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특위 신축 사무실 가보니…

'문건 유출' 해양정책실 이상한 행보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금 도둑'으로 매도된 세월호특위 사무실은 기획재정부가 소유한 나라키움 저동빌딩에 마련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1월 이 빌딩의 임대료를 정확히 '예언'했다. 입주를 주관한 해양수산부 정모 사무관은 특위 내부 문건을 정부·여당과 공유한 바 있다. 거듭된 문건 유출 배후로 해양정책실이 지목된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특위) 임시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본관. 지난 2일 세월호특위는 표결을 거쳐 정부가 입법예고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이하 시행령)'을 철회시키기로 의결했다. 앞서 이석태 세월호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행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위 파행 불가피

시행령에 따르면 세월호특위는 조직 규모가 대폭 축소(120명→90명)되고 진상규명을 비롯한 업무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영향(기획조정실장 파견) 아래 놓이게 된다. 또 상임위원(5명)을 제외한 파견 공무원의 숫자(42명)가 민간 조사·실무진(39명)보다 많아 독립성이 저해될 우려를 안고 있다. 시행령을 작성한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 김모 주무관은 이날 통화에서 "아직 시행령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의견을 반영하고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시행령 입법예고 기한은 오는 6일이다. 기한 종료 후 시행령이 확정되면 세월호특위는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이 위원장을 비롯한 다수 위원들은 시행령에 대한 위법·무효 확인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당 추천 위원들은 '시행령 철회 요구' 표결에 불참하거나 반대표를 던지는 등 사실상 정부 안에 동조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추천한 조대환 세월호특위 부위원장은 지난 2월14일 4명의 여당 추천 위원과 함께 따로 해양수산부에 의견서를 보냈다. 정식 논의나 회의 없이 독자행동을 한 것이다. 김 주무관은 "(그들에게) 의견을 전달받은 것은 맞지만 별도의 법안(시행령)은 받은 적이 없다"라며 세간에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권영빈 세월호특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정부의 시행령 작성에 여당 측 위원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시행령에 적힌 문장 가운데 일부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여당 쪽 안에서 봤다"라며 "정부가 그 안을 그대로 짜깁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 위원장은 세월호특위 실무진에게 특위 활동 중단 지시를 내렸다. 임시 사무실을 비우고 새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하려던 이들은 단원고 유가족과 함께 거리로 내몰렸다.

지난 1일과 2일 기자는 서울 중구 나라키움 저동빌딩을 찾았다. 이곳 7층과 9층에선 세월호특위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오는 4일까지 사무용품을 들여놓겠다는 공고도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9일이 입주 예정이라 그 전에 공사와 집기 배치를 끝낼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무실 내부는 회의 공간이 많았다. 일부 칸막이는 투명 유리를 사용해 로비에서 방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진상조사와 관련한 공간(조사실·녹취실·진상조사국 등)은 주로 7층에 있었다. 밀폐된 사무실 모퉁이 안쪽은 녹화와 녹음이 용이한 공간으로 전해진다.

사무실 예산만 삭감 없이 유지 왜?
새누리 문건 유출 정황 속속 드러나

위원장실과 부위원장실은 9층 양 모서리 끝과 끝에 있었다. 부원장실이 출구 쪽과 더 가까웠다. 부위원장실 옆에는 정책보좌관실이, 그 반대편에는 소위원장실과 비상임위원실이 있었다. 시행령이 강행 처리되면 진상규명위원장은 7층이 아닌 9층 사무실을 쓰게 된다. 특위 업무 정점에 있는 기획조정실은 설계 도면에 표시되지 않았다. 기획조정실장은 위원장이 아닌 부위원장(사무처장)의 지휘를 받게 된다.

인테리어 용역은 경쟁입찰이 아닌 '사후원가검토조건부 계약'에 따라 Y디자인과 D건축에 발주됐다. 관련 실무는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 쪽에서 세월호특위로 파견된 정모 사무관이 담당하고 있었다. 정 사무관은 "긴급한 사유가 있었고, 단가 등을 고려해 적합한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특위가 짠 최초 예산(240억원)에서 '사무실 임차보증금 등 청사 신설 및 확보비용'(이하 사무실 비용)은 65억8900만원이었다. 이후 특위는 내부 회의를 거쳐 예산 규모를 192억원으로 줄였다. 그런데 정부는 62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삭감해 130억원의 예산안을 통보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무실 비용만 예외로 뒀다는 것이다. 정 사무관은 "(예산안에서) 공사비가 아닌 (일반) 사업비를 삭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 규명' 및 '안전한 사회 건설'이 목적이지만 사무실 마련과 유지에 더 많은 돈을 쏟는 역설이 발생한 셈이다.

앞서 정 사무관은 지난달 20일 '주간업무보고' 형태로 세월호특위 내부 문건을 청와대·새누리당·정부·경찰에 전달해 물의를 빚었다. 정 사무관은 "그 일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라고 대답을 회피했다.

지난 1월16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세월호특위를 겨냥해 "이런 세금도둑적 작태는 용서치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 의원은 세월호특위에 파견돼 있던 해양수산부 소속 김남규 서기관을 통해 내부 문건(최초 예산안 등)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서기관은 지난 2일 통화에서 '김 의원 측과 연락을 주고받았냐'는 물음에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부인했다. 현재 김 서기관은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로 복귀했다.

놀랍게도 새누리당은 저동빌딩의 사무실 임대료를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새누리당 김현숙 대변인은 "중구 청사 월 임대료가 1억2700만원"이라며 "진짜 조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실무자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브리핑했다. 확인 결과 세월호특위가 사용할 저동빌딩 사무실 임대료는 1억2730만원이었다. 유출된 자료가 없었다면 확언하기 힘든 내용이다.
 

시행령을 작성한 김 주무관, 문건을 유출한 정 사무관, 김 의원 측과 연락한 김 서기관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혹은 해양정책실 산하 기관) 소속이다. 정 사무관에게서 문건을 전송받은 강용석 대통령비서실 부이사관의 직전 근무지도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국제협력총괄과)로 확인된다. 현재 해양정책실은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농림수산식품위원회)을 지낸 연영진씨가 실장(1급)을 맡고 있다.

연 실장은 세월호참사 당시 새누리당 '세월호사고 대책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앞서 김 의원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간사와 위원을 지냈다. 한 국회 출입기자는 "상임위 간사와 전문위원이면 서로 모를 리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기자는 '연 실장이 올 1월 정부로 복귀하면서 세월호특위와 관련해 김 의원으로부터 지침을 받은 것이 있는지' 물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 서기관은 "연 실장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 내가 판단해서 일했다"라고 주장했다.

거미줄 커넥션

연 실장이 정부로 돌아오자 그가 있던 국회는 대학 동문이 자리를 채웠다. 세월호사고 범정부대책본부 대변인을 지낸 박승기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은 연 실장과 한양대 토목공학과 동문이다. 박 전문위원은 지난달 20일 정 사무관으로부터 문건을 받아본 정부 측 인사다. 지난해 11월 청와대에 파견돼 있다가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로 복귀한 송상근 해양환경정책관 역시 정 사무관에게서 메일을 받았다. 해양정책실로 얽힌 수상한 커넥션이 세월호특위의 독립성을 흔드는 모습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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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