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론스타 5조 소송 '관전포인트'

잘해야 본전…까딱했다간 쪽박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국 정부와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론스타는 지난 2012년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늦추고 부당하게 세금을 매겨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중재 재판을 제기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국민의 혈세인 5조1000억원의 향방이 갈린다. 이번 소송의 관전 포인트를 집어봤다. 

 
이번 공방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지난 3년간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가 주재로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양측의 의견을 접수받았다. 지난 15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첫 심리를 진행했다. 이번 심리는 론스타 측의 문제 제기와 한국 정부가 반론을 펴는 자리다.
 
왜 소송 걸었나?
 
론스타의 핵심 주장은 ‘매각을 통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는데 한국 정부가 차별 대우를 해서 놓쳤다’로 요약된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최종적으로 3조9157억원에 매각했다. 9년만에 2조원 이상의 수익을 봤다. 
 
2007년 9월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HSBC에 더 높은 가격으로 매각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론스타 측 기대와 달리 정부는 이를 승인해주지 않았다. 론스타는 HSBC와 2008년 4월 매매계약을 한 차례 더 연장하며 매각의지를 보였다. 끝내 정부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으며 론스타는 결국 그해 9월 매각 포기를 선언했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승인을 지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전에서 한국 정부가 매각 결정을 미뤄 2조원가량 손해가 났다는 점을 부각했다. 다시 말해 론스타는 2조원가량 더 벌 수 있었는데  한국 정부가 결정을 미뤄 기회를 놓쳤다는 논리다. 이번 심리에서 론스타는 ‘한국 정부는 매수자인 HSBC의 지분 인수 승인을 지연시킬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잃어버린 기회비용 2조원에다 지금까지 이자 등을 감안해서 총 3조3800억원을 물어달라는 주장이다. 
 

또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부과한 세금 대해서도 문제 삼고 있다. 론스타는 벨기에 자회사 등을 통해 2001년부터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외환은행, 극동건설, 동양증권 빌딩 등을 차례로 사들였다. 이 자산들을 매각해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냈다. 
 
당시 국세청은 이 양도차익에 대해 8000억원대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론스타는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상대국에 투자할 경우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조건을 들어 과세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법 vs 국제법]
 
한국 정부는 ‘국내법과 국제 규범에 맞게 처리했다’는 게 핵심 논지다.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결정을 지연했다는 것에 대해 당시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매각 승인을 내줄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3년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관여한 경제 관료와 은행 경영진 등 20여명을 고발했다. 또 2005년에는 외환은행 합병 관련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외환은행 매각 두고 미국서 심리 시작
재판결과 따라 막대한 혈세 향방 갈려
 

론스타가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론스타 벨기에 자회사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 실질적인 의사결정과 이익은 론스타에 있는 만큼 세금 부과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한국 정부는 애초에 산업자본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지배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로펌 대결
 
국내 대형 로펌인 태평양과 세종이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소송전에서 창과 방패로 맞붙었다. 태평양은 한국 정부를 세종은 론스타를 대리해 미국 현지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태평양과 세종은 이번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태스포크팀(TF)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에서는 김범수 변호사가, 태평양에서는 김갑유 변호사가 이번 사건을 지휘하고 있다. 김범수 변호사는 2012년 SK건설을 대리해 베트남 정부에 ISD 소송을 내 승소를 이끌어냈다. 김갑유 변호사 역시 WTO(World Trade Organization) 분쟁 사건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두 변호사는 개인적인 인연도 깊다. 사법연수원 17기 동기며 서울대 법대 동문이기도 하다. 
 
한편 최근 세종은 재판을 앞두고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을 고문으로 영입해 논란을 일으켰다. 윤 고문은 론스타가 2007년 외환은행 지분을 HSBC로 매각하기로 합의했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했다. 과거 매각에 관여하고 승인한 국가기관의 직책에 있던 사람이 소송 당사자를 대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망신살 가능성
 
한국 정부는 지난 2012년 5월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론스타 분쟁 TF’팀을 구성했다. 현재 추경호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추 실장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재정경제부에서 실무를 맡았던 은행제도과 과장이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길을 터 준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당시 추 위원장이 론스타가 이를 매입할 수 있게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추 위원장뿐만 아니라 TF팀에는 기획재정부를 대표해 참여한 주형환 기재부 제1차관도 론스타 사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2003년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주 차관은 그 해 7월 조선호텔에서 재경부 주도로 열린 ‘10인 비밀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추 위원장도 함께 참석한 이 비밀회동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논의됐다.
 
사실상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준 핵심 인물들이 현재 론스타에 맞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ISD와 관련해 일체의 언급을 피하고 있다. 정부 TF팀이 그동안 회의를 몇 번이나 했는지 등 기본적인 내용도 감추고 있다. 
 
소송 예산 얼마?
 
법무부가 국회에 보고한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론스타 ISD대비를 위해 배정된 예산은 지난해보다 무려 90%나 증가한 112억원에 달한다. 밀실행정 때문에 정부가 어떻게 ISD에 제대로 대응하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과연 막대한 국민 세금이 걸린 소송에서 과연 이들이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판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며 중재 재판부 판정은 재판이 모두 끝난 뒤 1∼2년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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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