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확인> 자금세탁 조직 ‘H사’ 실체 추적

“검은돈 깨끗이 세탁해 드립니다”

[일요시사 사회2팀] 박창민 기자 = 한국 기업이 조세도피처에 넣어둔 돈은 약 880조원. 국가 예산의 2.5배에 달하는 거액이다. 인생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인 ‘세금과 죽음’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다. 현재까지 한국인 272명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탈세하고 있다. 이중 32명은 중국과 홍콩을 통해 조세를 회피한다. <일요시사>는 90년대부터 홍콩에서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한 ‘H사’를 단독으로 찾아냈다. 기업과 돈깨나 있는 사람들의 탈세를 조력한 의혹이 불거진다.

 
“혹시 자금세탁업에 관심 있으십니까?” 
 
A씨에게 다짜고짜 걸려온 전화였다. A씨는 얼떨결에 “네, 관심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수신인은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소문만 무성한
유령회사 대행
 
“그러면 사장님이 수도권 지역으로 올라와서 저희 직원과 동행해야 합니다. 사장님 계좌로 해외 기업 자금을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사장님은 그 돈을 찾아서 직원에게 건네주십시오. 저희는 그것에 대한 대가로 자금의 5%를 수수료로 그 자리에서 드리고 있습니다.”
 

이어 약속을 잡았다.
 
“일은 일단 저희가 일정이 나와야 압니다. 다음 주 정도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A씨는 업체명을 물었다. 의문의 상대방은 “H사”라고 답했다.
 
이 같은 내용을 제보받은 기자는 단순히 보이스피싱이 아닐까 의심했다. H사를 검색해 홈페이지를 확인했다. 그곳에 나온 회사 설명은 전화 통화 내용과 일치했다. H사의 전화번호를 입수해 회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확인했다. 명백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였다.
 
H사는 국내 기업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 설립 등을 대행하는 전문 컨설팅 업체다. 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사모아, 세이셜 등 OECD 조세도피처 블랙리스트에 속한 국가에도 페이퍼컴퍼니 설립도 대행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제3자를 통해  해외 기업 자금을 국내로 조달한 의혹도 있다. 
 
이는 지난 2013년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보도한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인 PTN(Portcullis Trust Net), CTL(Commonwealth Trust Ltd)과 유사한 업체로 보인다. 하지만 조세 관련 및 전문가들은 페이퍼컴퍼니 대행사가 “한 번도 한국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회계 사무실이지만 페이퍼컴퍼니도 설립한다. 기업들의 세금 절세·회피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H사 관계자는 자신의 회사를 이같이 소개했다. H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실제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 업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H사는 홍콩에 법인 회사를 설립하려는 고객에게 회사 설립 절차 대행과 홍콩사무실주소지 등을 제공한다. 회사 설립을 위한 페이퍼컴퍼니의 행정비서 역할도 대신한다. H사는 회계, 은행, 사무, 기타 업무 서비스를 나눠 고객들의 페이퍼컴퍼니를 관리·유지한다. 
 
회계 지원 서비스로 홍콩회사 세무신고 및 회계 결산, 월 회계 관리 및 회계장부 정리와 은행 정리 및 보관, 연 회계 마감 및 결산 등을 대신한다. 고객에게 조세를 절감하는 세무 계획(Tax Planning) 등을 지원 및 대행한다. 각 고객의 페이퍼컴퍼니의 세무 대표가 돼 관련 세무 반대 신청 및 상소 사건 처리 등도 맡는다.   
 
“아무도 몰라”
포착 첫 사례
 
은행 업무 지원 서비스로 무역 거래를 개설, 해외 송금 업무, 현지 비용 결제, 입·출금 업무 지원, 인터넷, 폰뱅킹 등을 한다. 사무 지원 서비스는 월별 은행 명세서 및 우편 관리, 세무국 정부 서류 관리 및 통지, 고용 임금 신고, 홍콩 회사 등록 갱신, 연차보고서, 우편물 접수 등 호텔 티켓 예약 서비스까지 온갖 잡무도 맡아 한다. 
 
H사는 이 같은 서비스를 고객 업무 요청에 따라 진행한다. 고객은 업무량이나 업무 특성에 따라 매월 혹은 분기별로 업무 관리 서비스 비용을 별도로 지급한다.  
 
버진아일랜드, 사모아, 세이셜 같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서비스를 각각 제공한다. H사는 이들 나라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려는 고객에게 회사설립등록허가증, 회사등록대리관리인 증명서, 회사정관, 회사등기이사 주주명부, 회사주식증서, 회사 직인 및 철인, 은행계좌계설, 홍콩공인회계사가 작성한 공인된 회사설립서류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돈세탁 영업이다. H사는 서울에 직원을 파견해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홍보팀에게 출처가 불분명한 고객정보를 받아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자금 조달업자를 물색한다. 보통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섭외한다. 30대 이하는 어리다는 이유로 섭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작업 날짜를 정하고 주로 수도권에서 만난다. 직원은 조달업자와 동행해 그 자리에서 조달업자 계좌를 빌려 해외 기업 자금이나 기타 돈을 송금한다. 계좌를 빌려준 조달업자는 그 돈을 인출해 직원에게 넘긴다. 직원은 송금된 돈의 5%를 수수료로 지급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를 “전형적인 돈세탁의 수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
기업·부자들 탈세 목적으로 일 맡겨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세금을 부과하는 국제무역 도시 중 하나다. 
 

H사 관계자는 “홍콩에서 기업 활동 시 이러한 세법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절세를 통한 높은 이윤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며 자신들의 일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신원기 참여연대 간사는 “말이 절세지 탈세와 절세는 한 끗 차이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은 범죄가 아니다. 신 간사는 “페이퍼컴퍼니는 어떤 목적에 따라 만드느냐에 달렸다. 그 자체로 범죄는 아니다”며 “하지만 대부분 페이퍼컴퍼니가 탈세와 관련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조세도피처를 이용하는 목적은 ‘비밀 금융’이다. 특히 개인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경우는 비자금 조성으로 흘러가는 게 대부분이다. 이는 결국 탈세가 된다. 신 간사는 “대행업체가 ‘페이퍼컴퍼니는 불법이 아니니 우리가 하는 일도 문제없다’고 말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관련된 사례를 봐도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목적이 탈세였기 때문에 설립 자체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신 간사의 설명이다.
 
조세 감면 컨설팅
자금 조달책 물색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한 업체가 포착된 사례가 없다고 전해진다. 국세청 관계자들조차 이번 사례가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 대표는 “한국도 페이퍼컴퍼니 대행업체가 있다는 소문은 돌았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이나 관련 기관에서는 이런 대행업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직접 조사를 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대행업체들은 전문적인 집단으로 은밀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사실상 포착하기 어렵다고 전해진다. 특히 H사같이 20년 동안 운영한 대행업체라면 더욱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아직 한국에서 페이퍼컴퍼니 대행업체 관계자가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이 때문에 현행법상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다만 법은 이런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주고 탈세를 돕는 자를 ‘조력자’라고 표현한다. 
 
국제적으로는 이런 조력자들도 처벌 대상이 된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몇몇 국가는 조세도피처 등 페이퍼컴퍼니를 대행한 관계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했다.
 
제3자 통장 구하는 텔레마케팅 영업도
은행서 입금했다 출금…수수료 5% 지급
 
이 대표는 “우리나라 조력자와 비슷한 개념으로 미국과 영국은 Covered Person(해당 대상)이라는 규정을 적용해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국가는 국제적으로 컨설팅하는 전문가나 변호사, 회계사, 조세 전문가 등을 이 규정에 포함해 주의의무를 다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고객이 절세 계획을 너무 공격적으로 세웠을 때 ‘탈세가 될 수 있다’고 사전에 알려야 한다”며 “너무 명백하게 탈세를 기도하는 경우 관련 당국에 통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H사는 1995년 설립됐다. 지난 1995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급격하게 페이퍼컴퍼니가 증가한 시기와도 맞물려있다. H사 관계자는 “작은 회사로 시작해 지금은 많이 커졌다”며 “현재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에서 많이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의뢰가 들어온다”고 밝혔다. 
 
H사의 도메인 정보를 보면 홈페이지 등록일은 2010년 8월31일이다. 등록자 주소는 경기도 안성시 마정리 공도읍으로 나와 있다. 전화번호도 있었으나 통화할 수 없는 번호다. <일요시사>는 카카오톡을 통해 H사 대표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대표는 메시지는 확인했지만 답은 하지 않았다.   
 
H사의 사무실은 홍콩 완차이역 모 빌딩에 있다. 대표와 연락을 시도한 후 <일요시사>는 홍콩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H사가 맞느냐”고 물었다. 관계자는 한국인이었지만 “잘못 걸었다”며 전화를 금방 끊어버렸다. 재차 전화를 해 기자는 “그럼 그곳이 뭐하는 곳이냐”는 물었지만 관계자는 “그런 거 없다”며 끊었다. 앞서 입수한 H사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 기자라는 사실을 밝히자 끊어버렸다. 이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목적은 탈루
추적은 불가능?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사는 고객들의 비밀 보장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들 대부분 돈이 되지 않는 단순 계좌는 취급하지 않는다. 지난 2013년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도 실제 자금 흐름은 잡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당사자들은 “페이퍼컴퍼니는 만들었지만 큰 자금 거래를 하지 않는다”라는 해명을 내놓을 여지가 있었다. 대행사들의 비밀 보장 서비스 덕분이다. 결국 비자금 조성과 탈세 여부는 검찰 조사나 국세청 조사로 밝혀야 할 문제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기윤 중앙법률사무소 변호사 일문일답
“H사 처벌 가능하다”
 
김기윤 중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탈세 목적의 페이퍼컴퍼니는 조세범처벌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적, 적극적으로 탈세를 조장하는 조력자는 정범에 준하여 처벌되도록 조세범처벌법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국내에서 조세도피 조력자들의 처벌은?
▲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외화불법유출, 비자금유출 역외탈세를 하는 경우에 조세범처벌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문제 된 회사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며 기업들이 세금을 저렴하게 혹은 회피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당사 직원과 동행해 제3자의 계좌로 해외 기업 자금을 국내로 반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직원은 제3자에게 계좌를 빌려준 대가로 자금의 5%를 수수료로 지급한다고 밝히는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다. 
 
-어떤 점에서 위법한가?
▲ 대법원은 구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 포탈을 할 수 있게 하며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를 의미한다. 즉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를 일컫는다고 판시했다. 2010년 1월1일 이후 조세범처벌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제3조에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관하여 유형별로 자세히 입법했다.
 
탈세 목적이라면 조세법 위반 
대행 조력자도 정범 처벌해야
 
-구체적으로 어떤 법에 위법한가?
▲ 문제가 된 회사가 납세의무자의 역외탈세를 위해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도와주는 것이라면, 대법원 판시내용과 조세범처벌법을 고려해 볼 때 문제가 된 회사는 형법 32조에 따라 조세범처벌법 위반의 방조범으로 처벌된다.
이러한 역외탈세는 조세평등주의를 실현하는 실질과세의 원칙이다. 즉 과세를 함에 있어 법적 형식과 경제적 실질이 상이한 때는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한다는 원칙에 반하게 된다. 
 
-국내에서 발견된 첫 사례라고 하는데?
▲ 얼마나 많은 기업이 문제가 된 회사에 연락하여 역외탈세를 하였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실질과세의 원칙을 실현하는 수사기관의 조사정도에 따라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조직적, 적극적으로 탈세를 조장하는 조력자는 정범에 준하여 처벌되도록 조세범처벌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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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