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쉽기만 한 국정원의 '해킹 논란'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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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5.07.23 11: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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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이나 대(對)테러·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자료를 삭제했다."

국가정보원(원장 이병호)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 및 실제 해킹 논란 속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직원 임모 과장의 자살 전 유서 내용 중 일부다. 유서의 내용대로라면 임모 과장도 이번 '국정원 해킹사건'에 대해 상당한 파장을 예상했다는 부분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임모 과장 한 개인의 죽음으로 이번 국정원 해킹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논란이 더 증폭됐다는 점이다.

'국정원 해킹사건'의 발단은 7월 초, 이탈리아 '해킹 팀(Hacking Team)'으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한 리스트에 한국(SKA·South Korea Army)이 포함돼 있다는 외신보도였다. 외신 도보 직후, 국내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구매 시기와 스마트폰 해킹 등에 대한 보도가 줄을 이었다.

RCS(Remote Control System)으로 불리는 이 해킹 프로그램은 국정원(당시 국정원장은 이병기)이 내국인 사찰의 용도로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최근 이병호 국정원장도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시인했고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특정 스마트폰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이를 해킹해달라고 의뢰했던 사실, 카카오톡 메신저 검열 기능을 요청했다는 사실들이 추가로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사찰 논란'에 대해 대북 감시와 연구를 목적으로 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했다며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도치 않게 드러나게 된 이번 '해킹 사건'을 두고 국정원의 이 같은 해명은 고육지책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백날 백번 "대북 감시와 연구가 목적이었다"는 해명만 되풀이하기보다는 실제 프로그램 실행과 동시에 남겨진 자료(로그 파일 등)를 제시하는 편이 보다 설득력이 높다. 도둑질한 도둑이 "내가 물건을 훔쳤다"거나 술을 마신 운전자가 "난 음주운전을 했다"고 할리 만무한 것도 같은 이치다.

전자의 경우는 해당 시간의 알리바이(범죄가 일어난 당시,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범죄 현장 이외의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함으로써 무죄를 입증하는 방법)를 제시하면 되며, 후자의 경우 역시 알리바이나 음주측정기의 도움으로 의혹을 해소시킬 수 있다.

실제로 '정치권 유일의 보안 전문가'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은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원에 RCS 운용과 관련된 모든 로그파일과 감청 내역 등 7개 항목 30개 자료를 공식 요청했다.

로그파일만 분석해도 실행 날짜와 시간, 해킹 대상은 물론, 해당 단말기의 소유자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안 위원장의 주장이다.

실제 RCS를 운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임모 과장도 이 같은 자료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대테러·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만한 자료'를 삭제했다는 부분은 심각히 생각할 만한 문제다.


임모 과장의 손에 삭제된 자료가 민간인 사찰이었든, 유서 내용처럼 '대북 관련'이었든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공개될 경우, 국정원에 치명상을 입히게 될 것이라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해당 자료의 삭제가 상부 보고없이 임모 과장 개인의 단독 판단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들이 삭제되었는지, 또 왜 굳이 임모 과장이 죽음이라는 막다른 길을 택했는지도 국정원이 답해야 한다.

벌써 일각에서는 임모 과장이 민간인 사찰 자료들을 삭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번 사안의 중압감과 도덕적 책임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세월호·메르스 사태 때에도 늑장 대응으로 인한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사건을 키웠고 수많은 피해자를 냈다.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지켜내려고 했던 위상을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은 하루라도 빨리 이번 '해킹사건'의 의혹을 푸는 데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감추고 덮으려다가는 오히려 국민의 불신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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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