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 5월 위기설 대해부

미·중·일 손잡고 짝짜꿍 ‘한국만 고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사면초가’. 사방을 둘러봐도 탈출구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적에게 포위된 상황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최근 대한민국 앞에 놓인 국제정세를 살펴보면 이와 다르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곤경에 처해있다. 박근혜정부가 외교부문에 있어서 골든타임을 놓쳐버리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정세에 밝은 외교전문가들은 최근 대한민국 외교를 두고 ‘5월 위기설’을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대한민국 외교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고립’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가볍게 넘길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고립’은 ‘고사’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다.

외교적 고립

최근 아시아 속 대한민국의 위치를 살펴본다면 이들의 주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아시아 정세가 일본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유연하지 못한 선택은 자칫 ‘자충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은 최근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먼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실익을 취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지난달 미국 방문을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과의 극적인 밀월관계를 만들어 냈다.

외교전문가들이 ‘신밀월’이라고 얘기하는 이번 만남을 통해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아시아 맹주로서 인정받는 것은 물론 경제·안보 분야에 대한 실익을 톡톡히 챙겼다고 분석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일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조속 타결을 약속했으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개정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확인했다.

아베의 이번 행보가 일본 입장에서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과거사 문제에서 지지자가 생겼다는 점이다. 일본은 그간 한·중으로부터 끊임없이 사과를 요구받으며 외교적으로 고립돼 왔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등장은 일본으로선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미국 행정부 또한 일본에 푹 빠진 모양새다. 제프리 베이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4일 ‘미·일 관계의 장래’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아베 총리가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일본이 한 행위에 대해 반성했고 아시아인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언급했다”며 “오바마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한 고노담화도 수용했다. 역대 일본정부의 (과거사 관련) 성명도 지지한다고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개인적으로 아베 총리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아베의 사과가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국내의 평가와 대치되는 부분이다. 오히려 위안부 사과를 요구하는 대한민국을 머쓱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일본은 또한 중국과도 관계 개선에 나섰다. 아베 총리와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은 지난달 22일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서 만나 서로를 ‘호혜적 관계’라 칭하며 우호관계를 다졌다.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하는 일본의 적극적 노력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있어서 일본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중국의 실리주의적 입장이 맞물려 이뤄진 회담이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대단히 의미있는 정상회담이었다”며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관계도 개선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미·일 관계를 경계해 중국도 빠르게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파트너는 대한민국이 아닌 러시아였다. 양국은 특히 군사·안보분야 협력을 약속하며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이 가까운 대한민국이 아닌 러시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를 고려하는 한국에 대해 반감을 드러낸 것이라 보고 있다.

미·일 ‘밀월’ 일·중 ‘개선’ 중·러 ‘협조’
박근혜 나홀로 남미, 외교력 어디갔나?

이렇듯 아시아 정세가 급변함에도 대한민국의 이름은 어디에서도 호명되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5월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다.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실익은 물론 명분도 잃을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언론을 통해 일본정부의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정부에서 조선인 강제 징용 현장 7곳이 포함된 산업시설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한 것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외교부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나가사키현과 후쿠오카현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5만7900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됐으며, 그중 1700여명이 노역 또는 원폭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정부는 등재신청서에 이러한 내용을 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지난 5일 문제가 되고 있는 장소는 ‘메이지시대 일본 산업혁명 유산’이라며 조선인 강제수용과는 관계없다고 했지만 이는 전형적인 물타기 전략이라는 것이 국내 외교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정부는 일본 측에 강제 징용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 징용 대상지 7곳에 대해 폴란드의 유대인 학살 현장인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과 같은 ‘부정적인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 등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도 나섰다. 나경원 외교통일위원장은 ‘이번 유네스코 등재를 반대하는 내용의 친필서한을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들에 발송했다’고 발표했다. 나 위원장은 “일본이 전범국이자 가해자였던 어두운 역사를 근대화의 현장으로 미화하는 것은 우리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외교력 부재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의 외교력 부재에 여·야 지도부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미국·일본·중국 관계가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 정부가 잘 하고 있느냐 하는데 대해 여당 안에서도 걱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최고위원은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 미·중·일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정작 한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며 “그 기간 동안 대통령은 어디로 갔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4개국 순방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했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력 실종


대한민국 외교는 잔인한 4월을 보냈다. 그리고 6월에는 박 대통령의 방미가 예정돼 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5월 중 돌파구를 찾아야 할 이유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투트랙’ 외교를 공식 언급하며 자구책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과거사에 매몰되지 않고 과거는 과거사대로, 한·미동맹, 한·일, 한·중관계는 또 다른 차원에서 분명한 목표를 갖고 소신 있게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일본정부와 언론은 이번 미·일정상회담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한국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것이다.” 과연 박 대통령의 투트랙 외교가 이번 난국을 타개할 묘수가 될 수 있을지, 중국 의존적 외교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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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