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홈플러스 인수전 '관전포인트5'

‘얼마에 팔릴까’ 자욱한 먹튀 그림자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홈플러스가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M&A가 성사된다면 국내 최대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누구의 품에 안길까. 매각을 둘러싼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예비 입찰 참여 여부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인수후보들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매각 신호탄을 쏜 것이다.
 
포인트1
[진짜로 팔긴 파나]
 
그동안 홈플러스는 수많은 매각설이 나돌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국내 유통업계 2위라는 무게감에 7조원(최대 10조)이 넘는 매각 예상가까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에 충분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쥐고 있는 영국 테스코가 과거 M&A 성사 직전 매각을 포기한 전례가 있어 M&A 성사여부는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봐야할 듯 싶다.
 
앞서 지난해 테스코는 미국 카알라일의 40억 파운드(6조5561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M&A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테스코가 6조5000억원 이하에는 홈플러스를 매각할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매각가격이 최소 7조원 이상으로 형성되지 않을 경우 M&A 협상 자체가 무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홈플러스의 모회사 테스코의 유동성이 여의치 않은 만큼 매각을 미루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테스코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10조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또,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2억 5000만 파운드(약 4000억원)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행들로부터 차입금 상환 압박을 받고 있다. 게다가 분식회계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때문에 테스코의 입장에서 무리하게 가격을 협상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점도 이들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발표된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홈플러스는 보유하고 있던 회사채 1조9008억원 가운데 4550억원을 조기에 상환했다. 2008년 체스헌트 오버시즈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이래 처음으로 상환한 것이다. 이는 홈플러스의 매각을 앞두고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테스코의 매각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포인트2 
[해외기업이 먹나]
 
홈플러스가 해외 기업에 인수될지 여부도 시장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가능성이 있는 자금은 중국계 자본이다. 테스코와 중국 테스코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중국 유통업체 뱅가드가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뱅가드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길 원한다면 지금이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뱅가드는 테스코 본사로부터 중국 테스코를 인수했다. 다만, 테스코는 중국 테스코의 지분율을 20%로 유지하며 뱅가드와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 진출한 해외 대형 할인매장이 현지화 실패로 사업을 접은 사례가 많아 뱅가드가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프랑스 까르푸의 경우 대형마트 부문 세계 2위라는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해 1996년 중동점을 열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전국 32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현지화를 배제한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전략으로 일관하다 실패를 맛봐야 했다.
 

M&A 시장 최대 매물로…성사 여부 주목
‘누구 품에 안길까’ 돌발 변수에 관심↑
 
월마트 역시 까르푸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월마트는 1998년 네덜란드 합작법인 한국마크로 점포의 인수를 통해 한국시장에 들어왔다. 전국 16개 매장을 운영했다. 따라서 외국계 기업이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외국계 사모펀드(PEF)가 유입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홈플러스를 매입한 후 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려는 세력들로 KKR, 칼라일, CVC 파트너스, TPG, MBK파트너스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인트3
[국내기업 가능성은?]
 
시장이 특히 집중해서 지켜보고 있는 부분은 국내 기업의 인수전 참여 여부다. 국내업계 2위의 지위를 갖고 있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단번에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7조원을 상회하는 높은 매각 예상가는 국내 기업인수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섣부른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비싼 홈플러스 매각가격 때문에 국내 기업이 단독으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국내 기업이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동종업계 1위 이마트나 3위 롯데마트는 공정거래법 독점규제에 걸릴 수 있어 아예 입찰 참여를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오리온이 슬며시 관심을 드러냈다. 오리온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홈플러스 인수 관련,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입찰참여 여부 등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향후 홈플러스 입찰과 관련해 구체적 상황이 확정되는 대로 공시하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오리온의 인수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 오리온의 자금 사정이 넉넉치 않기 때문이다.
 
박찬은 IBK 연구원은 “오리온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900억원 수준으로 홈플러스 인수 시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매각대금 대비 현금과 현금성 자산 규모가 매우 작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오리온이 비제과 사업부문을 매각했기 때문에 인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의 존재감이 인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허 부회장은 2006년 신세계그룹의 월마트코리아(현재 이마트)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신세계 사장, 이마트 사장을 지낸 허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신세계그룹에서 퇴사해 그해 7월 오리온에 입사했다.
 
 
현대백화점도 홈플러스 인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유일하게 “제안이 온다면 검토할 것”이라면서 인수 경쟁에 참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현대백화점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동원 가능한 현금은 2조원에 2조원을 대출받아 예상 인수가 7조원 가운데 4조원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나머지 지분은 사모펀드에게 넘긴다면 자금 마련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시너지 효과도 있다. 현대백화점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현대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 리바트, 한섬 등이 140여개의 홈플러스 유통망을 통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 현대백화점이 백화점 빅3(롯데, 신세계, 현대) 구도에서 밀려나는 양상이라는 점도 깜짝 인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현대백화점이 사업을 확장하는데 있어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전향적인 태도가 나오지 않는 이상 적극적으로 인수입찰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포인트4
비싸 쪼개 팔수도?
 

홈플러스 인수 주체만큼 매각 방식도 시장의 주요 관심 포인트다. 업계에서는 유동성(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테스코가 분할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매각 대금을 마련할 기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테스코는 지난해말 분리매각을 시도한 적이 있다. 지난해 12월 홈플러스는 부산 경남을 기반으로 13곳의 대형마트를 운영 중인 메가마트에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마트 모회사인 농심 관계자는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적이 있지만 협상한 사실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기업 vs 해외기업
속속 드러나는 도전자
먹으면 승자의 저주?

 
현재 홈플러스는 분할매각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일단은 일괄매각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적극적인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분할매각 가능성은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 분할매각은 인수자를 찾는 데는 용이하지만 결국 처치 곤란한 사업(또는 점포)만 남을 가능성이 커 매각사 측에서는 꺼리는 것이 통상적이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주)와 홈플러스테스코(주), 홈플러스베이커리(주)로 구성돼 있다. 홈플러스는 테스코홀딩스 B.V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테스코는 지난 2008년 이랜드가 운영하던 홈에버를 인수한 것이다. 현재 홈플러스테스코의 지분은 홈플러스와 테스코스토어리미티드가 절반씩 갖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의 반발도 M&A 과정에서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노조는 고용 불안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M&A 과정에 노조가 참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사모펀드의 유입과 분할매각을 경계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 17일 “분할매각이나 투기자본인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홈플러스 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홈플러스는 1999년 창립이후 임직원의 헌신과 희생, 한국소비자의 관심과 사랑으로 성장해온 기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분할매각과 투기자본으로의 매각이 시도된다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체 직원들과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노동단체, 시민사회단체, 정당, 소비자와 연대해 전면적인 사회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유력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사모펀드 KKR과 칼라일그룹, MBK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노조는 “언론보도, 현장제보, 업계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테스코와 홈플러스 경영진은 비밀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달 중에만 두 차례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테스코와 경영진은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인트5
심상찮은 노조
  
노조는 “홈플러스는 임직원 2만5000여명, 협력업체 2000여개와 수만명 직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수백만 한국소비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업체”라며 “매각과정 또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매각과정에 노동조합과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며 M&A 과정에 노조의 의견 반영을 주장했다. 이날 노조는 전 직원에게 힘을 모아 스스로를 지키자는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다. 호소문은 이날부터 전국 홈플러스 매장에 배포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노조 달래기’에 들어갔으나, 원론적인 해명에 그치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홈플러스는 노조의 기자회견에 대해 “테스코는 지난 1월 ‘당분간 해외자산 매각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이후 별다른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며 “모두가 하나 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조가 큰 힘이 돼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침체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모든 유통업체들이 매출이 급락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당사는 매각설까지 불거져 더 험한 길을 걷고 있고 지금은 어느 때보다 단결된 모습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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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