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정국 '새정치연합 분당론' 힘 받는 이유

전당대회 하자더니 분당대회 "문재인 때문에 깨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 2·8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문재인 신임 당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분위기 쇄신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며 벌어질 대로 벌어진 계파갈등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 안팎에선 새정치연합이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를 치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문 대표 취임 이후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분당론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지원처럼 우리도 결국 당할 것이다.”

지난 2·8전당대회를 지켜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비노계(비노무현계)의 반응이다. 문재인 대표와 막판까지 박빙 승부를 펼친 박지원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일부에서는 저보고 반드시 속는다고 한다. 손학규, 안철수 전 대표가 당했고, 세 번째가 제가 될 것이라고 하더라”며 친노세력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었다.

친노 당 장악
강한 적개심

그런 박 의원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친노(친노무현)진영은 전당대회 막판 국민여론조사 경선 룰을 변경했고, 전당대회 투표결과는 국민여론조사에서 결정적으로 갈렸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문 대표 측이 비판을 무릅쓰고 국민여론조사 경선 룰을 막판에 변경한 것은 국민여론조사 결과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을 미리 알아챘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당대회가 끝난 후 박 의원은 결과에 승복했지만 비노진영에선 이에 대한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전당대회 관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친노에 의한 친노를 위한 친노의 전당대회였다.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경선 룰까지 변경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 문 대표는 계파의 기역 자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하지만 이런 당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친노 '그들만의 리그'에 비노 반감
국민여론조사 신뢰성에 의구심


문 대표는 취임 이후 새정치연합의 분위기 쇄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분당 논의가 오히려 더 활발해졌다는 후문이다. 박 의원은 실제로 전당대회 과정에서 “탈당을 권유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친노가 당 장악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일단 문 대표는 취임 후 대표 비서실장과 당 대변인에 각각 비노계로 분류되는 김현미 의원과 유은혜 의원을 발탁했다. 문 대표가 첫 인선에서부터 탕평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문 대표는 향후 당직 인선에서도 탕평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한 친노진영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노계 입장에서는 문 대표의 당선을 위해 힘을 모았는데 비노진영 인사들만 주요 직책에 발탁하면 불만이 쌓일 것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는 지금 친노와 비노 사이에서 조금만 균형이 무너져도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과연 문 대표가 총선 때까지 이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슬아슬 조마조마
줄타기 언제까지?

비노진영으로서는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전당대회에서도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경선 룰 변경을 시도하는 친노세력이 과연 공정한 공천을 해줄 것이냐 하는 우려다.

비노진영에선 경선 때마다 친노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국민여론조사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실제로 안철수 의원 측 인사로 분류되는 새정치연합 강연재 전 부대변인은 지난 3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문 대표는 갑자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치고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1위를 차지했다. 


강 전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를 믿는 여론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이 기관은 하루가 멀다 하고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계속 조사해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누가 의뢰하고 조사비용을 내는지 상당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해당 여론조사기관은 근거 없는 모함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고 나섰지만 정치권에서도 반 총장에게 지지율이 크게 밀리고 있던 문 대표가 특별한 이슈도 없이 갑자기 1위에 오른 것은 수상하다는 반응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내 경선 때마다 친노진영이 다른 항목에서는 모두 지고도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겨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친노진영은 선거만 다가오면 여론조사 비율을 늘려야 한다며 막말로 깽판을 치고 있다”며 “비노진영에서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이미 잃었다.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비노진영도 결국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도 여론조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여론조사 결과가 민심과 직결되는지는 의문이다. 친노는 적극적인 지지층이 있지만 확장성은 오히려 떨어진다. 그래서 친노는 당내 경선은 이기고도 늘 본선에서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친노 방식대로 경선을 치르자는 것은 결국 친노만 본선에 내보내자는 것이고 막상 본선에서는 새누리당에게 다 내주자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 대표의 불안한 리더십도 새정치연합의 분당론이 힘을 받고 있는 이유다. 문 대표는 취임 후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하지만 신임 최고위원단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전원 불참했다.

문 대표는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마련한 야심찬 행보였지만 신임 최고위원단의 전원 불참으로 중도층의 표심을 얻는 데도 실패하고 취임 첫날부터 체면만 구겼다. 특히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유대인이 히틀러에게 참배한 격”이라며 문 대표를 강하게 질타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문 대표가 사실상 친노진영조차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도층을 잡아야 하는데 대부분 좌클릭 되어 있는 친노진영 인사들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다면 문 대표가 대선행보를 펼쳐나가는 과정에서 이번 같은 잡음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로서는 친노진영을 컨트롤 하는 동시에 취약한 당원 지지기반을 추스르는 것도 당면한 과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심은 문 대표에게 등을 돌렸다. 게다가 호남민심이 문 대표와 친노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지 않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친노로 분류되는 서갑원 전 의원은 지난해 전남 순천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패하기도 했다. 야권의 정치기반인 호남이 제1야당에게 등을 돌리면 이틈을 파고들어 분당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리더십 흔들
등 돌린 호남

고작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4·29재보선도 새정치연합의 분당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실정을 반복해 쌓은 반사효과에 가깝다. 이 같은 지지율은 신기루와 같은 것이어서 지속되기 어렵다. 당장 당내에서조차 문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철저한 성찰도 없었고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 문 대표가 과연 4월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재보선이 치러지는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을 등 3곳은 모두 야당 강세지역이다. 패한다면 문 대표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또 문 대표가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가운데 외곽에서는 국민모임 등의 신당과 정의당까지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이어서 선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계파의 기역 자도 정말 안 나올까?
외곽에서는 신당 움직임 가속화


문 대표는 그간 선거에서 별다른 표몰이를 하지도 못했다. 문 대표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박 대통령이 전국을 누비며 총선을 진두지휘할 때 자신의 활동반경을 낙동강 벨트로만 국한시키고 PK사수에 올인했다. 하지만 성적은 자신을 포함해 부산 2석, 경남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전체적으로 불리했던 선거 판세까지 단숨에 바꾸며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렸던 박 대통령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문 대표가 당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한 가장 큰 명분은 4월 재보선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하면 친노와 비노진영 간 책임론 공방으로 계파갈등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는 지난해 7·30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처럼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정치권은 새정치연합의 다른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후보가 당권도 갖고 대권도 가지면 우리 당의 정세균·손학규·안철수·조경태 이런 분들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가?”라며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4월 재보선
시험대 오른 문재인

문 대표는 대선 전 당대표의 임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대권주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특히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측근인 문병호 의원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현재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전혀 없다. 때문에 안 의원 주변에서는 안 의원의 탈당을 종용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안 의원 측 인사들은 이미 외곽에서 ‘새울림’이라는 정치 조직을 정비하며 세 불리기에 나섰다. 안 의원은 이들과 선을 긋고 있지만 아직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안 의원의 측근인 이계안 전 의원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어 당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는 취임 이후 계파갈등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의 분당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문 대표 ”라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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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