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혈세' 국회 애먼 돈 완전 해부

영수증도 필요 없어 "먼저 쓰면 임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치권이 불투명예산 논란으로 시끄럽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국회 대책비를 생활비로 썼다고 밝힌데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도 재판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직책비를 아들 유학자금으로 썼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영수증 처리도 필요 없는 불투명 예산이 국회 곳곳에서 집행되면서 국회의원들이 혈세를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 한 해에 사용하는 불투명 예산이 많게는 9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회 사무처에서는 해당 예산의 사용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가 이익에 반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예산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회가 무슨 국정원이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그런데 최근 국회의원들이 대단한 일에 쓰는 줄 알았던 불투명예산의 사용처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성완종 게이트 사건에 휘말린 홍준표 경남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받은 국회 대책비를 생활비로 썼다고 밝혔고, 입법로비 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 신계륜 의원은 상임위원장 직책비를 아들 유학자금으로 썼다고 고백했다. 국회의원들을 믿고 불투명예산의 사용처를 묻지 않았던 국민들로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의원님 쌈짓돈
혈세 낭비 심각

이번에 문제가 된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장과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18개 상임위원회와 각종 특별위원회 등에 지급되는 돈이다. 특수활동비 중에는 정책 개발부터 의원 외교, 의원 연구 활동 지원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이 돈을 모두 합치면 연간 80억∼90억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특히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는 여당 원내대표에게는 연간 4억원 이상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지사가 국회 대책비라는 명목으로 여당 원내대표 시절 월 4000∼5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직 여당 원내대표는 “그 돈을 원내대표가 혼자 다 쓰는 것이 아니라 당이나 상임위 등과 분배해서 쓰게 되어 있어서 정작 원내대표가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안 된다”고 반박했다.

어찌됐든 국회는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가 지급되고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미스터리다. 이 돈은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어 개인 생활비로 유용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고, 사적으로 유용하다 적발된다하더라도 이번 사례처럼 처벌할 근거가 모호하다.

여의도는 감시 사각지대 "올해만 84억 증발"
대책비를 생활비로…직책비를 유학자금으로


국회의원들이 개인 비리 혐의로 자금 흐름에 대한 해명이 필요할 때 특수활동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떳떳하게 밝히는 이유다. 특수활동비가 주먹구구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국회의원들도 인정하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의 경우 불법 사찰 국조 특위 위원장을 맡은 후 받은 9000만원의 활동비를 전액 반납하기도 했다. 
 


여야의 대립 속에 불법 사찰 국조 특위가 공전만 거듭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들어 여야는 무려 31개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렇다한 성과를 낸 특위는 없다. 한 달 평균 회의 개최 횟수가 1회 미만인 특위도 9곳이나 됐다. 그런데 활동비를 반납한 위원장은 심재철 의원이 유일하다.

 


국익 위해?
의원 위해?

국회의원들이 쌈짓돈처럼 쓰는 예산은 특수활동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대표적으로 정당 국고보조금이 있다. 정당 국고보조금은 지난 2012년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중간에 후보를 사퇴했음에도 보조금 27억원을 수령하면서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한 해에 각 정당에 지급되는 정당 국고보조금은 무려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액수지만 정당 국고보조금은 선관위에서 서면 위주의 회계조사만 할 뿐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는다. 정치자금법에는 보조금의 30% 이상을 정책개발에 사용해야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지키는 정당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보조금의 대부분은 각 당의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 또는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국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는 비용인 셈이다. 반면 다른 국가에서도 정당보조금을 지급하긴 하지만 철저한 회계감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부분 선거운동을 위한 보조금 등 제한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묻지마식 지원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미사용 정치자금 역시 국회의원들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다. 정치자금은 엄밀히 따지자면 국회의원들이 자발적 기부를 통해 모은 것이니 세금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피 같은 돈을 사용한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정치자금법에는 정치자금을 ‘사적 경비’로 쓰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적 경비와 공적 경비의 구분이 모호하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식사비용을 정치자금으로 계산하고 정치활동을 위한 만남이었다고 신고하면 공적으로 비용을 사용한 게 되는 식이다. 또 쓰다 남은 정치자금은 임기 직전 다 써버리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남은 돈은 모두 소속 정당에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정치자금을 자신의 보좌진 퇴직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씩 지급하기도 했다. 

매년 반복되는 외유성 해외연수 비용 또한 국회의원들이 사용하는 애먼 돈이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전진한)는 국회의원들의 해외연수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경악스러웠다. 대부분 의원들의 해외순방 일정이 해외 진출 기업들이나 동포들과의 만찬 중심 일정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의원친선협회 차원의 의원외교 역시 대부분 외유성 출장을 의심케 하는 일정들로 채워져 있었다. 지난 2013년에는 의원 외교라는 명분으로 동남아를 찾았던 의원들이 현지 국가 국회가 회기 중이 아니어서 방문지 국가의 의원들을 만나지 못하고 국장급 국회공무원을 대신 만나고 돌아오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의원들은 해외순방을 마친 후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고할 의무도 없다.

게다가 국회는 19대 국회 들어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던 국회 의장단의 해외순방 일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사용된 예산내역까지 철저히 감추고 있다. 이 역시 공개될 경우 국가 이익을 해할 수 있다는 명분이다. 당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외유성 논란이 일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정을 아예 비공개로 전환해버린 것 아니냐”는 반발이 있었다.

과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어온 의장단 해외순방 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 현지 한인간담회, 현지 의장단 예방 등의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이런 일정들이 공개된다고 해서 어떻게 국익에 해가 된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시대 역행
묻지마 예산

물론 국회는 의장단의 해외일정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더라도 자체 감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철저히 감사받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전진한)’의 강언주 간사는 이에 대해 “그동안은 의장단의 해외일정에 대해 모두 투명하게 공개했고 문제가 있으면 직접 찾아가 영수증을 하나하나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살펴보면 너무 과다하게 예산을 사용한 부분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해외순방 경비의 경우 개인적으로 유용할 가능성은 적다고 하더라도 감시를 벗어나면 불필요한 예산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특히 예산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인데 국회만 오히려 기존에 공개되던 예산 사용내역조차 비공개로 전환한 것은 시대를 거꾸로 역행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국회서 의장단과 관련한 애먼 돈은 또 있다. 국회는 국회의장과 부의장에게 각각 150만원과 130만원을 주유비로 매달 꼬박꼬박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의장단이 아무리 일정이 많다고 해도 주유비로 지급되는 금액치고는 다소 많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의장단은 주유비로 사용하고 남은 돈을 반납할 의무가 없다.

일하라고 줬더니 개인 주머니에?
정보공개 거부, 투명 행정 역행


심지어 의장단이 사용하는 관용차량은 ‘국회사무처 공용차량 내규’에 따라 운행일지도 작성하지 않는다. 지급받은 주유비 중 실제 주유비로 얼마나 사용했는지 남은 돈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할 자료가 없는 것이다. 일반 업무용 관용차량이 차량운행일지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외 출장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들의 항공 마일리지 사용실태도 도마 위에 오른다. 매년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국회의원들은 피감기관의 항공 마일리지 사용실태에 대해 지적한다. 업무상 출장을 통해 항공 마일리지를 쌓아놓고도 쓰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지침위반이자 혈세 낭비라는 것이다.

현재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공무 출장자는 항공권 예약 시 적립된 항공 마일리지를 우선 활용하고 해당기관 회계담당자는 마일리지 활용 여부를 확인 후에 운임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국회의원들은 항공 마일리지를 잔뜩 쌓아놓고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에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19대 국회의원 중 일부는 약 2년의 임기 동안 10만이 넘는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고도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해당 국회의원의 임기가 끝나면 국가는 항공 마일리지를 회수할 방법이 없다.

노동의 대가?
꼼수의 대가?


국회의원들의 꼼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예정에 없던 임시국회를 소집할 때마다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1인당 100만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들은 4월 임시국회 내내 파행을 거듭하다 5월 임시국회를 열었는데 겨우 법안 3개를 처리하고 1인당 100만원에 달하는 특별활동비를 챙겼다. 이를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는 예산 심사권을 가진 기관이다. 따라서 국회는 국민들의 혈세를 아끼고 아껴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최근 서민들은 부족한 세수로 인해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담뱃세, 주민세 인상에 연말정산 파동과 공무원연금 개혁까지 모두 세수 부족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그런데 정작 국회의원들은 혈세를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한다면 국민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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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