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앱시장 '소문과 진실'

잘 만든 앱 하나 열 기업 안 부럽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홍수처럼 쏟아지는 어플리케이션(앱)들 가운데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급성장한 앱들이 깜짝 놀랄 가격에 인수합병(M&A)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때 취미삼아 만들던 앱이 이제는 기업의 소중한 재원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앱 운영 기업의 성공 M&A 스토리를 담아봤다.

 
20세기에는 오프라인 기반 기업들이 재계의 인정을 받았지만 21세기에 들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회사가 눈부신 성장을 이루면서 앱 운영 회사의 가치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IT 기업을 중심으로 앱 운영 회사의 공격적인 M&A가 진행되고 있다. 
 
불굴의 김기사
초대박 신화
 
지난 19일에는 초기 창업 자본 1억5000만원이 들어간 앱 운영 회사가 600억원대에 팔리자 시장의 관심은 고조됐다. 다음카카오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국민내비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올의 지분 100%를 626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것이다. 록앤올은 창업 5년 만에 600억원대에 다음카카오 품에 안기면서 대박 M&A의 주인공이 됐다.
 
록앤올의 사업이 처음부터 쉽게 풀린 것은 아니다. 2010년 록앤올을 창업한 박종환 공동대표와 김원태 공동대표, 신명진 부사장이 각각 5000만원 총 1억5000만원의 자본금을 투자했지만 창업 6개월만에 모두 바닥났다. 자금난에 빠진 록앤올에 투자자를 찾는 것은 마땅치 않았다.
 

통신사가 서비스하고 구글, 애플이 지도 서비스 하는 상황에서 조그만 회사가 성공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자본금이 떨어진 록앤올은 투자금 유치가 안돼 기술보증보험 등에서 1억원의 자금을 빌리기도 했다.
 
그러나 록앤올은 자본금의 유무와는 별개로 김기사의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2013년 당시 550만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벌집구조라는 독특한 사용자 환경을 적용하고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해 빠른 길 안내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후 록앤올은 1분 단위로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등 혁신을 거듭하면서 가입자 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작품 하나 잘 만들면 바로 ‘벼락부자’
톡톡 튀는 아이디어…깜짝 M&A 화제
 
결국 시련의 시기를 극복한 록앤올은 성장가능성을 눈여겨 본 다음카카오에 만족할만한 조건으로 안기면서 해피엔딩을 맞았다. 한국에 김기사의 사례가 있다면 해외에는 이스라엘판 김기사 ‘웨이즈’의 사례가 있다. 2013년 6월 커뮤니티 기반 지도·교통정보 앱 업체인 웨이즈(Waze)는 약 13억달러(1조4500억원)의 매각가로 구글에 인수됐다.
 
 
이스라엘 엔지니어들이 2008년 창업한 웨이즈는 가입자들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내비게이션 지도를 무료로 제공하는 앱으로 주목받는 벤처기업이었다. 당시 웨이즈 앱 사용자는 4700만명이 수준이었다. 구글 입장에서는 웨이즈 인수를 통해 구글 맵에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커뮤니티 기반 정보를 반영하는 등 소셜 네트워크의 특징을 결합하려고 했다.
 
아울러 구글은 웨이즈 인수로 페이스북 등 경쟁업체가 웨이즈를 인수해 구글 맵을 위협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싶어했다.
 

해외선 비일비재
규모는 상상초월
 
그러나 웨이즈는 느긋했다. 웨이즈는 앞서 페이스북으로부터 10억 달러의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페이스북이 웨이즈의 연구개발(R&D)센터를 이스라엘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옮기자고 제안해 인수협상을 올 스톱하기도 했다.
 
결국 웨이즈는 인수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받았다. 또, 3년간 웨이즈의 브랜드를 유지하고,  연구·개발(R&D)센터를 이스라엘에 그대로 두는 요구도 관철시켰다. 이와 함께 웨이즈의 최고경영자(CE0) 노암 바딘이 CEO직을 유지하고, 직원 구조조정도 하지 않기로 구글로부터 약속 받으면서 만족할 만한 M&A 결과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페이스북에 220억달러(23조원) 인수된 왓츠앱은 초대형 M&A 사례로 꼽인다. 인수금액은 페이스북 M&A 역사상 최고액이다.
 
페이스북은 인수협상 초기 현금과 주식의 형태로 190억 달러(약 20조 원)에 왓츠앱을 인수하기로 했으나 왓츠앱의 요구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왓츠앱은 앱 사용자의 휴대폰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과 일대일 또는 단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용자는 이 앱으로 인터넷을 통해 문자, 사진, 동영상, 음성 메시지를 해외에서도 비싼 요금을 내지 않고 보낼 수 있는 점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다만 사용 첫 해는 이 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나 그 후 광고 없이 사용하라면 매년 1달러를 내야한다.
 
당시 시장은 페이스북이 인기 사이트를 인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으나 인수금액이 당초 페이스북 발표보다 올라간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1억5000만원 들여 600억으로 뻥튀기 
해외에선 23조 거래 초대형 사례도
 
실제 인수협상은 왓츠앱이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당시 현금, 주식, 왓츠앱 직원들에게 주기로 한 제한부 주식을 포함해 인수거래의 규모는 페이스북 주가를 토대로 계산하면 218억달러였다.
 
당초의 페이스북의 계획보다 30억달러 인수금액이 오른 셈이다. 페이스북은 또한 왓츠앱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얀 쿰을 페이스북의 등기이사로 임명하는 조건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페이스북의 선택이 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왓츠앱 인수 이후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6억명이던 월간활성사용자수는 지난 1월 7억명으로 증가했으며, 이번에 8억명을 돌파했다. 이는 유사앱 라인(1억8000만명), 위챗(4억6000만명), 페이스북 메신저(6억명) 등보다 많은 사용자 규모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1월 왓츠앱이 페이스북의 수익성 강화에 중요한 조력자라고 강조하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때론 대박
때론 쪽박
 
2012년 페이스북은 왓츠앱 인수에 앞서 사진 공유 앱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약 1조원)에 인수했다. 현재는 왓츠앱 인수사례와 비교되면서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인수된 듯한 인식이 강하지만 당시만 해도 초대형 M&A 사례는 단연 인스타그램이었다.
 
2010년 10월 처음 등장한 인스타그램은 24시간 만에 2만5000명이 다운받았다. 한달 새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100만명으로 늘어났고, 출시 1년이 넘어서자 1000만명으로 급증했다. 사진을 사용자의 기호에 맞게 꾸미고, 다른 가입자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단순함에 사람들이 매료된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인스타그램에 대해 “소셜 미디어 세상에 딱 맞는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에 인수된 지금도 시스트롬은 인스타그램의 대표로서 사업을 경영하며 성장과 변화를 지휘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시스트롬에게 자율권을 인정해줘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과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씨티그룹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의 기업가치는 350억달러로 트위터의 기업가치 235억달러를 넘어서면서 페이스북을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다. 시스트롬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의 지원을 받는다”며 “이 때문에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감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을 페이스북에 매각하면서 4억달러를 챙긴 시스트롬의 자산은 지난 1월 기준 8억달러(약 8600억원)까지 치솟았다. 국내 메신저 앱 틱톡의 M&A 사례는 ‘타이밍의 승리’로 평가된다. 기업의 가치가 가장 높을 때 회사(틱톡)를 처분한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SK플래닛은 틱톡을 운영하는 매드스마트를 인수했다. 업계에서 보고 있는 M&A 규모는 약 150~200억원 수준. 당시 앱 관련 기업에 대한 인식이 후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는 대형 M&A로 분류된다.
 
2011년 3월 설립된 매드스마트는 같은 해 7월 ‘틱톡’을 출시해 5개월만에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하면서 모바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팔고 튀자’
먹튀 피해도
 
이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SK플래닛은 시장 점유율 1위 ‘카카오톡’의 대항마로 보고 인수를 추진해 틱톡을 품에 안았다. 그러나 SK플래닛 품에 안긴 틱톡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같은 이유로 SK플래닛은 매드스마트를 여러 차례 개편했지만 국내 점유율을 높이는데 실패하면서 틱톡은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해야 했다.
 
결국, M&A로 재미를 본 것은 최초의 매드스마트 구성원들이었다. 당시 SK플래닛이 매드스마트를 인수하면서 이들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음카카오 ‘김기사’ 인수 왜?
 
다음카카오가 ‘국민내비 김기사’ 록앤올 인수로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음카카오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사업을 확장하는데 있어 내비게이션 등 교통 관련 서비스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록앤올의 방대한 교통 정보와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다음카카오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록앤올이 서비스하는 ‘국민내비 김기사’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해외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이미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음카카오는 최근 출시한 O2O 서비스 ‘카카오택시’에 ‘국민내비 김기사’를 연동해 길안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기능 추가를 원하는 택시 기사와 승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해당 기능을 기사용 앱에 적용했다. 한편, 록앤올은 다음카카오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기존 경영진 체재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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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