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이상 징후 해부

2월 전대 후 야권 춘추전국시대 열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제1야당이 무너지고 야권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 레이스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의 관심은 딴 곳에 가있는 듯하다. 이른바 야권 재개편론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이 탈당한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새정치연합의 창업주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신당 추진을 위한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정말 야권 춘추전국시대는 열리게 될까?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20년 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와 상황이 똑같다. 당시 성수대교가 무너지기 전에 언론사들이 성수대교를 포함한 한강교량의 문제점을 집중보도했는데 당국은 늘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안이하게 대처하다 결국 사고가 났다. 지금도 언론에선 우리 당이 깨질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당 지도부만 무사태평이다.”

안이한 대처
야권 핵분열?

지난 6일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동영 전 의원의 탈당설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 분은 구당하겠다는 것이므로 나갈 리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불과 5일 뒤 탈당을 선언하고 진보진영의 신당추진모임인 ‘국민모임’에 합류한다.

이에 대해 한 정치부 기자는 “당시 기자들은 이미 정 전 의원이 탈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시점인데 문 위원장이 그런 발언을 해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서 그런 것인지 정보가 느린 것인지 궁금했다”며 “어찌됐든 당 안팎으로 분당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당 지도부가 너무 둔감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그런 당 지도부의 태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언론에선 매일 같이 새정치연합의 분당설과 야권 신당 창당설을 보도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그럴 리가 없다”는 한결같은 반응만 내놓고 있는 것이다.

전대는 흥행실패, 그 이후가 더 궁금
심상치 않은 새정치연합 내부 분위기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느긋한 대응과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이미 새정치연합을 둘러싼 각종 분당 시나리오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당권 주자인 박지원 의원조차 공공연히 분당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 의원은 지난 20일 전북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의원이 당권과 대권을 다 갖겠다는 것은 꿩 먹고 알 먹고 국물까지 다 잡수시겠다는 것”이라며 “문 의원이 당권과 대권을 다 차지하면 정세균, 김두관, 김부겸, 박영선, 박원순, 손학규, 안철수, 조경태, 천정배 이런 분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냐? 문 의원이 대표가 되면 당은 초토화가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분당 후 반기문 UN사무총장과 함께 하자는 사람도 있었다”며 당 안팎에서 적극적인 분당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공생할까?
공멸할까?

이미 구체적인 분당 움직임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정치연합의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은 이미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추진모임인 국민모임에 합류한 상태다. 국민모임에는 정 전 의원뿐만 아니라 최규식·김성호·임종인 전 민주당 의원과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 최순영 전 민노당 의원도 합류하기로 했다.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장관을 지낸 중진 의원인 천정배 전 의원도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모임은 정의당과의 연대 가능성까지 타진하고 있어 외곽에서의 신당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새정치연합의 창업주인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신당 추진을 위한 원탁회의를 개최해 화제가 됐다. 가칭 ‘신당 추진을 위한 원탁회의’(이하 원탁회의)는 이날 향후 신당 창당 여부와 정치적 노선 등을 폭넓게 논의 했다. 원탁회의에는 윤석규 전 새정치추진위 전략기획팀장과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강동호·지재식 전 기획위원, 정기남 전 새정치추진위 공보팀장, 강연재 전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안 의원은 측근들의 돌출행동일 뿐이라며 원탁회의와 거리를 뒀지만 최근까지도 안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강연재 전 부대변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원탁회의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분당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이미 정동영 전 의원이 참여했었던 ‘구당구국 모임’과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중도 성향 의원들은 야권 재편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도 최근 여러 차례 “중도 신당을 통해 지지층을 중도·보수까지 확장해야 한다”며 중도 신당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당장 다가오는 4월 재보선은 야권 재개편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치러지게 되는 4월 재보선은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 광주 서구을 등 3곳에서 치러진다. 기존에 통진당 의원들이 지역구를 갖고 있었던 만큼 모두 야권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이겨도 본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4월 재보선은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어 치르게 되는 첫 선거다. 2·8전당대회 이후 재보선을 준비할 시간도 비교적 충분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책임론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새 당 대표로서는 단 한 곳만 빼앗겨도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고 만약 두 곳 이상 빼앗긴다면 조기 퇴진론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까지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전패하기라도 한다면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안 된다며 당 안팎의 분당 움직임에 힘이 실리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4월 재보선의 판세는 결코 새정치연합에 유리하지 않다. 서울 관악을과 경기 성남중원은 물론이고 호남 텃밭인 광주 서구을 선거조차 장담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현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서울 관악을에 출마시키고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각각 경기 성남중원과 광주 서구을에 출마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거물급 인사들이라 이들의 출마가 성사된다면 아무리 야권 강세지역이라고 해도 새정치연합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동영 전 의원의 참여로 힘을 받고 있는 국민모임도 4월 재보선에 후보를 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표 분열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모임에서 거론되고 있는 출마 예상자들도 만만치가 않다. 당사자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치권에서는 서울 관악을 조국 서울대 법대교수, 성남 중원구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광주 서구을 천정배 전 의원 등의 출마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을 비판하며 신당 창당을 추진한 국민모임인 만큼 새정치연합과 후보를 단일화할 명분도 마땅치 않고, 선거에 임박해 단일화에 성공한다고 해도 오히려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정윤회 문건 파동과 담뱃세 인상 논란 등으로 연일 하락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반사이익은커녕 오히려 새누리당보다 지지율이 더 떨어져 선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39.3%로 전주대비 1.5%p 하락했지만 새정치연합은 21.2%로 전주대비 2.4%p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015년 1월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우후죽순 신당
최후의 승자는?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이 재보선 목표에 대해 이례적으로 “3곳에서 전부 승리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일각에선 재보선 결과에 따라 5~6월에도 분당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른바 ‘6월 분당설’도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결정타는 내년 4월에 치러지게 될 20대 총선이다. 현재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격인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당직 인선과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난다면 새정치연합 내 분당 움직임은 본격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총선에서 참패하기라도 한다면 분당을 막기 위한 백약이 무효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철수계 외곽서 중도 진보정당 추진
4월 재보선 이후 야권 핵분열 할까?

또 문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호남 3선 이상 중진들이 물갈이될 것이라는 ‘호남 3선 물갈이론’이 제기돼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호남신당이 창당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비록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번 전당대회에는 박주선, 김동철 등 호남권 비노계 인사들이 대거 출마해 눈길을 끌기도 했었다.

따라서 문 의원이 당권을 잡은 후 내년 총선에서 이들을 물갈이 하면 결국 이들이 당을 뛰쳐나와 호남신당을 만들 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만큼 이들로서는 당이 자신을 내친다면 굳이 당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정서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박주선 의원의 경우는 이미 지난 19대 총선에서 공천 탈락하자 탈당한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던 전력이 있다.


이처럼 야권 내에서는 ‘국민모임’과 ‘안철수계 신당’을 비롯해 ‘비노계 중도 신당’, ‘호남 신당’ 등의 출현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연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단 안철수계 신당은 국민모임의 노선이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며 국민모임과는 연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를 전후로 야권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야권 춘추전국시대
이제 곧 열린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는 친노와 비노계의 생각이 이렇게 다른데 더 이상 함께 있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자성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어차피 현재 지지율로는 다음 총선 때 수도권은 물론이고 텃밭까지 뺏길 수 있다. 서로 자기 말만 옳다고 악을 쓰고 있으니 각자 신당을 만들어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을 둘러싸고 분당 이상 징후가 계속 포착되고 있는데 당 지도부는 제1야당 프리미엄만 믿고 있는 듯 하다”며 “새정치연합의 혁신이 계속 늦춰진다면 언젠간 야권 지지자들도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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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