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김한길-정대철 삼각연대 해부

친노에 맞설 최정예 '비노 어벤저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김한길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의 삼각연대설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비노계의 핵심 3인방인 세 사람이 지난 1일 전격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각각 영남(안철수)과 수도권(김한길), 그리고 원로그룹(정대철) 지분을 갖고 있는 세 사람이 뭉친다면 독주하고 있는 친노에 맞설 최정예 ‘비노 어벤저스’의 탄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비노(비노무현)계의 핵심 3인방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김한길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이 지난 1일 전격 회동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세 사람은 4·29재보선 참패 이후 집요하게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발언을 해온 인물들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독주하고 있는 친노계에 맞서기 위해 세 사람이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비노 어벤저스
친노를 물리쳐라

각각 영남(안철수)과 수도권(김한길), 그리고 원로그룹(정대철) 지분을 갖고 있는 세 사람이 뭉친다면 최정예 비노 어벤저스의 탄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해당 보도 이후 김한길 의원은 이번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었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냈지만 지난 1일이 아니더라도 정대철 고문과 김한길 의원의 회동 목격담은 여의도에서 공공연하게 들려오고 있다. 세 사람의 수상한 행보다.

세 사람은 새정치연합의 4·29재보선 참패 이후 줄곧 문 대표와 대척점에 서고 있는 인물들이다. 지난 2일에는 문 대표가 ‘위기에 놓인 당의 분위기를 재정비하자’며 모든 새정치연합 의원을 대상으로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워크숍을 진행했지만 안 의원과 김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권의지 확실히 드러낸 안철수
김한길-정대철, 좌우 날개 달까?


비노계의 핵심인 두 사람이 불참하면서 문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한 워크숍은 시작부터 김이 샜다. 특히 안 의원은 문 대표가 가나안농군학교에서 농사일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때 한 라디오 공개방송에 출연해 난데없이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나서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안 의원은 “2017년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뚜벅뚜벅 걸어가며 하나씩 결과를 보여드리겠다. 판단은 제가 아닌 국민들의 몫”이라고 얼버무리려 했지만 사회자가 확실한 답변을 해달라고 재촉하자 끝내 “그럼요”라고 짧게 답하면서 대선출마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

안 의원의 발언에 현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할 만큼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안 의원 측은 파장이 커지자 사회자가 워낙 대선 출마 여부를 확실히 말해달라고 재촉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 시기가 미묘했다.

달라진 안철수
킹메이커 등장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의도했든 안 했든 결과적으로 문 대표에게 고춧가루를 뿌려도 제대로 뿌린 것”이라며 “이번 워크숍은 문 대표가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 야심차게 준비한 것인데 안 의원의 깜짝 선언으로 이슈가 분산됐다. 아무리 사회자가 재촉을 했다고 해도 피해나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권도전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은 최근 안 의원이 차기 대권도전에 대한 결심을 굳혔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날 안 의원은 우유부단하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자신은 결단할 때는 결단하고 내려놓을 때는 내려놓는 선택을 해왔다”며 “다만 진실은 시간이 가면 알아준다고 생각하고 구구절절 변명을 하지 않았는데(그런 모습이 우유부단하게 비친 것 같다)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해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안 의원은 최근 차기 대권에 대해 무척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과 회동했었던 정대철 고문도 안 의원이 대권에 대해 너무 강한 의지를 드러내 다소 놀랐다는 언급을 했다. 정 고문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동 당시)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대통령후보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하겠다고 아주 직설적으로 얘기해 다소 놀랐다. 나도 이젠 양보하지 말라고 농담을 건넸더니 안 의원이 웃더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차기 대권출마 결심을 굳혔다면 최근 사사건건 문 대표와 날을 세우고 있는 이유도 설명이 가능해진다. 정치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안 의원이 미리 잡힌 공개방송 일정 때문에 워크숍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이번 워크숍은 1박2일간 진행됐기 때문에 방송이 끝난 후에도 충분히 참석할 수 있었다”며 “이번 워크숍엔 미리 잡힌 개인 일정을 마치고 뒤늦게 참석한 의원들도 있었다. 결국 앞으로 문 대표와는 계속 각을 세우며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아니겠냐”고 전망했다.

안 의원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의 수장이자 당대표 자리까지 꿰차고 있는 문 대표를 반드시 넘어서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 의원과 정 고문의 도움이 절실하다. 안 의원은 유력한 잠룡 후보지만 당내 세력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과 정 고문은 정치권에서 이미 유명한 킹메이커이기도 하다.

우선 김 의원은 수도권에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선 김 의원을 수도권 비노진영의 중심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김 의원은 출생지는 일본 동경이지만 본적은 서울이다. 서울 구로구와 광진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마포 노웅래, 동대문 민병두, 성동구 최재천, 인천 문병호, 경기 오산 안민석, 경기 안양 이종걸 등 김한길계 의원들이 수도권에 다수 포진되어 있다. 

정 고문 역시 중요한 퍼즐이다. 정 고문은 현역의원은 아니지만 새정치연합 원로그룹의 좌장격으로 호남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동교동계 원로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다. 호남은 야권의 심장이다. 안 의원이 차기 대선 경선에서 문 대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호남을 잡아야만 한다.

호남이나 대구경북 모두 인구수는 비슷하지만 새정치연합 권리당원 비율은 호남이 56%나 되고 대구경북은 0.4%에 불과하다. 호남의 표심에 따라 경선 승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 2·8전당대회에서 호남에 기반을 둔 박지원 의원이 대중적 인기도가 높은 문 대표와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정 고문은 특히 박지원 의원과도 깊은 친분이 있다. 현재 호남의 민심이 문 대표와 친노에게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은 안 의원으로서는 분명한 대권 청신호다. 당내 경선에서 수도권과 호남은 가장 중요한 요충지다.

물론 김 의원과 정 고문에게도 안 의원은 꼭 필요한 존재다. 현재 친노계와 각을 세우려는 비노계로서는 마땅한 구심점이 없어 고민해왔다. 재보선 참패 이후 비노계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친노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무리 외곽에서 친노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다고 해도 정치적인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소위 비노라고 불리는 이들은 친노가 아니라는 것이 유일한 공통점일 뿐 하나의 조직이나 이해관계로 뭉쳐있는 계파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백가쟁명식 의견을 내놓을 뿐 정치적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계파는 없다?
공허한 외침

차기 총선을 앞둔 현재 비노계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있다. 비노계의 불안감은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진행된 새정치연합 워크숍 과정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농사체험 도중 비노계의 한 의원이 “배 솎아 내기 작업을 시키는 것이 ‘공천 물갈이’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 여기는 호남이고, 여기는 수도권인가?”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의원들은 “미리 솎아내야 나머지 열매가 튼실하게 자란다. 뻣뻣하게 고개 치켜든 열매를 놔두면 안 된다” “머리 쳐든다고 다 잘라야 하나. 그러면 누가 할 말을 하겠나” 등의 대화로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문 대표가 당의 혁신을 인적쇄신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은연중에 내비치면서 비노계의 불안감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차기 총선은 차기 대선 직전에 치러지는 선거이니 만큼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문 대표로서는 측근 챙기기를 안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문 대표의 ‘계파는 없다’는 말을 비노인사들이 아무도 믿지 않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세 사람 뭉치면 비노계 결집
총선 앞두고 친노-비노 총력전


이 관계자는 또 “안 의원이 대선을 2년이나 앞둔 시점에 무리하게 대권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도 결국 이런 사정 때문”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밀리면 대권도 물 건너간다. 총선 공천과정에서 자신들을 지켜달라는 비노계의 요구와 지켜줄 테니 나를 대권 후보로 만들어 달라는 안 의원의 요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가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구심점 역할을 할 마땅한 인물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비노진영으로서는 안 의원만큼 매력적인 인물도 없다. 안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청렴한 이미지에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다. 정치경험이 일천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9단인 김 의원과 정 고문이 주변에서 안 의원을 돕는다면 미숙한 정치경험도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

세 사람의 삼각연대는 지난 대선에서 이해찬-박지원-문재인 3인이 구성했던 이-박-문 삼각연대를 떠오르게 한다. 지난 대선 당시 이-박-문 연대는 초선의원이던 문재인 대표를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에까지 올려놨다. 이-박-문 삼각연대를 통해 이해찬 의원은 당대표를 맡았고 박지원 의원은 원내대표 자리를 꿰찼다.

마지막 결전
드디어 승부 낸다

세 사람은 각각 지역적 안배도 이뤘다. 이 의원은 충청권에 지분을 가지고 있고 박 의원은 호남에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문 대표는 영남권 출신이니 지역별 구도가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두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면 문 대표는 결코 대선후보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문 대표는 국회의원 배지를 단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완전한 정치초보였다. 따라서 안철수, 김한길, 정대철 세 사람의 삼각연대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당내에서 세 사람의 뒤를 따르려는 비노계 의원들이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연 안 의원은 안-김-정 삼각연대를 발판으로 자신의 최대 난적인 문재인 대표를 넘어설 수 있을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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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