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이야기> 동거남에 딸 바친 사연

친딸 덮친 남자를…엄마 맞아?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성폭행한 가해자와의 결혼은) 내가 직접 원해서 한 결혼이에요.”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황은영)는 자신의 동거남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친딸에게 동거남과의 혼인신고를 강요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친모 신모(44·여)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2012년 말부터 자신과 동거하던 김모(42)씨가 친딸 A(당시 15세)양을 성폭행한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2월 김씨에게 성폭행 당한 A양이 임신했는데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특히 딸에게 성폭행한 김씨와 혼인신고를 종용하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어머니는 동거남을 구하기 위해 딸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린 것이었다. 어쩌다 어머니는 동거남에게 딸까지 바쳤을까.

인면수심 친모
 
신씨는 직장을 다니며 중학생 딸을 키웠다. 딸과 단둘이 살던 신씨는 김씨를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둘은 2012년 말부터 동거를 시작했는데, 일용직 건설 노동자였던 김씨는 일을 나가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김씨는 일이 없어 집에서 쉬는 날이 많았다. 신씨는 벌이가 일정치 않은 김씨를 대신해 일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신씨의 중학생 딸 A양은 김씨와 단둘이 있는 날이 잦아졌다.  
 
김씨가 본색을 드러낸 것은 동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2012년 12월 김씨는 동거녀인 신씨가 일하러 나간 사이 A양에게 접근했다. 안방에 누워 TV를 보다가 잠든 A양은 부지불식간에 김씨에게 첫 번째 성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지속적으로 수차례 A양을 성폭행했다. 이후 A양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속이 더부룩하고 구역질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여성이 임신했을 때 보이는 증상과 비슷했다. 하지만 A양은 그러한 증상이 임신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A양은 평소처럼 학교생활을 했다. 학교 친구들이나 선생님들도 A양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A양 스스로도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A양이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출산을 얼마 남겨두둔 시점이었다. 몇 달 동안 속이 거북해 식사마저 어려웠던 A양은 어머니인 신씨에게 몸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렸고, 어머니 신씨는 속이 불편하다는 A양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신씨는 진찰 결과 딸인 A양이 임신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그제야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A양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임신이라 몸의 변화가 눈에 띌 만큼 크지 않아 임신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출산 예정일이 임박했기 때문에 임신중절 수술도 불가능했다. 결국 A양은 지난해 김씨의 아이를 출산했다. 
 
신씨는 자신의 딸이 동거남에게 성폭행을 당해 아이를 출산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격리 등의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고, 미혼모 지원 정책을 알아보는 것도 모두 A양 혼자의 몫이었다.  
 
고민 끝에 A양은 지난해 8월 미혼모 지원 상담을 하러 구청을 방문했다. A양은 구청 직원에게 “어머니가 혼인신고를 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구청 직원은 A양의 출산에 의문을 품었다. 중학교 1학년밖에 되지 않는 어린아이가 임신을 하고, 호적신고를 한다는 말이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구청 직원은 성폭행에 의한 출산이 의심된다며 앞서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A양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성폭력특례법상 친족 준강간 등)로 김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김씨는 의붓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해 장기간 성폭행해 죄질이 나쁘다”며 1심 재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김씨가 정식 재판을 받게 되면서부터 어머니 신씨의 엽기적인 행태가 이어졌다. 신씨는 A양을 데리고 3개월 동안 13여 차례나 구치소에 수감된 김씨를 찾아갔다. 성폭행 피해자인 A양은 가해자인 김씨를 수차례 마주해야 했다. 이에 더해 어머니 신씨는 “아이에게도 아버지가 있어야 한다”며 A양과 김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미성년 딸 수차례 성폭행한 내연남 구속
아이까지 낳았는데…석방 위해 혼인신고

어머니 신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씨는 본인과 딸 A양의 이름으로 김씨를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신씨는 딸 A양이 재판에서 증언하는 것도 하지 못하도록 설득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신씨가 “김씨와 딸이 가정을 꾸리는 것이 딸에게도 좋다”면서 동거남 김씨와 딸 A양의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동거남이었던 김씨가 갑자기 신씨의 사위가 된 것이다. 
 
어머니의 설득에 못 이겨 A양도 법정에서 김씨의 범행과 관련한 증언을 하는 것을 거부했다. A양은 법정에서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다”며 “나도 원해서 한 결혼”이라고 김씨를 옹호했다. 
 
신씨의 행위는 일종의 혼인 강요죄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검찰은 “판단이 미숙한 미성년자 딸을 가해자와 결혼까지 시킨 신씨의 행동은 명백한 아동학대”라며 아동학대처벌특례법에 따라 친딸과 동거남의 혼인신고를 한 신씨의 친권을 일정기간 정지하는 등 불구속 기소했다. 
 
강요죄는 상대가 타인인 경우 5년 이하 징역이 성립된다. 하지만 신씨와 A양은 직계존비속 관계기 때문에 강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은 검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신씨를 불구속했다. 현재 아동복지법 위반은 5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그럼에도 신씨는 “아이의 장래를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끝내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김씨를 상대로 혼인무효 소송 절차도 밟고 있다. 신씨의 강요에 의해서 혼인신고한 A양은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기에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가 됐다. 
 
검찰과 피해자 지원 단체 연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딸을 데리고 있던 신씨를 상대로 유아 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아이를 되찾아왔다. 현재 A양은 성폭력피해자지원 쉼터에서 생활하며 아동보호기관 등의 도움으로 출산한 아이를 돌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가정 내 아동 성폭행 사건에서 보호자로서 보호를 소홀히 하고 가해자 석방을 위해 미성년 피해아동에게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친모를 입건하고, 피해자 지원단체와 협력해 피해아동에 대해 적극적 보호조치를 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동거남이 사위로 
 
사실상 성폭행을 당한 친딸을 방치한 친어머니는 공범이나 다름없다. 미성년자인 딸은 아무런 법적 조치도 취할 수 없다. 결국 검찰은 어머니의 친권박탈을 청구했다. 
현행법상 법원은 최대 4년까지 학대자의 친권을 정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친권을 정지한다는 것 자체가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검찰은 전문가 조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도입된 ‘아동보호자문단’은 이 사건을 첫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사소송법 개정안 보니…
 
앞으로 부모의 학대나 폭력에 시달리는 미성년 자녀가 직접 법원에 부모의 친권을 박탈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지난 8일 대법원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는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가사소송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1991년 1월 제정된 가사소송법의 전면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정안은 총 161개 조문으로 구성됐다. 현행 법률의 조문은 87개다. 기존 조항을 대폭 손질한 개정안은 가족 간 분쟁에서 통상 ‘약자’ 입장인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강화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정대리인을 통해 소송 제기가 가능했던 미성년 자녀에게 가족관계 가사소송 등을 낼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이에 따라 부모의 학대로 고통을 받지만 성년이 되지 않아 소송을 낼 수 없던 자녀는 법원에 직접 친권상실이나 친권정지 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입양된 미성년 자녀의 경우에는 파양 청구가 가능하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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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