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 거부, 이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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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5.03.26 1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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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프랑스 말이 있다. '고귀한 신분'이라는 노블리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제가 합쳐진 말로 사회 고위층 인사들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억만장자' 워렌 버핏, 'PC의 아버지' 빌 게이츠, 영국 해리왕자 등 특히 외국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심심치 않게 알려져 있다.

버핏은 자신의 재산 중 무려 375억달러(한화 약 41조원) 상당을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에 기부하면서 화제를 흩뿌렸다. 빌 게이츠 역시 재산의 대부분을 자신이 설립한 재단에 기부했다. 해리왕자는 2007년과 2008년, 2012년, 2013년에 각각 아프간 전쟁에 자원 참전해 전세계인들의 이목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사회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관련한 미담 사례는 외국에서는 왕왕 들려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요원하기만 한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법치국가'를 표방하면서도 국내 일부의 사회 고위공직자들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재산공개가 이뤄졌는데, 이에 대한 고지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 거부가 수년째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공개대상자인 행정부 고위공무원, 국립대총장, 공직유관단체 임원, 지자체단체장, 광역의회의원, 시·도 교육감 등 1825명의 사회 고위층 인사들 중에서 491명(26.9%)이 부모나 자녀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고지거부는 독립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는 직계존비속의 경우 재산고지 거부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고지거부가 재산공개의 구멍"이라는 여론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해 정치권에서 부랴부랴 고지거부 기준을 한층 강화했지만 이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또 신고됐다고 하더라도 재산의 액수에 대한 진실여부도 여전히 논란이다.

지난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기 및 수시 재산공개 대상자 2373명 전체 신고내역을 심사했는데, 10.5%인 303명의 재산이 실제와 신고내용이 달랐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이달 31일부터 시행예정인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안을 보면, '등록의무자는 재산과 그 가액, 취득일자, 취득경위, 소득원 등을 거짓으로 기재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피부양자가 아닌 사람은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재산신고사항의 고지를 거부할 수 있으며 3년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부칙을 뒀다.

개정안에는 징계 및 벌칙도 담고 있다. 제22조에는 '공무원이나 유관단체 임직원이 재산등록이나 거짓자료를 제출한 경우 해임 또는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공직자들이 재산공개를 거부해 징역형을 받았다거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냈다는 언론보도는 단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다. 비단 우리 국민들이 외국의 사례처럼 고위공직자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을 요구하는 것도, 청렴·결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정해진 관련법을 잘 따라주기를 바랄 뿐이다. '누구는 공개하고 누구는 공개 안 했다'는 보도를 보며 이마를 찌푸리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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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