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특별인터뷰' 민우아빠 이종철씨

“제발 인양하지 말란 말만 말아 달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식 잃은 슬픔은 사자성어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아픔은 말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1년 즈음, 세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지만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아직 2014년 4월16일을 붙잡고 망부석이 된 채 인양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다.

단원고 2학년 7반 학생은 총 34명, 그 중 33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 속에는 꿈 많은 민우도 포함돼 있었다. 평소 다정다감했던 민우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고 밝힌 민우아빠 이종철씨. 아들과 하고 싶던 것이 너무도 많았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인터뷰 도중 눈가가 촉촉이 젖어갔다.
청천벽력 같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 난지도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흐른 이 시점에 <일요시사>가 민우아빠를 찾아가 가슴 시린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민우아빠와의 일문일답.

- 생업을 제쳐두고 광화문 광장에 나오셨다. 나오신지 얼마나 되셨나?
▲ 단식할 때부터 나왔으니까 9개월 조금 넘었다.

- 힘들지 않나? 수척해 보인다.
▲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일베’라든지 몇몇 보수단체 측에서 찾아와 하루에도 서너 번씩 싸워야 했다. 그러나 마음이 아픈 게 더 힘들다. 진상조사해서 우리 아이들 어떻게 죽었는지 알기 위해 버티지 그것만 아니면 잘못된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 세월호 1주기가 다가왔다.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국민안전의 문제에서 정치문제로까지 이어졌다. 유가족의 시선으로 되돌아본다면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 1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우린 4월16일 그 시간에 멈춰있는데, 믿기지 않는다. 처음에는 특별법 만들어 달라고 국회 농성을 했고, 결국 반쪽짜리지만 어느 특별법보다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법이 되었다 생각한다. 현재 시행령이 발표됐는데, 내용을 보면 가해자가 가해자를 수사하겠다는 말과 같다. 참…싸우기도 많이 했는데 한편으로 1년을 어떻게 보냈나 싶다. 날짜만 흐른 게 아닌지 걱정된다.

- 실례가 안된다면 민우에 관한 얘기를 해줄 수 있나?
▲ 제일 난감한 질문이다. 아주 어렸을 때 빼고는 함께 놀아준 기억이 잘 없다. 직장생활에 쫓겨 민우가 자고 있을 때 나가고 귀가했다. 그게 한스럽다. 민우는 다정다감했다. 우리 가족을 서로 연결시켜준다고 해야 되나. 낚시를 굉장히 좋아했다.


- 4월16일, 민우와 대화를 나눴나?
▲ 못했다. 그 전날에 잘 갔다 오란 말만 했다. 4월16일에는 오전 9시22분에 민우가 엄마랑 통화했다. 지금 배가 기울어졌다고 말했단다. 민우의 마지막 말이 물이 들어오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엄마는 ‘거기 말 잘 듣고 있어라’라고 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민우엄마는 그때의 기억에 죽을 만큼 힘들어 한다. 마지막 말이 선원들이 한 말이랑 똑같았으니까.
 

- 전원 구조 오보가 났었다.
▲ 사실 보도보다 민우를 더 믿었다. 키가 181cm에 수영도 무척 잘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을 만큼 부지런했다. 그래서 사고가 난 시간이면 민우는 벌써 갑판 위에 올라가서 놀고 있겠구나 생각했다. 나중에 사진 찍힌 걸 보니 선미 중앙 쪽에서 구명조끼 입고 누워있더라. 몇 발자국만 걸어 나가면 갑판인데…. (눈물) 민우는 7일 만에 나왔다. 6시43분에 인근 해역에서 떠올랐다. 바지선 옆에서 떠올라 기름이 얼마나 많이 묻었는지 모른다. 다행히 민우는 학생증을 가지고 있어 찾을 수 있었다. 일자로 누워있는데 주먹을 꼭 쥐고 있더라. 처음엔 너무 말라있어서 몰라봤다. 식물인간이 돼도 좋으니 목숨만 붙어 나오라고 그렇게 빌었는데….

- 학생들이 찍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이 많이 분노하고 아파했다. 보셨나?
▲ 5월8일, 청운동을 나와서 새벽 3시에 함께 봤다. 그걸 본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파출소까지 찾아갔다. 같이 죽자 그런 마음이었다. 민우 찾았을 때는 슬프기만 했는데 동영상 봤을 때는 ‘저렇게 해서 죽었구나’라는 생각이드니 미치겠더라. 분노를 억누르고 안산으로 내려가는데 문자가 하나 왔다. 옆 반 아이의 부모님이었는데 “아이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희는 먼저 갑니다. 다음 세상에서 봐요”라고 보냈더라. 보도가 안되서 그렇지 자살시도가 많았다.

“함께 낚시 가려 했었는데…7일 만에 떠올라”
시행령, “가해자가 가해자를 심판하겠다는 것”

- 민우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 수학여행 갔다 오면 함께 낚시가려고 준비를 다 해놨었다. 지금은 낚싯대를 닦아놓고 집에 고이 놔두고 있다. 민우가 바다를 좋아한다. 오죽했으면 초등학교 때 꿈이 어부였다. 대학생이 되면 술도 한 잔하고 싶었다. 군대 가면 면회 자주 가야되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도 민우가 가끔 꿈에 찾아온다. 49제 때 와서 “아빠 그만 울어. 나 어떻게 하라고”라고 말하더라. 생일이 12월9일인데 그전에 다시 왔었다. 살이 쪄서 찾아와서는 옆 섬으로 떠내려가 살고 있었다고 전하더라. 그 말을 들으니 민우가 죽었다는 사실에 꿈인데도 울음이 났다. 찾아오면 좋은데 한 번 나오고 나면 며칠 동안 힘들다. 그래도 꿈에서라도 보니 좋더라.

- 배상·보상 얘기가 먼저 나와 자존심이 상했을 것 같은데.
▲ 배상은 누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밝혀졌을 때 나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밝혀진 상황에서 자식 죽었다고 배상하나? 4억2천이면 일반 국민들에게는 큰 금액이다. 모든 걸 돈으로 덮으려는 데에 화가 난다. 문제는 뭐만 하면 돈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우리 자식들이 돈 때문에 죽었는데 계속 돈 얘기다. 돈이야 벌면 되지만 자식은 돌아오지 않는다.
 

- 일각에서는 인양에 대해 반대를 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위성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는가?
▲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실종자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죽은 시체라도 건져야 하지 않겠나. 6·25전쟁 희생자도 유골을 찾지 않는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실규명이고 책임자 처벌이다. 선체 하부에 모든 증거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큰 배가 1시간20분만에 가라앉을 리 없다. 충격이 있었거나 어디가 뚫어져 있으니 그렇지 않았겠나.

- 삭발을 했다.
▲ 삭발의 의미는 죽을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시행령 전체를 바꿔야 한다. 정부가 모르는 게 있는데, 단원고는 자식을 보냈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법에 타협할 수 없다. 삭발했을 때 여기 뼈를 묻는다는 다짐을 했다. 마지막까지 안됐을 경우 하늘공원에 가서 납골함을 빼서 여기 묻자는 마음이다.


- 인터뷰를 읽고 있는 국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지금 내 일이 아니라고 나에겐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면서 아픔을 많이 겪어 봤지만 자식 잃은 아픔을 국민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제발 (인양)하지 말라는 말씀만 안 해 주셨으면 한다. 하는 건 저희가 할 테니 제발 그 말만은 안 해 주셨으면 좋겠다. 최소한 국민의 생명만큼은 지켜줄 수 있는 나라에서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 하늘나라의 민우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 말도 안되지만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다면… 너무 보고 싶고 그립다. 한 번의 기회, 단 한 시간만 있다면 밥 한 번 먹고 보냈으면 싶다. 아빠가 금방 간다고 전하고 싶다. 아이고, 눈물 나네.

 

<ch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