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공대협 이보열 위원장

민영화가 주거복지? “대통령님, 이건 아니지 말입니다”

[일요시사 경제 2팀] 이창근 기자 = 시도 때도 없는 국토교통부의 LH공사 편들기가 기어코 역풍을 만났다. 금년 1월 국토부가 발표한 ‘뉴스테이 정책’ 속에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운영·관리업무의 민간개방 항목을 끼워 넣은 것에 대해 주택관리공단은 물론 거주하고 있는 입주자들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로 결성된 ‘전국 공공임대주택 대표자 협의위원회’(이하 공대협) 이보열 위원장(54)은 “공공임대주택의 운영과 관리를 민간에게 개방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거복지 공약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이라며 국토부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국토부의 뉴스테이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주택 운영·관리의 민간개방’을 명시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운영과 관리를 민간에 개방하면 서비스가 나아지고, 관리비도 하락될 것’이란 국토부의 견해는 한 마디로 ‘탁상행정의 결정판’이라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정책?
 
“서민들을 위한 주거정책에 LH공사가 요구해 온 비상식적 주장을 끼워 넣은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이 위원장은 “공공임대주택의 운영과 관리는 절대 민간에 개방해선 안 된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민간개방을 철회하지 않는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국토부에 맞서 싸우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행동도 개시했다.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60만 입주민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고,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 운영 및 관리의 민간개방 반대’를 약속하는 서명까지 받고 있다. 여·야당을 가릴 것 없이 서명한 국회의원이 100여명이다. 입주민과 국회의원의 서명으로도 철회되지 않으면 동원 가능한 입주자들과 함께 국토부 앞 항의시위를 계획 중이다. 어떻게든 민간개방만큼은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주택 입주민들이 국토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단체를 결성하고 행동에 나선 것 자체부터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만 사실 어느 정도는 예고된 반발이라 할 수 있다. 그간 국토부와 LH공사의 행보들이 모두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임대와 영구임대주택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국민임대주택 주민들은 LH공사의 광역관리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있고, 영구임대주택 주민들은 기존의 단지관리 방식을 박탈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민간개방을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역관리 시스템이란, 몇 개의 임대단지를 총괄하는 하나의 통합관리센터를 두고 그 아래 각 단지별로 건물 관리업무를 맡기는 민간업체를 고용해서 이원화 방식을 말한다. 임대운영과 건물관리를 분리한 만큼 단지관리 방식에 비해 고객만족도가 떨어진다. 주로 LH공사가 관리하는 국민주택이나 장기임대주택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단지관리 시스템은 각 단지별로 관리소를 두고 임대업무와 관리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일원화 방식이다. 주택공사 시절 임대주택의 운영관리 전담조직으로 분리된 주택관리공단의 서비스 방식이 바로 이 방식이다. 각 단지별로 전담 관리조직이 있는 만큼 입주민 밀착서비스가 가능하다.
 
 
관리실에 전화만 하면 전기, 수도, 보일러 등의 시설물 하자처리는 물론이고 각종 임대계약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독거노인 말벗 해주고, 한 부모 가정 학생들 숙제도 도와주고, 관리비 내기 어려운 가정은 후원자 연결해 주는 일까지 해 왔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많은 영구임대주택 입주민들의 호응이 높은 것은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만족감 때문이다.  
 
문제는 입주민들에게 호응이 높은 단지관리 방식을 LH공사가 싫어한다는 데 있다. LH공사는 그간 수시로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을 민영화하거나 민간기업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국토부의 입을 빌어 2년 내 민간개방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공공임대 60만 입주민이 뿔났다!

억지 논리로 민영화 추진에 반발
 
이러한 LH공사의 태도는 최근 몇 년 동안 국정감사의 단골 지적 사항이었다. 2002년 노사정 합의와 2009년 토공과 주공 합병추진위 당시 ‘공공주택 건설과 분양은 LH공사가, 운영과 관리는 주택관리공단이 맡는다’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매번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LH공사는 꿈적하지 않았고, 국토부 역시 업무이관을 미루는 LH공사에 어떠한 제재나 시정을 촉구한 바 없다. 
 
“국토부의 탁상행정이 문제입니다. 현장을 모르니까 LH공사가 만들어 준 논리를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이죠. 관리 운영의 민간개방은 LH공사 근무하는 임직원들 자리보전 방편일 뿐 결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이런 배경으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은 “LH공사와 국토부는 한통속”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국토부 출신 인사가 LH공사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보니 LH공사의 생존 논리를 ‘서민을 위한’ 국가정책 속에 끼워 넣었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시각은 무리가 아니다. <일요시사>가 지난 997호와 998호에 연속보도한 ‘LH공사의 횡포-힘 없는 주택공단 죽이기 1, 2탄’을 통해 공개된 바와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부채 142조원의 부실경영도 모자라 호화청사에 성과급 잔치, 성추행 파문 등 공기업 비리 백화점이라 불리는 LH공사의 생존전략이 바로 주택공단의 매각 또는 업무회수다. 주택공단이 존재하는 한 ‘공공주택의 운영·관리를 공단 측에 이관하라’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게 될 것이고, 그 와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공기업의 정상화 기조로 인해 LH공사의 업무 및 조직 축소를 막기 위한 마지막 카드인 것이다. LH공사가 부채해소와 조직 정상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자회사 밥그릇을 뺏고 있다고 비난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LH공사의 장단에 국토부가 춤을 추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국토부 뉴스테이 정책에서 민간 개방 부분은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그나마 공기업인 주택관리공단의 그늘 아래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보호받고 있었는데 이를 민간에 개방하면 사회취약계층의 삶이 더욱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것이다.
 
“운영·관리의 민간 개방이 무슨 주거복지입니까? 이익 없는 일을 민간업체가 하나요. 서비스가 좋아지고 관리비도 안 오를 거라는 논리 자체가 탁상행정이고, 서민기만입니다. 국토부가 나서서 사회안전망을 없애겠다니 정말 기가 막힙니다.”
 
LH 장단에 국토부 춤
 
이보열 위원장은 국토부가 입주민들의 반대에도 민간 개방을 추진할 경우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의 주거복지 공약과도 배치되는 이번 정책은 60만 입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결코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님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취약계층의 사람들이 그나마 마음 붙이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터전을 LH공사 사람들 밥그릇 챙겨주자고 외면해서 되겠습니까? 사회안전망이 붕괴되면 그 때는 LH공사도, 국토부도, 이 정권도 함께 무너진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꼭 알게 할 거고요”
 
 
<manchoice@ilyosi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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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