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지부지 끝난' 남양유업 사태 총정리

‘원조 갑질’ 소문난 잔치로 끝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남양유업 대리점주 갑질 논란은 엄청났다. 당시 남양유업은 범국민적으로 욕을 먹었다. 한국 기업 중 이렇게 욕먹는 기업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만큼 과징금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 과징금은 20분의 1로 대폭 줄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지난 4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남양유업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124억원 과징금 가운데 5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이 확정했다.
 
[공정위 헛발질]
 
앞서 공정위는 2013년 10월 남양유업이 4년에 걸쳐 전국 1800여개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거나 취급하지 않는 제품을 강제로 할당했다며 공정거래법 등에 따라 과징금 124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남양유업은 “구입 강제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까지 매출액을 산정해 과징금을 과다하게 매겼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취소 소송을 냈다.
 
상고심에서 대법원 1부는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하며 ‘심리불속행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이란 재판에서 본안의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으로 이 경우 원심이 최종 판결이 된다. 
 

앞서 지난 1월31일 서울고법 행정2부(이강원 부장판사)는 남양유업이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24억원 가운데 5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바 있다.
 
원심결과를 최종 판결로 결정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남양유업에 당초 부과됐던 124억원의 과징금이 모두 취소되고 공정위가 재산정한 액수가 재부과되는 순으로 과징금 정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재판부는 매번 대기업들을 솜방망이 처벌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애초에 공정위가 과징금을 잘못 산정했다는 것에 있다. 한편 대리점주들은 공정위 조사가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공정위가 부과한 124억은 대리점에 재고를 강제로 떠넘겼다는 26개의 품목이다. 이들의 4년치 매출을 산정해 과징금을 매긴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부 강매가 있었다고 해서 남양유업이 전체 대리점을 상대로 물품 전부를 강매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취지로 이번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정확한 물량을 계산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KBS와 인터뷰에서 “(남양유업) 주문 시스템을 변경해서 (강매 물량을) 알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다”며 “수 없이 많은 대리점들을 전수 조사해서 그걸 따지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과징금 124억서 5억으로 축소
경영진 처벌 집행유예 벌금형 

와해된 대리점주 애매한 입장
 
하지만 대리점주들은 공정위의 조사가 부족했다고 주장한다. 한창 논란이 있을 당시 공정위는 내용을 잘 아는 대리점주들에게 연락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대리점주들은 공정위가 강매 물량 계산에 필요한 실제 주문내역 자료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주문 내역을 고등법원에서 패소하고 알게 돼 제대로 된 증거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공정위 고위직에 있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공정위가 보다 철저하지 못한 탓이다”며 “예전보다 공정위의 전문성이 떨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빠져나간 임직원]
 
검찰은 남양유업이 조직적으로 밀어내기 등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자 임직원 28명을 기소했다. 경영진의 지시에 따른 조직적 범행으로 결론이 났다. 당시 검찰은 김 웅 남양유업 대표 등 6명을 불구속기소했으며, 영업직원 등 22명을 벌금형에 약식 기소했다. 다만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범행에 개입한 증거가 없다며 처벌하지 않았다. 
 
지난 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강영수 부장판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대표에게 2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밀어내기 영업 관행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회사 내부 문서를 보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있다”며 “이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과 국민적 공분을 일으켜 원칙적으로 엄정하고 단호한 조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다만 남양유업이 회사 차원에서 피해 회복에 노력했다며 1심의 양형을 유지했다. 
 
함께 기소된 남양유업 전 영업상무 곽모씨에게도 1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직원으로서 회사 업무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일이므로 상대적으로 가볍게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며 영업 실무 담당 직원들을 벌금형으로 감형했다. 
 
1심에서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직원 신모씨와 이모씨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씨에게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폭언한 것이 대중매체에 보도돼 이 사건이 크게 불거지는 계기가 됐다”며 “이후 심리적 고통을 많이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피해자도 선처를 바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해체된 피해자]
 
대리점주들은 이번 남양유업 과징금 119억원 취소 판결에 대해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남양유업 대리점주인 A씨는 “사실 이번 과징금 취소 판결에 대해 나설 입장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사실상 대리점주들이 다시 일어나기는 힘들다. 이미 피해구제도 받은 상태며, 다 각자 먹고 살기도 바쁘다”고 말했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사실상 대리점주는 피해액을 모두 보상받았다. 또 회사 차원에서 대리점협의회와 상생협약을 제시하는 등 처우 개선을 위해 상생기금 30억원도 지급했다. 

A씨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 회사와 대리점주들 사이에서 현재는 큰 문제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원식 70억 탈세는? 남양유업 회장
 
70억원대 탈세 혐의로 기소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지난 2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에게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치밀한 방법으로 26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않아 조세 정의를 훼손했다”면서도 “차명 주식을 전부 실명으로 전환했고 가산세까지 390억원을 납부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홍 회장은 선친에게 물려받은 수표와 차명주식 등으로 그림을 구입하고 차명으로 주식거래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여세 26억원과 상속세 41억2000여만원, 양도소득세 6억5000여만원 등 모두 73억7000여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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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