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계 '호남판 자민련' 플랜 실체

"친노 들러리 서느니 우리끼리 새집 짓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금 야권에서 신당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4·29재보선에서 참패한 후 야권에서는 신당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당 창당 움직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호남판 자민련 플랜'은 그 여느 때보다 구체적이다. 호남신당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대 총선을 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치러진 4·29재보선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채 전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특히 ‘성완종 게이트’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대부분 야권 텃밭에서 치룬 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이 더 크다. 이런 선거에서도 이길 수 없다면 당장 내년 총선에서는 100석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남의 불신임
흔들리는 친노

무엇보다 광주에서의 패배는 뼈아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광주 선거는 사실상 친노(친노무현)진영에 대한 심판이었다. 호남에서는 ‘친노가 호남에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는 불만이 팽배하다. 호남 주민들은 더 이상 친노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에는 표를 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계파 갈등은 극에 달한 모양새다. 새정치연합 주승용 수석최고위원은 재보선 참패 이유에 대해 “친노 패권주의 때문에 졌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주 최고위원은 “당내에 친노 피로감이 만연돼 있다. 우리 당에 친노가 없다고 하는데 과연 친노가 없는가? 이번 재보선 공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친노)후보를 세워서 야권분열의 빌미를 준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광주 선거 끝까지 지원 안한 비노
문재인 사퇴 요구하며 명분 쌓기?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친노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깨질 것’이라던 예언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당시 문재인 대표 측은 호남신당론에 대해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인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비노진영의 실체 없는 협박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호남의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현재 새정치연합의 유력 대권주자가 모두 영남 출신인데 당권까지 친노가 가져가면 호남은 친노 거수기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 2002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10년 이상 호남이 중앙정치권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호남소외론’은 호남신당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친노계에 대한 호남의 성난 민심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표의 광주 방문현장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날 문 대표는 재보선 참패 후 ‘회초리를 맞겠다’며 광주를 찾았지만 광주공항에 내리자마자 광주시민들의 격렬한 항의시위에 맞닥뜨려 뒷문으로 몰래 빠져나가는 수모를 당했다. 이날 20여명의 광주시민들은 ‘문재인은 더 이상 호남민심을 우롱하지 말라’ ‘호남이 봉이냐’ ‘새정련은 각성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문 대표의 방문에 항의했다.

광주 방문
격렬 시위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다. 지난해 치러진 6월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돌풍이 호남을 휩쓸었고, 그해 7월 재보선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까지 연출됐다.

호남이 돌아서자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지기반인 호남이 새정치연합을 외면한다면 수도권도 위험하다. 항상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수도권에서 호남 출신 유권자들은 새정치연합의 든든한 지지기반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 당이 호남의 신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당장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 마크 달고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당에 남아야 하는 것이 맞는지 지금 떠나야 하는 것이 맞는지 눈치싸움이 치열하다”며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금 신당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 늦게 갈아타면 불이익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최근 야권에서는 이른바 호남판 자민련 플랜이 주목받고 있다. 호남은 타 지역과는 달리 선거에서 새정치연합과 신당 간 1대1 구조를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만약 수도권에서 새정치연합과 신당이 격돌한다면 새누리당만 어부지리를 얻는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이 출범할 경우에는 그런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호남판 자민련 플랜의 중심에는 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있다. 천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내년 총선에서는 광주호남에서 새정치연합과 경쟁하겠다”며 “(새정치연합) 의원 절반 정도를 빼와 다 뒤집어엎어야겠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내년 총선까지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에서 DJ를 이을 만한 인재들을 널리 모아 새정치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비록 “신당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말하긴 했으나 사실상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은 과거 충청권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정당이다. 1995년 3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주도로 창당돼 2006년 4월까지 충청권을 대표했던 자민련은 창당 3개월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4명을 당선시켰고, 1996년 치러진 총선에서는 국회의원 50명을 당선시켰다. 제3당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물론 호남판 자민련을 만들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있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호남신당은 제일 한심한 소리”라며 “전국정당이 아니고는 국가 일을 할 수가 없다. 자민련이 국회의원이 되는 데는 도움이 되었을지 몰라도 지역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2의 자민련
과연 성공할까?

그러나 동교동계를 비롯한 비노진영의 생각은 다르다. 과거 자민련처럼 사안에 따라 때로는 여당과 손잡고 때로는 야당과 함께하는 유연한 스탠스를 취하면 호남의 몸값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남판 자민련은 선거 때마다 표를 몰아주고도 친노계로부터 철저히 소외받아왔던 호남의 니드(NEED)를 가장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과거 DJP연합을 주도했던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도 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남판 자민련은 호남 발전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화갑 총재는 “DJP연합 당시 JP의 요구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 보는 사람을 장관에 덜컥 임명할 정도로 당시 JP의 영향력이 상당했다”며 “호남판 자민련이 출범하면 호남이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호남에 걸려있는 의석수는 30석 정도인데 신당이 차기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충분히 넘길 수도 있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원내3당 자리는 꿰찰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중요 법안 처리를 놓고 극렬하게 대립할 때마다 여야가 신당에 찾아와 읍소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천정배 승리로 신당 가능성 확인
이희호 여사 적극 설득작업 중?

호남판 자민련 플랜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호남신당의 성공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다. 호남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이 호남신당을 지지해준다면 당장 내년 총선에서 호남신당은 날개를 달게 된다. 때문에 이미 신당 창당을 모색하고 있는 이들이 이 여사에 대한 설득작업에 들어갔다는 풍문도 들린다. 이 여사는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동교동계인 박지원 의원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이 여사는 신당설이 불거질 때마다 분열은 안 된다며 만류했지만 호남의 민심이반현상이 심각한 만큼 이번에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천 의원은 이미 지난 6일 이 여사를 예방하기도 했다. 이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 천 의원은 자신이 김대중 정신을 잇는 ‘적자’임을 은연중 강조하면서 자신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야권분열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아닌 야권 내 경쟁을 위한 결단이었음을 부각시키려고 애썼다.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신당 창당을 무조건 분열이라고 비판할 일인가? 신당 창당은 분열이 아니라 야권 내 경쟁을 유도하는 일이다. 특히 호남은 오랫동안 1당 독재로 침체되어 있었는데 호남에서 야권이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호남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노계가 문 대표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신당 창당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표 사퇴
신당명분 쌓기?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한 중진의원은 “그냥 진 것도 아니고 텃밭에서 전패했으면 말 그대로 뼈를 깎는 쇄신책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 지도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었는데 맞고도 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더욱 화가 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렇게 선거에 대패하고도 대표 자리를 유지한 전례가 없는데 친노는 뭉개려하니 뻔뻔함에 화가 난다. 무조건 ‘단결해야 한다’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만으로는 당내 불만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보선 과정에서 비노계 인사들이 의도적으로 광주 선거지원을 외면한 것도 사실상 문 대표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한 포석이 아니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안철수, 김한길 전 대표는 선거기간 동안 단 한 번도 광주를 찾지 않았고, 호남맹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도 선거 초반 광주를 찾은 뒤 발길이 뜸했다. 광주 선거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수상한 행보일 수밖에 없다. 과연 호남판 자민련 플랜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정치권이 호남민심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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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