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리는 김용판 '청와대 교감설' 막후

박근혜 지키고 공천권 약속 받았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 축소 및 은폐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대구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김 전 청장과 청와대 사이에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청와대와 차기 공천권을 걸고 모종의 거래를 했던 것일까?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 축소 및 은폐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무죄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 2013년 4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청장이 자신에게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권은희 의원의 진술은 오락가락했고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었다.

박심 통할까?

결국 법원은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은 2년1개월 만에야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축소 은폐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반면 이 같은 내용을 폭로했던 권 의원은 무죄판결과 동시에 위증 혐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졸지에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 됐지만 이번엔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은 김 전 청장이 곧바로 대구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김 전 청장과 청와대 사이에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청장이 청와대와 차기 공천권을 걸고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김 전 청장은 지난 2012년 5월 서울경찰청장에 취임했다. 원래대로라면 2014년 5월까지 직을 수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 은폐 의혹으로 2013년 4월 옷을 벗었다. 그런 김 전 청장은 직에서 물러나자마자 정치행보를 시작한다. 서울과 대구에서 연이어 출판기념회를 연 것이다.

당장 지역정가에서는 지방선거 또는 재보선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라고 내다봤다. 서울과 지역에서 2번씩이나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은 정치인들이나 하는 일이라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당시 지역정가에서는 김 전 청장이 대구시장 등 지방선거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었다.

또 달서구의 새누리당 현역의원 가운데 누군가가 대구시장에 출마할 경우 보궐선거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대구 달서구에서 태어난 김 전 청장은 달서구 지역에 친척과 지인 등이 많아 이들이 정치활동의 기반이 될 것으로 지역정가는 분석했다.

김 전 청장은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출마를 포기해야 했지만 원래대로라면 2014년까지 직을 수행했어야 하는 사람이 불미스러운 일로 옷을 벗자마자 정치권을 기웃거린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지금은 보수진영에서 김 전 청장에 대한 동정여론이 일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보수진영에서조차 김 전 청장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았다.

윗선으로부터의 모종의 약속이 없었다면 정치권에 단 한 번도 발을 들여 본 적이 없는 김 전 청장이 갑자기 출마를 준비하는 듯한 행동을 취한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박심' 강한 대구 달서구 출마 준비
청와대 사전 교감설로 지역정가 '들썩'


또 김 전 청장은 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판결을 받자마자 내년도 총선 출마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무죄판결 바로 다음날 대구 달서구의 한 상가건물에 ‘달구벌문화연구소’를 열고 이름 알리기에 나섰다. 지난달 12일에는 달서구의 한 아파트로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김 전 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현재 지역구 의원인) 윤재옥 의원이 잘해서 오랫동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이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더라”면서 “아직 이런저런 말을 하기 어렵지만 이곳 주민들은 지역출신 사람이 애착을 갖고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떻게 하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싶어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또 “중앙당과의 교감은 전혀 없었다”면서도 “만약 출마한다면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김 전 청장의 사전교감설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아이러니하게도 새정치연합 권은희 의원이다. 권 의원은 김 전 청장의 외압설을 주장한 후 당시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광주의 딸이라며 치켜세우자 자신의 순수한 뜻을 훼손하지 말라며 반발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7·30재보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경찰에 사표를 낸 권 의원은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정치에 뜻이 없다고 밝혔으나 불과 9일 만에 말을 바꿔 새정치연합의 후보로 재보선에 출마했다. 특히 권 의원은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여겨지는 광주지역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선거활동을 하고 있던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전략공천돼 당시 보은공천 논란도 불거졌었다. 이번에는 김 전 청장의 사례에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란 예상이다.

물론 김 전 청장과 청와대의 교감설은 말이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김 전 청장이 대구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교감이 없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라며 “권은희 의원이 재보선에 출마하면서 새정치연합이 얼마나 역풍을 맞았나? 만약 김 전 청장을 공천한다고 하면 당 지지율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중앙당의 약속은 무용지물이 된다”며 “게다가 내년 총선 공천을 주도하게 될 김무성 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모두 친박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김 전 청장의 공천을 챙겨줄 사람도 당 내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민심은?


하지만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대구는 아직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자신이 과거 구축해놓은 선거조직을 이용해 힘을 실어주면 누구든 당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대법원의 무죄확정판결까지 나온 상황이고 재판 과정에서 권 의원의 진술이 사실과 달랐다는 점도 많이 부각됐다. 김 전 청장을 공천하면 오히려 보수결집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과연 김 전 청장과 권 의원은 국회에서 다시 만나게 될까?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외압 의혹으로 대척점에 섰던 두 사람의 악연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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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