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문재인-박지원 '이면합의설' 막전막후

불안한 '오월동주' 승리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지난 7일 문재인 대표의 4·29재보선 지원요청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박 의원은 지원요청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선당후사를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차기 총선 공천권 등을 두고 일종의 이면합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연 ‘오월동주(吳越同舟)’를 선택한 두 사람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 지난 7일 4·29재보선에서 문재인 대표를 돕기로 했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보선과 관련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는 당초 당 지도부의 재보선 지원요청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동교동계의 한 전직 의원은 “동교동계가 용병도 아니고 선거 때만 되면 불려나갔다가 선거가 끝나면 찬밥 신세”라며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친노(친노무현)계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당후사?
지분 챙기기?

그런 동교동계가 갑자기 문 대표를 돕겠다고 나선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박 의원은 선당후사 정신이라고 설명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치권에선 이미 문 대표와 박 의원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동교동계의 핵심인사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난데없이 주류와 비주류간 6대4 지분론을 주장해 더욱 논란을 키웠다.

권 고문은 동교동계가 재보선 지원을 결정한 날 불쑥 “당 운영은 반드시 주류와 비주류가 있기 마련”이라며 “그동안 정당정치 관행은 주류 60%, 비주류 40%를 배합했다. 그 정신을 문 대표도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지원 결정, 선당후사라더니
사실상 6대4 지분 요구?


논란이 커지자 박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권 고문에게 (발언 진위를) 물었더니 권 고문이 전대 과정에서 문 대표에게 한 이야기라고 하더라. 누가 대표가 되든 주류·비주류를 구분하지 말고 협력하자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합의라고 할 게 있느냐. 서로 오해를 푼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박 의원은 재보선 지원을 결정하기 전인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문 대표와 비공개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의 회동은 오후 6시40분부터 8시20분까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배석자도 없었다. 그야말로 두 사람만의 비밀회동이었다. 이날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그간의 오해가 다 풀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회동 이틀 후 박 의원은 재보선 지원을 선언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당후사라고 말하지만 어제까지 강경하게 반대하던 동교동계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꾼 것은 아무래도 수상하다”면서 “박 의원이 문 대표와의 회동에서 동교동계를 설득할 만한 무언가를 분명히 얻어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새정치연합과 경쟁하고 있는 국민모임은 “동교동계가 호남을 볼모로 지분 확대에 나선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몸값 높아진 박
또 당한 문?

문 대표와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경선룰 논란 등을 겪으며 사이가 멀어졌다. 오죽 억울했으면 박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미 10년이 지난 대북송금특검까지 들먹이며 문 대표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 재보선에서 다시 손을 잡은 것을 단순히 선당후사 정신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분명히 숨겨진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문 대표의 경우에는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취임 후 첫 재보선부터 전패 위기에 내몰렸다. 문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가장 강조했던 것이 ‘이길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재보선에서 전패한다면 문 대표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전임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해 7월 재보선 참패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당선된다 해도 남은 임기가 채 1년이 안되고, 고작 4석이 걸려 있는 미니 선거지만 문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 대표로서는 박 의원과 동교동계에 다소 지분을 양보하더라도 그들의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광주 서구을은 물론이고 서울 관악을과 성남 중원이 모두 호남 출신 주민들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호남의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도저히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이 각각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면서 문 대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두 사람이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문 대표는 동교동계가 선거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분합의설이 나돌 정도로 문 대표가 동교동계에 바짝 엎드려 선거 지원을 요청한 것은 결국 그 두 사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표에게 호남은 아킬레스건이다. 호남만 가지고도 선거에 승리할 수 없지만 호남을 빼고도 승리할 수 없는 것이 새정치연합이다. 하지만 호남에선 친노계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열린우리당 창당에 따른 민주당의 분당과 노무현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등은 호남인들에겐 아직까지도 아물지 않은 상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친노 지도부가 이끄는 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매번 패배하면서 민심이반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호남 출신의 정동영 후보와 천정배 후보 모두 이런 호남 민심의 변화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로서는 동교동계에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지분합의설 논란 등으로 큰 상처를 입더라도 당장 재보선의 승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과거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사례를 볼 때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고 나면 다음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또 문 대표로서는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더라도 동교동계를 비롯한 비노계와 공동책임을 지게 돼 책임론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내년 총선 공천은 대부분 전략공천 없이 당내 경선을 통해 뽑기로 했는데 문 대표가 지분을 챙겨주고 말 것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회의 때마다 문 대표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계산하지 말자’라는 말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박 의원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패했지만 요즘 몸값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에게 패한 이후 정치뉴스에서 사라지다시피한 서청원 의원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일단 박 의원은 전면에 나서 문 의원을 돕기로 하면서 명실상부 동교동계의 좌장자리를 꿰차게 됐다.


지분 합의설
이면합의 있었나?

지난 1990년 미국에서 귀국해 뒤늦게 동교동계에 합류한 박 의원은 그동안 동교동계 사이에서 정통 동교동계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최근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동교동계는 동교동계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박 의원을 통해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박 의원이 문 대표와 동교동계 사이에서 이른바 ‘밀당’을 하면서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전문가는 “동교동계의 지지를 얻었다고 해서 호남의 민심이 얼마나 변할지는 미지수인데 문 대표가 동교동계의 지지를 얻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내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문 대표가 사실상 박 의원의 몸값 높이기 전략에 휘말린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재보선 지면 대권도 끝
박지원 몸값만 높아졌다


박 의원으로서는 당초 선거 지원을 끝까지 거부할 명분도 부족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취임 후 탕평인사를 위해 나름 신경을 쓴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호남을 소외시켰다는 억지 주장으로 끝까지 선거지원을 거부했다면 선거가 끝난 후 박 의원과 동교동계는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재보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문 대표를 돕는 편이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유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런데 일각에선 박 의원이 문 대표를 성심성의껏 돕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제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던 김희철 전 의원은 박지원계로 분류되는데 당내 경선에서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태호 후보에게 패한 후 경선과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정 후보를 돕지 않고 있다.

호남조직을 가지고 있는 김 전 의원이 정 후보를 지원한다면 선거판세는 단숨에 변할 수 있지만 김 전 의원이 움직여주지 않으면서 새정치연합 전체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김 전 의원 쪽에 있던 자원봉사자 중 상당수가 관악을에 출마한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 캠프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교동계의 이중플레이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필하며 관악지역에서 조직책으로 활동한 정통 동교동계 인사로 꼽힌다.

동교동계 부활?
친노의 갈팡질팡

게다가 박 의원이 문 대표를 도왔는데도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재보선에서 전패한다면 차기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친노 불가론’이 힘을 얻게 된다. 박 의원과 동교동계에게는 오히려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또 권 고문이 이희호 여사의 ‘단결하라’라는 발언을 언급한 것을 두고 박 의원이 불편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의원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은 이 여사의 말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경우 향후 동교동계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것 같다”며 “사실상 선거과정에서도 친노가 제대로 대접을 해주지 않으면 언제든지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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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