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 모텔 여중생 살인사건 전말

15세 소녀는 침대서 뭘 잘못했나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10대 가출 여중생이 모텔 객실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중생은 ‘조건만남’으로 성매매를 하기 위해 모텔로 들어갔다가 상대방 남성에게 목이 졸려 숨졌다. 용의자는 관계한 뒤 여중생을 기절시키려다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왜 여중생을 죽인 걸까.

 
서울 봉천동 모텔에서 가출 여중생 A(15)양을 살해한 피의자 김모(38)씨가 범행을 시인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봉천동의 한 모텔에서 A(양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김씨가 계속해서 범행을 완강히 부인해왔다고 밝혔다.
 
랜덤채팅으로 만나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범행 과정에서 수면 마취제를 묻힌 거즈를 이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경기도 시흥시의 김씨 주거지에서 압수한 가방에서 거즈와 함께 비닐에 담겨 있는 박카스병 3개를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또 A양을 부검한 결과 혈액에서 소량의 수면 성분인 클로로포름도 검출됐다. A양의 손톱에서 나온 피부조직과 모텔 화장실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등에서 DNA를 확보해 정밀 감정을 의뢰 분석 결과 김씨의 DNA로 드러났다.
 
경찰은 A양의 손톱에서 채취한 남성의 DNA가 김씨 것으로 드러난 점과 모텔 CCTV 분석 결과 등 증거를 제시하자 김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미리 준비한 수면마취제를 묻힌 거즈로 A양의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졸라 질식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후 A양에게 성매매 대가로 건넨 13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가출 10대 조건만남으로 만나
성매매 후 돌변 목 졸라 살해
 
김씨는 “조건만남 대가로 건넨 돈을 빼앗기 위해서 그랬다”며 “기절시키려고 했을 뿐 살해 의도는 없었다. 돈을 줄 가치가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A양을 살해하기 20일 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모텔에서 모바일 채팅으로 만난 문모(23·여)씨와 성매매를 하던 중 수면마취제로 문씨를 기절시키고 지갑에서 현금 3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이 외에도 피해자 10명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김씨는 상습적으로 성매매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으며 밤 10시쯤 영장이 발부되면서 구속됐다. 검찰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에 충분한 소명이 있다”고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A양의 신원조회 결과 충북 괴산경찰서에 가출 신고가 돼 있었다. 지난해 11월 중학교 2학년이던 A양은 부모와 갈등을 이유로 가출하며, 어머니와 언니에게 ‘잠시 바람 쐬고 오겠다’는 쪽지를 남기고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출 후 한동안 부모와 연락을 주고받았으나 올해에 들어오면서 연락이 끊겼다. 어머니(38)는 사건 당일 병원에 안치된 시신을 직접 확인하고 “딸이 맞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수면마취제 거즈 등 준비

상습적으로…계획된 범죄
 
A양은 가출 후 서울에 올라와 알게 된 박모(28)씨 등에 의해 성매매에 동원됐다. 모바일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조건만남을 알선했으며, 박씨 등 3명이 랜덤채팅에 ‘빠르게 뵐 분’이라는 제목의 채팅방을 만들어 올렸다. 
 
사건 당시 성매매를 알선한 박씨 등 3명은 인근 PC방에서 A양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돌아오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세 차례 모텔을 방문하며 A양을 찾았다. 두 번째까지 그냥 돌아갔다가 세 번째인 낮 12시 모텔 주인과 함께 객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숨진 채 누워있는 A양을 발견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중생의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27)씨를 검거했다. 김씨는 이날 밤 9시쯤 택시를 타고 강서구 일대에 내려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가다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또 경찰은 박씨와 최모(28)씨를 붙잡아 조사했다. 이들은 김씨의 주도 아래 각각 성매매 여성 관리와 차량 운전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A양은 모텔 입실 당시 업주와 종업원에게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해당 모텔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여가부는 “모텔 측이 살해당한 가출 여학생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은 점은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을 도와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화대 빼앗으려고? 
 
이번 사건으로 해당 모텔은 주의의무 위반과 함께 청소년 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보호법 제2조에 따르면 모텔은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로 지정하고 있다. 이는 불특정한 사람 사이의 신체 접촉, 은밀한 부분의 노출 등 성적행위가 이루어지거나 이와 유사 행위가 있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보호법 위반 시 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관계 맺은 중년남-여중생 ‘사랑 공방전
 
 
40대 남성과 여중생은 서로 사랑했을까. 성폭행과 사랑이라는 양측의 엇갈리는 진술 속에 법원은 누구의 편을 들어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한 A씨는 2011년 자신보다 27세 어린 B양을 만나 수차례 성관계를 했다. B양이 임신한 채 집을 나와 가출하자 한 달 가까이 함께 동거했다.
 
그러나 이후 B양은 성폭행을 당했다며 A씨를 신고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B양과 서로 사랑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징역 1년, 2심은 징역 9년의 중형을 선고했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A씨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동안 B양이 매일 면회를 간 점, 주고받은 문자 등을 고려할 때 서로 사랑했다는 A씨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B양은 A씨의 강요로 면회를 갔고 편지도 쓴 것이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양측은 그간 서로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B양이 A씨를 면회 갔을 당시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제출했다. 하지만 모두 서로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부분만 일부 발췌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이광만 부장판사)는 지난 1일 A씨에 대한 재판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내달 27일 법정에서 두 사람이 면회 당시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전체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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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