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완구 한밤중 자진사퇴 진짜 이유

"핵심 측근들 잡도리 조짐에 백기 들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완구 국무총리가 자진사퇴를 결심한 것은 지난 20일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 총리는 전날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기 때문에 자신이 국정을 챙겨야 한다며 자진사퇴설을 일축했었다. 이 총리는 왜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일까? 또 하필 한밤중 자진사퇴를 발표하게 된 것일까? 이 총리가 자진사퇴한 진짜 이유를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추적해봤다.

야당의 거센 사퇴 압박에도 꿈쩍하지 않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밤 깜짝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취임 63일 만의 일이다. 이전에도 총리후보자나 현직 총리들이 각종 사건에 휩싸여 자진사퇴를 한 적은 있었지만 이 총리의 사례처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전격적으로 사퇴 발표를 한 적은 없었다.

결백하다더니
물러난 이유?

이 총리는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자신이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결백을 주장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기 때문에 자신이 국정을 챙겨야 한다며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했었다. 그랬던 그가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데에는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요시사>는 이와 관련한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익명을 요구한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한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주장을 들을 수 있었다. 최측근의 구속이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결심하는 결정타가 됐다는 주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 총리는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자신 때문에 주변사람이 고통 받는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완사모 자문임원단 A회장이 최근 구속된 것에 대해 이 총리가 굉장히 마음 아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목숨 걸겠다더니 물러난 60일 총리
범야권 해임건의안 압박 통했나?

검찰은 지난 16일 충남 아산 소재 시내버스업체 대표인 A회장을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해 이미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나 지난 시점인 지난 9일 해당 업체를 압수 수색하고 며칠 후 A회장을 전격 구속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9일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한 날이다. 검찰은 A회장을 뒤늦게 구속한 이유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었다면 1년이나 사건을 방치하다 뒤늦게 A회장을 구속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A회장은 이 총리가 다른 일정이 있을 때 이 총리를 대신해 행사장에서 축사를 할 정도로 이 총리와 친분이 두터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해당 정치인을 대신해 축사를 하는 경우는 보통 부인이나 보좌관 등인데, 팬카페 자문위 회장이 축사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총리와 A회장이 각별한 사이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수사
총리 압박

실제로 A회장은 구속되기 전 굉장히 억울해 했고 자신에 대한 수사가 갑작스럽게 시작된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A회장은 횡령 혐의에 대해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일부 직원이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선 판세가 점점 불리해지고 있음에도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거부하자 이 총리를 압박하기 위해 A회장을 비롯한 이 총리 주변인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자신의 측근들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조짐을 보이자 이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이 총리가 결국 백기 투항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요시사>는 이에 대한 이 총리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으나 이 총리 측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총리의 사퇴 이유로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지금까지 내놓은 해명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이 총리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이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특별한 개인적 관계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는 이 총리와 2013년 8월부터 23차례 만난 흔적이 남아 있었고, 최근 1년간 200차례가 넘는 통화기록도 나왔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 아니냐”며 “역대 정치자금 수사를 보면 돈을 줬다는 사람이 직접 법정에 나가 진술을 해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가 수두룩했다. 고작 지금까지 나온 보도들 때문에 이 총리가 사퇴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모두 정황 증거들뿐인데 아직까지 총리가 사퇴를 결심할 만한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해임건의안 제출 압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총리가 자진사퇴하기 전 새정치연합은 22일 총리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24일 본회의를 열어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며 이 총리와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해임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인 148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129명)과 정의당(5명) 의석을 모두 합해도 134명이기 때문에 야당 단독 통과는 불가능한 상황.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이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의원들이 급속히 늘고 있었기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해임건의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물론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건의안일 뿐이다. 강제성은 없다. 대통령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여야 합의로 표결에 의해서 올라온 건의안을 대통령이 반대하는 것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총리 해임건의안은 지금까지 몇차례 발의된 적은 있었지만 통과된 적은 없었다. 만약 건의안이 통과된다면 이 총리는 사상최초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총리라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을 야당과 함께 통과시키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고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는 것도 여론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이 총리의 사퇴에는 해임건의안 표결까지 가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지적이다.

자진사퇴 선언 당시 불과 8일 앞으로 다가왔던 4월 재보선도 이 총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희생양?
판세 흔들흔들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야권의 분열로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던 판세는 성완종 파문이 불거진 이후 급격하게 요동쳤다. 최악의 경우에는 새누리당의 전패 가능성도 점쳐졌다. 특히 이 총리와 관련한 보도가 줄을 이으면서 새누리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새누리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할 경우 자칫 이 총리를 임명한 박 대통령에게까지 책임론이 번질 수 있는 상황.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27일 귀국하는데 이틀 뒤 재보선이 치러진다. 재보선까지 이완구 얘기만 언론에서 나오면 선거를 망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에서도 이 부분을 대통령에게 어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 총리의 사퇴로 보수층의 표결집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재보선 때의 ‘문창극 효과’의 재현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문창극 총리후보자는 역사관 문제로 여론이 악화돼 7월 재보선을 한달여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런데 당시 문 후보자의 사퇴는 오히려 보수 및 여권 지지층의 역결집을 불러왔다. 지난해 7월 재보선은 세월호참사의 여파와 문창극 사태로 새누리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막상 선거를 치러보니 새누리당은 당시 선거에서 오히려 11대4로 대승을 거뒀다.

총리 사퇴 압박하려 주변 털었다?
거짓말 입증할 결정적 증거 포착설

이 총리를 사퇴시키면서 박 대통령이 이번 일과 선긋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리가 자진사퇴한 만큼 새누리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박 대통령보다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 귀국 전 사퇴 불가피론’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김무성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조간신문을 보니 이완구 총리 결단을 당에서 (청와대에) 전화했다고 하는 엉터리 기사들이 나오는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대표는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은 참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려운 결정일 텐데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게 숙명임을 아는 만큼 민의를 수용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뜻?
복귀 가능성은?


이 총리가 자진사퇴를 선택한 배경에 개혁 좌초를 우려한 박 대통령의 뜻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3년 차 과제로 제시한 4대 부문 개혁을 올해 안에 반드시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정혼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총리의 사퇴를 미루다 여론의 악화로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기라도 한다면 국정 주도권을 야당에 뺏길 수 있어 자칫 남은 임기 동안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이 총리의 사의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이 이 총리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아직 확인된 사실은 없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완사모는 어떤 모임?   
이완구의 든든한 친위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완사모(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이완구 총리의 개인 팬클럽이다. 완사모에는 현재 약 1만5000명에 달하는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충남에 가장 회원이 많고 서울, 경기, 인천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등 해외에도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완사모가 유명세를 탄 것은 이완구 총리의 충남도지사 시절이다. 이 총리가 당시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도지사를 사퇴하겠다고 선언하자 완사모 회원들은 연일 충남도청에서 사퇴 반대 시위를 열었다. 이번에 구속 된 완사모 자문임원단 A회장은 수년 전부터 완사모 자문임원단이 주최하는 ‘송년의 밤’ 행사를 주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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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