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도록 쉽게 풀어본 서민금융 지원책 대해부

돈만 잘 갚으면 혜택·지원 ‘팍팍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이 방대해 서민들이 쉽게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요시사>에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정리했다.


서민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출시 따라오는 부담스러운 이자는 서민들을 더욱 궁핍한 상황으로 내몬다. 정부는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얼마나 어떻게?]
 
정부는 현재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바꿔드림론)의 공급기간을 늘리고 규모를 연 4조5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올해 종료 예정이었던 햇살론의 경우 2020년까지 연장하고, 공급규모를 연 2조원에서 연 2조5000억원으로 5000억원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종료를 앞두고 있던 새희망홀씨 역시 2020년까지 5년간 연장하고, 공급규모를 연 2조원에서 연 2조5000억원으로 5000억원 확대할 방침이다. 미소금융은 연 3000억원에서 연 5000억원으로 2000억원 확대하며, 바꿔드림론은 국민행복기금 재원을 활용해 연 2000억원이 공급된다. 금리 부담도 대폭 완화된다. 햇살론·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의 상한금리는 기존 12.0%에서 10.5%로 1.5%포인트 내려간다.
 
또, 고금리로 서민들의 삶을 옥죄었던 대부업의 법정 최고금리가 현행 34.9%에서 29.9%로 5%포인트 낮아진다. 금융위는 ‘대부업법’상 금융회사·대부업체의 최고금리를 인하해 서민층의 고금리 부담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 수준으로 신용대출 금리를 운용 중인 대부업체, 저축은행, 캐피탈 등의 이용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약 270만명의 이자부담은 46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누가 혜택보나?]
 
성실하게 돈을 갚는 서민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융지원 방안의 특징은 성실한 채무자에 대한 혜택을 늘렸다는 점이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빚을 지고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성실상환자가 긴급한 생계자금이 필요한 경우 긴급자금을 대출해줘 대부업 등 고금리 대출로 빠지는 것을 막는다.
   

대상은 정부 정책 상품인 햇살론·미소금융·새희망홀씨 등의 채무를 1년 이상 성실하게 갚은 상환자다. 대출한도는 최대 500만원까지다. 금리는 기존 미소금융(4.5%), 햇살론(10.5% 이내), 새희망홀씨(10.5% 이내) 등의 대출상품 금리와 동일하다. 대출기간은 최대 1년간 거치한 후에 4년동안 원리금을 균등분할로 납입하면 된다.
 
금융위 서민금융 지원 강화방안 발표
내용 방대해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
 
다만, 새희망홀씨는 만기일시상환도 가능하며 대출기간은 은행의 자율에 맡긴다. 이들 상품은 개별 상품 취급기관 지점에서 신청(문의 1397)이 가능하다. 정부는 성실납부자 긴급자금 지원대출 상품을 오는 8월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실상환자에게는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햇살론을 성실 상환하는 경우 매년 대출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를 적용(예:매년 0.3%p 인하)할 예정이며, 미소금융(3개월 이후 1.0%p 인하), 새희망홀씨(매년 0.3%p 인하)도 인센티브 도입한다.
 
성실상환자에게는 소액한도의 신용카드를 발급해 제도금융권 이용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장기간 신용카드를 성실하게 이용해 기록이 누적되면 신용등급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 대상은 국민행복기금·신복위의 24개월 이상 성실상환자 또는 완제자다. 한도는 1인당 일반물품 구매 목적으로 사용한 월 50만원까지다.
 
[주거 관련 대출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거 관련 금융지원이 포함됐다.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보증상품을 개선했다. 이에 따라 제2금융권 고금리 전세대출(7∼8%대)을 은행권 저금리 대출(3∼4%대)로 전환해주는 ‘징검다리 전세보증’ 상품을 활성화한다. 지원 대상은 2012년 11월말 이전에 실행된 대출로 한정되던 것을 2015년 5월말 이전에 실행된 대출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소득 입증 기준도 완화했다.
 

징검다리 전세보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소득 입증 서류를 넓게 인정해 서민층의 제도 이용 가능성을 높인다. 현재는 국세청 발급 소득금액증명원만 인정하고 있으나, 소득 입증 범위가 넓어지면 급여명세표, 연금수령통장 등도 소득입증 서류에 포함된다. 또, 연소득 15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이 주금공 전세대출 보증을 이용할 때 인정하는 간주 소득을 상향 조정(1800만원∼4500만원→2500만원∼5000만원)해 보증한도를 우대하기로 했다. 간주 소득 상향 조정에 따라 저소득층도 최대 5000만원(현행 최대 4500만원)까지 전세대출 보증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임대주택 거주자 대상 임차보증금 대출도 확대된다. 이에 따라 기초수급자 등이 임차보증금을 저리로 대출받아 월세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원대상은 현행 LH공사 임대주택 42만호에 SH공사 등 지역개발공사 임대주택 2만5000호가 추가된다. 대출한도는 현행 최대 10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으로 확대된다. 대출금리는 현재와 같이 2.5% 수준이다.
 
[교육비 대출도?]
 
정부는 교육비 등 서민생활 맞춤 대출 지원을 강화했다. 교육비 관련 대출 강화와 관련해서는 저소득 가구 자녀의 방과 후 학교나 고교 수업료 등의 교육비를 저리대출로 지원할 방침이다. 대출한도는 1가구 당 최대 500만원이며, 4.5% 금리가 적용된다. 대출을 원하는 이용자는 방과 후 학교 또는 수업료 등을 지원받았는지 여부를 증명(스쿨뱅킹 통장사본 등)하면 미소재단에서 확인 후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다.

  
취약 계층인 저소득 노인층을 위한 금융지원도 강화된다. 미소재단은 저소득층 고령자가 가입한 보장성 보험이 일시적 미납으로 실효되지 않도록 보험료를 지원한다. 미소재단은 보험사가 추천한 지원대상자(예: 전체 보험료의 1/3 이상 납부한 자 등)에 대해 신청사유, 보험료 납입내역 등을 심사해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대상은 65세 이상 차상위계층 가운데 기초수급고령자(65세)이다. 또, 이들은 은행 예금 가입시 0.8∼1.2%의 우대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게 된다.
 
장애인을 위한 금융지원 대책도 포함됐다. 미소재단은 저소득 장애인의 자활·자립 지원을 위해 생계자금을 저리대출 지원한다. 대상은 차상위계층 이하 또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장애인이다. 조건은 1인당 최대 1200만원을 3%의 금리로 대출한다.
 
[돈 없는 채무자는?]
 
상환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에게 재활기회가 주어지도록 금융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차상위계층에 대해 국민행복기금·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의 채무 감면율 확대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대상은 국민행복기금·신복위 채무조정 대상자 중 차상위계층이다. 원금감면율을 현행보다 10%p 확대 적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현행 최대 50%였던 원금감면율은 최대 60%로 늘어나게 된다.
 
또, 채무연체자의 불필요한 부담이 감면된다. 국민행복기금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채무자 중 사실상 상환능력 없는 채무자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별도로 관리한다. 대상은 국민행복기금 보유 기초수급 연체자 채권 중 재산·소득심사(3년단위 재심사) 결과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채권이다. 채무자의 희망에 따라 ▲장기간 채무 상환 유예 ▲공적 파산으로의 무료 연계를 지원한다.
 
또, 사적 채무조정기관(국민행복기금·신복위)과 공적 채무조정기관(법원 회생·파산)간 연계 지원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에서만 시행하는 패스트 트랙(Fast-Track)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한다. 패스트 트랙은 행복기금·신복위가 신용상담보고서를 발급, 법률구조공단에 인계하고, 법원은 부채증명서 생략, 재산·소득조사 간소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관련 절차 단축(통상 6개월→Fast Track 3개월)했다. 향후 서민금융진흥원내 ‘원스톱 법률지원단’ 구성하여 신속한 연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전문인력(변호사, 법무사 등)을 중심으로 구성해 회생, 파산이 필요한 채무자를 법원과 연계함으로써 채무조정 소요시간을 단축하고 파산진행과정 등을 지속 관리한다.
 
[고용지원 누구에?]
 
향후 개소되는 고용·복지센터에 서민금융 지원인력이 최대한 입주한다. 서민금융과 고용·복지 지원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4년 현재 10개소 수준인 통합지원 센터는 2017년까지 70여개 수준으로 늘어난다. 올해에는 고용복지센터가 전국에 총 30개소 추가 개소하는 가운데 27개소에 서민금융센터가 신규로 입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위는 “향후 고용·복지센터에 서민금융진흥원 지점을 입주시켜 서민금융 상담뿐만 아니라, 현장에서의 대출, 사후관리까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민 계층의 자활을 돕도록 미소금융의 창업·운영자금 지원대상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서 현행 ‘7등급 이하자 또는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 이하’인 기준이 ‘6등급+연소득 4000만원 이하 또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로 개선된다.
 
규모는 확대 기준은 완화
맞춤형 지원…복지도 연계
 
아울러 금융채무 연체자 가운데 직업이 마땅치 않은 서민들을 위해 일자리 제공과 재산형성 기회를 제공한다. 대상은 상환의지는 있으나 실직 등으로 채무상환에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 채무 연체자다. 절차는 국민행복기금, 신복위에서 대상자를 추천하면 보건복지부 자활근로사업으로 일자리를 연계해 제공한다. 
 
대상자는 인건비 일부를 내일키움통장을 통해 3년간 월 10원씩 저축하고 정부에서는 자활근로 수익금 명목으로 ‘매칭저축(최대 25만원)’을 지원한다. 이 저축액으로 잔여채무를 상환시 15%의 우대감면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미소금융재단 역시 미소금융상품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재산형성의 기회를 제공한다. 미소금융재단은 대상자가 일정금액을 저축할 경우 저축액의 최대 3배를 매칭하여 적립해, 이에 대한 이자분을 대상자에게 제공한다. 미소금융의 저축은 적용금리 또한 시중 적금금리의 약 2배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애매한 신용등급은?]
 
제도권 금융의 대출을 받기에는 신용이 낮고, 서민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기에는 신용이 높은 서민들을 위한 ‘징검다리론’이 출시된다. 그동안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의 원리금을 성실히 납입한 이용자가 신용을 회복할 경우 서민금융상품 대출 대상자에서 제외되지만 제도권 금융으로 진입하기엔 신용등급이 낮아 고금리의 대출 상품으로 회귀하는 경우가 있었다.
 
오는 11월 전국의 시중은행에 도입될 예정인 ‘징검다리론’은 새희망홀씨·햇살론·미소금융·바꿔드림론 등 4대 정책상품을 장기간 성실하게 상환한 사람이라면 은행에서 연 9.0%의 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donky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