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는 야권 잠룡 '문재인 견제' 막전막후

독주하는 문재인 "지금 발목 잡아야 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 대표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문 대표는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또 다시 최고치를 갱신하며 1위를 차지했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도 크게 올랐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야권 잠룡들의 심경은 복잡 미묘하다. 당이 잘돼야 자신들의 대권행보에도 탄력이 붙겠지만, 너무 잘나가는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자신들은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무서운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JTBC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2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조사한 결과, 문 대표(28.5%)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문 대표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해 왔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14.9%)을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따돌렸다.

대권 지형도 흔들
문재인 독주체제

문 대표의 약진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8.2%)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0.5%)에게도 밀리며 4위로 추락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6.5%)과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4.2%)은 각각 5, 6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8 전당대회 이후 문 대표의 무서운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전체적인 대권 지형도가 크게 뒤틀리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록 경선 룰 변경 논란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첫 일정부터 중도층 끌어안기 광폭 행보로 무섭게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문 대표가 취임 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정치적 승부수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외연확장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 묘소에 참배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당시 문 대표는 지지층 이탈을 우려해 거부했다.

쾌속질주 문재인, 심기 불편한 야권 잠룡들
“어게인 2012 될라” 친노는 절대 못 믿어


이번 참배에 대해서도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유대인이 히틀러를 참배한 격’이라고 비판 하는 등 반발이 있었지만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65%의 국민들은 문 대표의 묘역 참배를 잘한 일로 평가했다.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고작 12%에 그쳤다. 문 대표의 정치적 승부수가 먹혀들어간 셈이다.

문 대표는 또 취임 후 주요당직에 비노인사를 대거 기용하는 등 탕평인사를 실시하고, 야당지지성향이 다소 약했던 50대 이상을 겨냥해 연말정산 사태 등 연일 경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부여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문 대표는 취임 후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이라고 할 수도 있는 박원순 시장,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와 만났고, 앞으로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전 의원 등도 만나 조언을 구할 예정이다. 이 같은 광폭행보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어느새 새누리당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야권 잠룡들의 심경은 복잡 미묘하다. 당이 잘돼야 자신들의 대권행보에도 탄력이 붙겠지만, 너무 잘나가는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자신들은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흔들기
과연 성공할까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8전당대회 당시 문 대표의 경쟁자였던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당권도 갖고 대권도 갖고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까지 다 마시면 우리 당의 정세균·손학규·안철수·조경태 이런 분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냐”라며 문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분당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당내에서 문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 극이다. 친노진영에서는 취임 후 광폭행보로 지지율이 크게 오르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비노진영에서는 여전히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비노진영에선 아직까지 문 대표의 행보를 잠잠히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지만 문 대표가 향후 조그만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적극적으로 문 대표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친노계로 분류되는 김경협 의원의 사무부총장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진 당내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한길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주승용 최고위원은 그동안 수석사무부총장은 전당대회 득표율 1위를 차지한 최고위원이 추천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문 대표가 관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친노인사를 임명했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부총장은 사무처의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주 최고위원은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도 불참했는데 김 사무부총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성격이었다는 후문이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김경협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중립을 지켜야 할 선관위원임에도 알게 모르게 문 대표의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인물”이라며 “그동안 문 대표의 탕평인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그런 인물을 당 실무를 총괄하고 차기 총선 공천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무부총장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결국 친노가 다 해먹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친노계는 이 같은 비노진영의 문제제기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또 다른 인사는 “사무부총장은 공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사무처의 결정권자는 결국 사무총장이 아닌가? 이미 사무총장에 손학규 전 고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양승조 의원을 앉혀놨는데 사무부총장 한 명을 친노계로 임명했다고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문재인 흔들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비노계에서는 친노인사가 한 명이라도 당직에 임명되면 큰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데 진정한 탕평이라면 양쪽이 균형 있게 임명돼야 하는 것 아닌가? 비노계의 갑질로 오히려 친노계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브레이크 없는 독주에 이미 야권 잠룡들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채 2년도 남지 않은 차기 대선 경선에서 힘 한 번 못써보고 문 대표에게 대권후보 자리를 넘겨줘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지냈던 박영선 의원과 함께 좌담회를 열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좌담회였지만 비노계로 분류되는 전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행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문 대표에게 대항하기 위해 정치적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한길 전 대표와 문병호, 김관영, 김영환 의원 등 비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했던 손학규 전 고문도 문 대표의 통합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초 문 대표는 호남을 방문해 손 전 고문과 만남을 갖고 오찬을 함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막판에 마음을 바꿔 “정계를 은퇴한 마당에 자칫 정치에 다시 관여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 같다”며 문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손 전 고문이 문 대표와의 만남에 응했다가 자칫 문 대표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야권잠룡 꿈틀
문재인 흔들

박원순 서울시장도 문 대표를 의식한 듯 적극적인 외연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나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했고, 같은 날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와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지역과 여야, 진영을 넘어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전당대회 기간에는 문 대표의 경쟁자였던 박지원, 이인영 의원과 만남을 가지면서 우회적으로 문 대표를 견제하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정치권에서 캐스팅보트로 통하는 충청지역의 세 규합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안 지사는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충청지역 시도지사와 의원들 간 연석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처럼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다른 야권 잠룡들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문재인 흔들기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월 재보선은 문 대표의 운명을 결정 지을 중요한 분수령이다. 4월29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올해 치러지는 유일한 선거인데다 박근혜정부 3년 차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있어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선거다.

“이대로 둘 순 없다” 견제구 준비 중?
4월 재보선, 차기주자 운명 가를 분수령


게다가 문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대표가 돼야 이기는 정당이 될 수 있다며 여론몰이를 했었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세 곳 모두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당선됐던 야당 우세지역인 만큼 단 한 곳이라도 패한다면 문 대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면 문 대표로는 향후 총선과 대선이 힘들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서울 관악을의 정태호 지역위원장, 성남 중원의 김창호 후보는 대표적인 친노인사이기 때문에 문 대표가 이들을 공천할 경우 당내 잡음이 커질 우려가 있다.

만약 이들이 공천되면 비노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겉으로는 탕평인사를 부르짖고 있지만 결국 내년 총선에서도 친노인사만 챙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돼 자칫하면 당 일각에서 꿈틀대고 있는 분당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 잠룡들이 무소속 후보 등을 물밑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재보선에 훼방을 놓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보선 훼방까지?
분당 가능성도


실제로 지난해 7·30재보선 당시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가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패했는데, 이정현 후보가 예산폭탄론 등으로 민심을 잘 파고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이정현 후보 측을 도운 결과라는 분석도 있었다. 7·30재보선 참패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공천에 반발한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호남에선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기도 했다. 당시와 같은 상황이 이번 재보선에서도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야권 잠룡들은 문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신들이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이나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당을 박차고 나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으로 원내에서 30~40석 정도만 차지하면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과연 야권 잠룡들은 문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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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