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스닥 8위' 코미팜 불량공정 내부고발

먼지 가득한 공장서 약품 만든다고?

[일요시사 경제2팀] 강경식 기자 = 코스닥 시총 랭킹 8위를 자랑하는 코미팜㈜이 암초를 만났다. 비위생적 제조공정과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내부 고발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올 2월까지 실시됐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잘 넘기고 상승세를 타고 있던 코미팜이 또 다시 돌발변수를 만난 것이다. 
 
 
원래 코미팜은 동물의약품이 주력인 회사다.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 동물성 전염병 백신과 치료제가 주력 제품이다. 최근에는 항암제와 암성통증 치료제 ‘코미녹스’를 개발해 인체 의약품 분야까지 사업을 넓히고 있다. 최근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시가총액이 1조8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잘나가는 회사다.
 
세균·오염물질
유입 가능성 ↑
 
이런 코미팜이 만난 암초는 내부 고발자의 양심고백이다. 코미팜에서 연구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씨는 본지에 “제약회사 코미팜의 비위생적인 상태를 직접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씨의 제보에 의하면 코미팜이 설비확장을 위한 공장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공장 내부로 각종 먼지와 오염물질이 유입되고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4년 내내 의약품을 계속 생산해 왔다는 것이다. 
 
원래 제약회사는 위생에 민감하다. 제조 공정에 관해서는 더욱 예민하다. 이물질이 제품을 오염시키거나, 백신의 품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사를 진행하면 발생하는 각종 먼지나 먼지에 섞인 미세한 크기의 세균과 오염물질이 제품의 품질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렇다 보니 실제로 대부분의 제약회사는 리모델링을 시공하는 동안 생산 공정을 멈추고 설비와 제품을 보호한다. 대표적인 예가 셀트리온이다. 지난 2013년 4월부터 셀트리온은 진천공장의 리모델링을 위해 생산 공정을 멈추고 4개월간 의약품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런데 코미팜은 지난 4년동안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를 생산과 병행해왔다. 한 건물 안에서 생산과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된 제품을 계속해서 생산해왔다는 것이다. 이씨가 내놓은 시흥공장 내부 사진을 보니 청정수준을 요구하는 제약회사로는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공사현장과 의약품 제조시설은 분리되어 있지 않았을 뿐더러, 시커먼 먼지가 쌓인 건축자재들이 바닥에 나뒹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더러운 먼지가 날리는 복도를 드나들면서 생산을 계속해왔다”며 “공사현장과 차단되지 않은 복도가 이어진 2층 조직배양실과 가금실, 충진실을 거친 제품은 비위생적인 공정을 통해 생산됐다”고 강조했다. 
 
청결해야 하는데…비위생적 제조 의혹
리모델링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 생산
 
또한 공정을 위해 청결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생산설비 일부가 건축자재 사이에 보관되고 있었다고 제보했다. “백신용 계란을 올려놓는 선반이 리모델링 자재들 사이에 보관되고 있다”며 “각목과 철 구조물들이 쌓여있는 공간에 날아다니는 각종 세균과 오염물질이 포함된 먼지가 하루에 몇 차례만 복도를 지나다녀도 신발에 묻어나는 비위생적인 현장”이라는 것이다.
 
사진대로라면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였다. 사실 확인을 위해 직접 시흥 공장을 찾았다. 이씨의 주장대로 공사가 한창 이었고, 현장 인부의 증언을 통해 조직배양실을 비롯한 충진실, 가금실이 위치한 2층에서 내부공사가 계속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코미팜이 KVGMP 인증을 받았는지 쉽게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KVGMP 인증 
어떻게 유지?
 
KVGMP란 ‘동물용 의약품 우수 품질관리기준’으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의해 제조검사시설과 품질관리상태에 대한 인증이다. 이 인증은 위생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증명인데,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제대로 평가됐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코미팜은 4년간의 리모델링 공사 동안 생산과 실내 공사를 병행해왔지만, KVGMP 인증과 관련해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과 2002년에 각각 주사제·주입제·수액제와 생물학적제에 대해 KVGMP인증을 획득한 코미팜은 현재까지 제조와 품질에 대한 인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KVGMP의 ‘동물용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실태 평가표’에 의하면 ‘미생물의 오염방지에 유의’ ‘청정도 유지 관리 및 정기점검’등을 평가하고 있다. 코미팜에서 리모델링 공사와 생산이 병행된 4년 동안 과연 실사를 통한 인증이 이뤄졌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코미팜 고위 관계자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KVGMP인증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리모델링과 병행해 가동된 기존 생산시설은 인증을 이미 받은 공간이고, 공사 현장과 구분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공사현장과 생산공정이 이어져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조장치를 통해 공기중의 압력 차이를 만들어 업무 공간으로 공사현장의 공기가 흐르지 못하게 막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작업자의 출입시 옷이나 신발에 오염물질이 묻어 생산 공정으로 이동하는 것은 어떻게 막는가?”라는 질문에도 “일상생활에서 오염되는 수준”이라고 대답했다. 
 
작업환경의 청결도가 의심스러운 코미팜이 오히려 직원들에게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과도한 위생상태 유지’를 주문해온 것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생산에 관여하는 모든 직원에게 매번 락스물에 손을 씻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내부 고발자 이씨는 “회사가 락스물이 담긴 통을 가져다 놓고 손을 씻으라고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증언 뿐이 아니다. 코미팜 시흥 본사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모든 근무자에게 락스물로 손을 씻을 것을 강요받았음을 확인해줬다. 이씨와 김씨 외에도 락스물로 손 씻기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하는 직원들은 줄을 이었다. 한결같이 "회사가 직원들이 락스물로 손 씻을 것을 지시하고 강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락스’는 ‘피부에 직접 닿았을 경우 유해하다’고 알려진 제품이다. 국내 락스제조사인 유한·크로락스 관계자는 “락스 사용시 피부에 닿았을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고무장갑을 낀 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제품용기의 경고문구는 그냥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는 부연이다. 화학물질안전관리정보시스템만 접속해 봐도 ‘락스의 주 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Sodium Hypochlorite)은 피부와 지속적으로 접촉했을 때, 화학적 화상을 일으키면서 급격한 건조, 표백을 유발할 것’이라는 경고를 볼 수 있다.
 
‘까라면 까라!’
인권침해 논란
 
위험해 보이는 손 씻기 강요가 지속되자 직원 중 일부는 고용노동부에 감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기도 했다. 이들은 노동부에 “검온장에서 락스 손 씻기를 강요한 것은 큰 문제”라고 코미팜의 행태를 지적했다. 강요를 받았다는 근거로 이들은 검온장에 설치된 CCTV를 지목했다. 사측은 CCTV를 통해 직원들이 락스물에 손을 씻는지 감시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CCTV를 통해 강요를 받은 것은 인권침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씨는 “CCTV가 설치된 장소에서 손 씻기를 강요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입니다”라며 “회사는 항암제를 만든다는데 직원들은 독성물질로 손을 씻다가 암에 걸릴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구해본 결과 인권위는 “시중에 판매 중인 손 소독제와 손 세정제가 있는데도 락스로 손 씻기를 강요하는 것은 건강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CCTV를 설치해 직원들이 락스로 손을 씻는 것을 확인한 것은 인권침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코미팜 고위 관계자는 “락스를 이용한 손 씻기를 강요한 적이 없다”면서 “직원들의 손 씻기에 사용한 것은 구연산과 알콜” 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코미팜 측이 손 세정제로 사용했다는 ‘구연산’은 락스보다 더 강한 독성물질이다. 화학물질관리정보시스템상에는 구연산의 피부 접촉시 ‘매우 유독하고 치명적이다’라며 ‘모든 피부접촉을 피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한쪽에선 과도한 위생 주문
직원 락스물에 손씻기 강요
 
그러나 락스보다 독한 구연산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코미팜의 입장을 추가로 듣고자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코미팜 측이 <일요시사>의 취재를 회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차례 연결을 시도했으나 코미팜 측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언론의 취재를 회피전략으로 대응한 코미팜은 사실 내부단속에 바빴다.
 
내부 고발자 및 직원들에 의해 코미팜 관리자들로부터 입단속, 및 언론대응전략을 암기하도록 주문하고 있던 정황이 확인됐다. 관리자들은 락스 손 씻기에 대해 ‘감기환자 때문에 락스물로 바닥을 닦으려 했다’거나, 리모델링 공사에 대해 ‘환경은 어쩔 수 없다. 직원들이 습관이 돼야 할 뿐’이라는 식의 대응전략을 강요하며 직원들의 입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들은 “코미팜은 부당한 것을 계속 강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코미팜에 노조가 없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도 부당한 강요가 지속되는 이유로 지목했다. 이들은 “개선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며 “부당한 것을 강요하는 회사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코미팜의 문제에 대한 내부 고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요시사> 취재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을 접한 고용노동부는 코미팜에 감독관을 파견해 ‘락스 손씻기’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고, 코미팜 측은 이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고용노동부는 “코미팜 사태에 대한 현장 감독 결과, 코미팜 측이 락스 손씻기 강요를 인정했고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내용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고용노동부의 감독관 파견 이후 코미팜 고위 관계자에게 “락스로 손 씻을 것을 강요한 적이 없다”면서 왜 고용노동부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았는지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했지만 코미팜 측은 이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노동부 감독관 파견
축산본부도 조사 중
 
고용노동부 외에도 지난 21일 KVGMP를 관리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역시 감독관을 파견해 공사가 품질에 미쳤을 영향에 대해 실태 조사를 벌였다. 더불어 검역본부는 리모델링이 진행된 기간 동안 생산된 제품의 품질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조심스럽지만 필요하다면 재 평가를 해야 한다”며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생산과 리모델링의 병행을 강행해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스스로 불러일으키는 코미팜의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lieben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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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음성군청-살처분 업체<br> 짬짜미 의혹

[단독] 음성군청-살처분 업체
짬짜미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연못이 흙탕물로 변하기까지 미꾸라지 한 마리면 충분했다. 사람들은 물을 맑게 만드는 대신 더 많은 미꾸라지를 연못에 밀어 넣었다. 이제 연못은 바닥을 볼 수 없는 진흙탕으로 변해 버렸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긴급’이라는 두 글자의 힘은 엄청났다. 촌각을 다투는 일일수록 담당자의 재량권은 커지게 마련이다. 일단 진행하고 추후에 상황을 수습하는 게 용인이 되는 일도 많이 있다. 시간 단위로 수십㎞까지 확산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문제가 대표적이다. 확산 방지 죽여서 처리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살처분 명령)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종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역학조사·정밀검사 결과나 임상증상이 있는 가축의 소유자에게 살처분을 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1종 가축전염병은 우역, 우폐역, 구제역, 돼지열병,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등이다. 제1종 가축전염병은 치사율이 높고 백신으로도 감염 확산을 막기 어려우며 전파 속도가 빨라서 바이러스 숙주 자체를 죽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 ‘예방적 살처분’이라고 해서 가축전염병 매개체와 직접 접촉했거나 접촉했다고 의심되는 경우 그 장소를 중심으로 확산하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지역의 가축 소유자에게도 지체없이 살처분을 명할 수 있다. 실제 지자체에 가축전염병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진단부터 살처분까지 길게 잡아도 이틀을 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년가량 가축 살처분 일을 해온 업계 관계자는 “산란계(알을 낳는 닭) 6만 마리 정도는 퇴비화 작업까지 하룻밤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살처분한 가축을 땅에 묻는 대신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무상으로 나눠준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자루에 동물을 잡아 넣고 탄산가스를 주입해 처리한다. 살처분한 동물로 퇴비를 만드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된다. 살처분에 참여한 업체는 바이러스 확산 문제 때문에 1~2주는 일을 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긴급’ 이유로 입찰 없어 최저가 낙찰 안 하고 왜? 문제는 감염된 가축을 살처분하는 일을 맡을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가축전염병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업체에 연락을 돌린다. 연락을 받은 업체가 견적서를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공무원이 업체를 선정한다. 지자체에서 용역 사업을 진행할 때 거치는 공고, 입찰, 평가, 선정 등의 절차가 전부 생략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5조(수의 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 제1항 제2호에 의한 조치다. 시행령에 따르면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긴급복구가 필요한 재난 등 행정안전부령에 따른 재난 복구 등의 경우’ 수의 계약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돼있다. 더 큰 문제는 절차의 불투명성 외에도 업체를 평가하는 잣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떤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는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살처분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지자체에서는 업체 상황을 훤히 알고 있다. 기계는 몇 대가 있는지, 인력은 몇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지, 과거에 일은 어떻게 했는지…. 일종의 데이터베이스가 갖춰져 있다. 업무 능력이 비슷하다는 전제라면 비교할 건 가격뿐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최저가 낙찰이 어느 정도 지켜졌다. 다른 지역에서 AI나 ASF가 발생해 살처분했다면 그 단가에 맞춰 견적을 넣거나 공무원하고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풍토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손에 다 달렸다 문제가 제기된 곳은 충북 음성군. 음성군청에서 다른 업체와 비교해 1마리당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곳을 선정한다거나 살처분 업무 경력이 적은 곳을 고르는 등 석연치 않은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잣대나 투명한 절차까지는 아니어도 업계에 통용되는 규칙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그런 규칙이 다 깨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부터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음성군청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AI 등이 발생했을 때 살처분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가격이 가장 낮은 곳을 선정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음성군청 관계자의 답변과 달리 지난해 11~12월 음성에서 AI가 발생했을 당시 살처분 업체 최저가 낙찰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7일 한 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해 살처분이 이뤄졌다. 당시 살처분을 맡은 업체는 A사다. 업계 관계자는 “A사는 당시 1마리당 가격을 3500원에 (견적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사는 담당 공무원에게 구두로 1마리당 2000원에 일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살처분 일을 맡은 건 A사였다. A사와 B사의 1마리당 단가 차이가 1500원에 달했지만 더 비싼 곳이 맡은 것이다. 당시 폐사한 오리 수는 5만7000여마리라고 한다. 전체 가격으로 따지면 8500여만원 차이다. 지난해 12월30일 닭 농장에서 AI가 발생했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재현됐다. 당시 일을 따낸 업체는 C사로, 1마리당 가격으로 2800원을 적어냈다. B사도 1마리당 가격을 1900원 견적으로 내 음성군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1마리당 가격이 900원 비싼 C사가 낙점됐다. 싸게 해도 안 줬다 당시 폐사한 닭 수는 4만3000여 마리로 전체로 보면 3800여만원 차이다. B사 관계자는 “심지어 C사는 원래 인력 업체다. 우리가 살처분 업무할 때 사람이 필요하면 C사에 연락해 공급받았다. 등기부등본에도 C사의 업종은 인력 공급업으로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B사는 살처분한 가축을 퇴비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은 업체다. C사와 비교해 살처분 업무 능력에 있어서 밀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음성군청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11월7일에 AI가 발생했을 때는 업체 3곳에만 전화했고 그중 A사의 가격이 가장 낮았다”고 해명했다. 12월30일 상황을 묻자 “B사가 견적을 늦게 냈다”고 답했다. B사는 음성군청 관계자의 해명에 반박했다. B사 관계자는 “11월7일 우리가 AI 발생 소식을 알고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해 단가를 말했다. 그런데도 1500원이나 비싼 A사에 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성군청 공무원이 B사에 연락하진 않았지만 상황을 알자마자 단가를 제시했는데 무시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2월30일 AI가 터졌을 때는 C사 관계자와 군청에 함께 있었다”며 “나란히 서서 이야기하는데 (단가가 더 비싼) C사가 일을 따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1900원보다) 더 싸게 일을 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가 입수한 당시 통화 녹음에서 음성군청 관계자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B사 직원을 응대했다. 이미 업체가 정해졌다는 음성군청 관계자의 말에 B사 직원이 “(해당 업체의) 단가가 더 싼가 보죠?”라고 물었을 때도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통화 내용대로라면 가격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업체 선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기준도 잣대도 불명확 퇴직 공무원 연결고리? B사 관계자는 “보통 의심 신고가 들어온 뒤 역학조사를 거쳐 실제 살처분에 돌입하는 건 다음 날부터다. 아무리 급해도 업체 간 가격을 비교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살처분 업체들이 퇴직 공무원을 영입하면서부터”라고 주장했다. 지자체에서 동물방역 등을 담당했던 공무원이 퇴직한 후 관련 업체에 취업하면서 이른바 업계에 ‘전관예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A사의 경우 충북도청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분, 경기도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분을 영입한 이후 비싼 단가에도 일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음성군청 관계자도 충북도청에서 2023년까지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D씨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D씨는 와의 통화에서 “A사에 정식으로 소속돼있는 것은 아니다. 영업 일을 하고 있다”면서 “단가 같은 얘기는 다른 사람이 안다. 내가 그분께 말해 전화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씨는 경기도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사람의 이름을 언급했다. 적어도 두 사람이 A사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것이다. 음성군청 관계자는 살처분 업체를 선정하는 데 학연이나 지연 등 인맥이 영향을 미치는지 묻자 “그런 건 없다”면서도 “견적서만 내는 것보다 (군청에) 찾아와서 일은 어떻게 하겠다, 뒤처리는 이렇게 하겠다 등 설명해주는 업체를 더 선호하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최소한의 기준은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체 선정 과정에 공무원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큰 만큼 일정 정도의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만? 다른 데는? B사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업계가 망가져 버렸습니다. 이대로 두면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지금껏 누구도 말하지 못했고 기사도 제대로 나지 않은 이유는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밥줄이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그만큼 공무원이 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하다는 방증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