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키맨' 일성신약 정체

제약사? 투자사? 궁금증 증폭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그룹 간 표 대결을 앞두고 삼성물산 지분 2.05%를 보유한 주주인 일성신약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성신약이 엘리엇측과 연대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일성신약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일성신약의 정체는 무엇일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논란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삼성물산 지분 2.05%를 보유한 주주인 일성신약의 거취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써는 일성신약이 엘리엇어소시에이츠엘피 측과 연대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뚜렷한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당당히 5대주주
 
일성신약은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을 주로 하는 제약업체다. 하지만 자산구성과 움직임을 보면 투자회사에 더 가깝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주력사업보다 부수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곳간을 채우고 있다. 지난 12일 일성신약의 1분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일성신약의 총 자산규모는 3773억원이다. 이 가운데 투자자산은 54.4%에 해당하는 199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유형자산은 283억원이다. 매우 이례적인 자산 구성비율이다. 통상 제약업체의 유형자산 비중은 60% 안팎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성신약의 주 투자자산은 삼성물산이다. 일성신약은 엘리엇어소시에이츠엘피, 삼성SDI, 삼성생명, KCC에 이은 5대주주다. 지난 2004년 단순 투자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1.14%를 219억원에 최초로 매입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사들여 2005년 508억원, 2006년 195억원, 2007년 40억원을 투자해 지분율을 3.53%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일성신약은 2008년 글로벌 기준에 맞는 공장 설립과 자사주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 58만주를 매각해 256억원을 확보했다. 2011년에도 78만주를 618억원에 매도해 외환은행 주식 등을 매입했다.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인 뒤 총 1.48% 매도해 지금은 2.05%를 갖고 있다.
 

일성신약은 지분투자를 통한 배당 수익 등으로 자본확충 효과를 얻고 있다. 투자자산으로 매년 20억원 안팎의 배당수익을 올린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외 수익(배당수익 포함)은 58억원으로 24억을 기록한 영업이익보다 2배가량 많다. 재무구조도 뛰어나다. 일성신약은 투자를 통해 발생한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 부채비율도 16%로 매우 안정적으로 올해 1분기 현금성 자산(단기상품 포함)은 1012억원에 달한다.
 
 
반면 본업인 제약 사업의 경쟁력은 매년 떨어지는 추세다. 2012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7.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3%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약업체지만…자산구성 등 내실은 투자회사
삼성물산 합병안 통과 캐스팅보트 쥐고 있어
 
일성신약의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비는 12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9%다. 의약품 사업에 대한 투자도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미래사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주식 외에도 제일모직(1414주), 매일방송(4만주), CSTV(62만주)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일성신약의 전체 매도가능증권은 장부가액 기준 199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현금성 자산을 합치면 자산가치는 2987억원에 달한다.
 
일성신약은 회사규모에 비해 보유자산이 상당히 많다. 일성신약은 지난해 기준으로 628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24억을 올렸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에 앞서 SK·KT·삼성중공업·SBS·현대오토넷·한국전력 등에도 투자해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일성신약이 갖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일성신약은 지난 1954년에 설립된 제약업체다. 87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산단로에 1만평 규모의 부지 위에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 공장을 신설해 전문 치료의약품을 생산·공급해왔다. 2005년 2월에는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산하 250여개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GMP 차등평가관리제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인 WHITE(우수) 등급 판정으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한 2007년 10월에는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C-GMP 기준에 부합하는 페니실린생산동을 신축했다.
 
 
일성신약은 항생제, 호흡기질환치료제, 항히스타민제, 당뇨치료제, 골질환치료제, 진통제, 근이완제, 마취제, 피부질환치료제, 혈액대용제, 순환기계용약, 혈액응고억제제, 소화기계용약, 신경정신계용약, 항바이러스제, 안과·혈류개선제, 해열제, 조영제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속적인 신제품개발과 신약개발을 위해 중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신약개발 주요분야는 치매·심혈관 치료제, 비만·당뇨제, 슈퍼 항생제, 항암제, 기관지 천식 등이다.
 
일성신약은 전국 주요 도시마다 판매본부와 지사를 두고 영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영국,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이스라엘, 일본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들과 협력하며 활동망을 넓히고 있다.

투자의 귀재?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은 과거 한 강연에서 “돈을 버는 것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고 돈을 모으는 방법이 중요하다”면서 “그 방법이란 들어온 돈을 죽기 전까지 놓지 않고 쓰지 않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회장은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성신약의 권리 행사에 재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삼성? 엘리엇? 일성신약 누구편?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지난 14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후 꾸려질 통합 삼성물산의 비전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의 합병비율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의 청사진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단 지금의 합병비율은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며 “최근에도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꾸준히 변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달 중순은 돼야 어느 정도 판단이 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또 “삼성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기업인 만큼 우리 주주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며 “합병이 단순히 삼성의 경영 승계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역량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는 것인지를 잘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엘리엇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윤 대표는 “우리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엘리엇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그들과 행동을 함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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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