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달라진 게 없는 대한민국

제2세월호 참사 막을 의지 '아무도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벌써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돌아왔다. 지난해 4월16일 발생한 전대미문의 선박사고로 무려 29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아직까지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실종자도 9명이나 된다. 이후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1년간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대한민국이 1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펴봤다.

벌써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돌아왔다. 박근혜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완전히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뇌물 여전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겠다며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국민안전처는 하필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관련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뇌물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소방방재청 공무원 20여명이 빗물저장소인 저류조 설치 업체로부터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단서를 포착했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 중에는 재난대응 분야를 담당하는 국장급 고위공무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참사는 돈에 눈이 멀어 평행수를 버리고 과적 운항을 일삼던 선주와 이를 눈감아 준 관련 공무원들 때문에 발생했다. 그런데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 출범한 국민안전처의 공무원들이 벌써부터 금품수수 혐의에 휘말렸으니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국민안전처의 무용론도 제기된다. 출범 150일이 다 되어 가도록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는 현재까지도 특수재난실장을 비롯해 개방형 직위의 3분의1이 비어있어 조직정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는 안전한 국가를 만들겠다며 행정안전부의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바꿨는데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며 “또 다시 부처의 이름만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보여주기식 안전대책만 내놓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야가 앞 다퉈 발의했던 각종 안전 관련 법안들은 사실상 국회에 방치돼 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발의된 안전관련법안은 약 250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중 실제로 처리된 법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발의된 안전관련법안 중 상당수는 너무 포퓰리즘적인 성격이 강하거나 다른 법안과 중복되는 등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국회가 여론에 편승해 주먹구구식 대책만 잔뜩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현재 국회에는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선박, 해사 관련 법안 일부도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관제구역을 지나는 선박들의 교신을 녹음·보존하도록 한 해사안전법 일부개정안은 아직까지도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보여주기식 대책만 빼곡
국민안전처 무용론 대두


세월호 참사 이후 마련된 수학여행 안전대책도 못미덥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수학여행 안전대책으로 해당학교가 요청하면 숙박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 뒤 결과를 알려주는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 실제로 시행되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학여행단에 안전사고 대처와 구조능력을 지닌 안전요원을 동반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는 수학여행 안전지도사를 국가자격제로 뽑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검토단계에 머물러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학교들은 먼 거리를 이동해 안전사고의 위험이 큰 수학여행을 가지 않고 당일치기 소풍이나 축제로 대체하려는 추세다. 이는 결국 숙박업소, 관광지 상점, 관광버스 업체 등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당국이 실시한 학교 안전교육도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연간 60시간 이상 학생 안전교육을 실시하라고 지시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문서상으로만 이행한 것처럼 꾸미고 실제 교육을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례로 경기도의 경우는 도교육청과 교육부로부터 안전교육을 실시하라는 지시를 동시에 받았는데 지시내용이 중복되는데다가 어떤 내용으로 교육해야 할지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서 일선 교원들은 난감해 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모 학교의 경우는 교과 20시간, 비교과 20시간, 조·종례 5분씩을 활용해 연간 60시간의 안전교육을 하겠다고 계획서를 작성했지만, 정작 수업진도나 입시준비 등으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 이전이나 이후로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셈이다. 한 교사는 “학교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각종 안전정책들을 쏟아내 오히려 혼선만 가중되고 있다”며 “상급기관에서는 안전대책을 툭 던져놓고 학교 재량권에 맡긴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여객선과 유람선에 대한 안전기준을 크게 강화했지만 노후선박이 즐비한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든지 선박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운항되는 연안여객선 중 약 30% 이상이 선령 20년을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호는 선령이 21년 된 배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선박 운용 구조 때문이다. 영세한 우리나라 선사들은 새 배를 구입하기보단 그동안 주로 일본에서 선령 15~20년 된 선박들을 수입해 운용해왔다. 자연히 전체 평균 선령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또 우리나라에서 영세 선사들이 주로 운용하고 있는 카페리에 대한 위험성도 여러 차례 지적되고 있지만 아직까진 뾰족한 수가 없다.

카페리는 승객과 화물을 동시에 나르기 때문에 효율성이 뛰어나지만 세월호처럼 전복 등의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은 지난 3월 선박안전 점검 기관들이 선박의 불법개조 사실을 알면서도 선박검사증서를 교부하거나 도면 없이 현장 검사를 나가는 등 업무 태만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의지가 없다

게다가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을 해체한 것으로도 모자라 인천에 있는 해경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국민안전처를 올해 안에 세종시로 옮기는 방침을 굳힌 가운데 국민안전처 산하 해경본부도 세종시로 이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해양을 책임지는 기관이 바다에서 멀어지면 그만큼 해양 안전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은 “현장과 가까워야 한다는 건 상식”이라며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왔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과연 정부가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을지 국민들의 불안감과 한숨소리는 더 깊어만 가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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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