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통합 남겨진 숙제

하나로 합쳤지만 ‘갈길 멀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했다. 지난해 7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후 1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은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남은 과제를 <일요시사>에서 정리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은행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자산 171조3000억원을 갖고 있는 하나은행과 118조7000억원의 외환은행 간의 통합으로 새로운 업계 1위(자산 기준)은행이 출범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메가뱅크의 등장에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나타냈다.

 
메가뱅크 등장 
우려반 기대반
 
하나·외환은행이 통합을 성사시키면서 몸집을 키웠지만 하나의 은행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수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전통적으로 은행업계의 기준은 빅3(국민, 우리, 신한)였다. 하나·외환은행 통합 전까지 국민은행은 전통적 빅3 가운데 자산규모가 가장 큰 은행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4년 말 기준 275조4455억원 수준으로 2011년 259조원, 2012년 261조원, 2013년 265조원 등 꾸준히 덩치를 키워가고 있었다. 그 뒤를 우리은행이 바짝 좇는 모양새였다. 우리은행의 2014년 자산총계는 270조1517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 역시 꾸준히 외형을 키웠다.
 
특히 지난해에는 2013년 말(250조원)보다 20조원 성장하면서 1위 국민은행의 자리를 넘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255조6339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 역시 2011년 232조원, 2012년 237조원, 2013년 238조원 등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제 하나은행이 통합을 통해 기존 빅3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하면서 빅4시대가 열리게 됐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쳐지면 총 자산규모 290조원으로 국민은해의 자산규모 275조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당기순이익도 두 은행을 합치면 지난해 기준 1조2300억원을 기록해 신한은행(1조4552억원)에 이어 2위다.
 
 
1년 진통끝 극적 타결…풀 과제 산적

수익구조부터 전산망까지 ‘언제하나’
 
다만 빅3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약한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하나·외환은행에 과제로 던져졌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업계 4위의 자산 규모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나타내는 데는 애를 먹는 모양새였다. 수치상으로 순이자마진(NIM)의 하향 곡선이 이를 방증했다. 지난해 3분기 1.49%였던 하나은행의 NIM은 4분기 1.47%, 올해 1분기 1.39%를 기록하며 상위 6개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NIM을 기록했다. 외환은행의 경우 이 기간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하며 시장 지배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3분기 2%에서 4분기 1.88%, 올해 1분기 1.48%로 하락폭이 상위 6개 은행 가운데 가장 컸다.
 

하나·외환은행은 합병 시너지를 통해 업계의 강자 이미지를 구축해나갈 방침이다. 프라이빗뱅커(PB)에 강한 하나은행과 외환금융에 강한 외환은행이 합쳐졌을 때 시장의 ‘니즈’를 충족 시킬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의 성패 요인으로 화학적 통합을 꼽았다. 화학적인 통합의 성공 여부에 따라 하나·외한은행의 경쟁력에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기업문화가 가장 이질적인 두 은행간 결합이라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양 은행은 출발부터 다르다. 하나은행의 경우 1971년 소규모 금융회사인 단자회사였던 한국투자금융에서 만들어졌다. 
 
화학적 통합
시너지 관건
 
반면, 외환은행의 경우 1967년 국책은행으로서의 지위로 시작했다. 1989년 한국외환은행법 폐지로 시중으로 신분이 바뀌기는 했지만 외환거래에서 만큼은 확고한 자기 영역을 구축한 은행이다. 국책은행 출신과 단자회사 출신이라는 점에서부터 양은행간 충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양 은행간 화학적 통합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임금격차다. 지난해 외환은행의 연간급여는 1억5000만원, 하나은행은 7300만원으로 피인수자인 외환은해의 급여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과정에서 갈등을 빚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향후에도 이같은 문제는 언제든지 돌출할 수 있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임금이 향후 몇 해간 동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한 승진 분위기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나은행의 경우 자리가 없으면 승진이 유보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국책은행이었던 외환은행은 일정 연차가 되면 자연스럽게 승진하는 문화가 있다. 실제 이같은 승진 분위기는 양 은행의 행원과 책임자의 숫자를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다. 외환은행은 행원이 1500명, 책임자가 3600명으로 책임자가 행원보다 두배 이상 많은 역피라미드형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하나은행은 책임자 3500명, 행원 4000명으로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정착시키기 위한 양행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통합 해결…내부통합 시작
출신성분·사내문화·임금 달라
 
하나금융지주도 화학적 통합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하나금융은 임금 및 복지후생 체계에서 기존 근로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인수자 하나금융 측의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나금융은 또 통합 후 은행 사명에 ‘외환’이나 외환은행의 영문약자인 ‘KEB’를 넣도록 해 외환은행 측의 자존심을 세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인수자가 피인수자의 사명을 유지하는 것은 은행권에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도 해결해야할 숙제다. 시장에서는 통합 은행의 행장으로 누가 취임할지 여부를 두고 관심이 높다. 지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20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을 준비하기 위한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통합추진위원회는 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 외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인사가 각각 1명씩 들어간다. 나머지 3명은 하나금융 인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추진위원회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작업 전반을 주관하면서 통합은행장 후보를 선정하는 역할도 맡게 돼 여론의 눈이 모아진다.

 

 
김정태 회장과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통합추진위원회가 추천한 후보들을 검토해 8월 중으로 통합은행장 최종후보를 결정할 전망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통합은행장에 오를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통합과정에서의 김한조 은행장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는 내외부의 평가가 잇따르면서 김병호 하나은행장이 통합은행장 자리를 꿰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행장은 누가
진통 없을까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통합 논의 과정에서 김한조 은행장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김정태 회장이 직접 나설 때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그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뀌었기 때문. 실제 김정태 회장이 직접 노사간 대화에 참여하면서 외환은행 노사와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일각에서는 김한조 행장과 김병호 행장 모두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김정태 회장이 통합 은행장을 겸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의 사장직의 부활도 점쳐진다. 지난해 3월 하나금융은 사장직을 없앴다. 김정태 회장이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그동안 금융당국도 하나·외환은행 통합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해 용인한 측면이 있다. 금융당국은 회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를 대비해 사내이사를 최소 2명을 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사장직 부활이 점쳐지는 부분이다. 김한조·김병호 은행장 가운데 한명이 통합은행장에 오르고 나머지 한명이 지주사 사장직을 맡을 것으로 보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대규모 임원진의 개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노사간 협의에서 행원의 고용은 보장됐지만 임원들의 고용은 빠졌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 임원 축소와 함께 상당수의 계열사 임원들의 계약기간이 통합은행 출범 시까지로 돼 있어 대규모 임원 인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내부 전산망을 통합하는 작업도 합병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할 숙제다. 내부 전산망까지 통합하게 되면 통합 시너지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양 은행 전산망 통합에 앞서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합쳐진 하나카드의 전산망을 오는 20일 통합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측은 이번 내부 통합으로 전년대비 160억원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으로 은행 모든 전산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도 속도를 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금융 측은 양행 모두 유닉스 환경의 주전산시스템 체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취임한 김정태 회장은 조기 통합은행 출범을 목표로 외환은행 노조와의 협상을 진행하면서 올해 추석연휴(2015년9월25∼29일)에는 내부 전산망 통합작업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법원이 외환은행 노조가 법원에 제기한 조기통합반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내부 전산망 통합작업은 ‘올스톱’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통합작업에 속도를 낸다 해도 내년 설연휴(2016년2월7∼10일)까지는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통합 은행 출범 유력일로 거론되고 있는 10월1일(또는 9월1일)에는 전산망 통합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또한 시스템 통합을 위해서는 최소 2∼3일의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10월 이후에는 이같은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휴일이 내년 설연휴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년 설연휴에 전산망 통합을 마무리하게 된다면 역대 은행권 전산망 통합 작업 속도 가운데 가장 빠른 사례로 기록된다. 통합은행이 출범한 후 내부 전산망이 완성될 때까지의 공백기간에는 듀얼시스템으로 전산망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즉, 고객에 따라 두 개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다.
 
고용불안 잠재
구조조정 걱정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고용승계와 관련 통합 은행 출범후 2년간 보장하기로 하면서 외환은행 노동자들은 한숨 돌리게 됐지만 그 이후에는 양 행간 불안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우려가 있다. 외횐은행의 직원들의 근속연수와 임금 수준이 하나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년 후의 상황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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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