 후 네 명의 최고경영자(CEO)가 거쳐 갔다. 비교적 무난한 리더로 평가받는 이용경 전 사장(2002년 8월∼2005년 8월)은 민영화된 회사의 첫 번째 CEO가 됐지만 연임에는 실패했다. 이어 2005년 두 번째 CEO로 기록된 남중수 전 사장은 노무현 정권을 거쳐 이명박 정권까지 사장직을 역임했다. 그는 2008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2007년 주주총회를 앞당겨 실시해 연임 건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남 전 사장은 ‘무리한 연임’이라는 비판과 이명박 정권의 사정 칼날을 동시에 받아야했다. 결국 남 전 사장은 납품업체로부터 납품업체 선정 및 인사 청탁과 함께 현금 3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2억7000만원 등을 받으면서 불명예스럽게 사장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권 교체에 따른 찍어내기 수사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강행한 남 전 사장에 대한 의도적인 사정의 칼날 아니냐는 것이다. 후임 이석채 전 회장(2009년 회장 영전)도 남 전 사장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정작 본인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명박 인사로 분류되는 이석채 전 회장은 취임 전 LG전자와 SK C&C 사외이사로 있었기 때문에 사장 후보로 응모할 자격이 없었다.  KT 정관에 ‘최근 2년 이내에 KT 경쟁업체와 공정거래법상 동일기업군에 속하는 업체에 임원으로 있던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정관을 개정하는 작업을 거쳐 회장직에 올랐다. 이석채 사장은 취임 후 회장으로 영전함과 동시에 낙하산 인사로 측근들을 고위직에 앉혀 구설에 올랐다. 이 전 회장 체제에서의 고위직 낙하산 인사는 40여명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툭하면 정치권 입김…낙하산이 좌지우지
전문성 없는 경영진 “주인의식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KT 사장에 오르기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이 전 회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마구잡이식 낙하산 인사로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이 전 회장은 구설을 몰고 다녔다. 2011년 9월 무궁화 2호와 3호를 각각 40억 4000만원과 5억 3000만원에 매각한 것을 두고 불법매각 논란이 일었다.
 
당시 KT측은 위성을 매각한 것을 두고 수명이 다했다고 설명했지만 품질보증기간이 10년 넘게 남은 사실이 드러났다. 유승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직접 비용만 총 4500억 원 이상 투자한 무궁화위성 2호, 3호를 1% 수준인 45억원에 매각해 고철값도 안 되는 헐값에 국가적 자산을 매각했다”며 “특히, 3호는 설계수명 12년 종료 직후인 2011년 9월에 매각해 잔존 연료와 기기성능 모든 면에서 무궁화위성 2호 보다 훨씬 더 많은 가격을 받아야 타당하다”라고 말하며 불법매각의혹을 제기했다.
 
 
이 외에도 이 전 회장은 △KT 사옥 헐값 매각 △친인척 회사 과다투자 및 고가인수 △비자금을 조성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이 전 회장도 전임 사장의 전철을 밟았다. 이 전 회장이 사임과 동시에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의 고발을 당한 것. 현재 이 전 회장과 관련된 재판은 진행 중이다. KT 내부에서는 이 전 회장의 임기를 두고 잃어버린 5년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현재는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황창규 회장이 KT를 이끌고 있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로 전환한 포스코도 다른 주인없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새정부 출범때마다 외풍에 시달려야 했다. 포스코의 잔혹사는 초대 회장인 고 박태준 명예회장부터 시작됐다. 이후 회장직에 오로느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 등도 임기를 마지지 못하고 회장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정권교체 하면

회사 죽어난다
 
박 명예회장은 1992년 문민정부 출범과 동시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으로 회장직을 박탈당하고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당했다. 이어 포스코 수장에 오른 황경로 전 회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회장직에 오른지 6개월 만에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야 했다.
 
정명식 전 회장은 1년 만에, 유상부 전 회장과 이구택 전 회장도 중간에 회사를 떠나야 했다. 유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됐고, 이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세청장에게 로비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자진 사퇴했다.
 
이어 7대 회장으로 선임된 정준양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세청의 포스코 수사 등이 본격화되면서 자진 사퇴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정 전 회장은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015년 3월까지 남아 있었다. 정 전 회장은 이명박 라인으로 전해진다. 그는 2008년 12월 포스코건설 사장에 오른 뒤 불과 석 달 만에 포스코 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정 전 회장이 이명박 정권의 당시 최고 실세로 평가받던 영포라인의 힘으로 포스코 회장직에 오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그의 운명도 정권이 바뀌면서 전임 회장과 같은 길을 걷게 됐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자진 사퇴하는 형식으로 회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정 전 회장이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면서 박근혜 정부의 사정 칼날을 받아야 했다. 우선 포스코의 악화된 재무구조와 부진한 경영실적이 정 전 회장의 약점으로 부각됐다. 결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되면서 정 전 회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현재까지도 정 전회장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동화 전 포스코 부회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의 칼바람은 지난해 8대 회장에 올라 올해 집권 2년차를 맞은 권오준 회장에게는 악재다. 포스코의 잔혹사가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관들이 수시로 회사를 방문해 서류를 보고, 언론에 부정적으로 오르내리는 상황은 권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002년 공기업에서 민영화가 된 KT&G는 다른 주인없는 기업과는 다른 양상이다. 민영화 이후 현재까지 내부인사가 사장까지 오르면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KT&G에도 박근혜 사정 칼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민영진 KT&G 사장이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김석우)는 민 사장이 지난 2010년 사장에 취임한 뒤 자회사를 통해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민 사장 등 KT&G 임직원과 주변인 계좌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KT&G 역사상 첫 불명예 퇴진이 나올 수도 있어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사정 칼날이 KT&G까지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복되는 잔혹사
비리백화점 오명
 
민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2010년 2월 KT&G 사장으로 취임해 한 차례 연임하고 현재까지 KT&G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민 사장은 부동산 개발 용역비를 과다 지급해 회사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았었다. 일각에서는 주인없는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외풍이 적은 KT&G에도 낙하산 인사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풍’ 포스코 내부 분위기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그룹 차원의 종합적인 쇄신안을 발표했다. 최근 검찰의 포스코 수사로 어수선해진 회사 분위기를 추스르고자 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지난 15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지난 5월 비상경영쇄신위원회 발족 이후 내외부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마련한 5대 경영쇄신안을 설명했다.
 
권 회장은 쇄신안 발표에 앞서 “최근 회사를 둘러싸고 국민과 투자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고  사과하고 “현재의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다시는 유사한 사례가 발행하지 않기 위해서 근본적이고 강력한 쇄신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날 권 회장이 직접 발표한 5대 경영쇄신안은 ▲사업포트폴리오의 내실있는 재편성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명확화 ▲인적 경쟁력 제고와 공정인사 구현 ▲거래관행의 투명하고 시장지향적 개선 ▲윤리경영을 회사운영의 최우선순위로 정착 등이다. 
 
권 회장은 시종일관 비장한 표정이었으며 “과거의 자만과 안이함을 버리고 창업하는 자세로 돌아가 스스로 채찍질하고 변화시켜 창립 50주년을 맞는 2018년까지는 또 다른 반세기를 시작하는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포스코는 5대 경영쇄신안을 강력하게 실천하기 위해 전 계열사의 임원진을 소수 정예화해 조직효율을 높이고 경영정상화시까지 임원들의 급여 일부를 반납함으로써 경영진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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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