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맥도날드 갑질 기습시위 참관기

“한국 청년들이 당하고 있다”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제발 우리 좀 만나주세요.” 이가현 알바노조(아르바이트노동조합) 조합원은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성토했다. 지난 7일 오후 6시 알바노조 조합원 100여 명은 맥도날드 신촌점 앞에 모였다. 최근 불거진 알바생 갑질을 규탄했다.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알바노조 총회가 끝나고 조합원 100여명은 맥도날드 신촌점으로 향했다. 학교 정문 앞에는 경찰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알바노조 조합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맥도날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부터, ‘알바도 노동자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까지. 
 
그리고 몇 명은 마스크도 썼다. 이에 대해 그들은 “현재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알바생”이라며 “얼굴이 노출되면 왠지  짤릴 것 같아서 썼다”고 말했다. 이들은 글로벌 기업 맥도날드가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착취 의혹]
사건의 발단은 알바노조 조합원 이씨가 부당해고를 당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지난해 11월, 이씨는 맥도날드가 알바를 상대로 저지른 부당한 관행을 폭로했다. 이후 점장으로부터 ‘노동조합활동을 주변에서 불편해 하니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라는 통보를 받았다. 
 
부당함을 느낀 이씨는 맥도날드 측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회사 측에서 자신을 만나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대화에 나서지 않아, 본사에 메일도 보내고 공문도 보냈습니다”라며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몇 차례씩 시도했지만, 이를 무시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는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라며 알바노조 주장을 부인했다.  
 

[시급꺾기 의혹]
알바노조 관계자는 “처음에는 부당 해고에 대해서만 문제 재기를 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맥도날드가 알바생들을 상대로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가장 크게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일명 ‘시급꺾기’다. 알바노조는 맥도날드 측이 알바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꺾기를 하고 있다고 제기했다. 시급 꺾기는 손님이 없는 시간에 알바들을 집에 보내는데, 그만큼 시급을 깎는 일종의 불법이다.
 
 
특히 노조는 맥도날드 매니저들을 통해 ‘레이버컨트롤’을 확인했다. 이는 매장별로 매출대비 인건비 비율을 정해놓는 것으로, 매출이 낮으면 인건비도 낮춰야 하기에 꺾기를 하거나 수당을 안 주거나, 고의로 근무시간을 줄여 인건비를 꺾는 시스템이다. 이들은 또, 근로 계약서를 작성할 때, 근로시간 같은 항목들을 쓰지 않는 일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대충 근로계약서 써놓고, 실제로 근무하는 시간은 근로계약서와 전혀 다르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맥도날드 측은 꺾기 근무로 당국에 공식적으로 적발된 적은 없으며, 매장들을 적극 감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저임금 의혹]
알바노조 조합원들은 20분 행진 끝에 맥도날드 신촌점에 다다랐다. 맥도날드 신촌점 정문은 알바노조 조합원이 들어가지 못하게 경찰들이 3열 종대로 막고 있었다. 조합원이 끌고 온 스피커에서 흥겨운 클럽 음악이 흘러나오자 매장 안 여기저기서 “알바도 사람이다, 알바도 노동자다” “적정한 시급을 지급하라” “각종 부당 대우를 중단하라”라는 구호가 기습적으로 터져 나왔다. 조합원들이 미리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가방에 숨겨뒀던 피켓을 꺼내 들며, 맥도날드를 점거했다. 매장 안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손님들은 졸지에 갇힌 신세가 됐다. 
 
맥도날드 매장 안에 있던 이혜정 알바노조 사무국장은 손님들을 향해 “저희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5580원 최저임금을 받고 8시간씩 일해도 한달에 체 100만원 받기가 힘듭니다. 법을 잘 지키는 사장 만나서 꼴랑 100만원입니다 ”고 말하며, “학비에 집값에 교통비에 저희는 너무나 가난하고 빚이 많아서 이 빛 없는 삶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서 이곳에 왔습니다”라고 성토했다. 
 

2015년 최저임금 5580원은 전년도에 비해 370원 인상된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최저임금액은 OECD 국가 가운데 4위권인 오스트레일리아, 룩셈부르크 등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일 인당 GNP가 한국(2만5977달러)보다 낮은 슬로베니아(2만3289달러)의 최저 시급 6.0달러보다도 낮다.   
 
알바노조 조합원 100여명 신촌점 점거투쟁
“글로벌 기업이 국내 젊은이들 착취” 주장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알바는 값싼 인간들, 5580원짜리 인간들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알바들의 지갑을 더 채우는 게 아니다. 다수의 알바노동자들이 사회가 어떻게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사람대접을 할 것인지 따져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단체에 따르면 맥도날드 CEO의 시급은 1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약 1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맥도날드 신촌점은 온통 ‘알바갑질 절대 금지’라는 노란색 스티커로 도배됐다. 조합원들은 신촌점 매장 점거 시위를 마치고 다시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약 300m 정도 거리에 있는 맥도날드 연세대점으로 향한 것이다. 신촌 대학로 거리는 알바노조 조합원들 행진으로 꽉찼다. 
 
 
시민들은 스마트 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와 행진하고 있는 모습을 담아내기 바빴다. 100여명 정도였던 조합원들은 이런 시민들의 동참으로 눈에 띄게 불어났다. 행진하는 길 롯데리아가 눈에 띄었다. 이들은 롯데리아를 향해 “롯데리아 다음은 너희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롯데리아도 최저임금을 받는 거로 알고 있다. 맥도날드 다음 타겟 대상이다”고 말했다. 
 
[부당해고 의혹]
맥도날드 연세대점은 신촌점보다 경계가 더 살벌했다. 기자들조차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하지만 어김없이 조합원들은 매장 근처를 배회하며, 노란색 스티커를 붙였다. 이에 경찰들은 여기저기서 채증을 하며, 조합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이씨는 광장 벤치에 올라가 소리쳤다. “해명을 듣기 위해 맥도날드 본사에 직접 찾아간 저희에게 직원은 ‘담당자를 불러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라’ 해놓고 경찰을 불렀습니다”고 성토했다. 이어 “본사 직원은 ‘그러니까 알바나 하지’라고 말했습니다. 본사직원의 대부분이 알바 출신이라는 맥도날드의 인식이 이 정도”라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알바노조에서 부당해고 및 부당처우를 이유로 단행한 시위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근로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는 이씨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퇴사 전 3개월 동안 평균 근무일이 주 1회도 되지 않았고, 잦은 일정 변경과 지각, 결근 등 불성실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진행된 지난 2월 5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이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기각됐다. 이에 대해 이씨는 “좁은 매니저실 문을 잠가놓고, 반말로 사직서를 내밀면서 ‘이거 써야 나간다’고 말했던 점장은 제가 먼저 사직을 요청했다고 한다”며 “학생들의 학업스케줄을 보장해주겠다고, 주 1∼2회 일을 하자고 합의한 일정을 매니저는 나보고 ‘주 1·2회밖에 일 안 하는 불성실한 근로자였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맥도날드는 알바노조에서 주장하는 꺾기에 대해 그간 고용노동부에서 수차례 현장 관리 감독을 실시했으나 위반 내용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씨에 대해서도 “한 개인의 거짓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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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