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후폭풍' 각계 손익계산서

잡도리 시작?…결국 검찰만 웃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법안 조정을 거치면서 적용범위가 확대됐다. 김영란법의 공포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접대·로비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공짜 술'과 '낯 뜨거운 청탁'에 길들여진 일부 공직자, 언론 종사자는 김영란법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를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때문에 검찰 권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우여곡절 끝에 입법에 성공했다. 지난 3일 국회는 김영란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표를 얻어 법안을 처리했다고 알렸다. 반대는 4표, 기권은 17표에 불과했다. 반대표는 새누리당 홍준·권성동·김종훈·김용남 의원이 던졌다.

압도적으로 가결
졸속 처리 지적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2012년 8월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법안을 준비했다. 김 전 위원장이 입법을 예고한 초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2년 8개월을 계류했다. 같은 기간 김영란법은 의회 차원에서 수많은 조정을 거쳤다. 공직사회는 물론 언론계, 학계까지 파장이 미칠 법안이라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뒤따랐다.

우물쭈물했던 김영란법은 여야가 약속한 올 3월을 넘기지 않고 통과했다. 논란이 됐던 적용 대상에는 언론 종사자와 사립학교재단 이사장 및 임직원이 추가됐다. 다만 법조계를 중심으로 과잉·이중처벌 등의 위헌 논란이 있는 만큼 일부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영란법은 공포된 날 기준으로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 사이 다른 법과 충돌된 조항이 고쳐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거나 이득을 보게 될 이해기관으로는 청와대와 각 정부부처, 국회, 검찰, 언론, 사학재단, 정부출자 공공기관 등이 꼽힌다. 법률은 하나지만 김영란법을 바라보는 각계의 시선은 다르다. 이들의 손익계산과 김영란법의 주요 쟁점을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계없이 1회 100만원(연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엔 직무 연관성이 입증돼야만 금품가액 기준 2∼5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다른 법안의 핵심은 당사자 간 금품이 오가지 않아도 부정청탁을 받았다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행법은 부정청탁의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때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경우는 수뢰죄, 비공무원은 배임수재죄의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금품 전달이 없어도 부정청탁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사인인 정윤회씨가 개인적인 이유로 '문고리 권력(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통해 청와대 인사에 개입했다면 청탁 받은 당사자가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비선 인사개입
부정청탁 포함

김영란법은 이 같은 '부정청탁'의 유형을 15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인가·허가·면허·승인 등 법령에서 일정 요건을 정해놓고, 직무 관련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처리하는 업무에 대해 위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에 해당했다. 인·허가 취소에 관한 청탁 역시 금지됐다.

조세·부담금·과태료·과징금을 비롯한 각종 행정처분 또는 형벌에 관해 청탁받고 감경·면제하도록 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채용·승진·전보 등 공직기관 인사에 위법하게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 또한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직위에 선정되거나 탈락하도록 하는 행위,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각종 수상이나 포상에 특정 단체 등을 선정하거나 탈락시키는 행위도 안 된다. 공직자를 상대로 입찰·경매·개발·시험·군사 등에 관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도록 하는 행위도 막았다. 계약 관련 법령을 위반해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계약 당사자로 선정되거나 탈락시키도록 하는 행위까지 부정청탁에 포함했다.

나머지 조항을 보면 각종 보조금 관련 법령 등을 위반해 특정 개인이나 법인에 지원하는 행위, 개인 또는 법인에 투자하도록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 모두 처벌 대상이다.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용역을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특정인에게 매각하도록 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교원의 경우는 청탁을 받고 성적을 조작하도록 하는 행위가 일체 금지됐다. 학생의 입학·성적·수행평가에 관한 업무를 위법하게 처리·조작하도록 하는 행위도 부정청탁으로 못박았다. 군공무원은 징병검사·부대배속·보직부여 등을 위법하게 처리하도록 청탁해선 안 되고, 사법부에서는 수사·재판·심판 등을 위법하게 처리하도록 부탁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 통과
공안 정관언 타깃 기획수사 수월

그러나 김영란법은 상기한 부정청탁 사례 외에 예외 규정을 별도로 뒀다. 절차와 법에 따라 공직자에게 특정 행위를 요구하거나 공개적으로 공직자에게 특정 행위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청탁으로 인정했다.

또 선출직 공직자나 정당 등이 공익을 목적으로 민원을 전달함은 예외 사유로 보호했다. 법정기한 내에 관련 직무를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그 밖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여기서 '사회상규'란 단어는 그 의미가 포괄적이라 법률 집행 과정에서 논란의 가능성이 있다.

김영란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집단은 역시 언론이다. 방송과 신문, 잡지, 뉴스통신, 인터넷신문 등 모든 언론 종사자가 김영란법의 영향 아래 놓였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언론 종사자는 특정인에게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또는 향응)을 제공받을 수 없다.

김영란법은 처벌 대상이 되는 금품의 종류로 현금과 부동산, 증권과 물품을 비롯해 회원권과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부동산 사용권 등을 적시했다. 또 음식물·주류·골프 접대, 교통·숙박 등 편의 제공, 빚 면제, 취업 제공, 이권 부여와 기타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모두 금품에 포함시켰다.

법령을 현실에 대입하면 언론 종사자는 룸살롱 접대는 물론 골프장 회원권 대여, 해외 취재를 빙자한 비행기티켓 수령, 주택·외제차·가전·명품잡화 등 고가의 상품에 대한 할인 혜택이 차단된다.

언론·학계 타격
고위공직자 느긋

구성원 대다수가 '공직자'인 학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영란법이 규정한 공직자에는 공립학교 교원과 사립학교 임직원이 두루 포함돼 있다. 특히 다른 교원에 비해 강의·강연·기고가 많은 대학교수가 김영란법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통과된 법률은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연관되거나 지위·직책에 따라 요청받은 외부 토론회·세미나·공청회 등에 나갔을 때 강의·강연 등의 대가로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 이상의 사례금을 받게 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명시했다.


마찬가지로 교수가 외부에 글을 기고했을 때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고료를 받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단 대통령령이 정한 기준 금액이 얼마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리를 배분 받았던 정부출연 공공기관도 자유롭지 않다. 김영란법은 정부 지원액이 총수입액의 절반 이상인 기관과 정부의 지분이 50% 이상인 기관, 정부가 3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임원을 임명하는 등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모든 기관을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공공기관은 업무 특성상 정부기관과 협조할 일이 많은 편이고, 관행에 따라 공무원을 '대접'하는 일도 빈번해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른바 '제3자'를 위해 부탁하는 행위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제3자가 관여한 청탁은 모두 위법이다.

100만원 초과 돈 받으면…
공직자 부정청탁 받아도…

김영란법은 제3자를 위해 다른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한 공직자의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한 사람(비공직자)의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했다. 아울러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한 사람(당사자)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처벌 기준으로 적었다.

이번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은 '민원 처리'라는 예외조항을 만들어 살 길을 찾았다. 그러나 이들도 막지 못한 조항이 있었다. 배우자로서의 신고 의무였다. 김영란법은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공직자 본인이 처벌 받도록 규정했다. 원안에서는 배우자가 아닌 직계가족을 명시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두고 '가족 해체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고 의무 조항의 삭제를 요구했다. 그렇지만 여야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한정하는 대신 신고 의무는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공직자는 법령을 위반한 금품 수수 사실을 알게 되면 이를 제공자에게 반환하거나 소속기관장에게 인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업무를 관장하는 청와대는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청탁'할 일이 많다. 하지만 청와대가 김영란법의 실질적인 적용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검찰을 동원한 표적수사의 우려가 커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손해 없어
적용대상 300만명

실제로 김영란법 적용대상은 300만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1회 100만원이라는 액수는 고위공직자나 일부 힘 있는 정치인을 겨냥한 조항은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오히려 정권 입장에선 각 부처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기회로 여길 수 있다. 검찰권이 정·관계는 물론 언론·학계까지 위협할 것이란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끝으로 눈여겨 볼 부분은 공직자의 금품 수수 금지 목록에 예외가 있다는 점이다. 상급 공직자가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이나 부조 목적의 경조사비 등은 금품으로 보지 않는다. 또 공직자와 장기적·지속적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자가 질병·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 금품을 제공할 수 있다.

사적거래(증여 제외)로 생긴 채무 이행은 당연히 제외된다. 사회상규에 따라 동호인회·동창회·향우회 등에서 구성원에게 제공되는 금품도 허용됐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향우회'의 활약이 주목되는 이유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영란법' 손댄다면?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이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유예기간 동안 사후 발생 문제와 미비점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 및 대책 강구로 김영란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여야 의원들은 "김영란법이 명확성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과 관련해 위헌소지를 가지고 있다"며 시행령으로는 이런 위헌소지를 없애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예기간 동안 모호한 예외 조항을 구체화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할 부정청탁의 예외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영란법의 원안에는 법 적용 대상으로 민법상 가족(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자매,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으나 이번 제정된 김영란법에는 배우자로 그 범위를 한정해 우회적 금품 로비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사립학교 교원 및 언론사가 포함됐고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공공성이 야기되는 의사와 변호사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검찰의 권한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보다 세부적인 시행령이 필요하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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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