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고록 VS MB 관전록 전격비교

"자뻑하다간 쌍피 대신 쌍코피 터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 조지 오웰(1903 ~ 1950, 영국작가)의 이 말처럼 자화자찬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이의 자세로써 부적절하다. 회고록도 마찬가지다. 단지 글을 전개하는 방식이 기억의 흐름을 쫓아서냐 아니면 사건을 통해서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화자찬 회고록’으로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알에이치코리아)은 숱한 화제 속에 예정 출간일보다 3일이나 앞선 지난달 30일에 판매가 시작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MB의 비용>(알마출판사)이 2월3일 출판됐다.

두 책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완벽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하물며 비슷한 시기에 출판됐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연 누가 더 진실을 얘기하고 있는지 항목별로 내용을 들여다보자.

자찬 대 자뻑
자원 외교

결론부터 얘기하면 둘은 하나의 사업에 대해 완전히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통령의 시간>에서는 자원외교에 대해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라며 “퇴임한 지 2년도 안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즉 자원외교의 성패에 대해 지금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말이다.

그 어리석은 생각이 <MB의 비용>에 실려 있다. 자원외교 부분을 저술한 고기영 한신대학교 교수는 책의 도입부에서 “어떻게 해서 이런 엉터리 투자가 가능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지금 손쓰지 않으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라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지금 당장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중에 평가하라는 이 전 대통령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생각이다.


이어서 고 교수는 “자원외교로 에너지 공기업 3사에 생긴 빚이 42조원에 이른다”며 “이는 2015년도 국방·외교·통일 예산을 합한 것보다 높은 액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최근 문제된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 맥시코 볼레오 구리광산처럼 빚낸 돈을 모두 날릴 만한 건이 허다하다는 것이다”라고 현 상황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우리 정부 시절 공기업이 해외 자원에 투자한 26조원(242억달러) 중 4조원(36억달러)은 이미 회수됐으며, 2014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미래의 이자비용까지 감안한 현재가치로 환산된 향후 회수 예상액은 26조원에 달한다”고 밝혀 손해 보는 사업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한 “총 회수 전망액이 30조원으로 투자 대비 총 회수율은 114.8%에 이르러 전임(노무현)정부 시절 투자된 해외자원사업의 총회수율 102.7%보다도 12.1%포인트가 높은 수준이다”라는 것이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전국 서점에 때아닌 MB열풍 몰아쳐
자원외교·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일색

그러나 <MB의 비용>에서는 다르게 분석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여섯 건의 해외자원개발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최대 10조원의 손해액을 도출해낸다. 특히 이 사업들은 잘하려고 하다가 투자에 실패했다기보다는 겉보기 성과를 위해 절차를 무시해가며 사업을 추진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관점의 차이인 것일까. 이 전 대통령은 책에서 “오랫동안 유전개발을 해온 서구 선진국들도 많은 검토 끝에 시추해서 기름이 나올 확률은 20%에 불과하다”면서 “실패한 업만을 꼬집어 단기적인 평가를 통해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도 그 일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해 투자한 금액보다 그 이면의 의미를 잘 봐야 한다는 듯한 발언을 한다.

이 전 대통령은 현재 자원외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하여 관련자를 엄벌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이런 문제를 침소봉대해 자원외교나 해외자원개발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에너지와 자원 확보는 미래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해외자원개발의 총괄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 초대 국무총리로 한승수 총리를 임명한 것은 그 같은 이유였다”면서 “국내외의 복잡한 현안에 대해서는 내가 담당하고, 해외자원외교 부문을 한 총리가 힘을 쏟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강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성공 대 사기
4대강사업

<대통령의 시간>에서는 4대강 추진 배경과 경과 등의 내용이 35쪽에 걸쳐 요약돼 있다. 책 전체 분량이 798쪽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다. 책에서 4대강사업에 관한 얘기는 이 전 대통령이 ‘한반도대운하 건설’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현대건설 재직 시절 유럽 운하를 보고 처음 한반도대운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대운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직후 불거진 광우병 파동 탓에 백지화 됐고 대신 하천정비사업으로 목적을 바꾸는가 하면, 이름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이하 4대강사업)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MB의 비용>에서 4대강사업에 대해 저술한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는 서두에서 “4대강사업의 진실은 일시적으로 물속에 잠겨 있을지 몰라도 엄연히 숨 쉬고 있다”며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우리 국민들은 ‘오래된 상식’을 확인했다. 어서 그들의 몰상식을 백일하에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2013년 위장된 대운하사업으로 드러난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명박정부가 22조원의 국민세금으로 추진했던 4대강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뜻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투자된 22조원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적극 해명했다. 책에서 그는 “2009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확정한 4대강사업 예산은 15조3000억원인데, 일각에서 22조2000억원으로 부풀려 비판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농림수산식품부와 환경부가 계속 사업으로 진행해온 6조9000억원 예산이 포함된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2013년 3월 감사원이 ‘4대강사업은 대운하를 만들기 위한 의도’라고 감사 결과를 밝힌 데 대해서는 정면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사업의 입찰 시공 과정의 부정이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파악해야 할 감사원이 대운하 위장설을 발표하는 행위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며 “감사원의 비전문가들이 단기간에 판단해 결론을 내릴 문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국민들이 회고록에 대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은 4대강사업에 대한 자평이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이 2008년 금융위기 극복에 도움이 됐다는 주장은 물론 2012년 홍수를 예방하는 등 다방면에서 성과가 좋은 사업이라는 것이다.

녹조 발생에 관해선 "4대강사업을 시행한 남한강은 녹조가 없었던 반면 공사를 안 한 북한강과 서울 한강 본류에 극심한 녹조가 나타났다"며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4대강 공사로 인해 녹조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MB의 비용>에서는 “(4대강사업이 준공될 무렵인) 2012년부터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한 이후 내리 3년째다”며 “하천이 녹조가 썩어가고 있고 물에서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고 있음에도 부산과 대구시민, 그리고 경남북도민 약 1300만명은 그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국격 대 전시
원전 수주

홍수가 예방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하천법에 따라 국가하천, 지방하천으로 나눠 “(국가하천은) 3000km 길이의 국가하천 중 홍수예방을 위한 4대강사업의 준설구간은 686km에 지나지 않는다”며 “문제는 준설구간이 21세기 들어 홍수로 인한 범람 피해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 구간이라는 점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방하천에 대해서는 “4대강사업으로 홍수 위험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은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 불리면서 국제사회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난 2011년 10월 미국을 국빈 방문해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의 비공식 만찬에서 “식사 도중에 오바마는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한국이 즉각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정 투자에 나설 수 있었는지 물었다”고 소개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너무 후한 자평에 비판의 목소리가 속출했다.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4대강사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 “개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망국적인 4대강사업의 주동자 MB가 회고록인가 뭔가에서 이런 망언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우선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제일 먼저 빠져 나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허풍이다”라며 “길 가던 분견(糞犬)이 이 말 듣고 가가대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라고 말했다.

자원외교를 펼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이하 UAE)를 세 차례 방문해 석유광구개발권을 따냈다는 부분에서 원전을 수주했다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다.

책에 따르면 “2009년 12월27일, 칼리파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말하며 원전 수주가 결정된 순간에 대해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UAE 원전 수주가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일본, 프랑스와 함께 세계 4대 원전 수출국이 됐다”고 자축했다.

그러한 원전에 대해 <MB의 비용>에서 ‘무너진 원전 안전의 신화’를 저술한 김학진 충남대학교 교수는 “원자력발전소는 아주 서서히 작동하는 원자폭탄으로 안전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나 최우선 과제다”며 “한국에서 사고 원전을 중심으로 반지름 100km 지역에 아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한국 사회 전체가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고 경고했다.

같은 사건 두고 ‘자가당착 일색’ 혹평
남기고 싶은 5년 VS 잃어버린 5년


이어서 김 교수는 UAE 원전 수주를 ‘전시 행정의 끝판 왕’으로 칭하며 “총 수주 금액이 43조원에 달하는 UAE 원전 수주 사업은 밑지는 덤핑이라는 주장이 수주 성공 보도 후 바로 제기됐다”며 “그후에도 수주 욕심에 덤핑으로 낙찰받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어서 미국의 GE 컨소시엄은 1Kw당 생산단가가 한국보다 82%나 높은 가격이며 그 차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328억달러, 즉 35조원이 넘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대통령의 시간>에는 민감한 사안이 실려 있다. 바로 대북 문제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각국의 정상들과 만난 외교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북한과의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그 속에는 북한이 다양한 채널로 먼저 남북 정상회담을 요구하면서 우리 측에 그 대가로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및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의 대가로 쌀 50만톤 제공을 요구했다고 밝힌 것이다. 자신들의 행적이 남한 대통령의 회고록에 기재됐기 때문에 북한 측의 반응에 이목이 집중됐다.

실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대해 반응을 보였다. <노동신문>은 이날 ‘뭇매 맞은 정치무능아’라는 제목의 단평에서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쓴다는 것도 가관이지만 자기 치적을 광고하려고 염치없이 놀다가 동네북 신세가 된 것은 더욱 꼴불견”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문제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냈다.

<MB의 비용>에서는 북한 문제 부분을 2부 ‘실정’에서 다룬다. 1부에서는 경제적 비용에 주목했다면 2부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재임당시 얼마만큼 낭비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는지를 대담 형식으로 구성해 보여준다. 대담자로 나선 김연철·정세현은 남북관계를 잃어버린 5년이라 칭하며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현실성 떨어지는 외교·안보의식에 대해 비판했다.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는 이명박정부의 남북관에 대해 “시각 자체가 외교적 필요성의 측면보다는 이념에 기반한 측면이 매우 강하다”며 “그러다보니 대북정책을 이분법적으로 평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인사 중 일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안 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했다”며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을 때도 이명박정부는 이산가족 안 만나도 상관없다는 식의 시각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은 “보수정권인 이명박정부는 남북관계 중단하더라도 지지세력 결집을 통해 5년 동안 힘 있게 권력을 행사하자는 계산이 있었다고 본다”라고 생각을 말했다.

이념 대 손실
대북 관계

즉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북한의 부당한 요구와 도발로 대북 제재를 했다기 보다 정치적 이념 차이로 관계를 단절할 의사가 이미 있었고 마침 그때 발생한 천안함 사건이 남북관계를 끊고 싶었던 이명박정부에게 좋은 구실로 이용당한 셈이라는 것이다.

<MB의 비용>은 결국 잘못된 대북관계가 현재 박근혜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쳐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 전 대통령의 집권기인 2008년부터 2013년까지의 잃어버린 5년으로 인해 현재 더 많은 유무형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MB의 비용>은 “어떻게 그렇게 단시간에 나라를 망가뜨릴 수 있었을까?”라고 독자에게 질문한다. <대통령의 시간>은 “새로운 미래를 위해 우리(이 전 대통령과 함께한 참모들)는 쉬지 않고 달렸다”고 주장한다.

이 전 대통령은 “기억이 용탈돼 희미해지기 전에 대통령과 참모들이 생각하고 일한 기록을 가급적 생생하게 남기고 싶었다”고 그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MB의 비용> 저자들은 그 5년을 잊고 싶다며, 또는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말한다.

누구의 말이 더 공감 가는지는 현명한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 ‘측근 입단속’
“회고록 관련 논란 발언 자제하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둘러싸고 공방이 끊이지 않자 측근들에게 발언을 조심하라고 지시했다.

집필을 총괄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1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참모진과 회의를 열어 “논쟁을 일으키자는 게 본래의 취지가 아니다”라며 “논란이 될 발언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물론 외부에서 계속 이명박정부에 대해 근거 없는 비판이 제기되는 데도 입을 다무는 것은 맞지 않아 어느 수준에서 대응은 할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선도해서 말을 함으로써 논쟁을 일으키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원래 의도와 다르게 전·현정부의 갈등 양상으로 비치는 것은 국민에게 할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탈고한 후 가족들과 외국으로 나갔다가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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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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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