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통합 남겨진 숙제

하나로 합쳤지만 ‘갈길 멀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했다. 지난해 7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후 1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은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남은 과제를 <일요시사>에서 정리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은행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자산 171조3000억원을 갖고 있는 하나은행과 118조7000억원의 외환은행 간의 통합으로 새로운 업계 1위(자산 기준)은행이 출범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메가뱅크의 등장에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나타냈다.

 
메가뱅크 등장 
우려반 기대반
 
하나·외환은행이 통합을 성사시키면서 몸집을 키웠지만 하나의 은행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수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전통적으로 은행업계의 기준은 빅3(국민, 우리, 신한)였다. 하나·외환은행 통합 전까지 국민은행은 전통적 빅3 가운데 자산규모가 가장 큰 은행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4년 말 기준 275조4455억원 수준으로 2011년 259조원, 2012년 261조원, 2013년 265조원 등 꾸준히 덩치를 키워가고 있었다. 그 뒤를 우리은행이 바짝 좇는 모양새였다. 우리은행의 2014년 자산총계는 270조1517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 역시 꾸준히 외형을 키웠다.
 
특히 지난해에는 2013년 말(250조원)보다 20조원 성장하면서 1위 국민은행의 자리를 넘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255조6339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 역시 2011년 232조원, 2012년 237조원, 2013년 238조원 등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제 하나은행이 통합을 통해 기존 빅3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하면서 빅4시대가 열리게 됐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쳐지면 총 자산규모 290조원으로 국민은해의 자산규모 275조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당기순이익도 두 은행을 합치면 지난해 기준 1조2300억원을 기록해 신한은행(1조4552억원)에 이어 2위다.
 
 
1년 진통끝 극적 타결…풀 과제 산적

수익구조부터 전산망까지 ‘언제하나’
 
다만 빅3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약한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하나·외환은행에 과제로 던져졌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업계 4위의 자산 규모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나타내는 데는 애를 먹는 모양새였다. 수치상으로 순이자마진(NIM)의 하향 곡선이 이를 방증했다. 지난해 3분기 1.49%였던 하나은행의 NIM은 4분기 1.47%, 올해 1분기 1.39%를 기록하며 상위 6개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NIM을 기록했다. 외환은행의 경우 이 기간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하며 시장 지배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3분기 2%에서 4분기 1.88%, 올해 1분기 1.48%로 하락폭이 상위 6개 은행 가운데 가장 컸다.
 

하나·외환은행은 합병 시너지를 통해 업계의 강자 이미지를 구축해나갈 방침이다. 프라이빗뱅커(PB)에 강한 하나은행과 외환금융에 강한 외환은행이 합쳐졌을 때 시장의 ‘니즈’를 충족 시킬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의 성패 요인으로 화학적 통합을 꼽았다. 화학적인 통합의 성공 여부에 따라 하나·외한은행의 경쟁력에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기업문화가 가장 이질적인 두 은행간 결합이라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양 은행은 출발부터 다르다. 하나은행의 경우 1971년 소규모 금융회사인 단자회사였던 한국투자금융에서 만들어졌다. 
 
화학적 통합
시너지 관건
 
반면, 외환은행의 경우 1967년 국책은행으로서의 지위로 시작했다. 1989년 한국외환은행법 폐지로 시중으로 신분이 바뀌기는 했지만 외환거래에서 만큼은 확고한 자기 영역을 구축한 은행이다. 국책은행 출신과 단자회사 출신이라는 점에서부터 양은행간 충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양 은행간 화학적 통합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임금격차다. 지난해 외환은행의 연간급여는 1억5000만원, 하나은행은 7300만원으로 피인수자인 외환은해의 급여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과정에서 갈등을 빚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향후에도 이같은 문제는 언제든지 돌출할 수 있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임금이 향후 몇 해간 동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한 승진 분위기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나은행의 경우 자리가 없으면 승진이 유보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국책은행이었던 외환은행은 일정 연차가 되면 자연스럽게 승진하는 문화가 있다. 실제 이같은 승진 분위기는 양 은행의 행원과 책임자의 숫자를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다. 외환은행은 행원이 1500명, 책임자가 3600명으로 책임자가 행원보다 두배 이상 많은 역피라미드형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하나은행은 책임자 3500명, 행원 4000명으로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정착시키기 위한 양행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통합 해결…내부통합 시작
출신성분·사내문화·임금 달라
 
하나금융지주도 화학적 통합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하나금융은 임금 및 복지후생 체계에서 기존 근로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인수자 하나금융 측의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나금융은 또 통합 후 은행 사명에 ‘외환’이나 외환은행의 영문약자인 ‘KEB’를 넣도록 해 외환은행 측의 자존심을 세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인수자가 피인수자의 사명을 유지하는 것은 은행권에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도 해결해야할 숙제다. 시장에서는 통합 은행의 행장으로 누가 취임할지 여부를 두고 관심이 높다. 지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20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을 준비하기 위한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통합추진위원회는 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 외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인사가 각각 1명씩 들어간다. 나머지 3명은 하나금융 인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추진위원회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작업 전반을 주관하면서 통합은행장 후보를 선정하는 역할도 맡게 돼 여론의 눈이 모아진다.

 

 
김정태 회장과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통합추진위원회가 추천한 후보들을 검토해 8월 중으로 통합은행장 최종후보를 결정할 전망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통합은행장에 오를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통합과정에서의 김한조 은행장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는 내외부의 평가가 잇따르면서 김병호 하나은행장이 통합은행장 자리를 꿰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행장은 누가
진통 없을까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통합 논의 과정에서 김한조 은행장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김정태 회장이 직접 나설 때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그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뀌었기 때문. 실제 김정태 회장이 직접 노사간 대화에 참여하면서 외환은행 노사와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일각에서는 김한조 행장과 김병호 행장 모두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김정태 회장이 통합 은행장을 겸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의 사장직의 부활도 점쳐진다. 지난해 3월 하나금융은 사장직을 없앴다. 김정태 회장이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그동안 금융당국도 하나·외환은행 통합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해 용인한 측면이 있다. 금융당국은 회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를 대비해 사내이사를 최소 2명을 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사장직 부활이 점쳐지는 부분이다. 김한조·김병호 은행장 가운데 한명이 통합은행장에 오르고 나머지 한명이 지주사 사장직을 맡을 것으로 보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대규모 임원진의 개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노사간 협의에서 행원의 고용은 보장됐지만 임원들의 고용은 빠졌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 임원 축소와 함께 상당수의 계열사 임원들의 계약기간이 통합은행 출범 시까지로 돼 있어 대규모 임원 인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내부 전산망을 통합하는 작업도 합병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할 숙제다. 내부 전산망까지 통합하게 되면 통합 시너지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양 은행 전산망 통합에 앞서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합쳐진 하나카드의 전산망을 오는 20일 통합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측은 이번 내부 통합으로 전년대비 160억원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으로 은행 모든 전산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도 속도를 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금융 측은 양행 모두 유닉스 환경의 주전산시스템 체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취임한 김정태 회장은 조기 통합은행 출범을 목표로 외환은행 노조와의 협상을 진행하면서 올해 추석연휴(2015년9월25∼29일)에는 내부 전산망 통합작업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법원이 외환은행 노조가 법원에 제기한 조기통합반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내부 전산망 통합작업은 ‘올스톱’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통합작업에 속도를 낸다 해도 내년 설연휴(2016년2월7∼10일)까지는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통합 은행 출범 유력일로 거론되고 있는 10월1일(또는 9월1일)에는 전산망 통합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또한 시스템 통합을 위해서는 최소 2∼3일의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10월 이후에는 이같은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휴일이 내년 설연휴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년 설연휴에 전산망 통합을 마무리하게 된다면 역대 은행권 전산망 통합 작업 속도 가운데 가장 빠른 사례로 기록된다. 통합은행이 출범한 후 내부 전산망이 완성될 때까지의 공백기간에는 듀얼시스템으로 전산망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즉, 고객에 따라 두 개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다.
 
고용불안 잠재
구조조정 걱정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고용승계와 관련 통합 은행 출범후 2년간 보장하기로 하면서 외환은행 노동자들은 한숨 돌리게 됐지만 그 이후에는 양 행간 불안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우려가 있다. 외횐은행의 직원들의 근속연수와 임금 수준이 하나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년 후의 상황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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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