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법거부권 사태로 드러난 당청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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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5.06.26 11: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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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바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

"법제처에서 법률을 검토해 정부 입장을 밝히지 않겠나. 정부에서 확실히 입장을 취하면 그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다." (지난 19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져가는 가운데, 정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후폭풍으로 벌집을 쑤신 듯하다. 이번 '거부권 후폭풍'의 진원지는 국회와 청와대다. 좀 더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본다면 청와대보다는 국회 쪽에 책임이 크다.

특히 정부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의 청와대와의 소통 부재, 어김없이 등장한 친박·비박 등의 계파 인사들의 아전인수식 발언들이 꼬인 정국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의 소지가 있는 만큼 고유권한 중의 하나인 거부권(재의요구안)을 상정 및 의결시켰다.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의 시행령이 법률 취지에 맞지 않을 경우, 국회가 해당 법안에 대해 수정이나 변경을 요구하고 이를 장관이 처리한 후 결과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헌법에서 입법·사법·행정으로 엄격히 분리돼 있는 삼권분립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 인사로 분류되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다수 의원들은 시행령 수정권이 강제성이 없는 만큼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들은 대 놓고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던 유 원내대표의 사퇴론마저 제기하며 아예 대놓고 청와대를 두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유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모두발언 중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며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유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유 원내대표는 친박 인사들의 사퇴제기와 박 대통령의 '사퇴 시그널에 대해 "더 잘 하라는 것으로 알겠다"며 에둘러 피해갔다. 당청이 어수선한 가운데 주변 압박으로 옷을 벗는 것도 무책임하고 소신이 없어 보이거니와 일단 한발 물러선 후 다음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결국 국회에서 출발한 국회법 개정안이 당을 분열케 하고 메르스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더욱 더 혼란에 빠뜨린 셈이다. 사실, 민감한 이슈들이 떠오를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특정 계파로 나뉜 채 반대 목소리를 내기에 바빴다.

그 동안 새누리당은 경남권 신공항 이전(당시 한나라당) 문제, 개헌 등 민감한 사안이 이슈화될때마다 친이(친 이명박)계-친박계로 나뉘어 서로 으르렁대더니 이번 '국회법 거부권'을 놓고서는 비박-친박의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최근 문재인 대표가 20대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사무총장에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최재성 의원을 인선하자 친노(친 노무현)계와 비노(비 노무현)계로 나뉘어 벌써부터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친박 인사였다가 탈박(탈 박근혜) 인사가 된 김무성 대표의 "정부에서 입장을 취하면 그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다"는 최근 발언도 아쉽다. 5선 중진의 배테랑인 김 대표는 당과 청와대의 든든한 가교 역할을 해줬어야 했다. 당내에서 울쭉불쭉 튀어나오는 특정계파의 요구나 주장 등에 대해 특유의 리더십으로 이 문제를 완화시키거나 중재해서 풀어야 했다. 대권후보로까지 거론되는 김 대표가 아닌가.

상황이 이쯤되자, 새누리당은 뒤늦게 부랴부랴 의원총회를 열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결국 재의결을 하지 않고 자동 폐기키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절차대로 다시 재의에 부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재의를 요구하면서 일정 보이콧을 선언해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만약 정 의장이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재부의하고,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상황은 복잡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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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