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으로 간 김군'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외톨이 왕따 ‘IS 전사’로 돌아올라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여행 중인 김모(17)군은 10일 터키 킬리스 지역에서 실종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김군의 컴퓨터와 이메일 등을 분석하고 부모, 터키에 동행한 홍모(45) 목사 등 주변인을 불러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외교부와 경찰 등 관계당국은 김군이 IS(이슬람 과격단체)에 가입하려고 자발적으로 터키로 간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김군의 납치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터키 주재 한국 대사관은 한국에서 입국한 김군이 시리아 접경 지역인 킬리스에서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았다. 김군이 실종된 터키 동남부 일대는 여행경보 지역이다. 시리아 국경으로부터 10㎞까지는 ‘적색 여행경보 지역’으로 외교부가 우리 국민의 출입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터키까지 어떻게?
 
김군는 지인 홍씨와 함께 지난 8일 터키에 입국했으며 10일 킬리스 소재 메르투르 호텔에서 아침식사 후 연락이 끊겼다. 이에 홍씨는 지난 12일 대사관에 실종 신고를 했다. 실종자 가족은 14일 경찰에 신고를 했으며, 16일 금천경찰서 강력팀 긴급통신수사를 실시했다.
 
김군은 지난해 3월부터 IS 관련 신문기사 등 65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즐겨찾기 목록에 등록해두었으며, 지난 1년간 총 3000회 검색 기록 중 <IS><터키><시리아><이슬람> 등을 주요 검색어로 517회 검색한 바 있다고 밝혔다.
 
바탕화면에는 ‘IS 깃발을 든 전사들’의 사진파일 4점이 저장되어 있었고, 삭제된 자료 복원을 통해 IS관련 사진을 추가로 확인했다. 또 터키에 도착한 뒤에는 9일과 10일 각각 터키 현지 전화번호로 통화한 사실도 공개됐다.
 

경찰은 김군이 터키에 도착한 후인 지난 9일과 10일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두 차례 현지 휴대전화번호인 ‘15689053********’로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첫번째 통화는 김군이 가지안텝프 호텔에 체크인 하기 전후인 9일 오전 8시2분께 이뤄졌다. 10일 두번째 전화통화는 김군이 오전 8시30분 신원 미상의 남자와 시리아 번호판을 단 택시를 타고 킬리스 호텔을 떠났다. 김군은 당시 이 택시를 타고 킬리스 동쪽으로 약 25분 거리인 베리시에 마을의 시리아 난민촌에 내렸다. 
 
터키 킬리스 지역서 실종 “납치 아니다”
경찰 IS 자발적 가담 판단…치밀 계획적
 
경찰은 김군이 9일 첫 통화를 통해 이튿날 오전 만남을 약속하고 10일 신원미상의 남자의 안내로 시리아 난민촌으로 이동하고서 재차 터키 전화번호 상의 인물로부터 지령을 받아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군이 통화한 번호는 트위터 대화명 ‘Afriki’가 알려 준 ‘하산’의 전화번화와 다른 번호로, 슈어스팟을 통해 알게 된 번호로 추정된다. 
 
한국과 터키 경찰은 이 전화번호의 수신자 신원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컴퓨터 분석 결과 김군은 지난해 10월 터키 현지인이 개설한 트위터 계정 ‘habdou****’과 수차례 IS 가입 방법 등에 대해 대화했다. 트위터 대화명이 ‘Afriki’인 이 계정의 인물은 김군에게 "이스탄불에 있는 하산이란 형제에게 연락하라"라며 그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경찰은 ‘Afriki’가 지난해 10월 15일 김군에게 “슈어스팟(surespot)에서 ‘ga***’를 찾으라. 그가 너를 도와줄 것이다”라는 대화 내용을 복원했다.
 
조력자 있었나?
 
김군은 또한 치밀하게 움직였다. 20일 외교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김군은 동행한 홍씨와 함께 8일 이스탄불에 도착했고, 저녁에 가지안테프로 도착해 투숙했다. 다음날 바로 차량을 통해 킬리스로 이동했다. 두 지역은 가깝고 차 말고는 교통수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킬리스에 도착해 호텔에서 묵은 뒤 실종 당일인 10일 오전 배낭 하나를 메고 호텔을 나선 모습이 CCTV에 잡혔다. 
 
호텔 맞은편에 있는 모스크 앞에서 수 분간 서성였는데 아침에 남성 한 명을 만났다. 그 남성은 김군에게 손짓하며 신호를 보냈고, 시리아 번호판을 단 검정 카니발 차량이 이들을 태우고 이동했다. 



이 차량은 택시인데, 시리아 번호판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터키까지 오가는 차량으로 이미 터키 경찰은 해당 운전사 조사까지 마쳤다. 시리아인이 운영하는 불법택시이며, 실종 당일 오전 모스크 주변으로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이들을 태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 난민촌 주변에서 하차했고, 그 뒤로 이들의 행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기록도 없다”고 밝혔다.
 
외국어 능통했나?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영어, 터키 현지에서 사용하는 아랍어 등에 능통하지 못했다. 그런  김군이 지난 9일과 10일 터키 현지 전화번호로 각각 2분31초, 4분38초 동안 통화했다.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과 달리 외국어로 직접 짧지 않은 시간 대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  정도의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 외국어 실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고 지적했다.
 
김군을 태운 택시 운전사에 따르면, 김군과 남성 등 이들 2명은 베사리에 마을에 위치한 시리아 난민촌까지 25분간 탑승하면서 대화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증언했다. 이는 불필요한 정보 노출을 꺼려 대화를 의도적으로 안 했거나, 영어 등 아랍어 구사능력에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된다.
 
이에 따라 터키 번호로 통화했다는 사실은 어쩌면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누군가가 김군의 ‘조력자’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과 화한 사람이 한국인이거나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인물일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동생만 통화 왜?
 
김군은 휴대전화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총 1666번의 전화를 걸었는데 이 중 1657회를 동생에게 걸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직전까지 김군이 동생과 통화했다”고 말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봤을 때 김군은 동생과 하루에 22차례 정도 통화한 셈이다. 보통의 형제보다 더 각별한 관계로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접근부터 포섭·가입까지
수사발표에도 여전한 의문
 
이런 점으로 미뤄 동생은 사전에 김군의 IS가입 시도 등을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나아가 김군이 동생에게도 IS가입 등을 권유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생이 ‘패닉’ 상태이기도 하고 동생을 조사한다고 해서 김군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돼 조사하지 않았다”며 “우리 수사 영역은 김군이 해외에서 실종을 당했는지 등 피해부분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동생 등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666회 중 동생에게 전화를 건 횟수를 제외하면 김군은 2개월 반 동안 단 9차례만 동생 이외의 사람들과 연락했다. 지난 9일과 10일 터키 현지 전화로 건 국제전화 내역을 빼면 동생 이외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건 횟수는 단 7차례에 불과하다. 10일에 한 번 꼴로 동생 이외의 사람과 통화를 한 셈이다.
 
이같은 정황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또래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던 김군이 외로움에 방황하다 ‘IS가입’등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복수 대상은?
 
또한 그가 SNS에 남긴 글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 김군은 트위터에 “이제는 남자가 차별받는 시대”라며 “페미니스트가 싫어 IS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러한 심리가 김군이 IS를 옹호하는 동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김군의 행동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극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나타나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김군은 인터넷을 통해 폭력성과 가부장적인 사고를 키워왔고, 그런 자신의 성향에 부합하는 곳으로 IS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발표 내용을 종합해보면 김군은 여성혐오적 성향과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으로 IS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이유만으로 수천Km 거리에 있는 터키까지 자발적으로 건너가 테러조직에 가담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군이 테러조직과 이슬람교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실제 행동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김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홈스쿨링을 통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등 사회부적응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김군은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경부터 터키여행을 가고 싶다면서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맘을 잡고 검정고시 준비를 하겠다고 하여 지인을 통해 홍씨를 소개받아 함께 여행갔다. 김군 부모는 출국 전에 “아들이 하산이라는 사람과 채팅을 하고 IS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가담자 또 나올까?

자취를 감춘 김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가 사용했던 SNS 트위터 계정을 따르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IS에 가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어 제2, 제3의 김군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오후 김군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잉하는 팔로어 수는 400명에 이르렀다. 김군의 트위터 계정은 전날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단순 호기심이나 취재를 위해 김군 계정을 팔로잉한 이들도 있지만, 김군이 트위터로 IS 가입 의사를 밝힌 것처럼 ‘IS에 가입하고 싶다’는 이들도 있었다. 
 
김군을 팔로잉한 한 트위터리언(@no×××)은 “나는 IS에 가입하고 싶다. 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다”는 글을 아랍어로 남겼다. 또 다른 트위터리언(@sk×××)은 아랍어로 “안녕하세요, 당신을 만나서 기쁩니다” 등의 트윗을 김군에게 보냈다.
 
IS는 현재 이메일, SNS 등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젊은 세대들을 포섭하고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나 은둔형 외톨이들을 꾀어 모험심을 부치기거나 금전적 보상, 여자친구 소개등 다양한 방법으로 떡밥을 던진다. 현재 외국인 IS대원은 82개국 1만5000명에 달한다. 터키가 IS 가담 핵심 경로로 확인된 만큼 국내에서 터키로 출국할 경우 철저한 당국의 감시, 이슬람 과격세력의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 등 도 테러방지 관련법을 재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무슨 처벌 받나?
 
김군이 IS에 가담했다고 가정할 때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도 관심사이다. 일단 시리아로 입국했다면, 입국금지 국가를 입국한 데에 여권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외에 특별히 규정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 다만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처벌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유엔은 IS 사태와 관련, ‘외국인 테러 전투원’ 결의안을 최근 채택했다. 외국인 테러 전투원은 다른 나라 국적을 지닌 자가 테러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걸 의미한다. 결의안은 유엔 회원국 모두에게 구속력을 지니며, 각 국가는 외국인 테러 전투원 방지 대책을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만 테러 단체 가담 자체가 처벌 대상인지는 또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기존 사례가 없어 정부도 만에 하나 김군이 IS에 가입했을 가능성에 대비, 관련법을 검토 중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IS, 도대체 뭐길래?
 
이슬람국가(Islamic State)는 국가가 아닌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괴격파 테러리스트의 단체다. 주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 세력을 총칭하는 표현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에 따라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 또는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의 목표는 이슬람 율법으로 다스려지는 제정일치 국가인 이슬람 국가 건설이다. 
 
‘IS’는 테러조직의 대명사인 알카에다가 운영 자금을 기부받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것과는 달리 IS터진 지역이 유전지대라 원유 밀수로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여 자급자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IS가 우리에게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한국인 김선일씨 참수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다.
 
또한 지난해 12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부설 도하센터의 한 연구원이 ‘한국인 IS 전사’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진 속 동양인이 한국인이 맞는지 즉각 확인 작업을 벌였지만 ‘사실 여부를 파악해보려고 시도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슬람권이라고 모두 IS를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시아파인 이란은 수니파인 IS와 대립하고 있으며, IS를 제압하기 위해서라면 오랜 앙숙인 미국과도 협력할 뜻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레바논의 헤즈볼라 민병대(시아파)도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IS와 맞서고 있으며, 시리아 이라크 정부 및 터키나 시리아 온건 반군도 IS와 대립하고 있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