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대모’ 이선애, 파란만장 인생사

평생 고생하다…서러운 말년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태광그룹의 공동창업주인 이선애 여사가 지난 7일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 여사는 맨손으로 태광그룹을 일궜지만 말년을 교도소와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일각에서는 그녀를 두고 ‘기구한 운명’이라고 한다. 대기업의 창업주에서 순탄치 못한 삶을 산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 여사는 태광그룹의 창업주 고 이임용 선대 회장의 부인이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어머니다. 그는 1927년 경북 영일에서 태어나 1943년 이 선대회장과 중매로 결혼했다. 이 선대회장과의 사이에 식진(사망), 영진(사망), 호진 3형제와 경훈, 재훈, 봉훈 3자매를 뒀다. 그의 동생은 전 태광그룹 회장을 지낸 이기화씨와 민주당 총재를 지낸 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다. 

태광그룹 산파
 
이 여사는 부산진시장에서 포목사업을 시작해 태광그룹의 모체가 되는 태광산업의 창업 종잣돈을 마련했다. 그녀는 의류사업이 커진 후 공직생활(면사무소)을 하던 이 선대회장과 함께 1950년 부산 문현동에 태광산업을 창업했다. 태광그룹의 모체가 이 여사의 손끝에서 나온 셈이다.
 
섬유를 기반으로 한 태광산업은 성공가도를 달렸다. 태광산업의 주력 상품인 아크릴이 양모 대체품으로 인기가 많았고 경쟁업체가 적은 덕분이었다. 게다가 박정희 정권이 경제 개발과 수출에 힘을 실어주면서 태광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은 거듭됐다. 1970년대 섬유 호황기의 수혜를 받은 태광은 동양합섬, 고려상호신용금고, 흥국생명, 대한화섬, 천일사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잘나가던 태광그룹은 1980년대 전두환 대통령 시절 정치적 외압에 시달려야 했다. 이 여사의 동생이자 야당 거물인 이기택 민주당 총재가 전두환 정권의 심한 감시를 받으면서 태광그룹도 혹독한 세무조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태광그룹이 언론 등과 멀어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후로 이 여사는 회사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언론의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그런 그녀의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 10월 태광그룹의 내부비리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부터다.
 
당시 태광그룹은 1996년 이 선대회장이 작고한 뒤 이기화 회장 시대를 거쳐 이 여사의 삼남인 이호진 회장이 2004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었다. 이 여사의 첫째와 둘째가 각각 지병과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셋째인 이호진 회장이 자연스럽게 회장직에 오른 것이다.
 

회장직에 오른 이 회장은 한빛방송을 인수하고 케이블 방송인 티브로드 방송을 출범시키며 미디어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2006년 흥국화재, 흥국증권, 예가람저축은행 등을 인수하며 금융사업 확장하며 태광그룹을 재계 30위권으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남편과 그룹 일궈…한때 그룹 재무총괄
비리 드러나 곤욕…형집행정지 중 별세
 
그러나 이 회장은 태광그룹 소액주주 대표인 박윤배씨로부터 ‘이 회장이 그룹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 계좌에서 4000억원 규모 비자금을 관리했다’며 2010년 고소를 당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결국 이 사건은 이 여사를 압박했다. 
 
 
실제 이 여사는 1962년부터는 태광그룹 이사직을 맡아 재무업무를 관리하면서 회사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팔순을 넘긴 고령에도 상무직을 맡았다.
 
결국 그는 2012년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과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을 당했다. 이 회장도 회장직을 내려놔야 했고,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6월과 20억을 받아야 했다.
 
쓸쓸한 죽음
 

이후 그는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 결국 이 여사는 형기 3년6개월 가량을 남겨두고 관상동맥 협착증 등 숙환으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뒤 병원생활을 이어가다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세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친 아들인 이 전 회장의 건강이 악화돼 장례식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그의 마지막은 쓸쓸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선애 여사의 육영사업은?
 
이선애 여사는 평소 육영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1977년 6월 일주학원을 설립했다. 1978년 3월 서울 서초구에 세화여중·고를 개교하면서 그 당시 최초로 중앙난방 방식과 교실 에어컨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 여사는 “나라가 잘 되려면 교육이 잘 돼야 하고, 교육이 잘 이뤄지려면 어머니가 될 여자가 먼저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선대 회장과 함께 1990년 일주학술문화재단을 만들어 국내·외 학·석·박사 장학생 지원 등 각종 장학·학술 사업을 진행했고, 2010년에는 선화예술문화재단을 설립해 신진 작가를 지원하거나 문화예술 공간 나눔 활동 등을 펼치기도 했다.
 
그의 장례도 학교법인 일주학원·일주학술문화재단·선화예술문화재단장으로 치러졌다. 재단은 근검절약을 실천한 고인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렀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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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