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명 사망에 징역 5년’ 음주운전 벤츠 가해자 형량 논란

3명이나 죽였는데 5년만 살면 된다?

[일요시사 사회2팀] 박창민 기자 = 커뮤니티 <다음 아고라>에 고급 외제차를 몰고 음주운전을 한 가해자가 3명의 사망자를 냈음에도 징역 5년 형이 길다고 항소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해자는 이미 음주 전력도 있었다. 네티즌들은 애초에 징역 5년도 짧다는 지적과 음주운전에 관한 처벌 형량이 너무 관대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가해자 정모(31)씨는 면허 취소 기준을 넘긴 알콜 농도 0.196%로 벤츠 승용차를 몰고 원당역 고가도로를 달렸다. 정씨는 앞서가던 SM5 차량을 들이받고, 피해 차량은 사고 충격으로 중앙선을 넘어 반대 차로에서 마주 오던 올란도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총 8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죽은 사람만 억울
적반하장 항소까지

SM5에 타고 있던 1명 사망, 올란도에 타고 있던 2명 사망 등 5명이 부상을 당했다. 부상자 3명은 사고 피해 차량인 올란도 탑승자로 목, 척추, 다리 등 중상을 입었다. 나머지 부상자 2명은 가해 차량인 벤츠 탑승자와 그의 동승자로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고양지방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가해자 정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정씨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사고 현장에서 중상을 입은 김모(34)씨는 먼저 가해자 측의 무성의에 울분을 토했다. “사고가 난 지 한달이 지나도 피해자 측에 전화 한통도 없었다. 너무 황당해 수사관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따지자 다음날 가해자 아버지가 왔다”며 “가해자 아버지는 자신이 의붓아버지라고 밝히고 말도 안 되는 자기 입장만 일관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해자 아버지가 “자신은 의붓아버지다. 하루 놀고 하루 일하고 있다. 고의로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술 한잔 하고 그렇게 된 거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왜 친어머니는 얼굴 한번 비치지 않고 의붓아버지만 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 합의를 본 피해자는 SM5 차량을 운전했던 이모(36)씨를 제외하곤 없다. 올란도 차량에 탔던 피해자 5명의 유족들은 김씨를 제외하곤 가해자 측에서 단 한번도 찾아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고인 이모(31)씨의 동생은 “가해자 측에서 지금까지 딱 두 번 연락이 왔다”며. “한 번은 1차 공판이 끝나고 왔다. 유가족 중 먼저 합의하는 사람에게 3000만원을 주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원당역 고가도로서 앞서가던 SM5 충돌
알콜농도 0.196% 거의 만취상태로 운전

이어 “김씨에게 찾아가 ‘다른 집 모두 합의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말했다. 피해자 집집마다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조차 덜고자 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또 “두 번째는 사고 100일 뒤에 문자가 한 통 왔다. 사망자의 명복과 부상자의 쾌유를 비는 마음으로 백일기도한 사진을 보냈는데, 정말 황당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피해자 측이 직접 찾아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하는 게 자식 있는 사람의 도리가 아닌가’라는 입장이다. 특히 가해자의 항소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김씨는 “검사가 7년 형을 구형했는데, 법원은 5년 형 선고했다”며 “사람 3명을 죽였는데, 술 먹었다는 이유로 5년 형이 말이 됩니까”라고 격분했다. 이어 “재판 때는 감형을 받으려고, 우리한테는 한 장의 진심 어린 편지도 써주지 않았던 가해자가 재판관한테만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한민국 법은 정말 복수극을 불러일으키게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솜방망이 처벌
적정한 수위는?

사망자 3명은 모두 30대 초반이었으며, 김씨는 사망한 이씨와 결혼을 약속한 상태였다. 그는 “3월15일 오늘은 원래 내 결혼식이었다. 사람 인생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이게 법이라고 따라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때 병실에 있던 배선줄로 목을 매어 자살까지 시도하기도 했다.

가해자 의붓아버지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자식과 다르게 작은 설렁탕집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는 의붓아버지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피해자 유족을 지금까지 한 사람밖에 찾아가지 않은 것에 대해 의붓아버지는 “합의를 안 한다고 해서 안 갔다”며 “유족 측에서 나를 죽인다고 해서 살해 당할 것 같아서 못 갔다”고 답했다. 이어 “병원이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고, 주위 사람들은 49일이 지나고 가는 게 맞다고 해서 늦게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해자의 친어머니는 어디 가셨으며, 그동안 왜 유족들을 찾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의붓아버지는 “아내까지 유족들 만나러 다녔다간 쌍초상이 난다. 심장이 좋지 않아 충격 받을까 봐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가해자 어머니는 절에서 100일 동안 불공을 드렸으며, 여전히 절에서 사망자의 명복과 피해자의 쾌유를 빌고 있다고 한다. 의붓아버지는 가해자 어머니가 불공드리는 모습을 항소심에서 재판 증거로 제출할 것이며, 공탁금 1억을 법원에 걸어 놨다고 전했다.

“100% 우리의 잘못이니깐 보험 회사에서도 최선의 금액을 주라고 했으며, 보상금 때문에 집도 팔아서 이제 아무것도 없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붓아버지는 “피해자 측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며, 뭘 해도 하나하나 다 서운할 것이다”고 수긍했다. 가해자 측은 형량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판사들이 정한 것이지 우리가 논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형량? 많이 배운
판사 몫 아닌가”

현행법과 판례를 보면 이번 사건의 판결은 ‘극히 통상적’이라는 게 현실이다. 현행법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상)에 따르면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원동기포함)을 운전해 사람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하였을 때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률가들은 쉽게 말해 살인죄도 참작할 동기가 있으면 기본적으로 4∼6년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물며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실수로 죽였는데 “어떻게 형량이 더 나올 수 있겠는가”라는 반응이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형량(처벌수위)을 여러 기준을 고려해 판단한다. 피해 정도뿐만 아니라 공탁 여부와 합의 여부 피해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실 등을 보고 판단한다. 피해자 수가 같은 사건에서도 형량이 달리 적용될 수 있다.

“무릎 꿇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한달 지나도 전화 한통이 없어”

판례를 본다면 2012년 대구고등법원은 음주운전으로 2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원심 징역 2년 판결을 파기하고, 가해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판결문 일부를 보면 “가해자가 벌금형 전과 외 다른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과 가로등 조명이 없어 어두웠던 만큼 피해자들을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거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피해자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참작하며 가해자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볌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해 원심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지난 3월12일 김씨는 이 사건을 <다음 아고라>에 ‘이슈 청원’을 했다. 19일까지 약 2200명 의 누리꾼이 서명했으며, 서명 목표 100%를 달성했다. 대부분 누리꾼은 “현행법이 음주운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건의 가해자가 재범이며, 3명의 사망자를 냈음에도 ‘징역 5년 밖에 안 된다’는 게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최근 잇따른 음주운전 사건·사고로 피해예방을 위해 혈중알콜농도 0.05%에서 0.03%로 줄이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2년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해 음주로 인한 사망사고 건수가 2000년 1276건에서 2010년 287건으로 10년 만에 4분의 1로 감소했다.

“판결이 너무해”
네티즌 부글부글

경찰청 교통사고통계에 따르면 한국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00년 1만236명에서 2013년 5092명으로 절반 정도 감소했다. 그러나 음주사고 사망자 수는 2000년 1217명에서 2013년 727명으로 감소율이 미흡하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음주사고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1.9%였지만 2013년 14.3%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식사 시 반주 습관과 음주 빈도의 증가로 향후 사망자 비율이 더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속 인터뷰> ‘3명 사망에 징역 5년’ 김기윤 변호사에 물었더니…
“음주운전 사망, 피해자만 억울”

음주운전 사건의 피해자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청원서는 현재까지 2200명이 서명했다. 발의 5일 만에 2000명을 달성한 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잇따른 음주운전 사건사고로 국민들은 음주운전 처벌기준을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기윤 중앙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만나 이번 사건을 진단해봤다.


▲음주운전 형량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지금까지 법원에서 유사한 사건을 선고한 판례에 비추어 볼 때, 특별히 형량에서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이 사건 판결에서 국민들 사이에 논란이 되는 이유는 형량이 국민의 법감정을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괴리인 것 같다. 아무리 음주운전으로 3명의 사망자를 냈다고 해도 무기징역을 선고한 예는 드물다. 가장 최근에 나온 판례들만 보더라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징역 1년에서 5년 사이 정도다.


▲개선해야 하지 않나?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 사법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국민의식 면에서 지금까지 음주에 무척 관대했다. 억울한 사람이 참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재판부가 이를 참작해 개선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또 막연히 판사한테 형량을 높이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판사는 기존의 판례와 양형위원회의 권고 사항에 따라 판결을 선고하기 때문이다. 양형위원회도 양형기준을 만들 때 최대한 국민의 의식을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국민 법감정이 사회에서 이슈가 되지 못하면 양형위원회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국민의 법감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결국 국민이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게 중요하다. 그건 언론이 보도하거나 <다음 아고라> 같은 곳에서 관심을 끌게 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적 관심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다음 아고라>같은 청원 서명이 효과는 있다. 하지만 당장 가해자의 형량을 높게 선고할 수는 없다. 재판부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중립적인 판결을 한다. 누구의 입장도 더 들어주거나 덜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결국 재판부는 국민들의 범죄에 대한 처벌의지와 형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공소시효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과 동일할지라도 오늘날에 적용되는 형량은 더 무거울 수 있다. 꾸준히 청원서나 기사를 양형위원회에 보내 양형위원회에서 참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활동들이 사회적 역할의 씨가 될 것이다.

▲그래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억울한데?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피해자만 억울하다. 또 가해자는 형량이 길다는 이유로 항소까지 해 분통이 터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쌍방이 상소했기 때문에 형량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유족들은 가해자가 한번도 찾아오지 않는 것에 대해 황당하고 서운할 수 있다. 가해자 측은 나름 유족들을 뵐 면목이 없었을 것이다. 판사도 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재판부에서 피해자의 입장도 고려하면서, 가해자가 피해회복을 위하여 공탁금을 납부한 사실이 있는지, 진지한 반성이 있었는지, 합의를 위해 노력을 하였는지, 피해자의 유족들이 보험금을 수령하였는지 등을 재판부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여전히 법은 음주에 너그러운 편인가?

음주에 대한 처벌이 많이 강화된 편이다. 과거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불구속 수사가 대부분이었고, 판결 선고 역시 집행유예가 많았다. 그에 비하면 요즘은 음주운전으로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을 하차하고,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에 대해 질타를 받는다. 경찰 수사도 구속수사로 전환됐고, 실형도 많이 선고한다. 점점 강화되고 있다.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그렇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앞으로 음주운전의 최대 쟁점은?

음주운전을 다시 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큰 쟁점일 것이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재발률은 40%에 달한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아직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가벼운 편이며, 사회의식이 ‘술 먹고 실수할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주에 대한 사회적 문화가 전반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양형이 계속 높아지거나 형사처벌로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불이익을 점차 증가하면서도 음주운전을 습관처럼 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음주운전 개선을 국민 개개인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도 음주운전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 및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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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최근 행적이 확인됐다. 지난해 탈옥에 성공한 이후 1년여 만이다. 박씨와 함께 탈옥에 성공했던 인물은 총 3명이다. 이들은 올해 초까지 말레이시아로 여러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박씨는 최근 필리핀 카비테 부근 한 시골 마을로 주거지를 옮겼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초부터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탈옥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교·수사당국은 현지 담당자가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며 ‘소극 행정’으로 대처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꼴이다. 1년이 지난 현재, 박씨는 필리핀 서부 지역 한 시골 마을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못 잡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필리핀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서 탈옥한 이후 올해 초까지 총 세 차례 이상 말레이시아 사바주로 밀항을 시도했다. 이들이 밀항을 시도한 곳은 필리핀 남서부 잠비앙가와 민다나오 다바오 시티다. 잠비앙가의 경우 여행경보 4단계인 흑색 경보(여행금지) 발령 지역이다.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없이 흑색 경보 지역을 방문·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제26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잠비앙가는 우리나라 국민이 여행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박씨와 송모씨 등 ‘탈옥 멤버’들은 다바오 시티에서 두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잠비앙가로 이동했다. 잠비앙가에서 술루 제도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술루 제도로 이동하던 박씨 일당들은 필리핀 반군에 억류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씨가 밀항을 시도한 잠비앙가를 비롯해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는 이슬람 반군들이 주둔해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민다나오 마긴다나오델수르주의 파갈룽간시에서 필리핀 최대 반군단체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두 지휘관과 수하 병력이 총기와 흉기로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1970년대부터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벌여온 MILF는 2014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정부가 민다나오섬에 설치한 이슬람 임시 자치정부인 ‘방사모로 과도당국(BTA)’과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BARMM)’ 구성에 참여했다. 잠비앙가·민다나오서 ‘뒷돈 도주’ 시도 이슬람 반군에 억류 후 풀려나 마닐라로 MILF는 2019년 9월부터 평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무기 반납을 시작했지만, 무장 해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여전히 총기를 보유한 MILF 병력은 수천 명 이상이다. 박씨는 반군들에게 마약 및 보이스피싱으로 벌어들인 돈 수천만원을 뇌물로 전달한 이후 풀려났다. 지난 5월 초 박씨는 송씨와 헤어진 후 필리핀 루손섬 카비테주 카비테 시티로 이동했다. 지난달 말에는 카비테 시티 외곽 한 시골 마을에 자신의 현지 부인인 A씨까지 불러 정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그간 마닐라 타기그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에 거주했다. 현지인들은 보니파시오를 BGC 또는 글로벌 시티로 부른다.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불릴 만큼 고층 빌딩, 고급 주거지, 쇼핑 거리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파시오의 경우 냉장고와 에어컨 정도만 구비돼있는 콘도 한 유닛의 월세가 필리핀 돈으로 13만~15만페소(약 304만~351만원)에 달한다. 필리핀은 주차장도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주차장을 포함하면 월세도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같은 도시에 위치한 원룸 형식의 콘도 월세도 5만5000페소(약 128만원)에 달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도 관련 첩보를 파악해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 중이다. 아직 정확한 집 주소나 확실한 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이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 넘게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 왔다. 수억 비트코인에 차명 주택 부동산 소유 현지 부인이 조력해 “지속적 현금 조달” 특히,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게 “박씨가 마닐라에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하고 있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했다. 국내 정보기관은 박씨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023년 12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 교정당국에 박씨의 탈옥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박씨가 탈옥한 것을 두고 필리핀 교정당국은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외교부와 경찰, 법무부 국제형사과 등이 일부 파견을 가 현지에서 한국 범죄자들을 관리하는데, 공문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범죄자와 면담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저 공문만 보내는 것으로는 범죄자들의 탈옥을 막을 수 없다.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잡나 박씨는 A씨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교도소의 취약점을 파악해 탈옥을 계획했다. 사전에 철저히 ‘탈옥 계획’을 구상하고 보안이 허술한 교도소에 잡혔단 뜻이다. 말레이시아로의 밀항 준비도 A씨가 현금 조달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A씨는 박씨가 교도소에서부터 환전한 수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관리해 왔다. 박씨와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한 제보자는 “환전한 비트코인 외에도 A씨가 박씨의 차명 소유 자택 부동산 등 수십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