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김무성 살 떨리는 권력암투

훌쩍 커버린 2인자…벌써 견제 나섰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4·29재보선이 끝나자마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놓고 한판 붙었다. 결과는 박 대통령의 완승. 김 대표는 확연히 기세가 꺾인 모습이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국정주도권을 잡으려는 박 대통령과 차기 대권을 노리며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김 대표는 앞으로도 번번이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두 사람의 살 떨리는 권력암투는 여권은 물론 대한민국의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4·29재보선 압승으로 기세등등하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 불발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김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기로 한 여야 합의안에 대해 ‘월권’이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여야 합의안은) 자칫하다간 국민에게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김 대표를 질타했다.

김무성 질타
미소띤 친박

친박계의 일격에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비박근혜)계 지도부는 확연히 기세가 꺾인 모습이다. 김 대표는 충격이 상당했는지 공무원연금개혁안 논란이 벌어진 후 한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두문불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청와대도 (소득대체율 50% 인상에 대해)다 알고 있었으면서 이제 와서 이럴 수가 있느냐”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때문에 김 대표 측에선 이번 공무원 연금개혁안 사태가 박 대통령의 의도적인 ‘군기잡기’가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도 “김 대표의 말처럼 청와대가 몰랐다는 말은 믿기 힘들다. 뒤늦게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분명히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다. 요즘 김 대표가 속된 말로 너무 잘나가니까 박 대통령이 일부러 딴지를 걸었다는 말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 논란은 박근혜의 함정?
억울함 토로한 김무성, 진실공방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청와대의 의중대로 움직이지 않고 독자행동을 했다. 오히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김 대표가 기한 내 여야 협상을 타결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도 지난 7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실무기구 최종합의안에 명목소득대체율 50%가 명기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놓고 당청 간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어찌됐든 공무원연금개혁안 사태로 김 대표는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김 대표와 비박계 지도부는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야권의 텃밭에서 치러진데다 선거 막판 성완종 파문까지 불거져 어렵다던 4·29재보선에서 예상치 못한 압승을 거뒀고, 이에 힘입어 일부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는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친박계조차 박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이라면 김 대표는 ‘선거의 남왕’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너무 일찍 커버린
2인자는 눈엣가시

반면 친박계는 성완종 사태로 한껏 움츠려든 상황이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언급한 사람이 거의 대부분 핵심 친박이었다”며 “거론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 당연히 당내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친이계에 비해 당내에서 친박계의 목소리가 굉장히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국정 주도권을 잡으려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차기 대권을 노리며 행동반경을 점점 넓히고 있는 김 대표가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적절한 타이밍에 김 대표를 잘 견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20대 총선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은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동안 비박계가 당내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친박계의 위기감은 상당했다. 김 대표는 친박계의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누르고 당권을 잡았고, 박 대통령과 정치 현안마다 각을 세우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도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이주영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가 됐다.

지난해 치러진 국회의장 경선에서도 비박계 정의화 의원은 친박계 황우여 의원을 압도적 표차이로 따돌리고 국회의장이 됐다. 최근 치러진 당내 선거에서 친박계가 비박계를 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 공천에서도 친박계가 맥을 추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낀 친박계의 이탈이 가속화되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김무성 견제는 이러한 친박계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포석도 깔려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비박계라고 하는 사람들은 고작 박 대통령의 대리인과 싸워서 이긴 거다. 그런데 비박계는 마치 박 대통령과 싸워서 이겼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여전히 상당한데 자꾸 청와대를 무시하고 자기들 마음대로만 하려고 한다. 의사결정과정에서도 번번이 친박계를 제외시키려 했다. 친박계의 불만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새누리당 내에서는 최근 총선의 전초전격인 원외 당협위원장 교체를 둘러싸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치열한 물밑 전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여의도연구원장에 박세일 전 의원을 임명하는 문제를 두고서는 회의장에서 고성까지 오갔다. 박 전 의원은 대표적인 탈박(탈박근혜)계 인사다. 여의도연구원장은 여론조사를 통해 다음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그런 자리에 친이계가 대표적인 탈박인사를 앉히려 하니 친박계로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로서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내년 총선에서 무조건 공천권을 장악해 자신과 가까운 의원과 지구당위원장을 많이 배출해야만 한다. 차기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올 한 해 친박계와 비박계는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 친박계 주변에서는 오래전부터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지도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됐었다. 가장 최근에는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당 지도부가 청와대와 파열음을 내자 친박계의 불만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사드 문제를 놓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열어 당 여론을 수렴하려고 했다.

그러자 당장 청와대와 친박계는 공개토론은 적절치 않다며 일제히 유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오히려 “이미 오래전부터 공론화되고 있는 사드 문제를 공론화하면 안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청와대와 친박계를 싸잡아 비판했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청와대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유지하며 균형외교를 하고 있는 것인데 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하면 되겠냐”며 “비박계 지도부가 자꾸 멋대로만 하려고 하니 친박계에서 (비박계를)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주도권 싸움
밀리면 끝장

지난해 김 대표가 상하이에서 개헌 발언을 했을 때도 박 대통령이 대노했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당시 정기국회 이후 오스트리아식 분권형 개헌논의를 피력했으나 박 대통령이 강하게 질타하자 최근에는 개헌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올 초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불거진 ‘K(김무성)Y(유승민)’ 배후설 역시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비박계 지도부를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도 청와대와 친박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편에 대해서도 김 대표와 비박계가 딴지를 걸고 나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노동시장 개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비박계 지도부가 공무원연금처럼 단시일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야당과 무리한 협상을 전개할 우려가 있다”면서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표를 의식해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책을 내놓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레임덕 막으려 비박계 견제?
비박계, 우병우 흠집내기 시도?


이처럼 친박계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비박계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비박계에선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해 친박계가 비박계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죽하면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도 지난 6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비박유죄 친박무죄”라며 “그런 식의 검찰 수사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을 겨냥해 “(검찰에 소환된 홍준표 지사와) 비슷한 혐의로 전달자가 특정됐고 금액은 두 배, 시기도 가까운데 친박실세인 홍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고 말했다.

비박계 표적수사?
친박은 그냥무죄?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최근 자신의 SNS에 ‘친박세력의 도움을 받지 못해 혼자 살아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비박계에서는 청와대가 성완종 사태를 계기로 사정정국을 확대시켜 야당 인사들뿐만 아니라 비박계 인사들까지 대대적으로 수사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박계가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번 수사를 주도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뒤를 캐 중도 낙마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사실여부는 알 수가 없다. 어찌됐든 여권 내 권력암투가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비박계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당을 거수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비박계에서도 나름 불만이 상당하다”며 “함께 갈 수 있는데 청와대와 친박계가 비박계를 무찔러야 하는 ‘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편협한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면 친박계와 비박계는 충돌할 수밖에 없고 내년 총선에서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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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