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 'HTS 사고' 내막

믿고 맡기라더니…고객 울먹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증권사의 거래 프로그램 HTS(Home Trading System)를 이용한다. 신한금융투자 한 고객이 HTS로 주식거래 중 수익이 났는데도, 실제로 손해를 입은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차이가 1억원이었다. 담당 직원들조차도 오류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 본사는 오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A씨는 2008년부터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주식을 시작했다. 그는 일명 물타기를 하며 꾸준히 수익을 내 금융전문가들도 인정한 소액투자자였다. 그는 지난해 중순 주식담보대출과 계좌 두 개를 만들어 주식을 거래했다. A씨는 올해 11월9일까지 주력 종목인 삼성전기와 KC그린홀딩스를 매일 사고팔기를 반복하며 각각 400만원과 2100만원으로 총 2500만원의 수익을 보고 있었다.
 
직원들도 몰라
 
하지만 원장(세부 거래 내역)을 받아 보니 삼성전기는 -6200만원이, KC그린홀딩스가 -280만원, 총 -9000만원 가량 손실이 났다. 원장과 HTS 화면상에 나온 두 종목만 해도 금액이 약 1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보통 원장과 HTS 상에 오차는 많아봐야 몇백원 정도다. 오차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다. HTS 프로그램의 총체적 부실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지점이다.
 
이번 HTS프로그램의 문제를 야기한 것은 ‘담보주식 상환·교체’와 ‘두 계좌로 종목을 분산해 입·출고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A씨는 주식을 최초로 시작한 2008년부터 2014년 6월(문제 발생 이전)까지 약 6000만원의 실현이익을 달성했다. 반면 2014년 6월(문제 발생 이후) A씨가 처음으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후 같은 해 11월25일까지 단기간에 1억원 가량 손실을 봤다.
 
문제 발생 전까지 A씨가 거래한 106개 종목을 보면 이익종목은 99개, 손익 없는 종목은 1개, 손해종목은 5개에 불과했다. 문제 발생 후 거래한 35개 종목 중 이익종목은 26개, 손해종목은 9개이다. 손해 종목 9개 가운데 6개는 담보주식 상환·교체 및 입·출고를 한 종목이었다. 이들 종목에서 HTS 손익정보화면과 실제원장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그 중에는 삼성전기와 KC그린홀딩스도 있다.
 

A씨는 지난해 6월18일 처음으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당시 A씨는 빨리 대출을 갚을 생각으로 지점 담당자에게 어떻게 상환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담당자는 담보대출이 잡혀있던 종목이 풀리면 상환 가능하다고 알려줬다. A씨는 주식담보대출을 처음 이용하기 때문에 담당자에게 “담보교체 시 손해를 볼 수 있나”라고 물었다. 하지만 담당자 B씨는 “그런 거 없다”라고 답했다.
 
A씨의 매매패턴은 평가손해 시 매수를 지속해 보유 종목의 평균단가를 계속 낮추면서 거래비용 이상의 미세한 평가 이익만 발생해도 즉시 매도해 현금화했다. 다시 말해 담보교체를 하며 매수매도를 반복해 물타기를 했다. 이때부터 자신과 담당자도 모르는 문제가 발생해 손실이 누적됐다.
 
이어 지난해 10월17일 A씨는 물타기를 하며 평균단가를 낮추기 위해 계좌 두 개를 만들어 보유 주식을 입·출고했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발생하며 손익정보 오차는 더 확대됐다. 한편 A씨와 신한금융 지점 담당자들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A씨는 주식담보를 대체할 때마다 입고하면 평균단가가 달라져 담당자에게 여러 차례 문의한 적이 있다. 11월17일 A씨는 이를 이상하게 여겨 원장을 확인했다. HTS 화면과 다르게 많은 손실이 나 있었다.
 
A씨는 물론 담당자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담당자 B씨는 “제가 매매를 한다고 해도 HTS를 보고 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 뭔가 개선을 해 달라고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HTS에서 보면 이익이 난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분명히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다른 담당자들도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며, 당시 아무도 HTS 손익평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주식매매 HTS프로그램 오류 발생
'황당 계산' 수익 났는데 손해 처리
 

A씨는 “HTS의 정확성과 직원을 믿었을 뿐이다. 내가 직원들이 모르는 오류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며 “신한금융은 담보교체, 종목 입출고 시 평균단가가 오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으며, 직원들조차 이런 문제가 발생할지 몰랐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HTS프로그램 상 오류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한금융 홍보팀 관계자는 “A씨는 예외적인 경우다”며 “담보상환을 하며 계좌 두 개를 이용해 주식 투자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민원을 제기한 이후 11월24일 신한금융은 전에 없던 유의사항에 ‘입고 및 신용상환, 담보종목교체 등으로 체결 시점 이전의 평균 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 발생 시 손익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A씨는 “유의사항 항목이 모두 내가 적용되는 문제”라며 “신한금융은 HTS프로그램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문제가 터진 이후 유의사항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HTS에 위탁잔고와 주식종합 화면을 보면 매매기준(실제 매매된 가격)과 결제기준(결제한 날의 가격) 등을 선택해 조회할 수 있다. 보통 투자자들은 매매기준으로 거래한다. 신한아이트레이딩 서비스 가이드북에 따르면 “주식잔고에서 체결기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실시간 현재가로 평가한 금액의 합계 금액”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신한금융의 HTS 상에서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결제기준으로밖에 나오지 않았다. HTS 화면을 관리하는 멀티채널부의 D과장은 “매매기준이든 결제기준이든 결제기준 방법밖에 없다”라고 말하며, “매매기준과 결제기준은 한 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증권사의 경우 매매기준을 선택하면 체결 기준 현재 보유하는 실시간 현재가로 평가한 금액의 합계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신한금융은 왜 ‘체결 기준 현재 보유한 실시간 현재가로 평가한 금액의 합계’라고 명시했으며, 굳이 어느 것을 선택해도 결제기준으로만 나오면서 왜 매매기준과 결제기준을 나누어 선택하게 한걸까. 당시 D과장은 자신이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한금융 HTS프로그램을 담당하는 IT부서는 이미 오류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IT부서 관계자는 “이것에 대해 바꾸려고 하는데, 지금 민원도 걸려 있고 사건도 걸려 있어 손을 못 대고 있다”고 말했다. 민원과 사건은 A씨가 재기한 것들이다. 이어 “사건을 수습하고 이 문제를 정리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신한금융 홍보팀은 “결제기준과 매매기준은 정해진 게 아니고 회사마다 다르다”며 “본사가 결제기준을 하는 이유는 잔고 증명서, 출고확인서 등 대외기관 제출용 잔고 확인은 모두 결제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장과 한국거래소에서 조사한 손익 계산 결과도 크게 달랐다. 오히려 한국거래소에서 조사한 원장 손실내역이 더 큰 손실로 나왔다. A씨는 “신한금융 직원들조차 원장의 손실을 보고 놀랐다. 자신들조차 이러면 어떻게 매매를 할 수 있냐고 반문할 정도였다”며 “도대체 뭘 믿고 거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지난 3월6일 한국거래소는 이번 사건 분쟁 조정에서 신한금융에 49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한국거래소는 ▲피신청인(신한금융)은 고객보호 의무를 위반해 실시간 손익이 왜곡되어 이를 믿고 거래하는 고객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는 HTS를 설계 ▲실시간 손익정보 오류의 위험성을 장기간에 걸쳐 고객에게 알리거나 설명하지 않아 손해가 확대 ▲피신청인이 HTS 기능 안내 시 ‘체결 기준 현재 보유하는 실시간 현재가로 평가한 금액의 합계’를 주식평가 금액으로 제시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배상 이유를 밝혔다. 
 
거래소 배상 결정
 

신한금융은 이에 불복해 3월 24일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신한금융의 HTS 프로그램의 오류에 대한 손해액 배상 범위가 확정될 예정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A씨 vs 신한금융 외압 공방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A씨와 신한금융투자 측은 맞서고 있다. A씨는 “이 문제로 한 언론에 제보했으나 기사화되지 않았다. 신한금융과 딜이 있었을 것”이라며 “공교롭게도 당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에 해당 언론의 논설위원이 왔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오히려 A씨가 정계에 진출한 지인을 통해 한국거래소에 외압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신한금융 홍보 담당관은 “A씨의 마음은 이해하나, 국회의원 등을 통해 한국거래소에 외압을 넣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억울해서 국회의원한테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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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